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깜짝 놀랐다.“명정대군자가?”그러자 모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명정대군자가님.”김단도 무릎을 꿇으려다가 명정대군이 말렸다.명정대군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사람을 힐끗 쳐다보며 일어나라고 하지도 않고 도리어 여러 사람의 앞에서 김단의 손을 잡았다.“앞으로 낭자의 의지는 이 대군이다. 누가 감히 낭자에게 무례하면 이 대군에게 불경한 것이다 알겠느냐?”이전 3년 동안 모두 김단이 다른 사람에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진산군댁에서 애지중지 총애를 받았던 15년에도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녀에게 무릎을 꿇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명정대군의 곁에 서서 사방의 화려한 옷차림을 한 각 집 도련님들과 아가씨들을 내려다보면서도 아무런 기쁨이나 기를 펴는 느낌도 없었다.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그리고 이런 비현실적인 느낌도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그녀는 자기의 손을 빼고 싶었지만, 명정대군이 너무 꽉 쥐어서 그녀는 두 번 힘써 봤지만 헛수고였다.하지만 감히 너무 크게 움직이지는 못했다. 어쨌든 명정대군이 지금 나타나 그녀를 위해 나서는 것이어서 그녀가 어떻게 사람 앞에서 그의 체면을 구길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저 침묵하며 눈을 내려다봤다.이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명정대군에게 대한 귀여운 투정 정도다.소정원은 김단과 명정대군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왠지 마음속에 약간의 불쾌감이 솟아올랐다. 그래서 예의 지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명정대군을 향해 말했다.“대군자가, 김단은 하인이 낳은 천한 혈맥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고귀한 신분인 대군자가와 함께 설 수 있습니까?"지금 한양의 모든 사람은 김단의 생모가 진산군댁의 산파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주인의 정을 생각하지 않고 주인의 아이로 바꾸다니, 정말 천박하다!이런 사람이 낳은 자식이 어떻게 대군자가처럼 존귀한 사람과 함께 설 수 있겠는가?소정원은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그러자 명정대군의 눈동자가 약간 가라앉는 것을 보았고, 줄곧
그러나 지금의 김단은 혼자서 구석에서 조용히 있고 싶을 뿐 제일 좋기는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으면 한다.지금처럼 이런 상황은 너무 눈에 띈다.더군다나 그녀는 이미 이 혼사를 승낙했지만, 아직 주상의 승낙을 얻지 못했으니, 아직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참으로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명정대군과 손을 잡지 말아야 했다.다행히도 명정대군은 절에 들어간 후 법화사의 방장을 만났고, 예불할 때 자연스럽게 김단의 손을 놓았다.김단은 급히 손을 거두고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방장은 특별히 명정대군을 맞이하러 왔다, 그는 명정대군을 위해 불법을 강의하려고 한다.명정대군은 몸을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낭자는 밖에서 나를 기다려주시오, 한 시진이면 되오. 조금 늦게 낭자를 데리고 갈 때가 있소.”김단은 오늘 밖에서 오래 머무를 생각도 하지 않고 평안부적을 구하고 돌아갈 생각만 했다. 그래서 명정대군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명정대군은 말을 마치고 가버려서 김단이 도대체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도 보지 못했다.명정대군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뒤에 숙희가 참지 못하고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물었다.“아씨, 명정대군자가께서 어떻게 우리가 오늘 올 줄을 알았습니까?”장소까지 찾아서 있다가 아씨를 데리고 간다니!김단은 고개를 저었다.“아마도 오늘 성절이어서 한양의 백성들이 대부분 올 것이기 때문이겠지.”김단은 설마 임원이 명정대군에게 알렸겠느냐고 생각했다.더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김단은 숙희에게 말했다.“어서 부처님께 평안부적을 구하러 가자.”말을 마치자, 숙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법화사에서 가장 큰 관음상 앞에 무릎을 꿇고 김단은 두 손을 모으고 진심으로 절을 했다.갑자기 뒤에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왜 혼자 왔소?”임원이다!김단은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는데, 임원이 이미 김단의 곁에 무릎을 꿇은 것을 보았다.다만 그녀는 보살에게 절을 하지 않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김단을 쳐다보았다.“나와 함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김단이 이렇게 예고 없이 소정원에게 따귀를 때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래서 소정원의 곁에 소한과 임학이 서 있더라도 이 따귀가 소정원의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하지만, 이 따귀 역시 침묵하던 사람들을 깨운 것 같다.임학은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 김단의 손을 덥석 잡았다.“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빨리 소낭자에게 사과하지 못해?”김단은 차가운 눈동자로 임학을 바라봤다.“손, 놓으시오! ”목소리는 크지 않았고, 어떤 기세도 차지 않았다.이렇게 아무런 압박이 없는 한마디가 임학의 심장을 갑자기 움츠리게 했다.그는 무의식중에 손을 놓았다.김단은 자기 손을 거두고 임학에게 잡혀 아픈 손목을 주무르고 있는데 옆에 있는 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 소낭자의 말은 좀 심했으나, 언니가 정말 손을 대서는 아니 되었소. 그것도 절에서..., 언니가 이러는 것은 보살님께서 탓할 것이오!”김단은 오히려 임원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너, 지금 한 마디만 더 하면 너도 같이 때릴 것이다.”임원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억울하게 김단을 바라봤다.그러자, 김단은 소한을 바라보았다.“소장군께서도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그녀는 그들이 할 쓸데없는 말을 다 듣고 한 번에 다 해결할려고 한다.그러나 소한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정원의 불손한 말이 먼저였다. 김낭자가 화를 풀었으면 하오.”의외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소한을 깊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따귀를 맞은 소정원은 참을 수 없었다.“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소? 김단이 천박한 것이지, 오늘 모든 사람이 김단이 명정대군과 손을 잡는 것을 보았소! 그들이 뭐라고? 주상께서 아직 혼사를 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로 하사했다고 해도 두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다정해서는 되겠소? 내가 김단이 명정대군을 꼬셨다고 하는 말이 어디가 틀렸소?”“조금 전에 내가 소낭자의 귀를 후비는 것을 막지 말아야 했나 보오.”김
