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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악녀의 비상을 축복해 주소서

作者: silver구슬
last update 公開日: 2026-07-04 00:05:56

현신이 한비단의 직속 타깃이 되어 죽음의 위협을 피해 도망치고 있는 마당이었다.

설마 제 발로 그 뱀굴 같은 대한민국에 들어오겠다니. 더욱이 그 철두철미하고 용의주도한 엘에프가 그리 무모하게 날뛰도록 놔둘 인간이 아니었기에, 계영은 한규련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미간을 깊게 좁혔다.

“규련. 말이 안 되잖아.”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이해가 되게 처음부터 설명을 제대로 해 봐.”

황당함에 낮게 가라앉은 계영의 목소리만큼이나, 옆에 있던 강무 역시 규련을 향해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그렇게 얼토당토않고 미친 소리 같으니까 내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왔지! 너무 급해서 앞뒤 잴 겨를도 없었다고! 김 비서, 이거 확실한 정보 맞지?”

“그럼요, 대표님. 제가 이 극비 사실을 입수하고 정말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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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신은 그래도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다.엘에프는 자신에게 지독할 만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법망을 비웃는 악인들을 잔혹하게 응징해 온 단죄자이기도 했다.그렇기에 때로는 이런 사람 하나쯤은 세상에 오래 살아남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그리고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아직 성별조차 모호했던 그 어린 시절부터, 핏빛 가득한 험한 세상에서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신의 방패가 되어 주었다는 사실을 말이다.그를 살려준 하늘에 마음 깊이 감사했다. 또 그를 구하기로 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비로소 확신했다.당장 찾아가 엘에프의 무사함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지만, 계영은 면회가 어려울 것이라며 현신을 다정하게 말렸다.그저 그가 무사히 깨어나 주었다는 사실 하나에 감사하며, 조용히 엘에프의 쾌유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계영 님, 정말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살다 살다 엘에프의 무사함을 바라며 그를 보고 싶어 하는 날이 올 줄이야."그럼. 살다 보면 이렇게 좋은 날도 맞이하는 법이지."역시 옛말은 틀린 게 하나 없었다.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현신은 이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닫고 있었다.그리고 제 인생도 앞으로는 결코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아련한 예감이 계영의 다정한 미소를 통해 가슴 깊이 전해져 왔다.***가계영이 마련한 삼엄한 경호 속에서 입원 생활을 이어간 지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빅토리아 측에서 작정만 한다면 언제든 이 병원을 습격할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계영과 엘에프, 김민철을 비롯해 헤르만, 한규련, 김강무, 그리고 이제는 위험인물로 지정된 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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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저녁이 되었다.계영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안도감을 느꼈다.지독하게 길었던 시간이 마침내 흘러갔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온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현신이 눈을 떴고, 자신을 향해 시선을 마주해 주었으니 그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오랫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사명도 내려놓은 채, 계영은 마침내 마음 놓고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현신만 무사하다면 이제 자신에게 일어날 그 어떤 일도 상관없었다. 모든 정밀 검사 결과, 이제 기력만 회복하면 된다는 담당의의 긍정적인 소견을 들으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중환자실에서 나온 현신이 VIP 병실로 옮겨진 후, 모두와의 면회도 이어졌다. 헤르만을 제외한 한규련, 김강무, 그리고 주효진까지 병실을 찾아와 그녀의 의식 회복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돌아갔다.하루 종일 곁을 지키며 안절부절못하던 무휼과 시온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뒤에야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모두가 남기고 간 달뜬 온기가 병실에 은은하게 맴돌았고, 현신은 차근차근 검사와 처치를 받으며 서서히 회복의 수순을 밟아 나갔다.소독을 위해 다가온 간호사가 수술 부위를 소독하며 물었다."왜 진통제 요청을 안 하세요? 소독할 때 통증이 상당할 텐데 비명도 안 지르시네요.""아······. 그럼 부탁드릴게요. 참, 간 이식 환자는 아직인가요?"현신은 눈을 뜨고 나서 그래도 엘에프의 안부가 가장 궁금했다.하지만 아직 그가 의식을 찾지 못했기에 다들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이런 현신을 바라보며 계영은 안타까운 한숨과 함께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넘겨 주었다.여전히 하얗고 고운 얼굴, 찰랑이는 금발 위로 울긋불긋 남은 상처들을 볼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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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12. 생의 의지를 거머쥐게 하소서

