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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증언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13 11:16:41

병원 강당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사회가 주도한 공개 청문회 형식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기자석은 이미 빼곡했고, 카메라 플래시는 쉼 없이 터졌다.

중앙 단상에 선 민도혁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확신이 어려 있었고, 그 확신은 모두에게 불길한 예감을 안겨주었다.

“오늘 우리는 차수연 교수의 과거 의료 행위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잠시 강당 전체가 조용해졌다.

“특히, 5년 전 응급 수술 은폐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언자가 나올 예정입니다.”

뒤편 문이 열리자,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중년의 나이로 보였고, 깊게 팬 주름과 불안한 시선이 그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분은 당시 수술실에서 환자 이송을 도왔던 의료 보조 인력입니다.”

민도혁은 의도적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강하게 눌렀다.

“그는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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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20화. 빛이 머문 자리

    수술대 위의 조명은 유난히도 차가웠다.그 아래, 차수연은 조용히 마스크를 고쳐 썼다.오랜만의 복귀 수술이었다.심장 절개를 앞두고 손끝이 조금 떨렸지만, 그 떨림조차 반가웠다.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증거’였으니까.“심박수 안정적입니다.”“혈압 120/80 유지 중.”보조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수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좋아요. 이제 시작합시다.”피부 절개선이 그려지고, 메스가 정확한 각도로 내려갔다.심장의 박동이 점점 느리게 들렸다.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했다.그 순간 그녀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숨조차 쉬지 못했던 시간들.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손끝 하나 떼지 못한 수술대의 기억.그 모든 게 지금,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엔 달랐다.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차 교수님, 여기 출혈량이”보조가 급히 외쳤다.피가 예상보다 빠르게 솟구치고 있었다.수연은 즉시 지혈 클램프를 잡았다.“흡인기 강도 높여요. 심근 손상 방지선 확인해요.”목소리는 단단했다. 긴장감 속에서도,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몇 초, 혹은 몇 분.시간의 감각이 무너지는 순간,그녀는 자신의 심장까지 함께 뛰는 것을 느꼈다.손끝이 뜨거웠다.그 뜨거움은 생명과 맞닿은 열이었다.“맥박 돌아왔습니다!”“리듬 정상!”그 말에 수연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손에 닿은 환자의 피부 온기가 느껴졌다.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도 다시 살아 있었다.수술이 끝나고, 병원 복도는 밤보다 더 고요했다.수연은 가운을 벗고, 빈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머리칼이 땀에 젖어 목덜미에 붙어 있었지만, 기분은 묘하게 후련했다.“오늘도 살렸네요.”낯익은 목소리.고개를 들자 강우혁이 서 있었다.그는 수술실 창 너머로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여전히 무모하네요.”“무모하지 않으면, 못 살려요.”그녀의 대답에 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다.“오늘 당신 손, 떨리더군요.”“네, 떨렸어요.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19화. 나를 위한 첫 문장

    비가 그친 새벽, 병원 정문 앞엔 맑은 물웅덩이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하얀 가운들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리듬처럼 이어졌다.평범한 하루처럼 보이지만, 그날만큼은 모든 것이 조금 달랐다.차수연은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낯설었다.하루하루를 버티던 시간이 이렇게 길었을까,이제서야 ‘살아있다’는 감각이 돌아온 듯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 끝에서 강우혁이 서 있었다.그는 커피 두 잔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있었다.“아직도 그걸로 버티세요?”“이젠 중독이에요.”“그건 저도 마찬가지죠.”그녀는 커피를 받아들며 살짝 웃었다.이젠 그와의 대화가 불안하지 않았다.대화 속 침묵마저도, 어쩐지 따뜻했다.“오늘 이사회 결과 발표 날이에요.”“알아요. 이젠 피하지 않으려고요.”“만약…”“‘만약’은 금지어예요.”그녀가 끊었다.“이번엔 내가 나를 믿을 차례니까요.”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강우혁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회의실. 병원 간부들과 이사회 멤버들이 둥그렇게 앉아 있었다.책상 위엔 수많은 문서와 파일,그리고 아직 열리지 않은 한 개의 봉투가 있었다.“이사회의 결정을 발표하겠습니다.”위원장이 천천히 봉투를 뜯었다.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차수연 교수, 복귀 승인.’그 한 문장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단, 사건에 대한 관리 책임은 병원 측이 함께 지는 것으로 한다.”위원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렸다.박정우 이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의 표정에는 미묘한 패배감과 불편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문을 나서며, 그는 짧게 말했다.“결국, 감정이 이겼네요.”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감정이 아니라, 생명이 이겼어요.”그 말에 회의실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누군가 숨을 내쉬는 소리, 누군가 책을 덮는 소리. 그리고 아주 짧은 정적. 그 정적 속에서 그녀의 존재가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했다.복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18화. 끝나지 않은 심장