그러나 오히려 다른 일로 대답할 수 있다.“소 장군 농담도 잘하시네요. 저는 ‘김’ 씨 인데 아무리 해도 ‘임’ 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가르칠 차례가 아니지오.”“김단!”임학은 진노했다.“너무 제멋대로 굴지 마라!”“제멋대로는 당신들이겠죠!”김단은 오늘 정말 참을 수 없었다.“더는 오로지 조모를 위해 평안부적을 구하러 왔을 뿐인데, 도대체 당신들에게 무슨 방해가 됐다고 그러는 거죠? 당신들이 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내 앞에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겁니까? 특히 당신, 임학 도련님! 제가 모욕당할 때는 침묵하더니, 이제 와서는 마치 오라버니라도 된 듯 저를 훈계하려 드는 건가요? 당신이 뭐라고!”“내가 네 오라버니이니 당연히 너를 혼낼 자격이 있어!”임학은 노발대발했다.오늘 비록 소정원이 옳지 않더라도 두 집안의 친분이 꽤 깊어서 모든 것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역시 직접 소씨네 부모님을 찾아가 소정원을 잘 관리하라고 고자질할 수도 있다.어쨌든 김단은 손을 대지 말아야 했다!그런데 이 말이 나오자, 김단은 바로 웃음이 터졌다.“뭐라고요? 오라버니?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김단!”임학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또 무슨 험한 말을 하려고 했다.그러나 김단이 갑자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불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똑똑히 들리게 했다.“내 오라버니는 이미 3년 전에 죽었소.”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벌써 모두 죽었다.김단의 차가운 눈동자를 보자 임학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분명히 그녀는 그를 저주하고 있었고, 분명히 그는 화가 나서 반박해야 했는데, 지금, 이 순간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심지어 옆에 있던 소한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말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솟아올라 순식간에 그의 온몸을 침범하여 그의 온몸의 피를 끓게 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온몸을 빙산처럼 얼게 하여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할 수 없게 하였다.지금에 와서 송백선과 소정
임학도 당연히 멍해졌다.그래, 김단은 조모의 평안을 구하러 왔는데, 그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왜 이러지?왜 매번 김단을 만날 때마다 멍청한 짓을 하는 건지?임학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조모가 자신의 이 말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김단은 커녕 자기 자신도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 일은 김단을 탓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왜 그는 임원을 대할 때 모두 조리가 뚜렷한데, 하필 김단을 만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가?이 모든 것이 모두 김단이 일으킨 것이 아닌가?3년 전에 그가 죽었다고? 자기가 그녀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그는 오히려 그녀에게 그가 도대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김단이 집으로 돌아온 이래 쌓인 분노가 이 순간에 철저하게 폭발하자 임학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김단을 향해 잡았다.김단은 깜짝 놀랐다. 임학이 여기서 그녀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지만 신속하게 반응하여 몸을 옆으로 피했다.그러나 임학은 그래도 김단보다 몇 살 더 먹었고, 또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혔으며, 그의 능력은 김단보다 훨씬 뛰어났고, 몇 수 안에 김단을 항복시켰다.김단의 두 손은 모두 임학에 의해 갇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이 상황을 보자, 숙희가 바로 달려왔다.“도련님! 이곳은 절입니다, 대군자가도 아직 계십니다! 허튼짓하지 마시고 아씨를 놓아주세요!”“비켜!”임학은 다짜고짜 숙희를 발로 걷어찼다.숙희가 걷어차서 날아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해냈다.김단의 두 눈동자에 순식간에 피가 충혈되었다.“임학, 이 나쁜 놈아!”“내가 나쁜 놈이라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너를 감싸고 싸웠는데, 네가 뭘 먹고 싶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구해다 주고. 직접 내 손으로 너의 성인식(성인식:옛날 15세가 되면 머리에 비녀 같은 장식품을 꽂아 성인이 되었다고 알리는 식) 비녀를 만들어 주고, 멀고먼 곳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야명주를 찾아왔어! 내가 너를 위해 그렇게
“맞아요, 당신은 원래 진산군댁의 친자식도 아닌데, 여러 해 동안 부귀영화를 잘 누렸으면 만족해야 하지 않겠소?”“정말 너무하네요, 자기 오라버니를 죽었다고 저주하다니, 정말 보살님도 화를 낼 것 같네요!”그 몇 사람의 말을 듣고 주위에 김단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모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김단은 뜻밖으로 모든 사람의 지적을 받았다.그러나 그 3년 동안 얻어맞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김단은 이렇게 심한 학대를 받고도 일어날 수 있었다.그녀는 몸을 버티고 앉아,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그저 가볍게 한쪽에 침을 뱉을 뿐이었다.만약 그 침이 붉은색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안색에서 정말 맞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송백선, 소정원, 임원, 소한....그들 중 어떤 사람은 고소해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시종일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마지막에 김단의 시선은 임학의 얼굴에 떨어졌다.예전에, 이 얼굴은 일부러 못생긴 척 분장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기도 했는데, 오늘날 그녀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끝없는 노여움과 미움뿐이다.김단은 이 얼굴을 보고 마침내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허허, 하하하하...”그녀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맞아서 바보가 된 줄 알았다.김단의 웃음은 임학을 당황하게 했다.김단은 웃으면서 땅바닥에서 기어오르는데 그 모습은 유난히 낭패스러웠다.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웃음소리를 멈추었지만, 여전히 웃으며 임학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도련님께서 정말 기억력이 나쁜 것 같네요. 당신이 직접 저를 위해 만든 비녀? 그럼, 그 비녀가 지금 누구의 머리 위에 꽂아져 있는지 보실래요?”말을 듣자, 임학은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그는 그제야 김단의 성인식 날이 바로 임원이 집으로 돌아왔던 날이었기 때문에 아직 김단에게 선물하지 못한 그 비녀가 그렇게 임원의 머리에 꽂혔다는 것이 생각났다.