    수술은 이미 지독한 10시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달력의 장이 넘어가며 3월 1일의 봄 햇살이 세상 밖으로 높이 떠올랐을 시간이건만, 대한종합병원 지하 비밀 수술 구역의 복도는 여전히 낮과 밤의 경계조차 아득해진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벽면을 따라 흐르는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짓눌린 정적만이 둔탁하게 감돌았다.수술 시간이 길어지자 복도를 채웠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나하나 수술이 끝난 다른 가족들도 모두 사라졌다.현장의 긴급 수습을 위해 나선 강무와 한규련을 비롯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오열하던 무휼과 시온도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허기를 달래러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지금 이 사늘한 공간을 지키는 사람은 헤르만과 계영, 그리고 저 멀리 구석에서 눈물을 겨우 그친 채 불안하게 휴대전화 화면만 들여다보는 주효진이 전부였다.억겁과도 같은 10시간의 정적을 견디다 못한 헤르만이 수척해진 얼굴로 계영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엘에프에게 최주현의 간을 이식받게 만들다니······. 정말 에스는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요."덤덤하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헤르만의 지친 눈빛 끝에는 작게나마 희망의 온기가 서려 있었다.자신을 던져 남을 구원해낸 현신만의 지독하고도 숭고한 방식이라 계영 역시 벼랑 끝으로 내몰려 바스러지던 마음을 아주 조금씩 추슬렀다."그 여자가 원래 그래. 남의 인생을 아주 흔들어 놓거든."계영의 입가에 나직한 자조가 걸렸다. 헤르만은 두 손으로 얼굴을 파묻으며 마른세수를 했다."반드시 엘에프도 살아나고, 에스도 무사히 깨어날 겁니다."깊은 한숨 끝에 묻어나는 헤르만의 목소리엔 절박한 간절함과 단단한 믿음이 동시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11. 내 여자에게 빛을 찾게 해주소서

    차디찬 어둠이 대형 수술 센터 전광판 위로 짓눌려 있었다. 달력을 넘어선 시간은 3월 1일 새벽.계절은 비로소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지만, 대한종합병원 수술실 앞 복도의 공기는 여전히 잔혹한 한겨울의 한복판에 멈춰 있었다.국내 최고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형병원에는 수십 개의 수술방이 존재했지만, 오늘 밤 불이 켜진 곳은 철저히 통제된 구역이었다.김민철 원장이 그동안 온갖 불법 수술을 감행해 온 비밀 구역에서 실시되는 중이다.외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이 철통같이 입구를 막아선 그곳에서는 지금 여러 개의 수술실 불빛이 동시에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한쪽 수술실에서는 최주현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작업과 함께 시한부의 삶을 버티던 엘에프에게 간을, 어린 이신에게 신장을 이식하는 것과 더불어 심장과 안구, 피부 등 장기 기증을 기다리던 일반인들의 수술도 대규모로 함께 이루어지는 중이었다.그리고 그 맞은편 수술실에서는 현신의 골절 수술도 진행이 되고 있었다.수술이 시작된 지 어느덧 지독한 3시간이 흐르고 있었다.거대한 절망과 찰나의 희망이 칼날 같은 긴장감 속에서 위태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엔 그림자만 가득했다.“제발······ 현신이를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시온은 의자에 힘없이 앉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울음을 토해내며 기도를 올렸다.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무휼이 말없이 감싸 안았다.무휼의 얼굴 역시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그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수술실로 향했다.저 멀리 구석진 창가에는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210. 내 손으로 봄을 만나게 하소서

