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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의심에서 확신으로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04:45:57

깊은 밤이 내려앉은 안방, 공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풍 전야처럼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친 채 방으로 들어서는 미래의 뒷모습을, 성웅의 시선이 매섭게 좇았다. 미래가 침대에 들어서자마자, 성웅이 벌떡 몸을 일으켜 거칠게 미래를 덮쳤다.

"아……!"

성웅은 미래의 입술을 거칠게 덮으며, 로브의 끈을 단숨에 풀어 내렸다.

"성웅 씨, 오늘은…… 좀 쉬고 싶어요……."

미래는 사정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두 손을 들어 성웅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성웅에게 그 애원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두 팔을 낚아채 머리 위로 꾹 짓눌렀다.

손목을 짓누르는 힘에, 미래의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었다. 18년을 함께 산 남편의 손이, 처음으로 낯선 사람의 손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성웅 씨,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요!"

미래가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다. 그것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품은 몸으로, 이 남자의 손길을 더 이상 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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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6. 불청객

    진희의 손끝이 풀어진 블라우스 자락을 어깨 너머로 천천히 밀어냈다. 실크가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며, 하얀 어깨선과 매끄러운 팔이 오후의 햇살 아래 드러났다.진희는 서두르지 않았다. 드러난 어깨에 한 번, 쇄골에 한 번, 입술을 꾹꾹 눌러 새기듯 입을 맞추고 나서야, 미래의 등 뒤로 손을 돌려 레이스 속옷의 후크를 풀었다.가느다란 끈이 어깨를 타고 스르르 흘러내렸다.그 순간, 진희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미래를 바라보았다. 햇살을 머금은 뽀얀 살결 위로, 둥글고 탐스러운 가슴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진희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 끝은 이미 꽃봉오리처럼 발갛게 피어올라 있었다."……미래 씨, 진짜 예뻐요."낮게 가라앉은 진희의 목소리에, 미래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진희는 미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어느 때보다도 깊이, 어느 때보다도 다정하게.그건 단순한 애무가 아니었다. 15년 동안 홀로 얼어붙어 있던 그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듯, 상처 입은 마음 위에 향기를 한 겹 한 겹 덧입히듯. 진희의 손바닥이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감싸 쥐었다가 놓아주고, 그 위로 따스한 입술이 내려앉았다. 혀끝이 꽃봉오리를 천천히 맴돌다 머금을 때마다, 미래의 몸이 저도 모르게 활처럼 휘었다.평소보다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더 소중하게.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을 다루는 사람처럼."아…… 아……."미래의 입술 사이로 녹아내리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진희 씨…… 너무 좋아요……."그 목소리에 진희가 애무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발갛게 달아오른 미래의 얼굴. 진희의 입가에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미소가 번졌다.진희는 몸을 일으켜 미래의 입술에 촉,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미래가 진희의 뒷머리를 감싸 쥐더니, 살며시 자신의 가슴께로 다시 끌어내렸다. 멈추지 말라는 듯, 더 해 달라는 듯. 그리고 부끄러움에 젖은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진희 씨…… 깨물어 주세요."진희의 눈썹이 장난스럽게 올라갔다."우리 아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5. 무장해제

    띵동—, 맑고 짧은 벨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렸다.안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현관문이 열렸다. 문을 연 진희의 얼굴에 스쳤던 반가움은, 무너질 듯 위태로운 미래의 모습을 보는 순간 깊은 긴장으로 바뀌었다.미래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방금 전까지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참아낸 듯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미래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진희의 품으로 와락, 무너지듯 안겼다.진희는 두 팔을 크게 벌려 미래의 떨리는 몸을 단단히 받아 안았다. 그리고 품에 안긴 미래의 젖은 얼굴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눈을 맞추려 했지만, 미래는 진희의 시선을 피한 채 툭툭 눈물만 떨구었다."……진희 씨, 미안해요."작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그 '미안해요'라는 한마디 속에는 헤어지는 게 맞는 줄 알면서도 이 사람을 포기할 수 없는 이기적인 자신에 대한 자책과, 그럼에도 끝내 진희의 손을 놓지 못하는 지독한 연민과 사랑이 엉켜 있었다.진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눈물의 무게를 온전히 가늠한 듯, 그저 미래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릴 뿐이었다.이윽고 진희는 미래의 어깨를 감싼 채 조심스레 침실로 이끌었다. 침대 위에 미래를 눕히고 그 곁에 몸을 누인 진희는, 아무 말 없이 미래를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 바깥세상의 차가운 바람이 한 점도 닿지 못하도록, 단단하고 따뜻하게.진희의 넓은 가슴 너머로 느리고 묵직한 심장 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 일정한 박동을 듣고 있자니, 잔뜩 곤두서 있던 미래의 어깨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진희의 커다란 손이 미래의 머리칼을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쓸어내렸다.한참을 그렇게 안겨 있던 미래가, 진희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차분하고도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 결혼 생활은…… 겉보기와는 달리, 행복했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첫눈에 반해서 불꽃처럼 결혼했는데, 결혼한 지 3년 만에 그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미래의 목소리가 옅은 허전함을 담아 가라앉았다."사업이 좀 힘들 때라 잠깐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4. 거울

