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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Author: 적매화
최지습은 막 들어온 김단을 흘끗 보고 나서야 졸병에게 손짓했다.

“알았다, 일단 나가 보거라!”

“예!”

졸병은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

김단은 그제야 다가가 물었다.

“어째서 한 포기도 못 사 온 것입니까?”

“전부 목씨 가문 사람들이 사 갔다고 하오.”

최지습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줏빛 서리풀뿐만 아니라, 응신초와 백옥화까지 모두 목씨 가문에서 대량으로 사들였소. 내 생각에 돌궐이 또 독을 쓴다면, 분명 이 두 가지 약초가 해독제일 것이오.”

목씨 가문?

김단은 어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어느 목씨 가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옆에 서 있던 둘째 도령이 입을 열었다.

“당국 제일의 부자인 목씨 가문 말이오. 듣자 하니, 재산이 나라 하나와 맞먹을 정도라더군. 심지어 당국의 황제조차 수시로 목씨 가문 가주와 국사를 논의하며 결정을 내린다고 하오. 그 재력이 얼마나 강한지, 목씨 가문이 쓰러지면 당국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정도라고 하더군.”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흠칫 놀랐다. 목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할 줄이야!

옆에 있던 셋째 도령이 다소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지금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이오? 설마 당국이 돌궐과 함께 우리를 상대하려는 것이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해독제를 사들인단 말이오? 우리랑 굳이 척을 지려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

최지습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정말 그렇다면, 이번 싸움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전 돌궐의 국경 침입은 그저 미끼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유인하여 출병하게 만들려는 미끼.

어쨌든 돌궐족의 눈에는 조선에 소한 장군 외에 내세울 만한 장수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만약 소한이 군대를 이끌고 온다면, 당국이 갑자기 조선을 공격했을 경우 조선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국과 돌궐이 조선을 나누어 가질 것이다!

다만 돌궐은 이번에 오게 된 사람이 최지습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당국 쪽도 아마 그 소식을 듣고 한참이 지나서도 군대를 보내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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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14화

    그 소리를 듣자, 최지습의 몸이 굳어졌다.그의 옆에 앉아 있던 둘째 도령은 이를 알아차리고 그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흥겹게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둘째 도령의 웃음소리를 듣고 그제야 그와 최지습을 바라보았고, 이어서 옆에 있던 김단을 발견했다.다섯째 도령이 김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단이 낭자, 숙희 낭자, 이쪽으로 앉으시오!”다섯째 도령이 가리킨 자리는 최지습 옆의 빈자리였다.그들이 늦게 왔기에 다른 곳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김단은 최지습의 뒷모습을 흘깃 본 뒤 숙희를 데리고 그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셋째 도령은 김단의 손에 술병을 하나 쥐여준 뒤, 최지습과 둘째 도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무슨 이야기하셨습니까? 둘째 형님은 왜 이리 신이 나신 거고, 형님은 왜 또 남에게 돈이라도 빌린 것처럼 구시는 겁니까!”셋째 도령의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최지습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심지어 김단조차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최지습은 옆에 있는 그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일부러 그녀 쪽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는 그저 미간을 찌푸리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자객의 일을 생각 중이었다.”그 말을 듣자, 둘째 도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정말 골치 아픈 일입니다. 그 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단이 낭자의 안전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형제들과 상의를 해 보았는데, 매일 번갈아 단이 낭자 막사 앞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창은 피하기 쉬워도 숨겨진 화살은 막기 어렵죠. 게다가 우리는 언제든 출병하여 싸워야 하니,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둘째 형님은 도대체 왜 웃고 계시는 겁니까?”모두가 김단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 와중, 유독 둘째 도령만 태평하게 웃고 있었다.도대체 둘째 도령이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그는 최지습이 점잔을 빼는 모습이 웃겼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단이 낭자 앞에서 최지습의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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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12화

