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내가 다시 태어난 날, 전생과 마찬가지로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배이경이 곁에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배씨 가문으로 파혼을 요구했다. 전생에 정사에 쓰이는 약을 먹고 배이경과 잠자리를 가진 탓에, 우리 둘은 부랴부랴 혼인을 맺었다. 나는 고향에 남아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식을 키웠고, 배이경은 J시에 가서 나라를 위해 힘썼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공경하며 지냈고, 나름대로는 잔잔하고도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다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과로로 병을 얻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죽은 뒤 마지막으로 서방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인지, 내 혼은 J시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배이경의 아내와 자식, 손주들까지 한데 모여 화목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아내가 두 명 있었다. J시에 있는 여자가 정실 부인이고 자식을 낳았으며, 나와 내 아이들은 그저 이름조차 없는 외실에 불과했다.
Lihat lebih banyak유기천은 잠자코 있다가 문득 물었다.“왜 똑같이 전 황제의 아들인데, 내 이름이 유기천인지 알고 있어?”다른 형제들의 이름에는 모두 ‘유’자와 ‘정’자가 들어있다.지금의 황제도 이름이 유정천이다.“왕자인 내가 어쩌다 독을 먹어 일찍 죽게 되었는지 알아?”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미정아, 내 원래 이름은 유기천이 아니야.”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이어서 말했다.“태후는 사실 내 친어머니가 아니야. 그런데도 나를 친아들처럼 아껴 주셨지.”“이 모든 건, 내가 지금의 황제 대신 재앙을 뒤집어썼기 때문이야.”나는 유기천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어릴 적에 그는 태자궁에 놀러 갔다가, 태자가 마시려던 독이 든 국을 잘못 먹었다.“S국에서 들여온 치명적인 독, 아주 조금만 먹었을 뿐이야.”독을 먹은 유기천은 곧바로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었고, 하마터면 궁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대비전의 모든 의원이 총동원되어 겨우 목숨만 건져 내었을 정도였다.“그 독 때문에 결국 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어.”나는 아찔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그래서 전생에 폐하께서 아이를 가지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던 거군요.”유기천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때 독을 탄 자는 무자비하게도 태자의 대를 끊으려 했던 거지. 태자가 죽든, 자손이 끊기든, 둘 중 하나만 이뤄지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야.”그러나 계산이 틀려, 그 독약이 태자가 아닌 유기천의 입으로 들어갔고, 왕실 체면을 지키려는 탓에 이 일은 몰래 묻혔다고 한다.이 일은 황제와 태후를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고, 유기천의 생모는 아들을 잃을 뻔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얼마 못 가 세상을 떠났다.그제야 태후가 그를 곁에 두고 친자식처럼 키웠고, 남은 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천으로 지어주었다. 그러나 전생에 유기천은 결국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나는 가슴이 아릿해졌다.“미정아, 그래서 네가 아이를 가진 게 너무나
“어떻게 된 일이에요?”나는 코끝이 시큰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유기천은 배이경을 힐끔 보며 담담히 말했다.“지금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주미정은 이미 내 마누라거든.”“주미정이 폐하 부인이라고요? 증거라도 있어요? 왕실 족보에라도 올랐나요? 궁중에 계신 분들은 주미정을 알고 계신가요?”배이경은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넌 대체 미정이를 뭐로 여기는 거냐!”유기천은 미소를 머금은 채 눈썹을 들어 올렸다.“증거는 없어. 왕실 족보에 오른 적도 없지. 하지만 궁중에 계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셔.”“미정이가 허락만 해준다면 모두 해결될 일들이야.”그는 느긋하게 내 어깨에 몸을 기대더니, 한껏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아, 깜빡했네. 알려 줄 게 하나 있어. 이래 봬도 나는 데릴사위거든.”“지금도 어떻게 해야 미정이가 정식으로 나를 받아줄지 몰라 애쓰고 있지.”나는 그의 말이 점점 더 이상해질까 봐 조마조마해졌다.“배이경,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난 지 오래야. 다시는 만날 수 없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배웅하려 했다.“앞으로 더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 줘.”설령 그가 이번 생에 진심으로 사죄한다 해도, 나는 그 마음을 받아 줄 수 없었다.한 번 어긋나 버린 인연은 다시 맞추기 힘든 법이니까.배이경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걸 지켜보며, 아마도 이게 우리 마지막 만남이겠구나 싶었다.“씁...”유기천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자, 나는 급히 돌아서 그의 상처를 살폈다.“어쩌다가 이렇게 됐어요? 다른 데도 다친 데가 있나요?”내가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유기천은 내 손을 잡아 그만하라는 듯 달랬다.“미정아, 몸조심해.” 나는 벌써 임신한 지 8개월이나 지났다. 게다가 쌍둥이는 조산 가능성도 크다.“아버지께서 아무리 잘못하셨어도 어쩔 수 없지. 자식인 내가 뭔가를 시정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해.”“이 정도 부상으로 끝난 건, 황제와 태후께서 봐주신 거나 다름없어.”“정말 고마워요.”나는 가슴 한