명정대군을 보자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소한은 주상의 뜻을 받고 주상을 만난도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서 지금은 그저 공수해 읍을 올렸다.김단은 무릎을 꿇기도 전에 이미 명정대군이 부축했다.그의 큰 손은 뜨거운 온도를 지니고 있었고 그녀를 부축할 때 그녀 몸의 떨림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그마저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임학의 학대를 평온하게 받아들인 그녀가 이미 이렇게 심하게 떨고 있는지 생각 못 했다.김단도 분명히 이미 방장과 떠났던 명정대군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명정대군이 옆에 나타난 것에 대해 그녀는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임학이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때리자, 그녀는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만약 명정대군이 제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이미 여러 사람들의 앞에서 다시 땅으로 쓰러졌을 것이다.“고맙습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고맙다고 말했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목소리가 워낙 가늘었다. 그러나 명정대군은 똑똑히 들었다.이 가늘고 나지막한 한마디는 바늘처럼 그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따라서 그의 노여움도 점점 격해졌다.바로 임학을 향해 노려보았다.“진산군댁 도련님이 참 허세가 작작 하네. 어찌 감히 성지인 절에서 이렇게 심하게 내 사람을 학대하다니, 진산군댁은 정말 이 대군을 안중에 두지 않고 나아가서는 아바마마를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 아니오!”이렇게 큰 죄명을 내리자, 임학은 그 당장에서 멍청해져 마구 절을 했다.“소신이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감히? 이렇게 중요한 절에서도, 자네가 사람을 이렇게 다치게 했는데, 진산군댁의 도련님이 감히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느냐?”명정대군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이놈을 죽도록 때려라! 이놈이 일어날 수 없을 때까지 때려라!”“네.”명을 받은 시종들은 바로 나아가 임학을 땅에 눌렀다.그리고 주위에 있는 빗자루를 들고 임학의 등을 향해 호되게 때렸다.갑자기 울려 퍼지는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그러나
명정대군의 매서운 눈동자에 대해 소한도 똑같은 눈빛으로 맞섰다.“소신은 대국을 중시했을 뿐입니다.”명정대군이 진산군댁과 혼인을 맺으려고 한 이상 일을 너무 과분하게 해서는 안 된다.그러나 이 말을 듣자, 명정대군은 오히려 비웃었다.“소 장군은 정말 크게 보시는군. 이런 큰 생각이 있는 사람이 조금 전에 어떻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벙어리가 되었는가?”방금 김단이 맞았을 때, 그의 이 입은 꿰매져 있었나?명정대군이 이렇게 묻는 것을 듣고 김단의 마음은 참지 못하고 아프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녀는 분명히 이미 소한에 대해 단념했다. 분명히 이미 소한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하지만, 이 마음, 왜 아직도 이렇게 아픈건지?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자신이 쓸모없다는 것을 미워했다. 눈동자 속에 뭔가 따뜻한 것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녀에게 재빨리 눌려 참았다.소한은 무의식적으로 김단의 안색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각도에서 볼 때 그녀의 몸 절반은 모두 명정대군의 뒤에 숨어있었다. 자태가 친절하여 그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그래서 말투도 따라서 약간의 포악한 기운을 띠고 있다.“오늘의 일은 도대체 누가 옳고 그른지,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알 수 있사옵니다. 임 도련님은 자신의 여동생을 훈계했을 뿐이고 설령 힘을 좀 무겁게 썼다 하더라도, 기어코 진산군댁의 집안일이지오. 이 일은 소신이 관여할 수도 없고 대군자가마저도 아마 관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소한이 집안일을 핑계로 대니 명정대군을 좀 난처하게 했다.설령 그가 대군자가라 할지라도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도리는 절대 없다.더군다나 그가 김단과 결혼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진산군댁와 관계에 맺는 것인데, 오늘 만약 너무 지나치게 한다면, 아마도...명정대군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소한은 시종 몇 명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그는 원래 무관이었고, 전쟁터에서 단호하고 살벌한 인물이었기에, 눈빛 하나만으로 그 몇 명의 시종들은 놀래서 분분히 손에 든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소한을 부축하며 걸었다. 궐에서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고 고요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궐문에 도착했을 때 소한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말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 다시 말을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 김단은 곁에 있던 경씨에게 부탁했다.“도령님, 장군님을 먼저 집으로 모셔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한이 놀란 듯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게 약을 발라주지 않겠다는 것이오?”김단도 당황해하며 되물어 보았다.“소가에는 의원이 없습니까?”소한은 김단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내가 또 다쳤다는 걸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겠소? 그러니 그냥 근처에서 치료받을 것이오. 낭자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시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먼저 평양관저로 함께 가서 약을 바르시죠.”소한은 그녀의 제안에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불편하지 않겠소?”김단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소한은 김단과 함께 평양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김단의 몸종 숙희였다.소한을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자 김단이 숙희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숙희야, 장군님을 객실로 안내해 주거라. 나는 약을 준비하러 가야겠구나.”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단의 지시를 따랐다.객실에 혼자 남은 소한은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고 등을 드러냈다. 그의 등에는 형벌로 인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바라보며 오늘의 형벌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김단이 이 상처를 보면 마음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약을 들고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전하는 이해 안 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조선의 장군인 네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네가, 원하는 여인 하나 얻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찌 김단 하나 때문에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야? 