    차수연은 새벽 다섯 시, 병원에 도착했다.하늘은 아직 검고, 공기는 묘하게 가벼웠다.밤새 내린 비가 유리문에 얇게 맺혀 있었고,그 위로 새벽 첫 버스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지금쯤이라면 병원 복도엔 청소부의 빗자루 소리와수면실에서 새어 나오는 간호사들의 졸린 목소리가 섞여 있을 시간이었다.하지만 오늘은 그조차 없었다.이상하게 고요했다.수연은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갔다.복도 끝, 응급수술팀 게시판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이 시간에 웬일이에요?”강우혁이었다.그는 커피 두 잔이 담긴 컵홀더를 내밀며 말했다.“오늘도 새벽형 인간 모드인가요?”“이젠 습관이 된 것 같아요.”그녀가 웃었지만,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이사회의 최종 결과, 오늘 나온답니다.”그의 말에 수연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알아요.”“겁나요?”“솔직히요? 네.”“그럼 잘됐네요. 겁이 난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그녀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오늘은, 꼭 그런 말만 하네요.”“오늘만이 아니라 앞으로도요.”오전 9시, 감사실 조사실. 길고 하얀 책상이 양쪽으로 놓여 있고,한쪽에는 감사실 직원들과 박정우 이사가 앉아 있었다.그녀 앞엔 두꺼운 서류철이 쌓여 있었다.‘차수연 의료행위 검증 결과 보고서.’박정우가 손가락으로 서류를 톡 건드렸다.“결과가 나왔습니다.”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차 교수의 의료 판단은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였으며,기록 조작의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짧은 침묵. 그 뒤를 따라 나온 한 줄의 문장.“따라서, 모든 징계 절차는 철회됩니다.”그녀는 그제야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기대하지 않으려 했지만, 막상 들으니 손끝이 떨렸다.박정우는 덧붙였다.“다만, 내부 규정상 재심위원회 검토는 남아 있습니다.그 과정에서 일부 의혹 제기자들의 신원도 확인될 겁니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의혹 제기자…요?”“익명 제보가 많았거든요. 그중 일부는 내부 인원으로 추정됩니다.”그의 말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17화. 무너진 자리에 핀 사람

    기자회견이 끝난 지 사흘째 되는 아침, 병원 로비는 여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TV에서는 여전히 ‘차수연 교수 논란’ 자막이 흘러나오고 있었고,그 밑으로는 진실 공방이라는 문구가 번쩍였다.누군가는 그녀를 ‘환자를 살리려다 상처 입은 의사’라 불렀고,누군가는 ‘책임 회피의 달인’이라 비난했다.수연은 늘 그렇듯 정시에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하얀 가운을 걸친 채 복도를 지나가자,직원들이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모른 척했다.그 시선들을 다 받아내기엔 이미 너무 오래, 무너져 있었으니까.“차 교수님.”뒤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불렀다.수간호사 윤정이었다.“오늘 외래 환자 예약이 절반이나 취소됐어요.”“괜찮아요.”“괜찮으세요?”“네. 괜찮아요.”그 대답은 단단하게 들렸지만, 윤정은 그 안의 공허를 느꼈다.진료실 문을 닫자, 그녀는 잠시 숨을 내쉬었다.모니터 위로 떠 있는 수많은 알림창 중 하나,‘감사팀 재조사 일정 - 금요일 14시.’그 문구가 눈에 밟혔다.수연은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머리칼을 흩뜨렸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또 견뎌야 하는구나.그 시각, 병원 지하 회의실에서는 이사회 비공개 미팅이 진행 중이었다.“여론이 갈리고 있습니다.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병원의 신뢰도는 떨어집니다.”박정우 이사가 말을 이어갔다.“차수연 교수는 잠정 휴직으로 돌리는 게 맞습니다.”그 말에, 의국 대표가 손을 들었다.“그녀는 여전히 실력 있는 외과의사입니다. 언론이 아닌 실적이 증명합니다.”“그 실적이 지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박정우의 말투는 단호했다.“우리는 사람을 보호하는 곳이 아닙니다. 시스템을 지켜야 합니다.”회의실 문이 열리며,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소리가 들렸다.강우혁이었다.“시스템을 지키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 겁니다.”그는 문가에 서서 회의실을 훑었다.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저는 더 이상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16화. 빛 앞에 서는 법