    김단은 최지습에게 자신은 그에게 조금의 사심도 없다는 것을 표현했고, 최지습이 자신을 오해하여 피하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마차 밖을 바라보던 최지습이 그녀의 말을 들은 뒤, 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말이다.이내 그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소.”언제나 그렇듯, 그는 그저 좋은 오라버니일 뿐이었다.그렇게 흉측한 외모, 많은 나이를 가진 그가, 어찌 감히 그녀 곁에 설 수 있겠는가?좋은 오라버니라도 되어주지 못한다면,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밤은 더욱 깊어졌다.달빛이 길 위를 밝혔고, 오직 마차 한 대만이 그 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바퀴가 자갈을 밟으며 내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마치 두 사람의 심장을 울리는 듯했다.다음 날 저녁, 김단과 최지습은 드디어 부대으로 돌아왔다.마차가 천천히 멈추자, 김단은 차창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때, 그녀의 시야에 커다란 손이 불쑥 나타났다.최지습이 마차 옆에 서 있었다. 어떠한 감정의 표정도 없었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이리 오시오, 조심하고.”목씨 가문의 마차는 컸고, 보통 마차보다 높았다. 그는 김단이 넘어질까 걱정했던 것이다.어젯밤 이후, 두 사람은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었지만 김단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전처럼 가깝지 않고 무언가 벽이 생긴 것 같다고 느꼈다.물론, 이전에도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말이다.최지습이 먼저 나서서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것을 본 그녀는 이를 거절할 수 없어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뛰어내렸다.하지만 발을 헛디뎠고, 휘청거리며 그대로 최지습의 품에 안겨 버렸다.“쿵.”귓가에 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가슴에서 울려오는 심장 박동 소리였다.하지만 그것이 최지습의 것인지, 김단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씨!”김단은 그제야 급히 최지습의 품에서 벗어나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숙희였다!그녀는 다급히 달려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11화

    목씨 가문의 마차는 크기도 했지만, 매우 안정적이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마차 안에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방석이 깔려 있었고, 옆의 나무 상자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약초 향에 김단의 마음은 더욱 편안해졌다.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김단은 문가로 다가가 차창을 열고 최지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생각에는, 목씨 가문의 두 오라버니들이 어떠신 것 같습니까?”“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속셈은 없어 보이오.”최지습은 솔직하게 대답했고, 김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하지만 최지습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목씨 가문처럼 큰 가업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어찌 속셈이 없을 수 있겠소?”그러니 목설하나 목설원이나, 오늘 보인 친절함과 호의는 모두 꾸며낸 것일지도 모른다.최지습의 판단에 김단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차에 기대앉아, 시선을 밤하늘로 돌렸다. “하지만 그분들은 저희에게 너무나 흔쾌히 약재를 내주었습니다. 제 의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약재에 함정을 놓지는 않았을 겁니다.”어차피 함정을 놓는다 해도, 그녀에게 들통날 것이 뻔하니 말이다.“오늘 일로 보아하니, 저 자들이 낭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오.”최지습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 “아마도 낭자를 목씨 가문으로 데려가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소.”그 말을 들은 김단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쨌든 목씨 가문에 간다고 해도, 임학과 함께 가지는 않을 겁니다!”그녀의 말투에는 보기 드물게 고집이 느껴졌다.최지습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전쟁이 끝나고도 낭자가 정말로 목씨 가문에 가고 싶어 한다면, 내가 함께 가 주겠소.”그 말을 들은 김단은 순간 기쁨이 가득 찬 표정으로 밤하늘을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최지습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그렇소.”최지습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김단은 목설원의 말을 떠올리고 웃으며 물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10화

    김단은 목설하가 약왕곡을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에 그녀는 속으로 깜짝 놀라 말했다. “모든 독에 대한 해독법을 아는 건 아닙니다.”하지만 목설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약왕곡의 독은 여느 독과 달라 해독법 또한 다르오. 약왕곡에서 의술을 배우지 않고서는 그 독을 해독할 수 없을 것이오.”목설원도 끝내 물었다. “낭자는 도대체 누구에게 의술을 배운 것이오?”김단은 그저 자신이 해독한 것이라 인정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그것이 두 사람의 의심을 사게 되었다.그녀는 차마 사부님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기에 말했다. “한 명의가 계십니다만, 성함은 저도 모릅니다. 몇 차례 가르쳐주시고는 의서 몇 권을 주셨고, 그 후로는 다시 뵙지 못했습니다.”그녀는 매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스스로 자신의 모습에는 어떠한 허점도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목설하와 목설원의 눈빛은 여전히 약간의 의심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랬군, 그것도 일종의 인연이겠지!”김단은 불안함에 입꼬리를 올리고 어색하게 웃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지습은 바깥을 흘끗 본 뒤 입을 열었다. “시간이 늦었소. 우린 서둘러 군으로 돌아가야겠소.”그 말을 들은 목설하와 목설원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내 사람을 시켜 준비시키겠소.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돌아가시오!”약재들을 모두 실어야 하니, 마차가 더 편할 것이다.김단과 최지습도 따라 일어나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목설원은 김단을 보며 웃었다. “뭘 그렇게 격식 차리시오. 오라비로서 누이를 아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말을 마친 그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목설하는 두 사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아래층까지 배웅했다.아래층 대청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일어섰다.최지습은 그들을 훑어보았고, 그들 모두 무예를 갖춘 자들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속으로는 그날 김단이 산속에서 자객을 맞닥뜨린 것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9화

