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거들었다.“임 회장님, 저희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백 대표님은 워낙 바쁘신 분이잖아요!”“백 대표님을 뵙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염한나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미도야, 백 서방 왔어?”임미도는 임정훈을 향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오늘 준성 씨는 안 왔어요.”‘뭐라고?’임정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미도야, 그게 무슨 소리냐. 준성이가 안 오다니?”염한나가 걱정스레 물었다.“미도야, 백 서방은 왜 안 온 거니? 오늘 네 할아버지 생신인데, 분명 같이 오기로 약속
임설아는 눈을 크게 뜨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대박, 백 대표가 미인이랑 데이트 중이었네요!”이소정은 뛸 듯이 기뻤다. 오늘 밤 백준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일인데, 이런 결정적인 사진까지 손에 넣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때 날카로운 벨 소리와 함께 전화가 걸려 왔다.이소정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전히 그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였다.“소정아, 그 사진 마음에 들어?”“대만족이야! 오늘 임 회장의 생신 잔치인데 백준성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여자랑 데이트라니. 이 사진이 임정훈과 사교계
이소정의 마음속에 질투와 증오가 뒤엉켰다.“봤다. 임미도는 왔는데 백 대표는?”임설아가 주위를 살피더니 갑자기 희색을 띠며 말했다.“엄마, 백 대표는 안 왔어요!”“뭐? 정말이야?”이소정이 고개를 들어 보니, 차에서 내린 임미도가 정말 혼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과연 어디에도 백준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소정이 쾌재를 불렀다.“백 대표가 안 왔어! 세상에, 백 대표가 안 오다니! 이건 정말 하늘이 도운 거야.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더니!”임설아도 거들었다.“오늘 연회의 핵심은 백 대표잖아요. 할아버지도
이소정은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한겸 오빠, 어서 들어가 보세요.”그러자 임한겸이 다정하게 말했다.“그럼 너랑 설아는 먼저 집에 가 있어. 기사한테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 테니까 여기 생신 잔치 끝나면 바로 너희한테 달려갈게.”임한겸은 세심하게 뒷일까지 챙겼다.“오빠, 나랑 설아는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비록 어르신께서 설아를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설아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르고 존경하거든요. 못 들어가게 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저랑 설아는 밖에서라도 자리를 지키며 생신을 축하드리고 싶어요. 다 끝나면 그때 같이
“아버지, 설아가 지금 밖에 와 있어요. 아주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예요. 할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오고 허락하지 않으시면 조용히 밖에 머물면서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겠다고 했어요. 그런 손녀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염한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가 보기에 사생아 임설아는 어머니 이소정을 그대로 닮은, 사람 마음을 구슬리는 데 능한 여자였다.임정훈은 단칼에 거절했다.“돌려보내.”단호한 한마디였다.임한겸이 놀라 외쳤다.“아버지.”임정훈이 차갑게 말했다.“방금 한나가 한 말 중에 하나는 맞아. 미도 만이 우리 임
곧 다음 날이 밝았다.오늘은 임정훈의 생신이었다.임씨 가문의 본가는 온통 등불과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대문 밖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행사는 매우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몇몇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모여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이번에 임정훈 회장님의 생신 연회 정말 성대하네요.”“그럼요. 이번에 임씨 가문이 크게 연회를 여는 거잖아요. 재계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은 다 왔다던데요.”“저기 봐요. 임정훈 회장님 나오셨어요.”오늘의 주인공 임정훈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검은색 개량한복을 입고 지팡이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지서현의 시야에서 끝없이 확대되었다. 그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꼬박 3년, 지서현과 하승민은 떨어져 지낸 지 3년이 흘렀다. 그의 깨끗하고 서늘한 우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다시 따스한 품에 안기자 지서현의 정신이 잠시 아득해졌다.얼른 정신을 추스른 지서현은 곧바로 손을 들어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다.“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그러나 하승민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물었다.“아까 무슨 생각 했어?”“아
황서옥은 웃으며 말했다.“유나야, 엄마하고 사이가 좋다니 이모도 정말 기쁘구나.”여유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서옥 이모는 연기도 정말 잘하시네요.”그때 여유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물었다.“아빠는요?”황서옥은 여유나를 보지 않고 식탁에 앉아 우아하게 아침 식사를 시작하며 말했다.“아침 일찍 나가셨어.”여유나는 문득 황서옥의 달라진 점을 민감하게 눈치챘다. 이를테면 자신이 식탁에 앉지도 않았는데 황서옥이 먼저 아침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의 황서옥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었다. 항상 그녀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환
로하는 두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갔다. 검은 옷 남자 둘은 로하를 품에 안고 검은 밴으로 향했다.로하는 목청껏 외쳤다.“할머니, 살려 주세요!”임희진은 두 손으로 휠체어를 짚었다.“로하를 놓아라!”순간 임희진이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 로하를 빼앗으려 했다.로하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외쳤다.“할머니, 걸으실 수 있어요! 정말 걷고 있어요!”임희진도 잠시 멍했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었다.남자 한 명이 이를 갈았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 둘 다 데려가!”
하승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식사 자리 더 이어갈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저는 먼저 회사에 갈게요.”말을 끝낸 하승민은 그대로 걸음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승민아? 승민아!”임희진이 부르며 손을 뻗었지만 하승민은 뒤돌아보지 않았다.여유나는 그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며 눈빛이 서늘해졌다.지난 3년 동안 수없이 거절당했지만, 손에 닿지 않는 남자일수록 더 갖고 싶어졌다. 더구나 그녀는 이제 재계 1위의 딸이다. 못 얻을 게 없다고 믿었다.여유나는 임희진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승민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