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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 혹시나 그녀에게 말하지 않아서 화난 건 아닐지 하는 생각 말이다.

또 혹시나 말을 잘못해서 그녀의 심기가 불편해진 건 아닌지도 말이다.

하지만 윤아가 자책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시금 붉어지는 윤아의 눈가와 억지로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에 수현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수현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얼른 그녀를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

“바보야, 왜 자책하고 그래.”

윤아는 수현의 품에 기댄 채 가볍게 눈을 깜빡거렸다.

“이제 얘기도 했으니 혼자 있게 좀 내버려둘래?”

수현이 잠깐 망설였다.

놓아주기 싫은 건 맞지만 윤아는 지금 절박하게 혼자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수현이 계속 남아있겠다고 한다면 윤아가 불편해할 수도 있다.

샤워하면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윤아를 풀어줬다.

“그래, 일단 샤워해. 침대에서 기다릴게.”

“…”

진지한 분위기에 윤아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수현이 갑자기 침대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별 뜻 없이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윤아의 생각은 자꾸만 다른 데로 샜다.

윤아는 수현을 밀쳐내더니 얼른 나가라고 했다.

수현은 당연히 윤아가 다른 뜻으로 이해한 줄 몰랐으니 자기가 한 말에 문제가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고분고분 윤아의 말에 따라 욕실에서 나왔다.

수현이 가고 나서야 윤아는 욕실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윤아는 문에 기댄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드디어 혼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기억을 잃고 수현의 곁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게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윤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현의 곁에 있는 게 좋았지만 같이 지내려면 다른 스킬이 필요한 것 같았다.

스킬이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요즘 이런저런 일이 너무 많아서 윤아의 마음이 착잡해져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윤아가 샤워하고 나왔을 땐 이미 반 시간쯤 뒤였다.

그 반 시간 동안 수현은 쭉 침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처음엔 얌전하게 앉아서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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