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63화

Author: 적매화
영의정 역시 당국과의 화친이 중대한 사안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서원 공주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었기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최선이었다.

이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주상은 손을 휘저어 모든 이들을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뜻밖에 김단이 앞으로 나아가 주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주상 전하, 소신 오늘의 수모를 겪으며 스스로 중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부디 주상 전하께서 소인의 의녀 직을 거두어 주십시오.”

놀랍게도 사직하겠다는 것이었다!

주상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

고 영감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김단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도 나리의 결백을 밝혀주려 노력하셨는데, 나리께서는 어찌 이리 노여워하시오?”

김단은 그 자리에 꿇어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의정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낭자도 필경 여인이니, 오늘 일이 수모로 느껴 질만했다고 생각할 만하오. 하지만 신하로서 주상을 섬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어찌 이 정도의 억울함도 참지 못하시는 것이오?”

여전히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상은 김단의 완강한 표정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게 무슨 뜻이오? 짐 곁에 자네 같은 명의의 제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주상 전하, 노여움을 거두소서.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김단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주상은 오늘 김단에게 지나치게 대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김단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비빈들, 그리고 그 못난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그런데 오늘 그런 수모를 당했으니, 진심으로 미안했다.

하지만 당장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무렵, 고 영감이 무언가 생각난 듯 귓속말로 주상에게 속삭였다.

주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낭자가 궁에 남기를 원치 않는다면, 최지습을 찾아가 보시오!”

최지습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63화

    영의정 역시 당국과의 화친이 중대한 사안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서원 공주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었기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최선이었다.이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주상은 손을 휘저어 모든 이들을 물러나게 했다.하지만 뜻밖에 김단이 앞으로 나아가 주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주상 전하, 소신 오늘의 수모를 겪으며 스스로 중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부디 주상 전하께서 소인의 의녀 직을 거두어 주십시오.”놀랍게도 사직하겠다는 것이었다!주상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고 영감은 그 모습을 보고 급히 김단에게 눈짓하며 말했다.“주상 전하께서도 나리의 결백을 밝혀주려 노력하셨는데, 나리께서는 어찌 이리 노여워하시오?”김단은 그 자리에 꿇어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의정은 그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낭자도 필경 여인이니, 오늘 일이 수모로 느껴 질만했다고 생각할 만하오. 하지만 신하로서 주상을 섬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어찌 이 정도의 억울함도 참지 못하시는 것이오?”여전히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상은 김단의 완강한 표정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게 무슨 뜻이오? 짐 곁에 자네 같은 명의의 제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주상 전하, 노여움을 거두소서.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김단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녀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주상은 오늘 김단에게 지나치게 대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김단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비빈들, 그리고 그 못난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왔다. 그런데 오늘 그런 수모를 당했으니, 진심으로 미안했다.하지만 당장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무렵, 고 영감이 무언가 생각난 듯 귓속말로 주상에게 속삭였다.주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낭자가 궁에 남기를 원치 않는다면, 최지습을 찾아가 보시오!”최지습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62화

    이것이 바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상한 점이었다.주상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서원 공주가 떡 한 접시를 가져온 것만으로 주상의 화를 절반 이상 풀 수 있는데, 왜 굳이 독을 넣는 불필요한 짓을 했을까?주상을 해친들, 서원 공주에게 무슨 이득이 있단 말인가?주상의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 어의가 끝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주상 전하, 소신이 감히 한 말씀드리고자 하옵니다.”지금 입을 여는 것이라면 분명 서원 공주의 독 사건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주상이 곧장 말했다.“말해보시오.”수 어의가 아뢰었다. “떡 위에 있던 독은, 닿자마자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극독이 아니며, 사람의 목숨을 해치지도 않습니다. 그저 두통과 무력감을 일으킬 뿐입니다.”두통, 무력감?주상은 오늘 아침 자신이 겪었던 두통을 떠올리며 속으로 깜짝 놀랐다.설마, 밤새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란 말인가?영의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공주 마마께서는 어제 잘못을 저지르시고 주상 전하께 꾸중을 들을까 두려워, 독을 써서 전하에게 두통과 무력감 증세를 일으키게 한 후, 다시 아양을 떨어 전하의 은총을 얻으려 한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양을 떠는 것은 서원 공주 마마의 특기이지요! 다만 지난 몇 년 동안 전하에게 얼마나 많은 독을 먹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영의정의 이 말은 마치 칼날과 같이 서원 공주의 생명줄을 손 쉽게 끊어 버렸다.피가 철철 흘렀다.서원 공주는 입이 열 개 여도 소용없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아바마마, 그런 것이 아니 옵니다! 소첩은, 소첩은 정말로...”“정말인지 아닌지는 사람을 시켜 마마의 침소를 수색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김단이 적절한 시기에 말을 덧붙였다. “만약 정말로 공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61화

