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한다 해도 그렇지 이렇게 얇게 입을 필요는 없잖아.”윤아는 수현이 건네준 긴 외투를 입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는 걸 느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눈동자가 반짝거렸고 뽀얀 얼굴도 홍조가 올라와 있는게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마치 복숭아 같았다.“옷장에 가을 잠옷만 보이던데. 잘 때 편할 것 같아서 입었어.”수현은 외투를 걸친 윤아를 침대로 데려오며 이렇게 말했다.“내일 할머님이랑 시장 가면 두꺼운 잠옷 좀 사자.”잠옷을 산다고?사실 여기로 내려올 때 짐을 별로 챙기지 않았다. 무거운 것도 있고 수현이 내려와서 사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수현이 정작 이렇게 말하자 윤아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우리 여기서 오래 지낼 거 같아?”이를 들은 수현이 살짝 멈칫하더니 물었다.“너에 달렸어. 여기 좋으면 오래 있는 거고 싫으면 다시 올라가는 거고.”윤아는 잠깐 고민했다. 여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고민해 보니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는 것 같았다.딱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아마 아이들 곁이라고 말할 것이다.이번에 여기로 내려온 것도 아이들 때문에 오려고 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보고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을 열었다.“좋고 싫고는 없어.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지.”이에 수현이 반응했다.사실 윤아도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내려온 거지 아이들이 없다면 굳이 내려오고 싶을까?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지만 수현은 이상하게 자꾸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윤아는 어쩌면 아이들만 신경 쓴다고 말이다.아이들만 곁에 있으면 수현을 포함한 다른 건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걸까?수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근데 할머님이 애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아까 어머님께 방학이 되면 애들 이쪽으로 내려보내겠다고 했거든. 근데 애들이 있는 만큼 우리가 있을 수도 없잖아.”마침 답답해하고 있던 수현이 윤아의 말에 다시 희망으로
윤아가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이 물었다.“너 진짜 내가 필요 없어? 나 지금 짐 싸서 내일 갈까?”수현이 이렇게 말하자 윤아는 빨간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윤아를 보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손을 풀어주며 물건을 정리하려 했다.사실 윤아는 수현이 자기를 놀리려고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몸을 돌려 물건을 정리하려는 것도 일부러 쇼를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지금 수현이 이렇게 쇼를 하는 건 윤아가 뭔가를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었다.분명히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윤아였지만 좋은 구경을 놓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 몸을 돌릴 때 자기도 모르게 수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매우 작은 힘이었고 수현에겐 아예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수현이 멈추고 싶지 않다면 이런 정도의 방해는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하지만 이런 작은 힘에도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너…”윤아는 수현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뭐 물건을 정리한다 해도 꼭 지금일 필요는 없잖아?”수현은 그런 윤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럼 그게 언제면 좋을까? 네가 시간을 한번 정해줄래?”저돌적이고 예리한 눈빛에 윤아는 마른기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일단 이 얘기는 하지 말자. 너도 그래. 아직 몸에 상처도 있는데 떠난다 해도 상처가 다 낫기를 기다려야지.”이에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렇다는 건 내 상처가 쭉 낫지 않으면 계속 여기서 조리해도 된다는 거야?”윤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윤아는 수현의 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노려봤다.“너 이 말 무슨 뜻이야? 설마 여기 더 남아 있으려고 일부러…”수현이 입꼬리를 올렸다.“너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수현의 대답은 인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저 윤아에게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를 묻고 있다.그러다 진짜…
수현도 아직은 두 아이를 연세가 든 두 노인에게 맡기는 게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안전하지 않은 걸 떠나 두 노인네도 나이가 있었기에 선우가 또 무슨 수작을 부려 이곳으로 내려오는 날엔 두 노인네가 놀라서 병이라도 얻을까 걱정이었다.수현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었다.여기서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두어 날만 더 있다가 올라갈 예정이었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이들이 방학할 때는 아닌 것 같았다.“그래, 그럼 그때 같이 올라가자.”이렇게 말한 두 사람은 더는 말할 것도 없었다.윤아도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침대에 기댄 채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수현은 윤아의 그런 모습에 이렇게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자자.”이렇게 말하며 이불을 걷어 윤아를 눕게 하더니 다시 이불을 덮어줬다.아직은 이불 안이 차가울 때였다.잠에 들 때 윤아는 수현이 걸쳐준 외투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이불에 들어가니 너무 추워 소름이 끼쳤고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아 추워.”