    미래는 엄마의 냉혹한 현실론에 가슴이 메어오는 듯 숨을 헐떡였다."엄마…… 이런 얘기 말고, 다른 얘기로 날 좀 위로해 주면 안 될까? 어제 서윤이가, 중학교 때 유학 안 간 이유가 나 때문이래…… 자기가 유학 가면 엄마 외로울까 봐, 일부러 미뤘대……."참았던 눈물이 결국 둑이 터지듯 무너져 내렸다. 미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서럽게 흐느꼈다."엄마…… 나 서윤이 그 말 듣고도, 그 사람이랑 못 헤어지겠어. 딸이 나 때문에 자기 인생까지 미뤘다는데도…… 그런데도 안 돼. 나 그 사람 너무 사랑해."미래의 목소리가 떨리며 잦아들었다."근데…… 그 사람을 생각하면, 놓아줘야 할 것 같아. 나 같은 사람 옆에서, 그 사람이 평생 숨어서 살게 할 순 없잖아.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엄마가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야, 이년아. 착각하지 마. 네가 그놈을 놓아주는 게 아니야. 네 자식이랑 남편 생각해서, 네가 끝내는 거야. 절절한 사랑 타령하면서 아름답게 끝내는 게 아니라, 네 앞가림하려고 끝내는 거라고!"미래의 숨이 턱 막혔다.엄마는 쐐기를 박듯 말을 이었다."속물이고 뭐고 간에, 너 그딴 놈 빨리 정리해. 너 오늘부터 박 서방 무조건 비위 맞추고, 아주 좋아 죽는 척하면서 살란 말이야!"그 말에, 미래의 안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엄마, 나 그렇게 13년을 살았어. 그 말 들을 때마다…… 내가 너무 비참해져. 엄마 딸이, 사람이 아니라 인형 같잖아. 말이라도 잘 살라고, 마음 편히 살라고 해주면 안 돼? 엄마, 제발……!"미래는 그대로 주저앉아 목놓아 흐느꼈다. 하지만 엄마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래를 쏘아붙였다."그래서, 그놈이 병원에서 꼬신 거야?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간 건데? 네가 부잣집 사모님인 거 뻔히 알고, 작정하고 딱 달라붙은 거 아니야?!"엄마는 혀를 탁 차며 미래의 속을 후벼 파는 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너 헤어질 때 아주 정신 바짝 차리고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3. 평창동

    미래는 차를 몰아 평창동 본가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엄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다그치며 마중 나왔다."너, 박 서방이 대체 뭐라고 그러는데? 어디까지 알고 그러는 거야?"미래는 재킷 자락을 움켜쥔 채 힘없이 입을 열었다."그 사람…… 피부과 의사야. 그이랑 같이 다니는 피부과,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애절하다면서……."엄마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뭐? 사진이라도 찍힌 것도 아니고, 고작 눈빛 가지고 그래? 너, 그래서 딱 잡아뗐는데도 안 믿는 거야?""응……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전혀 안 믿어."엄마는 기가 막히다는 듯 이마를 짚더니, 미래의 등짝을 매섭게 찰싹 내리쳤다."이 멍청한 것아! 도대체 어떻게 티를 냈길래 눈치를 채는 거야? 둘이 대놓고 뒹구는 걸 눈으로 본 것도 아닌데! 그리고 피부과 의사? 잠깐 너 데리고 놀다가, 집안에서 밀어주는 반듯한 혼처 자리 나면 그만인 것들이야. 너 당장 정신 차려!"미래는 왈칵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알아, 엄마…… 서윤이랑 진원이 때문에 어떻게든 정신 차리려고 했어. 그런데…… 마음대로 안 돼."결국 울음이 터진 미래가 바닥에 주저앉듯 흐느꼈다."엄마…… 나 그 사람 너무 사랑해…… 정말 미치겠어."그 처절한 고백에 엄마는 혀를 차며 미래의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었다."사랑? 내가 뭐라고 했어? 엄마 닮으려면 완벽하게 닮으라고 했지! 내가 네 새아버지가 좋아서 이 집에 평생 붙어 살았니? 내가 배운 게 있니, 내세울 집안이 있니? 좋은 거 먹여주고 입혀주는 남자 옆에서 비위 맞춰가며 버틴 거야, 이 멍청아! 엄마는 나이 든 영감탱이 옆에서도 버텼는데, 너는 박 서방처럼 인물 번지르르하고 능력까지 다 갖춘 남자가 남편인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 난리야?"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한동안 너한테 무심했다고? 남자들이 돈 벌어오느라 바쁘면 무심할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대수니? 너 마음대로 돈 쓰게 해주고 편하게 살게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2. 북엇국