전 황제가 과거에 직접 처리했던 사건이, 알고 보니 완전히 날조된 억울한 사건이었다니!그뿐만 아니라, 전 황제가 장생을 믿고 사치스러운 단약을 만드는 걸 일삼았다는 추문까지 세상에 드러났다.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선왕 유기천이, 나서자마자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한 번 던진 돌멩이가 파장을 일으켜, 커다란 물결이 이는 듯한 소란이 벌어졌다.황실은 체면을 중시해, 무조건 이 일을 덮으려 애썼다.비록 전 황제가 과거에 잘못된 판결을 내렸어도, 황제가 세상을 뜬 뒤에는 그 오점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왔다.그런데 선왕, 유기천은 그런 겉치레를 모조리 찢어버린 것이다.게다가 유기천은 다름 아닌 전 황제의 친아들이다.조정은 발칵 뒤집혔고 난장판이 되었다.나는 비록 조정 일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유기천의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그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치료를 하기로 한 날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나는 한약방에 앉아, 아버지가 남긴 의서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다.생전에 아버지는 주씨 가문의 의술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하셨지만, 한순간의 모함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전생의 나는 어리석게 흘러가는 대로 살았지만, 이번 생에는 드디어 아버지의 염원을 이뤄 드릴 기회를 얻었다.사건을 파헤칠수록,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유기천의 무서운 명성이 더욱 커져 갔다.그리고 마침내 사건 진상이 드러난 날, 배이경이 작은 상자를 품에 안고 내 한약방을 찾아왔다.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한눈에 봐도 괴로운 표정이었다.“미정아, 이건 주씨 가문의 재산이야.”“네가 했던 말, 처음에 어머니께선 믿지 않으셨지만... 내가 애를 쓴 끝에, 전부 되찾아 왔어.”나는 그의 얼굴과 목덜미에 난 긁힌 자국과 물에 젖은 흔적을 보았다.아마 어머니와 심한 다툼을 벌인 듯했다.“토지 문서와 그에 상응하는 돈이 모두 들어 있어.”나는 말없이 그 상자를 받았다.배이경은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힘겹게 입을 열었다.“미정아... 혹시
“그, 그럴 리가 없어!”배이경은 내 배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우리는 4개월 전에...”“두 사람이 4개월 전에 파혼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유기천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파혼을 하고 난 후 저와 곧장 혼인식을 올렸어요.”“제 마누라가 얼마나 기특한지. 혼인하자마자 제 아이를 가졌거든요.”배이경의 얼굴은 금세 핏기가 가시고,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말도 안 돼... 미정아, 저 말이 전부 거짓말이지, 그렇지?”허리에 감긴 손이 더욱 힘주어 조여 왔다.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나는 또렷이 답했다.“아니, 사실이야. 이미 임신 3개월째거든.”배이경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떠오른 일이 있었다.“마침 잘 만났네. J시에 온 김에 네 어머니께 전해. 곧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질 거애. 아버지가 결백을 되찾고 나면 우리 주씨 가문이 예전에 너희 배씨 가문에 맡겼던 땅들도 전부 돌려받을 거야.”배이경이 허둥지둥 얼떨떨해하며 물었다.“땅이라니? 그게 무슨...”“몰랐니?”나는 담담히 그를 바라봤다.“너희 배씨 가문이 J시에 갖고 있는 논밭이며 집, 장원 모두 원래 우리 주씨 가문의 재산이야. 그냥 너희가 잠시 맡아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지.”시간이 흐르다 보니, 마치 정말 자기들 소유인 줄 착각했던 모양이다.“너희가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번에 네가 혼인하려고 준비해 둔 그 집도 마찬가지야.”전생에 그는 내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 저택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해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렸다.그들이 왜 그토록 내게 약을 먹이는 저질스러운 계략을 짰는지, 그리고 한사코 날 첩으로 두려 했는지, 그 이유는 한눈에 보였다.엄청난 이득이 없었다면, 굳이 내내 가식적인 연극을 하며 평생을 괴롭히지는 않았을 테니까.“말도 안 돼!”배이경은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그럴 리가 없어...”그가 휘청이며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옆구리를 감싸 쥔 손등을 툭툭 쳤다.“이제 그만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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