이를 본 수현도 따라서 누웠다.“내 몸은 따듯한데 나 안고 잘래?”수현은 이렇게 말하며 옆으로 누워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다. 윤아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수현이 다가오자 얼른 이렇게 말했다.“움직이지 마.”수현의 움직임이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멈췄다.“왜?”그는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윤아에게 물었다.“너 몸에 상처 났잖아. 반듯이 누워 있어야지.”윤아는 반듯이 누운 수현의 옆모습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너 옆으로 누우면 상처 눌리잖아.”그제야 수현은 다쳤다는 게 떠올랐다.“그래, 알겠어.”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손을 내밀었다.“그럼 네가 이쪽으로 올래?”“내가 가서 뭐하게?”“춥다며?”수현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내 몸이 따듯하다니까.”윤아는 원래 다가가고 싶지 않았지만 따듯하다는 말에 그래도 슬금슬금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아니나 다를까 수현의 몸은
방안은 너무 조용한 나머지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만 들렸다.윤아가 누운 위치는 상대적으로 낮았고 수현의 가슴 쪽과 맞닿아 있었다. 또 그의 팔에 기대 있는지라 수현의 심장 소리가 유난히 잘 들렸다.두근두근 마치 흉곽을 때리는 듯이 힘 있게 뛰었다.잠깐 그 소리를 감상하던 윤아의 눈까풀은 점점 무거워졌다.그렇게 윤아는 수현의 품에 기대 잠에 들었다.윤아의 숨이 점점 골라지고 차분해지자 수현은 그녀가 진짜 잠에 들었음을 알아챘다.수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아 최대한 자신과 가까워지게 했다. 더는 가까워질 수 없을 때까지 감싸 안고 나서야 수현의 불안함과 공허함이 조금 달래지는 것 같았다.비록 그녀를 성공적으로 구해내 다시 그의 옆으로 데려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잠도 잘 자지 못했다. 그녀가 자고 있을 때도 수현은 거의 자지 못하고 옆을 지켰다.눈을 다시 떴을 때 그녀를 구해낸 게 꿈일까 봐,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전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하여 그녀를 구해내고 지금까지 수현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그래도 지금은 부드럽고 말캉한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 그녀의 숨소리와 심장 소리, 그리고 숨을 날숨을 쉴 때 나오는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현실감이 조금 느껴졌다.하지만 여전히 무서웠다. 아직 현실감이 부족했다.만약 이 모든 게 진짜라면 어떻게 이렇게 순조로울 수 있단 말인가?만약 이 모든 게 가짜라면 계속 이 꿈에 빠져 허우적대야 할까, 아니면 빨리 깨어나야 할까?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몰랐다.수현은 그렇게 조용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아가 품속에서 옹알거리며 살짝 움직였다.깨어있던 수현은 윤아의 잠꼬대에 얼른 고개를 숙여 무슨 일인지 확인했다.하지만 윤아는 그저 수현의 품속에서 몇 번 꿈틀대며 수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그의 품속으로 더 비집고 들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수현도 그제야 윤아가 잠꼬대했을 뿐이지 깬 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하
잠결에 윤아는 자신의 이마에 누군가 키스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윤아는 분명 너무 졸렸지만 이런 촉감이 느껴지자 눈을 번쩍 떴다.눈을 떠보니 수현의 조각 같은 턱과 옅은 입술이 보였다.마침 윤아의 이마에 뽀뽀하고 약간 물러서던 때라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윤아는 수현이 자신의 이마에 뽀뽀했다는 걸 발견했다.“너...”“깼어?”수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내가 잠에서 깨운 건가? 미안해. 참으려다 실패했어. 졸리면 더 자.”윤아는 가볍게 눈을 깜빡이며 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어제저녁에 일찍 잤잖아.”어젯밤 윤아와 수현은 10시 전에 잠에 들었다. 날이 밝은 정도를 보니 아마 6시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 수면 시간은 거의 8시간이 된다.이따가 할머님과 같이 시장에 나가야 한다. 한 번도 시장에 나가본 적이 없기에 어떤지 잘 몰랐던 윤아는 약간 궁금하기도 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수현에게 말했다.“시장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일어나면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수현이 대답하려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윤아야, 수현아, 깼니?”이선희의 목소리였다.윤아가 바로 대답했다.“네, 깼어요.”“다행이네. 너희 할머니랑 같이 시장에 갈래? 갈 거면 좀 빨리 일어나야 해.”“네, 갈 거예요.”윤아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내가 가서 말씀드려 놓을게. 너희들도 준비해.”바깥에 인기척이 사라지자 윤아는 얼른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이에 수현도 같이 몸을 일으켰다. 잽싸게 옷을 입고 욕실로 향하는 윤아는 마치 시장을 나가는 것에 매우 흥미가 높아 보였다.수현은 약간 난감해 하면서도 얼른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따라서 욕실로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윤아가 이미 양치를 다 하고 세수를 하고 있었다. 수현이 들어오자 윤아는 한쪽으로 비켜서며 수현에게 자
