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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1화

Author: 적매화
김단의 말은 중전에게는 온전히 이해되지 않았으나, 단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들었다.

오직 세자만이 공주에게 수혈을 시켜야 한다는 것.

중전은 망설였다.

세자는 장차 주상이 될 몸인데, 혹여 그로 인해 화를 입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쌓아올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나인은 중전의 심복이었던 만큼, 중전의 마음을 단숨에 꿰뚫고는 김단을 향해 물었다.

“세자께서 공주와 혈맥을 바꾸신다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까?”

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혈맥을 교체하는 일은 본디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소신이 십중팔구라고 확신은 드릴 수 없으나, 아홉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세자와 공주, 둘 다 무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말을 들은 중전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빛났다.

“정녕 사실이더냐?”

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소신은 목숨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만일 세자나 공주께 무슨일이 생긴다면, 소신은 죽음으로 그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 말에 중전의 동요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주먹을 천천히 쥐며 김단을 바라보았다.

“우선 푹 쉬거라. 본궁이 이따가 답을 내리마.”

그 말과 함께 중전은 자리를 떴다.

넓은 행각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그러나 당 어의는 그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김단의 맥을 짚는 척 다가오며, 조용히 물었다.

“나으리는 정말로 공주와 혈맥을 바꾸려 하시나이까?”

그 말에 김단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웃었다.

“당 어의께서 세자라면, 기꺼이 응하시겠습니까?”

당 어의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나으리는 지금 이간책을 쓰시려는 것이옵니까?”

김단의 눈빛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세자 저하께서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신 적이 없습니다. 소신은 지금 주상 행세를 하고 있는 자가 바로 세자 저하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가 공주 전하와 혈맥을 바꾸는 데 응하신다면, 그 틈을 타 역용술을 제거하고 인피면구를 벗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다시는 그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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