    김민철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대한종합병원.이동 침대에 누워 도착한 현신은 가물거리는 의식의 줄기를 겨우 붙잡고 있었다.“현신. 이 와중에 서류 작성까지······.”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현신의 의지는 바위처럼 확고했다.끝까지 의식을 놓지 않는 현신을 둘러싸고, 마동현 실장이 뒤이어 들어섰으며 무휼과 시온 역시 병원에 도착했다.“신아! 정신 차려! 힘내!”“현신! 너 무리하지 마! 왜 이러는 거야, 대체! 당장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시온이 울컥 눈물을 터뜨리며 현신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었고, 무휼도 현신의 상태를 살피며 소리쳤다.“빨리······.”누운 채 입술을 경련하듯 움직이며 중얼거리는 현신의 모습에, 모두는 침울한 침묵 속에서 이 비극적인 상황을 지켜보았다.무휼은 현신의 눈빛에서 낯선 위화감과 서늘한 결의를 느꼈는지, 불안한 마음에 시온의 손을 꼭 쥐며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영은 엘에프의 이송 차량이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김민철이 강무와 함께 로비에 나타났다.“감히! 이 야밤에 나를 불러내다니! 이 해괴망측한······!”한밤중에 갑작스럽게 끌려 나온 김민철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병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다가, 이동 침대 위 죽어가던 최주현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색을 바꾸며 크게 외쳤다.“·&m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10. [숨결의 거리, 0밀리미터]

    죄를 지었냐고.현신은 너무 많은 죄를 지어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또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아니요.”“풋, 귀엽게!”“살면서 죄 안 짓는 사람 없다. 거짓말도 죄지.”현신이 입술을 달싹이며 작게 말하자, 한규련과 김강무의 입가에 그 모습이 귀엽다며 옅은 미소가 번졌다.대기업 본사의 로비는 굵직한 해외 파트너사들과의 미팅 준비로 소란스러웠으나, 소파에 모여 앉은 이 세 남자는 마치 다른 시간대 위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여유로웠다.지나가는 직원들이 사장과 그 거물급 친구들의 등장에 놀라 시선을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9. [은밀하게 침범하는 그들]

    3월의 끝자락, 창밖의 공기는 여전히 냉소적이었으나 사무실 안은 화이트칼라들이 뿜어내는 기묘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서류 더미가 스치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음 사이로 현신의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제안서 복사 끝났습니다, 최 대리님!”“어이, 알바생! 여기 오타 좀 확인해 봐.”“예, 갑니다!”현신은 기계적으로 발을 놀렸다.지금 그녀가 걸친 헐렁한 셔츠와 알바생이라는 가명은 정체를 감추기 위한 완벽한 껍데기였다.현신은 구석진 제 책상에 앉아 엘리트들이 내놓은 오만한 종이 뭉치들을 넘겨보았다. 무미건조한 숫자와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8. [내 걱정 좀 하는 건가?]

    이무휼은 현신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너무 무모해 스스로에게 화만 났다.“그 자식, 이제 갈 곳도 마땅치 않을 텐데······.”자신은 서시온을 돌봐야 했기에 가장 위험한 활동은 현신 혼자 보냈기 때문에 자괴감만 들었다.“우리 집이 너무 좁아서 안 오는 걸까? 아니면 혹시 뒤라도 밟힌 건가?”“임무 끝나면 원래 철저하게 몸 숨기는 녀석이니까······.”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음에도 현신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선뜻 수저를 들지 못했다. “내가 다쳐서··· 현신이가 힘든 임무는 혼자 다 도맡아 하는 것 같아.”서시온의 자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7. [자꾸 내게 이러시면]

    현신의 가느다란 손끝이 수치심과 분노로 부르르 떨려왔고,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막으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오토바이를 몰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가계영이 남긴 압도적인 잔상 때문인지 발끝이 바닥에 접착제라도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진짜. 살다 살다 이토록 황당하고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제 땅에 발을 들이고도 도리어 침입자 취급을 당하는 현실에 현신은 기가 찼다. 마동현 실장이 무심하게 펜을 돌리며 턱을 괴고 그녀를 응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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