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실.주지훈이 부모님을 대동하고 당당하게 다시 돌아왔다.그는 이미 세수까지 끝낸 지서현과 엄수아를 보았다.맑고 깨끗한 얼굴, 생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꽃처럼 청초한 분위기를 풍기는 지서현을 본 순간 주지훈의 심장이 또다시 요동쳤다.‘역시 내 여자 친구로 딱이야.’하은지는 그에게 지서현을 괴롭혀달라고만 했지 지서현을 여자 친구로 만들라고 하지는 않았다.그런데도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시골 출신인 걸 문제 삼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나를 거절하는 거지?’그가 여자 기숙사 앞에 스포츠카를 대기만 하면 수많은 여학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하승민에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는 듣지도 않고 단숨에 그녀를 몰아세웠다.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하승민은 잠시 자책감을 느끼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어쨌든 자초한 일이야. 입학한 지 이틀 만에 주지훈 같은 한량에게 찍히다니.’하승민은 방금 주지훈이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도 똑똑히 봤다.같은 남자로서 그는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가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살짝 애교만 부려도 주지훈이 쉽게 용서해 줬을지도 몰랐다.어떤 상황이든 하승민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그 생
곧이어 하은지는 자신의 또 다른 부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첫 번째 부계정을 태그하며 거짓으로 동조했다.[맞아. 맞아. 지서현이 수업 시간에 잔 걸로 세경대의 퀸카가 된다면 정말 웃음거리가 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은지 퀸카가 최고지.]그리고 나서 하은지는 다시 본계정으로 전환하여 등장했다.[여러분, 싸우지 마세요. 우리 후배님도 예쁘잖아요. 퀸카 자리는 언제든지 양보해 드릴 수 있답니다.]하은지는 세 개의 계정을 번갈아 사용하며 각각 다른 역할을 연기해 분위기를 통제하려 했다. 그녀는 절대 세경대 퀸카라는 타이틀을 빼앗길
“당연하지. 임성민 교수님이 직접 나와서 예슬 선배 맞이하는 거 못 봤어?”학생들은 모두 감탄과 부러움이 섞인 눈길로 지예슬을 바라보았다.지예슬은 임성민 교수와 함께 등장했다.그녀는 아름다운 턱선을 당당히 치켜세우고 있었고 마치 화려한 공작새처럼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임성민과 함께 멈춰 선 지예슬의 시선이 먼저 지서현에게 향했다.그녀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지서현을 훑어본 뒤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서현이는 16살 때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게다가 소문으로는 임성민 교수님의 강의 시간에도 잠만 잔다고
임성민은 말문이 막혔다.‘임성민? 누가 임성민이지? 아니... 내 이름인데? 하지만... 지서현이 그렇게 부르면 안 되지 않나?’임성민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지서현은 주변을 한 번 훑어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걸어가 버렸다.“푸흣.”그 순간 엄수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임성민을 한 번 힐끗 바라본 뒤 빠르게 지서현을 따라갔다.“서현아, 같이 가.”뒤에 남겨진 지예슬과 하은지는 충격을 받아 멍한 표정이었다.“교수님. 방금 지서현이 뭐라고 했어요? 교수님 성함을 막 부른 거 맞죠? 말도 안 돼! 미쳤나 봐!”두 사람은
김옥정은 금방 상황을 눈치챘다.“그래. 그래. 그렇다면 이 할미는 안심이구나.”기분이 좋아진 지서현은 김옥정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할머니, 오랜만에 나오셨으니 저랑 같이 놀아요.”김옥정이 활짝 웃었다.“그래. 좋아. 할머니는 밖에 나오는 게 제일 좋단다.”...거리로 나온 세 사람은 활기찬 분위기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밀크티 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서현아, 우리 밀크티 한잔 마실까? 여기 새로 나온 수제 타로 모찌 밀크티가 엄청 맛있대.”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서현아
김옥정은 희목 족도라는 큼직한 네 글자를 바라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서현아, 여긴 뭐 하는 곳이니?”지서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발 마사지 받는 곳이에요! 할머니, 수아야! 오늘은 제가 쏩니다!”세 사람이 당당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주인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지서현은 거침없이 말했다.“사장님, 남자 마사지사 세 명이요. 제일 키 크고 잘생긴 분들로!”사장님 즉시 답했다.“알겠습니다. 귀빈 세 분, 이쪽으로 모실게요.”한편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낭만적인 촛불과
김옥정은 다시 밀크티 한 모금을 빨아들이며 흐뭇하게 웃었다.“아주 시원하고 좋구나.”그리곤 그녀는 앞에 앉은 잘생긴 남자 마사지사를 보며 물었다.“자네, 올해 몇 살인가?”남자 마사지사는 살짝 긴장하며 답했다.“올해 20살입니다.”“남자들은 80이 되어도 20살짜리 어린애를 좋아한다더니 할머니도 80살이지만 어린 친구가 좋네.”“하하하.”“하하.”지서현과 엄수아는 폭소를 터뜨렸다.방 안은 세 여자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조현우는 먼저 들어가서 지서현에게 귀띔하려 했지만 그 말을 듣고는 그냥 몸을 돌려 빠르게 퇴장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