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젓가락을 든 작은 손을 멈칫하더니 사실대로 말했다.“결혼했어요.”뭐?모두가 놀랐다.주예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서현을 바라보았다.“지서현, 결혼했다고?”지서현은 하승민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지서현은 애써 그를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서 졸업 후 딱히 한 건 없어요. 그냥... 남편 챙겨 주고 주부로 살았죠.”지서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3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하며 하승민에게만 매달려 살았다.선배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서
지서현은 너무 난감했다.‘하승민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나한테서 선배 소리를 듣고 싶은 건가?’그는 틀림없이 또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거였다.지서현은 그를 쏘아보았다.노려보는 지서현을 보며 하승민은 얇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기분 좋아 보였다.그때 유려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지서현의 전화였다.이 전화는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지서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천천히 드세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지서현은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소문익에게서 온 것이었다.“서현아, 나 해성에 도착
그때 작고 갸름한 턱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 하승민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세게 쥐었던 것이다.지서현은 눈썹을 찡그렸다.“아파요.”하승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매력이 대단하네.”그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을 봐 왔다. 주예찬은 이번 기수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학생인데도 그녀에게 푹 빠져 결혼 경력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지서현은 그 틈에 휴대폰을 빼앗았다.“제 매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하 대표님은 안 넘어왔잖아요. 안 그래요?”그녀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하승민, 놔요!”지서현은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하승민의 가늘고 긴 눈꼬리에는 이미 욕망이 어려 있었다. 그는 다시 지서현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하승민, 우리 이혼했어요. 유나 생각하세요!”유나라는 이름은 마치 하승민의 머리 위로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그는 온몸이 굳었다.지서현은 있는 힘껏 그를 밀어내고 돌아서서 달아났다.하승민은 혼자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그는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지유나는 그의 여자애였고 그는 지유나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그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꿈이었다.지서현 꿈을 꾼 것이었다.어젯밤 지서현이 그의 꿈속에 나타났다.그는 목울대가 뻐근해졌고 온몸의 근육이 긴장하며 팽팽해졌다. 혈기왕성한 남자의 몸은 아침에 유독 민감했다.하승민은 천천히 손을 이불 속으로 넣고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밤새도록 눈이 내렸고 오늘은 다 같이 스키를 타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모두 모였지만 하승민은 아직 오지 않았다.“승민 선배는 왜 아직 안 오셨지?”“제가 불러올게요.”모두 하승민을 부르러 가려고 할 때, 하승민이 방에서 나왔다.“승민 선배, 좋은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지서현은 눈을 뜨고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했다.방금 아찔한 순간, 하승민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이다.‘왜 하필 이 사람이지?'“하 대표님?”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가 눈앞에 보였다. 곧 충돌할 것 같았다.하승민은 강한 팔로 지서현을 꽉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꽉 잡아.”지서현은 본능적으로 하승민을 껴안았다.퍽!두 사람은 바위에 부딪히며 멈춰 섰다.지금은 남자가 아래, 여자가 위인 자세였다. 하승민에게 안긴 채 그의 위에 엎어져 있던
하승민은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지서현은 그의 혹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해 주느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하승민이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입술이 지서현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하승민의 차가운 입술과 지서현의 따뜻한 입술이 겹쳐졌다. 두 사람은 키스를 하고 말았다.지서현은 맑은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승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서현, 네가 나한테 키스했어!”그는 그녀가 키스했다고 했다.지서현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때 주예찬과 선후배들이 그녀를 찾으며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어요!”‘정말 만난 적이 있다고?’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 그녀를 만났다는 걸까?’그런데 그녀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그를 끌어당기는, 그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우린...”지서현은 목걸이를 찾으려는 듯 목을 만졌다. 그가 선물했던 옥 반지를 꺼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옥 반지는 없었다. 그제야 그녀는 옥 반지를 방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서 기다려요. 뭔가 좀 가져 올게요.”지서현은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