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지유나와 이윤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지서현은 지유나를 보며 일부러 놀란 척하며 말했다.“설마... 설마 하 대표님이 너한테 말 안 했어? 어젯밤 나랑 키스한 거?”그러고는 일부러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어젯밤 하 대표님이랑 키스했는데... 거칠기만 하고 완전 초보더라. 키스 실력이 너무 별로라서 아예 못하는 사람인가 싶더라니까?”지유나는 충격에 빠져 하승민을 바라봤다.‘정말 지서현이랑 키스를 했다고?’하승민의 얼굴이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그녀가 일부러 지유나 앞에서 이
하은지는 하씨 가문의 둘째 집안 딸로 지유나와 각별한 사이였다.그녀는 지서현을 보자마자 경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승민 오빠는 당신 안 좋아해요. 그런데 또 저희 할머니한테 붙으려고 오신 거예요? 저희 하씨 가문에서 지서현 씨를 좋아하는 사람은 할머니뿐인데 이제 당신도 제 주제를 좀 알아야죠. 시골에서 온 촌뜨기가 유나 언니 없을 때 대타로 시집왔다고 진짜 우리 하씨 가문의 며느리라도 된 줄 아는 건가요? 지서현 씨는 승민 오빠랑 어울리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당장 이혼하시죠?”지서현은 이런 악독한 말에도 이
‘맞선 자리?’분위기가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더니 하승민은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풀어헤치며 미간을 좁혔다.띵띵띵.소아린이 연달아 몇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 음성 메시지도 함께였다.자동 재생된 음성이 방 안에 또렷이 울려 퍼졌다.“서현아, 이 남자 좀 봐. 탄탄한 식스팩에 헬스광이야. 맘에 들어? 나중에 저 복근에 기대서 자도 되겠네.”“이 사람은 어때? 순하고 부끄럼 많은 강아지 스타일. 보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이 사람은? 금테 안경 쓴 비즈니스 엘리트. 차가운 남신 스타일인데 무릎 꿇고 너한테 항복했다고
하승민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그의 아래에 그대로 눕혀 있었다.찰랑이는 긴 머리가 붉은 이불 위로 촉촉하게 퍼져 있었다. 이곳은 할머니가 손수 꾸민 신혼방으로 침구도 모두 새빨간 색이었다.그리고 그 붉은 색이 그녀의 매끄럽고 창백한 피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그런데 만약 지금 이 모습이 다른 남자의 밑이라면...하승민의 주먹이 살짝 움켜쥐어졌다.해명하고 싶었다. 약을 보내라고 했을 뿐 그는 남자를 붙이라고 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막상 입을 떼려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지서현이 그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비켜
하승민이 미간을 짚었다.정말 깜빡한 것이다.유정우가 오늘 귀국했다.해성에서 하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항상 최상위 명문가로 손꼽혔고 두 집안은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세가였다.때문에 하승민과 유정우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막역한 친구였다.오늘 유정우는 돌아왔고 지금 지유나, 고우섭, 하은지까지 전부 1996클럽에 모여 있었다.곧장 하은지의 밝은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들려왔다.“승민 오빠, 빨리 와.”하은지는 오래전부터 유정우를 좋아했었는데 그녀의 꿈은 유정우와 결혼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유정우는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았
그때,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핸드폰 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하승민에게서 온 전화였다.‘아마 1996클럽으로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전화겠지.’유정우는 핸들을 돌려 차를 돌렸다.해성은 하승민의 구역이었다.1996클럽에 도착하면 굳이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하승민을 통해 그 페라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한편, 골목 안.지서현이 차를 몰고 빠르게 골목으로 진입하자 조수석에 있던 소아린이 환호했다.“서현아, 너 진짜 멋지다. 결국 따돌렸잖아.”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승민이 시선을 낮춰 사진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순간, 그의 차가운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그 페라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차였다.그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유정우를 바라보았다.“그 여자가 이 차를 타고 있었어?”유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게다가 나까지 따돌리더라. 꽤 흥미로운 여자야.”하승민의 기억이 맞다면 이 페라리는 그가 지서현에게 준 것이었다.거액의 수표 외에도 그는 그녀에게 몇 채의 집과 여러 대의 차를 함께 줬었다.그때 조현우가 보고하기를 지서현은 딱 하나만 골랐다고 했다.바로 이 페라리였다.
1996클럽 안의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건 지유나였다.지유나는 화려한 이목구비에 자신감 넘치는 빛을 담고 있었다. 몸을 가볍게 회전하며 하승민 앞에 도착하더니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키가 크고 다리가 긴 하승민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지유나는 부드러운 몸을 그의 탄탄한 몸에 밀착시키며 관능적인 밀착 댄스를 시작했다. 유혹적인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아름다운 남녀가 선보이는 뜨거운 춤은 클럽의 분위기를 단숨에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바로 그때, 지서현과 소아린이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지서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