    그럼에도 세자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돌려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낭자에게 묻겠소. 혹 다른 손수건은 없는 것이오?”이 말을 들은 김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세자 저하, 그것이 무슨 뜻이 옵니까?”세자는 단번에 김단의 당황한 기색을 알아챘고, 확신을 얻었다. 그는 곧장 주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바마마, 소자는 이리 생각하옵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낭자가 계획한 일이라면, 낭자는 분명 사전에 준비를 해 두었을 것입니다.”주상은 세자의 추론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김단은 다소 격앙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은 막 일어나자마자 전갈을 받고 입궁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두 개의 손수건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더욱이, 소인이 어찌 공주 마마께서 오늘 떡을 가져오실 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소인에게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너무나 이상했다!서원 공주는 김단을 바라보며 김단이 너무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김단은 늘 담담하게 말했고, 그녀가 여러 번 질책했을 때조차 김단은 그저 차분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지금, 김단의 반응은 지나치게 격앙된 듯했다!분명 약점을 잡혔기에 저러는 것일 거다!서원 공주는 다급히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수색을 받으시오! 자네 몸에 다른 손수건이 없다면, 수색을 받아 그 결백을 증명해 보시오!”“주상 전하!”김단은 황급히 주상을 바라보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은 오로지 주상 전하와 마마님들, 그리고 서원 공주 마마를 위해 이토록 애쓰고 마음을 졸여 왔사온데, 오늘 이처럼 세 번이나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디 주상 전하께서 소인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말을 마친 김단은 무릎 꿇고 앉아 주상에게 머리를 조아렸다.주상은 김단이 정말로 억울할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서원의 말이 옳았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결백하다면, 수색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이에 주상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자네가 결백하다면 두려워할 것 없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60화

    격노했던 주상은 그 말을 듣고서야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그리고 옆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무척 불쌍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가련해 보이는 서원 공주를 보고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이내 그는 다시 세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네가 말해 보거라. 이 떡은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인의 손이 닿지 않았는데, 공주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세자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이 떡이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윤이와 고 영감, 그리고 김 낭자의 손이 닿았습니다.”그 말 한마디에, 마치 모든 사람이 순간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서원 공주 역시 무언가 떠오른 듯, 다급히 주상을 향해 말했다. “아바마마! 맞습니다, 김 낭자예요! 잊으셨습니까? 저, 저 여인이 자신의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나서 이 떡을 만졌습니다! 하나하나 전부 다 만졌습니다!”참으로 딱한 일이었다. 하필 이 순간에 서원 공주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김단은 영의정의 약을 다 발라주고 나서야 일어섰다. 그리고 서원 공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주 마마께서는 오늘 저에게 두 번씩이나 누명을 뒤집어씌우시는군요.”주상은 미간을 찌푸렸다.한편으로는 김단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서원은 오늘 줄곧 김단이 자신을 모함하고 함정에 빠뜨렸다고 비난했지만, 주상 보기에 김단은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상은 김단이 모든 떡 조각을 들어 냄새를 맡았던 것을 떠올렸다. 만약 그녀의 손가락에 정말로 독이 묻어 있었다면, 떡 조각마다 독이 묻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다만, 정말 그렇다면, 그녀가 이토록 당당하게 공주를 모함하는 것은 주상의 자리에 있는 그를 바보로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주상은 저절로 표정이 어두워졌고, 이내 분노에 휩싸였다.그때 세자가 말했다. “공주가 헛소리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김 낭자에게 손수건을 꺼내도록 하여 여기 어의들에게 검사받아 확인하면 될 것입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59화

    어의들은 모두 놀라 창백해진 얼굴을 한 채 수 어의를 필두로 일제히 꿇고 앉아 아뢰었다. “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부디 전하께서 알려주소서!”이러한 상황을 본 세자는 무언가 짐작한 바가 있었다.그는 서원을 바라보며 어제 어머니께서 사람을 보내 그에게 전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이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그는 서원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어제 일은 여인의 명절에 관한 일이라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더욱이 아바마마께서 이 일로 서원을 크게 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그는 입궁하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그는 서원이 이토록 어리석어, 연달아 함정에 빠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독을 써서 주상을 해하려 한 것은 하늘이 노할 큰 죄로, 그의 세자 자리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그는 일단 아무 말없이, 그저 조용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어찌 되었든 그와 서원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남매였다.서원에게 일이 생기면 그 또한 무사할 수 없을 테고, 그가 도울 수만 있다면 도와야 했다!그러자 주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무릎 꿇고 앉아 핏기 없는 얼굴로 변한 서원 공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무슨 할 말이 남은 것이냐? 설마 어의원 사람들 전부가 너를 모함하고 있다는 것이냐?”서원 공주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바마마,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소녀는 정말로 모릅니다! 이 떡에 어찌 독이 들었는지! 소녀는 도대체... 이 떡은 소녀가 만든 것이 아니옵니다!”이 말을 들은 주상은 저도 모르게 크게 두 차례 웃었다. “하하!”마른 웃음소리에는 격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리도 당당하게 몇 번을 물어도 네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하지 않았으냐? 이제 와서는 또 아니라고 하는 것이냐?”서원 공주는 다급해진 나머지 자신의 뒤에 앉아 있는 윤이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바마마, 정말로 소인이 만든 것이 아니옵니다! 믿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58화