그 낭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전하의 말투는 엄중했지만 그 속에는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소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김 의원, 들었소?”그 순간 소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조용히 서있는 김단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한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김단,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소녀 김단, 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손짓으로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거라.”김단은 소한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차분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대부를 제외하고는 영의정 댁 장남의 부인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전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맹 낭자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궁녀를 보내겠다. 평양관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학대의 이유가 무엇이든 맹영지는 필시 중전의 친척이었다. 만약 폭력을 가한 사람이 민대부라고 할지라도 이는 중전의 가문을 모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기에 결코 그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전하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네 죄가 묻힐 수도 있겠구나.”민씨 가문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다면
소한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어서재에서 물러났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소한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전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냉랭하게 물었다.“영의정이 너를 더 때리라고 명하지 않았느냐?”소한은 조용히 전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답했다.“전하의 깊은 뜻을 아는 자입니다. 그러니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전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내 뜻이 무엇이더냐?”소한은 고개를 들어 전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영의정을 불러 제가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하셨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전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의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기 바라신 것 아니었습니까?”전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이 불경한 자식아! 내 너를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영의정 저택 외에 또 어디에 첩자를 심어두었느냐?”소한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3품 이상의 모든 관료의 집에 첩자를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전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한을 가리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네가 감히! 그렇게 많은 곳에 첩자를 심어두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냐?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소씨 집안을 멸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저도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섯 해 전, 저희 소가는 거의 멸문 당할 뻔했습니다.”그 해 소하가 지닌 병권은 다른 집안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조정의 문
김단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민태훈을 떠올렸다.그녀는 맹영지를 몸종에게 맡기고 민태훈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에 박힌 은침을 뽑아냈다.침이 빠져나가자마자 민태훈은 마치 고통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가닥의 은침이 이토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큰 마님은 김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그때 경씨가 마차를 몰고 도착했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걸어 나오자 경씨는 놀란 얼굴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낭자, 괜찮소?”방금 전 김단이 영의정 저택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한은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경씨는 자신이 더 일찍 김단을 챙기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말했다.“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맹 아가씨를 평양관저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마차에 오르자 경씨는 바로 마차를 출발 시켰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소한에게로 향했다. 소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한은 그런 김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후 소한은 곧장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영의정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에게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전하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한을 꾸짖었다.“네가 감히 허락도 없이 영의정 저택을 침입했단 말이냐? 정말 대담하구나! 내가 너를 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느냐?”그러나 소한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전하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 더 분노하며 외쳤다.“민가