    깊은 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성웅이 술에 취한 채 들어왔다. 은은한 술 냄새와 함께, 거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미래는 긴장한 얼굴로 다가가 성웅의 코트와 겉옷을 받아 들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성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미래의 손을 쳐내며 퉁명스럽게 뱉었다."됐어, 저리 가."말을 마친 성웅은 그대로 안방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미래는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주방으로 가서 따뜻한 꿀물을 타 들고 침실로 갔다.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친 채 나온 성웅에게 미래가 말없이 꿀물 잔을 건넸다. 성웅은 잔을 받는 대신, 미래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비꼬듯 물었다."왜? 아까 내가 티 내지 말고 잘하라고 하니까, 지금 그 연기하는 거니?""아니에요…… 그냥 해드리고 싶어서 그랬어요."미래가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성웅의 입꼬리가 비틀렸다."왜? 하려면 똑바로 해. 내 얼굴 보고, 눈 똑바로 마주치고, 생긋생긋 웃으면서 해. 이런 식으로 영혼 없이 굴지 말고."성웅은 꿀물을 단숨에 들이켜더니 잔을 거칠게 내려놓고, 그대로 미래의 손목을 잡아끌어 침대 위로 눕혔다."성웅 씨…… 하지 말아요. 저……."미래가 사정하듯 거부했지만, 성웅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길에는 애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성웅은 미래의 옷을 거칠게 벗겨내고는, 미래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붙잡아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얽어쥐었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완벽한 제압 속에서, 잔인한 관계가 시작되었다.성웅이 차갑게 내뱉었다."우리가 부부인데, 이것도 못 해? 너도 좋아하잖아."미래는 그 모멸감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차 안에서 서윤이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쳤다.'그래도 요즘은 아빠가 엄마한테 훨씬 잘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아이의 그 순진하고 애틋했던 목소리가 떠오르는 순간, 서러움과 비참함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왈칵 차올랐지만, 미래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입술

  •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201. 서윤이의 고백

    호텔 로비를 빠져나온 미래의 눈앞에는, 기가 막히게도 박 기사의 차가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성웅이 미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박 기사를 붙여둔 것이 분명했다.미래는 차 문을 열어주는 박 기사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박 기사님, 저 그냥 택시 타고 갈게요. 그만 들어가 보세요."하지만 박 기사는 난처한 표정 속에서도 칼같이 선을 그었다."아닙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타시지요."여기서 더 거부하다가는 박 기사까지 성웅의 눈총을 받게 될 터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미래는, 결국 마지못해 뒷좌석에 올라탔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빌딩들을 바라보는 내내, 미래의 머릿속은 온통 진희 생각으로 가득 찼다. 불안과 공포가 짓누르는 그 끔찍한 순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가슴 한켠에서는 진희의 얼굴과 그 따스한 목소리가 간절하게 떠올랐다.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진희에게서 온 문자였다.[점심 먹었어요? 맛있게 먹고, 내일 나 오프니까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해 놔요.]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자신을 둘러싼 이 살벌한 파국을 알 리 없는 진희의 다정한 문자에, 미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간신히 휴대폰을 쥐었다.바로 그때, 이번엔 친정엄마의 전화가 울렸다. 미래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다급하고 앙칼진 목소리가 쏟아졌다."미래야! 엄마 내일 서울 가려고 비행기표 예매했다. 내일 오전 10시 도착이니까, 공항에서 바로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엄마…… 그이가…… 다 알았어."엄마의 숨소리가 일순간 뚝 멎었다. 곧이어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뭐? 얘가, 얘가 미쳤어?! 진짜 들켰다고? 이걸 어쩐담……! 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딱 잡아떼지 그랬어!""아니라고 하긴 했어…….""뭐? 하긴 했어? 하긴 했다는 건 또 뭐야! 아니라고 하려면 완전히 싹 잡아떼야지, 그걸 만만하게 보여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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