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조용히 문을 열었다.문틈 사이로 고요한 밤공기와 함께 낮고 묵직한 긴장감이 스며들었다.“들어와요.”하승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실내로 들어섰다.두 사람은 거실 중앙에 마주 섰고,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하 대표님. 무슨 일이신가요?”그의 발걸음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제발 이렇게 차갑게 대하지 마. 난 정말 지난 몇 년 동안 그 여자아이가 너인 줄 몰랐어. 줄곧 너를 찾아다녔는데。。。”지서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이미 다 알고 있어요.”그녀의 무심하고 차분한 반응에 하승민은 안절부
“전화해서 뭐 하자는 거지?”지서현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네, 하 대표님.”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나를 피하는 거야... 널 한 번만 보고 싶어.”그의 애절한 목소리에 지서현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하 대표님. 아까 병원에서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사이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잠시 침묵이 흐르다 하승민은 조용히 말했다.“날 단 한 번만 만나주면 안 될까?”“안 돼요.”지서현은 단호하게 끊어냈다.“지금 늦었어요. 저 먼저 쉴게요.”그리고 그대로
“훗.”소아린이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전에 그 난리 났을 땐 한 번도 안 나타나더니 이제 와서 눈치 보면서 찾아와? 진작에 그렇게 하지 그랬어.”그러나 곧 그녀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하게 지서현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래도 결정은 네 몫이야. 하 대표가 정말 널 만나고 싶어 하는데 넌 어떻게 하고 싶어?”지서현은 천천히 손을 배 위로 올렸다.아직 작고 여린 생명이 품 안에 있음을 느끼며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었다.“이미 끝난 일이야. 그 사람과 더는 할 말도 없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그냥 돌려보내 줘.”
지해준은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그 순간, 이윤희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녀의 눈빛에는 만족이 스며 있었고 마음속엔 확신이 자리했다.‘드디어 이 순간이 왔어. 우리 유나 이제 부귀영화 누릴 일만 남았네.’이윤희는 고개를 들고 느긋하게 거실로 나왔다.기다리고 있던 지씨 가문 사람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됐어?”박경애의 물음에 이윤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화했어요.”그 순간, 박경애는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쿵 하고 바닥에 내리쳤다.“잘했다! 잘했어!”노인의 얼굴엔 오랜만에
지예슬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초조하게 물었다.“방법이라뇨? 지금 유나는 하 대표한테 잡혀 있고 지서현까지 나선 마당에... 도대체 무슨 수로 유나를 구하겠다는 거예요?”하지만 지해준은 여전히 침묵했다.그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돌아서 떠나려 했다.지예슬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정말 방법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써야죠! 시간이 없어요! 도대체 뭘 고민하고 있는 거예요?”그러나 지해준은 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은 채 무거운 뒷모습만 남기고 복도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이윤희가 급히 그 뒤를
이윤희 부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박경애를 바라봤다.“어머니, 지금 우리 유나를 버리시겠다는 거예요?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요!”그러자 지예슬이 차갑게 끼어들었다.“가족? 지금 와서 무슨 가족이에요? 지유나가 지서현 행세하면서 얻은 이익은 다 당신들 몫이었잖아요. 우린 얻은 게 뭐가 있었죠? 잘될 때는 혼자 꿀 빠시더니 이제 와서 함께 죽자는 거예요?”지동욱 부부도 급히 말을 거들었다.“예슬이 말이 맞아요. 죄는 지은 사람이 받는 거예요. 우리는 절대 유나 때문에 같이 망할 수 없어요!”이윤희는 혈압이 솟구치는 듯 기가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