김단은 민씨 부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보내서는 안 된다라...오늘 이 자리에서 맹영지뿐만 아니라 김단 자신도 민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민씨 부인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김단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교차했다.큰 마님은 민씨 부인의 표정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맹영지의 몸에는 증거가 남아있었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궐로 들어가 이 일을 고발할 게 뻔했다.지금 김단을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따른 후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큰 마님은 사랑하는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김단을 보내면 민태훈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민가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때, 한 하인이 급히 달려와 외쳤다.“큰 마님! 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소 장군? 소한을 말하는 것인가?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큰 마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소한이 이렇게 빨리 이곳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김단도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마님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당당하게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한의 모습이었다.“소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체 영의정 저택을 무엇으로 보시는 것이오? 이곳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소한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무례를 범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곧 전하 앞에서 사죄드리지요.”그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큰 마님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마님,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막으신다면 저는 곧장 궐로 가 이 모든 일을 고할 것입니다.”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민가의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큰 마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김단이 단순한 의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단은 진산군 댁의 적녀이자 평양원군의 의남매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가의 두 형제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금 그녀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여러 권세 있는 가문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큰 마님은 민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그러나 동시에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의심도 피어올랐다. 만약 그녀의 말이 과장된 것이라면 민씨 가문은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큰 마님은 굳게 결심한 듯 민씨 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 만약 낭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민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맹영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 안쪽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씨 부인은 숨을 들이켰다.“이런 상처가… 정말로…”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김단은 차분하게 말했다.“다리 쪽은 더 심각합니다. 보시겠습니까?”민씨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이 상처, 정말로 태훈이의 짓입니까?”김단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그 말에 민씨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태훈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김단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공주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씨 일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큰 마님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낭자가 공주의 명을 받고 우리 영의정 저택에 들어와 병자를 돌보는 것은 알겠소. 허나 공주의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무엄한 일이오. 공주라 할지라도 국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함부로 공주의 이름을 빌어 협박하지 마시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단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민가의 큰 마님은 김단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치켜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단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에는 경멸이 스쳤다.“공주님께서도 국법을 지키셔야 하는데 민가의 사람들은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우리 민씨 일가는 예로부터 법을 준수하며 국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김 의원께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우리 민가에 누명을 씌우려는 것 아니오?” 김단은 그저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단의 이런 차분한 태도가 큰 마님의 신경을 건드렸다.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며늘 아씨는 중전마마의 친조카이시며 공주자가의 사촌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의 치료를 맡게 되었지요. 원래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오늘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큰 며늘 아씨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의원으로서 제 환자가 이곳에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만약 제 앞을 가로막으신다면 다음번에는 민대부님의 다리에 은침을 꽂아 버릴 것입니다.”이에 큰 마님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외쳤다.“허튼소리 마시오! 낭자의 의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오?”“맞소! 무슨 명의의 제자라더니... 다 헛소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