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아마 임미도가 너무 오랫동안 유정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유정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보고 있어요?”임미도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정우 씨, 고마워요.”유정우는 굳이 묻지 않았지만 그녀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이어서 그가 입을 열었다.“우린 부부예요. 남이 당신을 괴롭히는 건 곧 나를 괴롭히는 거죠. 다음에 또 똑같은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요. 아니면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지 말해도 되고요. 원칙만 어기지 않으면 다 가능해요.”그의 한마디에 임미도
임한겸은 분노에 차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때 곧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흘러나왔다.“미도야, 다 내 잘못이야. 네가 화가 났다면 나한테 화를 내렴. 설아는 아무 잘못도 없어.”임미도는 단번에 알아들었다.수년간 아버지가 밖에 숨겨두고 살던 그 여자, 이소정이었다.이소정은 울먹이며 말했다.“미도야, 네가 나를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네 엄마를 찾아갈게. 네 엄마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수도 있어.”임미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떻게 해야 염한나를 가장 잔인하게 자극할 수 있는지 이소정은 너무나
임미도는 당연히 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있었고 임신 초기에는 그와 잠자리를 가져서는 안 됐다.사실 그런 문제까지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동안은 그녀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유정우가 먼저 다가가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하필 오늘 밤 함께 씻자고 할 줄은 몰랐다.아직 임신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임미도는 일단 부드럽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나 방금 집에 와서... 그냥 먼저 씻고 싶어요.”유정우는 그녀의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에 힘을 주
“아니에요. 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잠시 후에 회의도 있어요.”유정우가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오늘 밤엔 내가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임미도가 답했다.“알겠어요. 저도 늦을 것 같아요.”“그래요, 그럼 일 봐요.”“네.”임미도가 먼저 전화를 끊자 유정우는 휴대폰을 쥔 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임미도의 말투에서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아마 정말 많이 바쁜 걸 거라고 생각했다.“대표님, 이제 회의실로 가시죠.”유정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유정우가 집에 도
방금 전의 홀가분했던 마음은 다시 걱정으로 가득해졌다. 임미도는 아직 유정우라는 큰 고비가 남아 있다는 걸 떠올리며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분명 화를 낼 것이 틀림없었다.하지만 그녀 뱃속의 아이는 유진태가 그토록 아끼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유진태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임미도의 마음은 다시 조금 가벼워졌다.“오늘 도련님은 일찍 출근하셨어요. 여사님, 도련님께 전화해서 기쁜 소식을 알려드릴까요?”임미도가 고개를 저었다.“희주 씨, 임신한 건
“그럼 됐지, 그럼 됐어! 만약 정우가 괴롭히기라도 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앞으로 무슨 일이든 난 네 편이야. 우리 증손자가 조금이라도 서운한 일 겪게 둘 수는 없지!”“네, 회장님.”전화를 끊고 한희주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번졌다.“여사님, 제가 사람을 좀 더 고용할게요. 임산부의 식단을 담당하는 담당자랑 산전검사 전담으로 나눠서요.”“희주 씨, 저는 조용한 게 좋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은 필요 없어요.”한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여사님,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오늘 바로 병원 예약도 잡아두고 내일 종합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