    김단은 목설하와 목설원의 태연한 표정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만약 당국의 황제가 약재를 모두 저에게 준 것을 알고 목씨 가문을 책망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그 말을 들은 목설하와 목설원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마치 그녀가 목씨 가문이 당국에서 어느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듯이 말이다.이어서 목설원이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매부도 잘 알겠지만, 밖에 나가면 황제의 명령도 어길 수 있는 법이오.”'매부'라는 단어에 최지습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졌고, 등에는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김단도 얼굴이 붉어졌다.목설하는 웃으며 말했다. “하늘은 높고 황제는 먼 곳에 계시니, 그 분이 이곳 상황을 알 리 없소. 설령 안다 해도, 우리에게는 이 일을 덮을 수 있는 많은 핑계 거리가 있소.”사실 목씨 가문의 사업은 이미 당국과 조선에까지 널리 퍼져 있었기에, 그들은 조선을 나누어 가졌을 때 얻게 되는 사소한 이익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그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목설하와 목설원을 바라보고 약간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는 이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낭자에게만 잘 해 주는 것이오.” 목설원은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낭자가 고모할머니의 친손녀이지 않소! 그러고보니, 진산군 댁에 아들도 있다고 들었소. 낭자의 친오라버니이자 고모할머니의 친손자인 것이오? 맞지 않소?”목설원이 임학을 언급하자 김단의 표정이 약간 변했지만, 꿋꿋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저보다 세 살 많으십니다.”목설하와 목설원은 김단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속으로 이를 염두에 두었으나, 자세히 묻지는 않고 말했다. “그럼 둘은 언제 시간이 되는 것이오? 우리와 함께 집에 한번 들르시오.”김단은 깜짝 놀랐다. “들리다니, 목씨 가문으로 말입니까?”목설하와 목설원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목설하가 말했다. “목씨 가문 내 우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8화

    목설하와 목설원은 김단이 오늘 일부러 그 옥패를 가지고 나타났음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을 본 김단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 오라버니께 여쭙고 싶습니다. 자줏빛 서리풀을 혹시 목씨 가문이 거두어들인 것입니까?”그 말을 들은 목설하와 목설원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그들은 김단과 최지습을 다시 한번 뚫어져라 훑어보았다.끝내 두 사람의 시선은 최지습에게로 향했고, 마침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확신하며 말했다. “평양원군이셨군.”두 사람이 그토록 짧은 시간 만에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린 것을 보고, 최지습 역시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목씨 가문이 당국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남달랐기 때문인지, 그들은 눈앞의 사람이 조선의 대군임을 알았음에도 예를 갖출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반면 그들은 김단을 바라보며 약간 의아한 듯 물었다. “낭자는 진산군 댁의 귀한 따님인데, 어찌 천 리 길을 멀다 않고 변방까지 와서 평양원군과 함께 있는 것이오?”목설하가 보기에 귀한 따님이라면 규방 안에서 곱게 자라는 것이 마땅했고, 대문 밖은 물론이고 안채 밖으로도 나가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멀고 험한 천리 길을 올 리 없었다.목설원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 예리한 눈빛을 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설마 이 평양원군이 우리 매부 되는 사람인 것이오?”“예?”김단은 목설원이 그런 생각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순간 크게 당황하였다. 그녀가 입을 열어 해명하려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목설하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다면 모두 한 가족이겠군! 좋소. 자줏빛 서리풀은 우리 목씨 가문이 사들인 것이 맞소. 다만, 우리 누이와 매부께서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소.”이 말에 김단은 하려던 해명을 그대로 삼켰다.앞에 있는 목설하와 목설원은 그녀의 할머니와 비슷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들이 웃으면 할머니의 온화하고 자애롭던 모습이 몹시 그리워졌다.하지만, 그녀는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7화

