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가 임씨 가문으로 돌아오자 가정부인 임미선이 반갑게 맞이했다.“우리 아가씨, 오셨네요.”엄수아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반점이 있어 ‘못난이’ 소리를 듣고 자랐다. 다른 여자아이 같았으면 상처받고 소극적인 아이로 자랐겠지만 엄수아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임 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로 자랐다.엄수아는 임미선을 껴안으며 기뻐하며 말했다.“아주머니, 다녀왔어요! 오늘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잘 대접해 줘야겠어요.”엄수아는 ‘대접’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임미선은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아가씨 친구분들이요?
“우리는 지온이랑 노는데 넌 시골뜨기 서현이하고만 놀 수 있으니 참 불쌍하다.”임미선은 어이가 없어 눈을 흘겼다.하지만 엄수아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는 너희가 지온이랑 노는 게 정말 부러워.”하은지는 실컷 비웃고 나서 말했다.“유나 언니, 이 못난이에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지온이 만나러 갑시다.”지유나도 엄수아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부러워하게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들어가요.”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거만한 모습을 보며 임미선은 비웃었다.“아가씨, 저 사람들은 아직 아가씨의 신분을 모
엄수아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녀가 바로 지온이라고.엄수아가 지온이라고?지유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엄수아가 지온이라니? 나와 은지가 세경대를 샅샅이 뒤지며 찾아다녔던,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했던 그 사람이 바로 엄수아, 이 못난이라고?’하늘이 자신에게 너무나 큰 장난을 친 것 같았다.믿을 수가 없었다.하은지 또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때 엄수아가 웃으며 말했다.“지유나, 우리 오빠에게 들었는데 너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했다며? 아까는 말 잘하더니 왜 지금은 아무
엄수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지유나, 정신 차려. 여긴 임씨 가문이야. 하씨 가문이 아니라고. 뭐해요. 얘네들 당장 내쫓아요!”“알겠습니다.”지유나와 하은지는 반항할 새도 없이 쿵 소리와 함께 밖으로 던져졌다. 곧 두 사람은 문밖에서 엎어져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다.하하.임미선은 매정하게 비웃었고 엄수아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잘 대접하겠다고 말했었다.감히 그녀의 절친 지서현을 괴롭히다니. 지서현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지?며칠 전 지서현이 크게 앓았던 것에 대
하은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 그녀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유나 언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정우 오빠예요...”“은지 씨, 정우는 이제 잊어요. 그 사람, 이미 강미래 씨랑 결혼 날짜까지 잡았어요. 유 씨랑 강 씨 두 재벌가끼리 맺는 결혼이라 절대 틀어질 일 없어요. 그러니까 은지 씨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연 찾아야죠.”지유나는 덧붙였다.“조씨 가문은 해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가예요. 조군익은 집안도 좋고 인품도 괜찮아서 임씨 가문에서도 지온이한테 점찍어 뒀잖아요. 근데 은지 씨가 먼저 가로채면
조군익은 고개를 돌렸다. 하은지의 맑고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어, 하은지!”하은지는 오늘 세일러 카라가 달린 파란색과 흰색 상의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까지, 그녀의 완벽한 몸매가 잘 드러났다. 하은지는 조군익 앞에 청순하게 서서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살짝 웃었다.“조군익, 전에 네 차에 얻어 탔었잖아. 그러니 오늘 내가 우산 씌워주는 걸로 퉁치자.”조군익은 웃었다.“조군익, 너 약속 있지? 이 우산 너 가져. 난 먼저 갈게.”하은지
‘조군익은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엄수아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군익의 안전이 걱정되었던 것이다.팝콘을 품에 안고 엄수아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세경대로 뛰어갔다.세경대에 도착했을 때 엄수아는 온몸이 젖어 있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맛있는 팝콘만큼은 조군익과 함께 나누고 싶어 품 안에 소중히 안고 왔던 것이다.엄수아는 조군익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조군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는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하은지가 서 있었다.조군익
하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지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수아가 영화관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돌아갔다는 말에 지유나는 깔깔 웃었다.“진짜 웃겨 죽겠네. 임씨 가문의 막내면 또 어때요. 얼굴이 예뻐야지. 은지 씨, 너무 잘했어요. 조군익은 이젠 완전히 푹 빠진 것 같은데요.”하은지는 미소를 지었다.“유나 언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내일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거예요.”“누가 엄수아더러 지서현이랑 어울리래요? 우리한테 덤빈 게 잘못이지. 이번 일은 엄수아에게 좋은 교훈이 될 거예요. 은지 씨, 좋은 소식 기다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