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섭이 여전히 자기편에 서 있다는 사실에 지유나는 마음을 살짝 놓았다....기자회견이 끝나고 하승민은 롤스로이스 비즈니스 차량으로 돌아왔다.그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앞 좌석의 조현우에게 지시했다.“기자들한테 전해. 서현이 관련된 건 그 어떤 기사도 나가지 않길 원한다고.”조비서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그건 걱정 마십시오, 대표님. 여성 기자들 몇 분이 현장에서 이미 자발적으로 사모님 관련 사진이나 영상 다 삭제했어요. 사모님에 대한 보도는 없을 겁니다.”하승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모두가 잔을 들어 술을 비웠다.그때였다.룸 안에 설치된 TV에서 뉴스 한 편이 흘러나왔는데 앵커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오늘 저희는 아동 성추행 및 강간 미수 혐의로 한 명의 범죄자를 체포했으며, 동시에 공범 혐의자도 함께 검거했습니다.”화면 속엔 머리에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왕우현이 경찰차에 태워지는 장면이 나왔다.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윤희가 끌려 나왔다.왕우현은 몰라도 이윤희는 알 수 있었다.그리고 세 명의 대표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지 대표님, 저 용의자... 아무리 봐도 사모님 같은데요?”‘뭐?’술을
지유나가 커피를 사준다니 지서현은 조금 의아했다.하지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자 지유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왜, 지서현? 겁났어? 요즘 연달아 이겨서 기세등등하던데 설마 나랑 마주 앉을 용기는 없는 거야?”지서현은 붉은 입술로 가볍게 씩 웃었다.“좋아. 이따 봐.”전화를 끊은 뒤, 외출 준비를 했다.띵.그때, 그녀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보낸 사람은 임성민이었다.그가 보낸 것은 지난주에 겪었던 복잡한 수술의 계획서였다.“선생님, 지난주에 제가 맡았던 어려운 수술입니다. 시간 되실 때 지도 부탁드립
지서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스스로를 조롱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병원 VIP 병실.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뒤, 지유나의 다리는 붕대로 감겨 있었다.하승민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다리, 인대나 뼈에 이상은 없나요? 춤추는 데 지장 없을 겁니까?”의사가 차분히 대답했다.“하 대표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방금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했는데 이번엔 정말 다행스럽게도 근육이나 뼈에는 이상이 없고 단순한 타박상입니다. 휴식 잘 취하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습니다.”의사가 병실을 나갔다.그 순간,
‘무슨 말이야? 지서현을 학교에 보낸다고? 세경대학교라고? 정신 나간 거 아냐? 세경대는 국내 최고 명문이야. 지서현이 뭔 자격으로 들어가?’지유나의 얼굴이 굳어졌다.“오빠, 지서현은 열여섯 살 때 학교 그만뒀어. 시골에서 올라온 애라고. 남자 유혹하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그런 애가 세경대에 들어갈 자격이 있냐고?”하승민은 아무 말 없이 지유나를 바라봤다.그의 눈빛은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지서현을 세경대학교에 보내겠다는 결심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지
지서현은 고개를 들어 하승민을 바라봤다.“괜찮아요. 오늘 밤에 나갈게요.”그의 손바닥에서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하승민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강하게 감아쥔 탓에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세경대에 가서 등록해.”지서현은 멍해졌다.“왜요?”“널 세경대에 보내기로 했어. 거긴 다 얘기해뒀고 너는 거기서 의학을 공부하면 돼.”“...”‘날 세경대 의대에 다니게 한다고? 나중에 이 사람 자기 말 되새기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볼까?’“안 가요.”지서현은 단칼에 잘라 말했다.그러자
사실 이 오랜 세월 동안 떠돌고 또 떠돌면서 그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그렇게 방황하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하지만 고난보다 더 눈물이 나는 건 따뜻함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김옥정은 조용히 지서현을 품에 안았다.그러고는 아이를 달래듯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 바보 같은 애야,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고맙다고 해?”“할머니,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그래, 말해봐. 무슨 일이야?”문밖에 서 있던 하승민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지서현은 김옥정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긴 속눈썹이
그녀는 그저 대타로 시집온 여자였다.그건 작은 사고였고 한승민은 한때 지서현에게 육체적인 욕망에 휘말린 적은 있었지만 좋아한 적은 없었다.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유나, 그가 원한 사람도 지유나였다.두 여자 사이를 오가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그러니 지서현과의 관계는 이제 끝내야 했다....깊은 밤,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소아린은 옷을 걸치고 나가며 물었다.“누구세요?”문 앞에는 지서현이 서 있었다.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고 손에는 그저 김옥정이 선물해준 노란색 니트 조끼 하나뿐이었다.지서현은 힘없이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