    이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의 조모께서는 조선 진산군 가문의 큰 마님이십니다. 조모님의 성함은 모르지만, 어릴 적 조부께서 설아라고 부르시는 것만 들었습니다.”“뭐라?!”목설원은 깜짝 놀랐고,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그의 옆으로 다른 한 사람도 달려왔다. 나이는 목설원보다 많아 보였다. “낭자의 조모께서, 정말 설이라고 불렸단 말이오?”김단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이내 그들을 경계하 듯 최지습의 뒤로 물러섰다.그는 자신이 경솔했음을 알아차렸는지, 황급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예를 갖추고 난 뒤 말했다. “난 목설하라 하오. 목씨 가문의 자식들 중 가장 맏이오.”목설원, 목설하…김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도령들께선 제 조모와 무슨 관계십니까?”목설하의 표정은 약간 격앙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만약 낭자 조모 분의 아명이 정말 설아라면, 아마 낭자는 우리를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할 것이오.”오라버니?목씨 가문 사람을?김단은 다시 손에 든 옥패를 꺼내 목설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모께서 이 옥패가 아주 중요하다고 하시긴 했지만, 목씨 가문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올라가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소?”목설하는 이곳이 이야기할 만한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김단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최지습을 바라보았다.최지습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대답했다. “좋습니다.”이에 목설하는 김단과 최지습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목설원도 뒤따랐다.네 사람은 방에 들어가 둥근 탁자를 둘러싸고 앉았다.목설하가 먼저 자신의 옥패를 꺼냈고, 이어서 목설원도 자신의 옥패를 꺼냈다.그 모습을 본 김단도 옥패를 탁자 위에 놓았다.세 개의 옥패는 거의 똑같아 보였지만, 김단의 옥패에는 구름무늬가 있었고, 목설하와 목설원의 옥패에는 기린이 새겨져 있었다.목설하가 말했다. “자세히 살펴봐도 되겠소?”김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목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906화

    그 졸병의 말에 따르면, 목씨 가문 사람들은 현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길상진에 있다고 했다.김단은 최지습과 밤새 말을 타고 달려 길상진으로 향했다.길상진은 변방 일대의 큰 고을로, 한양 못지 않게 번화한 곳이었다.김단은 말을 타고 최지습의 옆으로 나란히 움직이며, 사방에서 오가는 행인들과 길가의 객잔들을 보고 끝내 물었다. “오라버니, 목씨 가문의 사람들이 어디에 있을지 짐작 가십니까?”최지습은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목씨 가문은 백 년 전에 이미 부를 이루었고, 그들은 부유하게 태어나 고생을 모를 테니, 어디를 가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곳에서 묵어야 할 것이오. 영복 객잔이 길상진에서 가장 좋은 객잔일 테니, 목씨 가문 사람들도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오.”그 말을 들은 김단은 고개를 끄덕였고, 최지습을 따라 영복 객잔을 찾았다.그들이 말에서 내리자마자, 객잔의 심부름꾼이 반갑게 맞이하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두 분 손님, 안으로 드시지요. 저희 가게는 음식 맛이 좋고 좋은 술도 많습니다. 객실 또한 최고입니다. 식사만 하실 건가요, 아니면 숙박도 하실 건가요?”“숙박이오.”최지습은 그 말과 동시에 은자 하나를 꺼내 심부름꾼에게 쥐여주었다. “천자 방으로 갑세.”심부름꾼은 은자를 보고 처음에는 기뻐했으나, 천자 방이라는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혔다. “아이고, 공교롭게도 천자 방은 다른 손님분께서 전부 빌리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김단은 속으로 기뻐하며 최지습과 눈빛을 교환한 뒤 물었다. “그 손님 성이 혹시 목 씨인가?”심부름꾼은 그들을 경계하며 김단과 최지습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인이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저희 주인 분이 아시면 야단맞을 겁니다.”하지만 심부름꾼의 그런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이에 김단은 품에서 옥패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천자 방에 묵을 것이오!”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 날라오는 소리가 들렸다.최지습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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