    김단의 날벼락과도 같은 말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뒤흔들었다.주상은 놀라움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떡을 내려 보았다가, 곧장 서원 공주를 바라보았다.서원 공주 역시 깜짝 놀라 소리쳤다. “말도 안 돼! 김단, 자네가 감히 나를 모함하는 것이오?!”“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김단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과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며 서원 공주의 넋을 잃게 만들었다.“분명 공주 마마께서 친히 인정하셨습니다. 공주 마마께서 이 떡을 손수 만드셨다고 말입니다.”서원 공주는 입을 벙긋거리며 변명하려 했다.맞다. 그녀는 분명 이 떡을 혼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직접 만들었다고 인정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떡에 독을 넣었다고는 결코 인정한 적 없었다!이 떡에, 어찌 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자네 짓이군!”서원 공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손을 들어 김단을 가리켰다. “분명 자네가 독을 넣어 나를 모함하려는 것이야!”하지만 그 말에 영의정은 비웃음을 보였다. “공주 마마께서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솜씨가 정말이지 능숙하십니다! 떡은 공주 마마께서 만드시고 가져오셨으면서, 되려 다른 사람이 모함한다고 하시다니! 주상 전하! 공주 마마께서 마음이 악독하고 성은을 저버린 채 감히 전하께 독을 먹이려 했으니, 부디 전하께서 옳은 판단을 내려 주시옵소서!”그는 확신했다. 서원 공주가 주상에게 독을 먹이려 한 이상, 주상이 그녀를 감싸고 돌 수는 없을 것이란 걸 말이다!서원 공주를 바라보는 주상의 눈빛은 이미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않기 시작했음을 깨달은 서원 공주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거의 무릎을 꿇은 채 주상 앞으로 다가갔다. “아바마마, 부디 소첩을 믿어주십시오! 소첩은 절대로 떡에 독을 넣지 않았습니다!”“떡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는 마마의 말씀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전하, 수 어의를 불러 조사하게 하시지요.”김단이 옆에서 서원 공주의 말을 끊었다.서원 공주는 깜짝 놀랐다. 그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57화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그녀는 주상을 바라보고 그를 애처롭게 불렀다. “아바마마...”그 가련한 모습은 실로 마음을 약하게 했다.주상은 미간을 찌푸렸으나,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영의정이 예를 갖추고 말을 하려는 찰나, 뜻밖에도 서원 공주의 뒤에 있던 윤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상 전하, 저희 공주 마마께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계십니다! 보십시오, 아침 일찍이 수라간에 가셔서 손수 떡을 만드시고, 갓 만든 따끈한 떡을 이렇게 가져오시지 않았습니까!”그 말과 함께 윤이는 손에 들린 떡을 앞으로 내밀었다.주상은 꽤나 놀랐다. 서원 공주는 다 클 때까지 손수 떡을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직접 차 한 잔 따라주는 일조차 드물었기 때문이다.곁에 있던 고 영감은 주상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채고, 다급히 앞으로 나아가 떡을 받아 주상에게 건넸다.떡은 모양이 다소 투박했고, 몇몇은 부서지기까지 했다.하지만 어쩐지 주상은 그 떡들을 보며 매우 기뻐했다.이 광경을 본 영의정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황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주상 전하! 공주 마마께서 저지르신 잘못이 어찌 몇 조각의 떡으로 용서될 수 있겠습니까? 주상 전하께서는…”“그럼 자네의 생각은 어떠하오?!” 주상이 끝내 호통을 쳤다. “짐이 직접 딸을 죽이기라도 하라는 것이오? 그런 자네는 자식을 얼마나 훌륭하게 키웠단 말이오? 한번 바꿔보는 것은 어떻소? 자네에게 칼을 줄 테니, 자네가 가서 공주의 목을 베시오. 그리고 짐이 자네 민씨 가문 장손의 목을 베는 것이 어떻소?”주상은 제대로 분노했다.영의정은 주상이 서원 공주가 저지른 잘못을 두 눈으로 보고, 심지어 서원 공주가 죽도록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까지 목격하였는데도 어찌 저리 감싸고 돌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영의정뿐만 아니라, 김단 역시 이를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공주가 이번 일로 사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침소에 연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적어도, 주상이 공주의 본 모습을 직접 본 뒤로, 공주에 대한 총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56화

