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아니라 유정우가 방금 모멘트에 게시물을 올린 것이었다.세경 대학 체육관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땅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적나라하게 비쳤다.하나는 가녀리고 우아한 실루엣, 또 하나는 키 크고 날렵한 남성의 실루엣이었는데 딱 봐도 지서현과 유정우였다.유정우는 사진과 함께 짧은 글도 남겼다.[최고의 생일 선물.]이 게시물은 곧바로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그의 친구들 또한 하나둘씩 댓글을 달았다.[정우야, 오늘 생일인데 왜 클럽 안 가고 청순 모드야?][학교
그러나 고급 차량에 씌워진 필름 덕분에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차 안에서 자신과 유정우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왜 갑자기 나를 찾아온 거지?’지서현은 자연스럽게 유정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정우 씨, 늦었으니까 전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 볼게요.”유정우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좋습니다. 다음에 또 놀죠.”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자신의 페라리에 올라탔다.그리고 스포츠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순간에 시야에서
하승민은 지서현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앞으로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 화가 잔뜩 나 있었다.그래서 지서현의 부드러운 입술이 다가오자 그는 귀찮다는 듯 그녀를 밀어냈다. 하지만 지서현은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작은 손을 하승민의 목으로 옮겨 단단히 감아 버렸다.“하승민 씨, 저 밀어내지 마세요. 네?”지서현은 맑은 눈동자로 하승민을 올려다보았는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울렸다.그리고 살짝 새어 나오는 콧소리가 하승민의 근육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예전처럼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엄수아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서현아, 이제 그만 자.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피곤해하는데?”지서현은 애써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조금만 더 잘래.”“자긴 뭘 자! 기분 좀 띄워보자. 일어나! 나랑 술 마시러 가자.”엄수아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술집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룸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했다.지유나와 고우섭, 그리고 하은지. 그 외에도 몇 명의 재벌 2세들이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고우섭이 말했다.“형수님, 우리 승민 형님 출장을 간 지 이틀째잖아
지서현은 순간 얼어붙었다.‘이게 무슨 뜻이지? 그 목걸이는 지유나를 위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왜 나한테 마음에 드냐고 묻는 거지?’‘설마... 두 개를 산 건가? 하나는 지유나에게 하나는 나한테?’사실 그럴 수도 있었다.하승민은 돈이 많으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그렇지만 지서현은 더 이상 그의 생각을 추측하고, 고민하고,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속도로에서의 그날 밤으로 지서현은 이미 모든 걸 돌려줬으니 이제 둘은 완전히 정리된 사이였다.지서현은 휴대폰을 조용히 내려놓고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때, 지유나
하승민은 이미 떠났다.하지만 지서현이 신경 쓰는 건 그가 떠난 게 아니었다.그녀는 왜 하승민이 그렇게 쉽게 그 비싼 목걸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궁금했다.그 목걸이는 천만 원 이상 하는 명품이었다.돈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건가?그렇게 생각한 지서현은 즉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 그 물건을 주워 왔다.다행히 더럽혀지지 않았고 손상도 없었다.지서현은 다시 여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그 명품 목걸이를 꺼내 화장대 앞에 앉았다.박스를 열자 그 목걸이는 조명에 반사돼 아름답게 빛났다.하승민의 안목은 확실히 좋았
‘남편’은 지서현에게 서늘한 미소를 짓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악!”하승민은 대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지서현과의 대화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가 문자를 쓰고 있다는 표시만 뜰 뿐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지서현은 도대체 무슨 문자를 전송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하승민은 이 상황이 웃긴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다 문득 캡처된 사진이 떠올랐다. 가녀린 목선을 따라 걸려 있던 목걸이는 지서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소아린? 그 사람이 날 뭐라고 불렀더라? 개*
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오빠, 우리 같은 방에서 지내자.”옆에 있던 유정우 또한 지서현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서현 씨, 저희도 한방에서 지내죠.”그러자 하승민의 시선이 곧장 지서현에게 향했고 잠시 생각하던 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가 흔쾌히 유정우와 같은 방을 쓰겠다고 하자 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고 딱 그의 차가운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뭘 봐?’그녀는 하승민의 눈빛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젯밤 잘못 보냈던 사진과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