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가 오토바이를 훑어보자 진세윤이 말했다.“오토바이가 더 빨라. 차가 막히지도 않고.”엄수아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이 오토바이 진짜 멋있다. 나 오토바이 한 번도 타 본 적 없는데.”진세윤은 엄수아처럼 평소에 고급 승용차만 타고 다니는 부잣집 아가씨가 오토바이 타는 것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생각이 틀렸던 모양이었다.진세윤은 헬멧을 쓰고 말했다.“빨리 타.”엄수아는 재빨리 헬멧을 썼다. 지금은 일분일초가 소중했다. 지서현을 구해야 했다.“다 썼어.”진세윤은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멋지게 오토바이에 올
그때 임성민의 휴대폰을 누군가 낚아채더니 김옥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방금 뭐라고 했니? 서현이가 임신했다고?”김옥정은 마침 임성민과 함께 있었고 엄수아의 전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엄수아는 지서현에게 임신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그녀는 오직 지서현과 아이가 무사하기만을 바랐다.“네, 할머니. 서현이가 임신했어요. 승민 오빠 아이를 가졌어요. 하 씨 가문의 적장손이요.”김옥정은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이
조현우는 돌아서서 하승민을 보며 물었다.“대표님, 무슨 지시사항이라도 있으십니까?”하승민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지서현 쪽을 좀 보고 와...”말을 꺼내는 순간 지유나가 갑자기 아픈 신음을 냈다.“유나야, 왜 그래?”“승민 오빠, 나 심장이 너무 아파.”지유나는 몸에 힘이 풀리면서 하승민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조현우가 다가왔다.“대표님...”지유나는 조현우를 계속 쳐다보다가 그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재빨리 손을 뻗어 하
서재에서 서류를 보고 있던 하승민은 갑자기 탁 소리와 함께 서류를 덮었다.옆에 있던 조현우가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하승민은 깊게 눈썹을 찌푸렸다.“나도 모르겠어. 가슴이 답답해.”하승민은 원래 일 중독자였지만 오늘따라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빴으며 심장 부근이 욱신거리는 것도 같았다.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다.“의사를 불러 드릴까요?”하승민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그리고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지서현은 지금 뭘 하고 있지?”“
지서현은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다. 눈앞의 하얀 조명이 너무 강렬해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의사인 그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수술대 위였다.지서현은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고 주위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몇 명 서 있었다.딸깍딸깍.의사는 작은 약병 뚜껑을 몇 개 따고 긴 주사기로 약물을 넣기 시작했다.“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하고 낙태 수술을 시작합시다.”낙태 수술?소아린과 함께 있을 때 습격을 당한 후 지서현은 이들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뱃속 아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유나가 전화를 끊자 하승민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거기서 뭐 해?”하승민이 서재에서 나왔다. 손에는 서류가 들려 있었고 조현우가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지유나는 재빨리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일 계속해.”하승민은 지유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지유나는 순간 흠칫했다. 하승민이 눈치챘을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예리한 하승민이라면 무언가 알아챌 수도 있었다.그때 조현우가 서류를 들고 말했다.“대표님, 이 계약서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그제야 하승민은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서재에서
너무 화를 냈던 탓에 지서현은 아랫배가 다시 은근하게 아파 오기 시작했다.그녀는 스스로에게 침을 놓고 침대에 누우려 했다.그때 경쾌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전화가 온 것이다.절친 소아린의 전화였다.지서현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린아.”소아린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여보세요, 서현아. 나 큰일 났어.”지서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인데?”“나 방금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누가 집에 막 쳐들어왔어. 난 지금 너무 무서워서 방에 숨었어.”“뭐? 그 사람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경찰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배를 압박했다. 원래 몸이 좋지 않았던 지서현은 재빨리 그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놔요! 배 아프단 말이에요!”그녀가 배가 아프다고 하자 하승민의 팔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배에서 손을 떼고 그녀를 부드러운 소파에 밀어 넣었다.지서현은 일어나려고 했지만 하승민은 그녀를 덮치듯 누르고 옷깃을 잡아 찢었다.쫙!옷깃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지서현의 어깨가 드러났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때 하승민이 그녀의 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왜 소문
지서현은 깜짝 놀라 하승민을 올려다보았다.“무슨 말이에요? 아이가 누구 거라고요?”하승민은 차갑게 웃었다.“아이가 누구 건지 내가 말해 줘야 아나?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소문익 아이잖아!”지서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하승민에게 아이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왕 알게 된 이상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승민, 잘 들어요. 이 아이는 소문익 아이가 아니에요. 당신 아이라고요!”지서현은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말했다.하승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웃음을 터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