    어쩌면 영의정에게 있어 손수 키운 장손이 감옥에 갇혀 앞날을 망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인지도 모른다.김단 역시 굳게 닫힌 방문을 흘끗 보았다. 주상이 수염을 휘날리며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 눈에 선했다.김단은 본래 영의정의 손을 빌려 서원 공주를 끌어내릴 생각이었기에, 그에게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대감, 어찌 이리 애쓰시는 겁니까? 공주 마마께서는 금지옥엽과 같습니다. 이 궁의 유일한 공주이신 것을 뻔히 아시지 않습니까? 그 분께 설령 잘못이 있다 한들, 어찌 목을 벨 만한 큰 죄이겠습니까? 어찌 이리 모질게 몰아붙이십니까? 굳이 따지고 논하자면, 민태훈 대감의 죄가 공주 마마의 죄보다 더 중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또한 목을 베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방 안에서 김단의 말을 듣던 주상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 벨 거라면 먼저 저 민가 놈들의 목을 베어야 한다!하지만 김단의 말을 들은 영의정은 피식 웃었다. “주상 전하, 공주 마마께서 궁의 유일한 공주이시기에, 더욱더 몸소 모범을 보이셔야 합니다! 여자의 몸으로 이토록 행실이 바르지 못하여 약을 써서 사람을 해치고, 궁을 더럽혔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대감, 내가 궁을 어지럽히는 것을 직접 보셨소?”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두가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서원 공주였다!어제와 비교했을 때 서원 공주의 안색은 평상시와 같이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영의정이 자신을 탄핵하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황급히 왔다가, 마침 영의정의 말을 듣게 된 것이다.영의정은 마치 서원 공주가 올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곧바로 코웃음을 쳤다. “흥, 공주 마마의 행실이 단정치 못하다는 것은 주상 전하께서도 친히 목격하셨습니다. 어찌 거짓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난 간악한 자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뿐이오! 대감이 씌우려는 그 크나큰 죄명에는 맞지 않단 말이오!”영의정은 서원 공주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빈정거리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55화

    “그렇게 깊이 잠들었단 말이오?”주상은 믿기지 않다는 듯 나지막이 물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상소를 모두 정리한 뒤 붓을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은 낭자와 상관없었으니 편히 잠드는 것이 당연하오. 짐은 밤새도록 괴로워 한숨도 못 잤지만 말이오!”김단은 주상이 이렇게 말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주상은 그녀가 경씨를 시켜 영의정 쪽에 소식을 전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경씨의 무예는 출중하였으니, 영의정 저택에 잠입하여 쪽지를 남기고 무사히 빠져나오는 것 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영의정 댁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알아챘다 하더라도 경씨를 알아볼 리 만무했다.평양원군 저택 마부가 그토록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가졌을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그러니 김단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사실 주상도 김단을 탓하지 않았다. 방금 그렇게 물은 것은 그저 그녀를 한번 떠보려 한 것뿐이었다.이어서 그는 손을 내밀어 말했다. “짐이 머리가 몹시 아프니, 낭자가 와서 한번 봐 보시오!”이것이 바로 김단을 급히 입궁시킨 목적인 듯했다.김단은 앞으로 나아가 주상의 맥을 짚고 말했다. “전하, 맥이 끓는 물과 같고 악한 기운이 혈에 스며 들어 있사옵니다. 노여움이 심장에 쌓여 기혈이 순조롭지 못한 탓입니다. 큰 병은 아니오나, 다만...”김단이 말끝을 흐리자 주상이 미간을 찌푸렸다.“다만 어떻단 말이오?”김단은 주상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야 말했다. “소신이 얼마 전까지 주상 전하의 몸을 보살펴 드렸으니, 전하의 몸은 이전보다 건강하셔야 함이 마땅하옵니다. 설령 어제 공주 마마의 일로 노하셨다 하더라도, 두통이 일어나실 리는 없을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주상은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을 내저었다. “짐이 나이가 많은데 밤새 잠을 못 잤으니 몸이 상하는 것이 당연하오!”“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김단은 부드럽게 말씀했다. “그럼 소신이 전하께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약을 드시고 푹 주무시면, 깨어나신 후부터는 더 이상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