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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Author: 기향난

제1화

Author: 기향난
강주에 도아영이 이수호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존엄도 전부 내려놓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

도아영과 이수호의 결혼식 날, 강이나의 한마디에 이수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는 홀로 웨딩카를 운전하여 그의 첫사랑을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

도아영이 3년이나 손꼽아 기다린 결혼식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되고 말았다.

결혼식 날 그녀는 이수호의 원수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범은 이수호를 모욕하려고 그녀를 3일이나 괴롭혔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옷을 홀딱 벗긴 채 갑판 위에 묶은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이 기회에 이수호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릴 생각인 게 분명했다.

짜고 비릿한 바닷바람에 도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납치범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존심은 이미 다 짓밟혀 가루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날 이수호는 도아영을 신경 쓰기는커녕 강이나와 혼인신고 했다.

“이수호, 우리한테 10억만 주면 약혼녀를 풀어줄게. 안 주면 바다에 확 던져버릴 거야.”

납치범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말투로 이수호를 협박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수호의 코웃음뿐이었다.

“몸이 더러워진 여자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수호의 말에 도아영은 충격에 빠졌다.

‘몸이 더러워졌다고?’

도아영은 이수호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수호를 위하여 오랫동안 순결을 지킨 그녀였다. 단지 이수호의 결벽증 때문에. 이는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3년 동안 도아영은 이수호의 말이라면 뭐든지 고분고분 따랐다. 이수호가 죽으라고 한다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이수호가 적어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수호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수호가 전화를 끊어버리자 납치범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을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했다.

도아영은 문득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주에 도아영이 강이나의 대체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수호와 결혼하려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신분까지 버리고 기꺼이 대체품이 되었다. 게다가 남들이 뭐라 수군거리든 아랑곳하지 않고 남현숙을 정성껏 보살폈고 항상 이수호만 생각했다.

3년이나 기다렸으니 이번에는 이수호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남 좋은 노릇만 하고 말았다.

절망에 빠진 도아영은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후회와 원망이 섞인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땐 이수호를 멀리하고 절대 만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

“말도 안 돼. 정말 들어갔어? 미친 거 아니야?”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아무리 그게 이 대표님 반지라고 해도 그렇지. 주우려고 뛰어내려?”

“도아영이 이 대표님한테 목을 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어? 이 대표님이 우리 앞에서 홀딱 벗고 춤을 추라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걸?”

...

주변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만 같았다.

도아영은 머리가 무겁고 윙 했다. 그때 귓가에 몇몇 남자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콜록콜록.”

도아영이 발버둥 치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무슨 상황이지?’

옆에서 구경하는 몇몇은 모두 하객이었고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는데 바로 3년 전 도아영과 이수호의 약혼식이었다.

‘나... 다시 태어난 거야?’

도아영은 바로 기억을 더듬었다. 전생에서 이수호는 그녀가 이씨 일가에 들어오려고 남현숙을 구슬려 약혼식을 빨리 올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일부러 약혼식에서 그녀에게 모욕을 주었다.

그녀는 이수호가 약혼반지를 수영장에 던지면서 비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반지를 주우면 너랑 약혼할게.”

도아영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여 수영할 줄 모르는데도 망설임 없이 수영장에 뛰어 들어갔고 하마터면 빠져 죽을 뻔했다.

결국 그녀는 반지를 주웠고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초라한 모습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이수호는 약혼식에서 도아영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강이나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리에 이수호는 무척이나 초조해했고 그녀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약혼식 도중에 자리를 비웠다. 그 바람에 도아영은 강주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도아영은 고개를 숙여 손안에 든 반지를 꽉 움켜쥐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도아영, 네가 원하던 게 고작 이거야?’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수영장 밖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깊은 수영장에 떨어진 반지까지 준다니. 얼른 대표님한테 가서 칭찬해달라고 해야지.”

“그래. 이 반지가 있어야 대표님이 약혼하겠다고 했잖아.”

...

주변의 여럿이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도아영은 그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도아영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이수호의 반지와 끼고 있던 약혼반지도 빼서 수영장에 던져버렸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떠들썩하던 소리가 삽시간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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