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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꾸 내게 이러시면]

ผู้เขียน: silver구슬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4-03 11:31:32

현신의 가느다란 손끝이 수치심과 분노로 부르르 떨려왔고,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막으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오토바이를 몰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가계영이 남긴 압도적인 잔상 때문인지 발끝이 바닥에 접착제라도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진짜. 살다 살다 이토록 황당하고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제 땅에 발을 들이고도 도리어 침입자 취급을 당하는 현실에 현신은 기가 찼다. 

마동현 실장이 무심하게 펜을 돌리며 턱을 괴고 그녀를 응시했다. 

“너, 이름이랑 거주지 좀 알려줄래?”

마동현 실장의 질문에 현신의 눈썹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입가에 맴돌던 서늘한 한숨이 목구멍에 걸려 뜨겁게 타올랐다. 요원 활동 중 소년 행세를 하기 위해 미리 허락을 받아두었던 지인의 신분을 댈까 잠시 갈등이 일었다. 

“아저씨, 이런 거 엄연한 개인정보잖아요. 초면에 막무가내로 알려달라는 거 범죄 아닌가요?”

현신이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가계영의 지시를 수행하던 마동현 실장은 머쓱한 기색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경찰분들 모셔놓고 정식으로 이야기할까? 여기 재개발 막으려는 과격한 주민들도 많고, 아까 그분들 업무 방해하려는 자들이 하도 설쳐서 말이야.”

잠깐, 경찰? 그 단어에 현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권력은 요원인 그녀가 가장 멀리해야 할 존재였다. 현신은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패배감 섞인 답변을 뱉어냈다. 

그녀가 몸담은 ‘한비단’은 비영리 단체이자 국가 공익을 표방하긴 하지만, 요원의 개인적 신분까지 완벽히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국가 권력의 심장부를 도려내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그들은 철저히 무국적의 그림자로 머물러야 했다. 대규모 테러 진압 시에는 공조하기도 하고 막대한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자잘한 사건 사고에서는 스스로 몸을 사리는 것이 요원들의 피곤한 숙명이었다. 

가끔은 법망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어야 일이 해결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까.

“어휴, 말씀드릴게요. 이름은 이신! 생년월일은 ******이에요. 저 여기 보육원 출신이니까··· 정당한 관계자 맞아요. 조사해 보면 다 나올 거예요.”

“그래? 아, 그랬구나. 협조해 줘서 고맙다.”

아까의 고압적인 태도는 어디 갔는지, 이곳 출신이라는 말 한마디에 마동현 실장의 태도가 180도 부드러워졌다.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 요원으로서의 생명은 끝이기에, 현신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동생의 이름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마동현 실장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확인을 마친 듯, 평온해진 얼굴로 다시 현신에게 말을 건넸다. 

“참, 저분들 나쁜 분들 아니다. 오해하지 마.”

“알았으니까, 저 좀 그냥 빨리 보내주세요.”

현신은 아무리 허락받은 신분이라 해도, 현재 병원에 누워 있는 녀석의 이름을 판 것이 못내 가슴에 걸렸다. 오늘 왜 하필 이곳에 발을 들여서 이런 수모를 겪는 건지. 

자책과 후회가 뒤섞여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보육원을 둘러보던 세 남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동현 실장이 즉각 그들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름은 이신. 17세 미성년자이고, 주소지는 이곳 보육원이 마지막 기록이라고 합니다.”

“잠깐! 가계영, 김강무. 그럼 이 녀석, 그 알박기 주인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거 아니야?”

순식간에 공기가 반전되며 팽팽한 긴장감이 마당을 채웠다. 한규련은 마동현 실장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방실방실 웃으며 현신에게 다가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커지고 있었다. 

“꼬마야. 여기 보육원 출신이라 제집처럼 들락거린 거였구나. 미안, 이제 이해했어. 그런데 말이야, 너 여기 주인인 ‘현신’이라는 여자 잘 알지? 아는 거 있으면 우리한테 좀 들려줄래?”

한규련의 질문에 현신은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 현기증을 느꼈다.

하마터면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했다. 역시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설득해 땅을 사들이려는 자들이었다. 현신은 애써 고개를 숙인 채, 짓눌린 심정을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아무 말도 못 해 드려요.”

“왜? 그 여자도 우리한테 제대로 보상받으면 팔자 고치고 잘 살 텐데?”

“여기에 불이 나는 바람에··· 아이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어요. 여기가 사라지면··· 떠나간 형, 누나들이 돌아올 마음의 고향이 영영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안 돼요.”

현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허망한 시선으로 그들을 향해 읊조렸다. 

요양원 운영비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목숨을 건 요원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처절한 현실인데.

화마 속에서 병을 얻은 이들을 치료하고, 언젠가 이곳을 예전처럼 재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하루 사선을 넘나드는 삶. 

그 숭고하고도 고통스러운 이유를 이 화려한 남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길은 없었다. 

“그래? 참! 가계영, 그 여자 어디 잠적해서도 빚은 꼬박꼬박 갚고 있더라. 보통내기가 아니야. 무슨 큰 그림이라도 그리고 있는 거 아닐까?”

김강무의 가벼운 한마디에 현신은 일순 등골이 오싹해졌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정보력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인가.

현신의 몸에서 맥이 탁 풀리며 제대로 서 있기조차 버거워졌다. 

***

강남 개포동의 15평 남짓한 작은 아파트. 

사람 사는 온기가 좁은 복도의 냉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찌개가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구수한 향을 풍겼다. 

선량하고 듬직한 인상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20대 초반의 이무휼이 식탁 위에 찌개 냄비를 올리며 아내를 불렀다. 

“서시온, 어서 나와서 밥 먹어.”

“이무휼, 벌써 다 차렸어? 우리 남편이 세상에서 최고네!”

늘씬한 몸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지닌 서시온이 침대에서 일어나 다리를 절뚝거리며 식탁으로 향했다. 그 위태로운 뒷모습을 보며 이무휼의 입가에선 안쓰러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임무 때 사용하는 서슬 퍼런 장비들이 방안을 가득 채운 탓에 거실에 침대를 둔 터라, 이 좁은 집에서도 서시온에게는 식탁까지의 거리가 아득히 멀어 보였다. 

“서시온, 어제 잘 때 다리 때문에 계속 끙끙대더니··· 좀 어때?”

“어휴, 우리 남편이 밤새 꼭 안아줘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니까 씻은 듯이 나은 것 같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미안함에 이무휼은 서둘러 의자를 빼주며 서시온의 가느다란 손을 맞잡았다. 

“그나저나, 현신이 녀석 일주일째 감감무소식이네.”

둘은 잠시 말을 아끼며 벽에 걸린 달력만 보고 또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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