“그래도 안 돼.”진수현이 슬쩍 눈을 흘기며 바라보았다.“너 몸 허약하잖아. 네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께서 어떻게 감당해.”심윤아는 대답이 없다.“아무리 허약하다 해도 쓰러질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게다가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깬 그녀는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느끼고 있었다.심윤아는 자신이 외출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해도 진수현은 동의해 주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가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 서로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심윤아는 진수현의 상처가 걱정되었다. 빨리 상처가 낫기 위해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자꾸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상처가 아물 새 없이 자꾸 벌어질 텐데 언제 다 낫겠는가.반면 진수현은 심윤아의 몸이 허약한 것이 걱정되었다. 영양실조에 평소 먹는 음식도 적은데 시장 같은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는가. 딸이 쓰러지면 할머님과 할아버님께서는 분명 놀라서 정신이 없을 것이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어쨌든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지극히 걱정했기에 서로 절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상대의 안위를 더 생각하는 것이다.두 사람의 말다툼은 밖에서 이선희가 다시 문을 두드릴 때까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윤아야, 현아. 준비 다 됐니?”어머님의 목소리에 심윤아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어머님, 전 준비 됐어요. 근데 수현이는 안 갈 거예요.”“뭐?”아들이 가지 않는다는 말에 이선희가 어리둥절하며 무슨 일이냐 물으려 했다. 그러나 묻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고 곧이어 아들의 냉랭한 얼굴이 보였다.진수현은 손을 문손잡이에 걸친채 마치 마치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머니, 윤아도 안 가요.”“?”둘이 단단히 미친 건가. 서로가 안 간다고?“어머님, 전 가요.”수현의 뒤에서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가 폴짝 뛰며 어머니와 대화하려
모두 사실이었다.이선희는 아들의 말에 납득했다. 윤아는 확실히 몸이 가냘프고 안색도 좋지 않았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될만했다.그럼...“그럼 넌?”아들을 바라보는 이선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윤아가 왜 널 안 내보는 건데?”진수현이 입술을 짓씹으며 대답하지 않았다.“말 좀 해봐.”이선희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그녀는 자기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혹시 다쳐놓고 자신한테 알리기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니 이선희는 문득 어이가 없었다.이선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수현은 여전히 기를 쓰고 대답하지 않았다. 이선희는 결국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심윤아를 향해 물었다.“윤아야, 현이가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으니 네가 알려주련?”그녀가 타이르듯 권했다.그런 어머님의 모습에 심윤아도 어쩔 수 없어 알겠노라 대답했다.윤아의 타협에 진수현의 미간이 금세 찌푸려졌다. 윤아가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알려주기라도 하면...그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심윤아가 입을 열었다.“어머님, 사실 별일 아니에요. 수현이 절 못 가게 해서 저도 가지 말라 한 거예요.”그 능청스러운 대답에 진수현은 약간 놀랐다. 일그러졌던 표정이 평온함을 되찾아갔고, 진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윤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역시, 임기응변이 좋군.그녀의 대답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과연 이선희는 윤아의 대답에 황당했는지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심윤아가 대답하기 전에 이선희는 자기 아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두 사람이 서로를 걱정하며 외출을 만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그런데 뜻밖에도 내막이 이럴줄은... 합이 척척 맞는 완벽한 연극이다.이때 심윤아가 고뇌하며 말했다.“어머님, 제가 가지 못하면 수현이도 못 가요.”“이게 무슨...”이에 진수현이 재빨리 대답했다.“그럼 제가 남아서 윤아랑 아이들 돌볼게요.”이선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수현에게 몇 마디 하려던 윤아는 두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화가 풀렸다.진수현이 떠난 후, 윤아는 방으로 돌아가 자신의 옷차림을 정리했다.십여 분 후, 진수현이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둘은 윤아를 확인하고 신이 나서 그녀를 향해 달려왔고 뽀뽀 세례를 퍼부으며 안겼다.“엄마!”두 아이는 마치 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기뻐했다.어제부터 아이들을 밤새 그리워했던 윤아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윤이, 훈이와 한참 놀던 그녀가 고개를 들어 진수현에게 물었다.“외할머니는?”진수현이 윤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미 나갔어.”나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녀석들, 외할머니께서 장 보러 간다고 했더니 궁금해서 같이 가고 싶어 하던데.”잠시 침묵이 흐르던 가운데 진수현이 문득 입을 열었다.그의 말에 심윤아가 멈칫하며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가고 싶어?”두 아이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어머니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엄마가 안 가면 우리도 안 가요.”“우린 엄마랑 같이 있어야죠.”아이들의 따뜻한 말이 들려오자 심윤아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반달같이 예쁘게 접으며 미소를 지었다.아이의 확고한 대답은 심윤아의 마음을 따뜻하게 사랑으로 채워지게 했다.“그럼 확실히 정한 거다? 엄마 옆에 있기로.”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수현은 외출을 제안했다. 비록 외할머니들을 따라 장 보러 나가지는 못했지만 집에만 있어도 할 일은 없었다.심윤아는 마음 같아서는 승낙하고 바로 나가고싶었지만 진수현의 부 부상은 여전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며칠간은 잘 쉬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예전이라면 이 며칠이 매우 중요했겠지만 그때 진수현은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았었다. 지금은 심윤아가 깨어났고 상황을 모두 알게 되었으니 그를 제멋대로 굴게 놔둘 수 없었다.그래서 심윤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