    새벽 네 시, 병원 옥상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다.도시는 깨어나지 않았지만, 유리창 아래로 켜진 불빛 몇 개가 누군가의 밤샘과 싸움을 말해주고 있었다.차수연은 옥상 난간에 서 있었다.손에 들린 종이컵엔 미지근한 커피가 담겨 있었다.한 모금 삼키려다 멈춘 커피는, 금세 식어버렸다.오늘, 기자 간담회가 열린다.자신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서야 하는 날.그녀는 심호흡을 했다.두렵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 감정은 분명 거기 있었다.비슷한 공기, 비슷한 시간 예전에 사고가 일어났던 바로 그 새벽의 공기였다.그때, 옥상문이 열리며 바람이 스쳤다.“여기 있을 줄 알았어요.”강우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그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평정’이 있었다.“새벽마다 사람 찾는 재주가 있네요.”“찾는 게 아니라, 그냥 감으로 와요.”그녀는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그저, 도시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잘 될까요?”“진실이 이기면 잘 되는 거죠.”“진실이 늘 이기나요?”“진실은 이깁니다. 다만, 사람들은 그걸 조금 늦게 알아볼 뿐이죠.”그녀는 천천히 웃었다.“당신은 왜 이렇게 믿음이 강해요?”“믿음이 아니라, 당신이니까요.”그 말에, 잠시 바람이 멎은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강우혁.”“네.”“내가 흔들리면 붙잡아줘요.”“당연하죠. 이번엔, 당신 혼자가 아니니까.”오전 열 시, 병원 1층 컨퍼런스홀.언론사 로고가 새겨진 카메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플래시가 번쩍이고, 낮은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이어졌다.앞줄에는 기자들이 노트북을 펼쳐 두고 대기 중이었다.법무팀, 홍보팀, 운영이사, 그리고 차수연.강우혁은 한쪽 뒤편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병원 소속이 아니었지만,그의 눈빛엔 누구보다 진한 소속감이 남아 있었다.“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홍보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짧은 인사 후, 수연이 단상으로 향했다.하얀 블라우스에 단정한 검은 정장.그녀는 종이 한 장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215화. 사랑은 회복의 다른 이름

    서울의 봄은 유난히 짧았다.벚꽃은 바람에 쓸려가듯 사라지고, 그 자리를 초록빛 잎들이 대신 채웠다.그 계절의 교차점에서, 강우혁은 병원 근처의 오래된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그의 걸음은 망설임과 결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고,그 흔들림이 마치 지금의 그를 그대로 비추는 듯했다.퇴원 후 한 달이 흘렀다.그는 이제 작은 개인 클리닉의 외래 자문으로 일하며 조용히 환자들을 만나고 있었다.대표님이라 불리던 시절의 권위나 무게는 없었지만, 그의 하루는 묘하게 평화로웠다.대신 그 평화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차수연.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여전히 가슴이 조여왔다.그녀의 목소리, 손끝,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원 창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까지 모두가 지워지지 않았다.기억은 조각나 있었지만, 감정은 여전히 선명했다.그날 오후, 우혁은 낯익은 전화를 받았다.“강 선생님, 예전 병원에서 연락 왔습니다.응급 케이스인데, 기존 시술 기록을 아는 사람이 선생님뿐이라고요.”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그 병원. 그곳엔 아직 그녀가 있었다.“환자는 누구입니까?”“산모예요. 심장 질환 이력이 있는 상태에서 출산 중인데…담당이 차수연 교수랍니다.”그 이름을 듣자, 우혁의 맥박이 미세하게 뛰었다.“바로 갑니다.”그는 망설이지 않았다.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비 내리는 창문 너머로 스치는 불빛들이 마치 오래된 기억의 파편처럼 흩어졌다.수술실 앞 복도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수술 경고등은 붉게 점등되어 있었다.그 문 앞에서, 수연은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수술용 장갑을 쥐고 있었다.환자는 그녀가 오랫동안 담당해온 산모였다.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너무 나빴다.심장 기능 저하, 급격한 출혈, 그리고 태아의 산소 공급이 불안정했다.“교수님, 심박수 떨어집니다!”“에피네프린 1mg 주입하세요. 혈액형 크로스매치 완료됐습니까?”“방금 확인했습니다.”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모니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114화. 심장이 멈춘 밤

    병원 전체가 정전됐다.조명이 꺼지고, 기계음이 끊겼다.순간의 침묵. 그러고 나서 들려온 건 응급 발전기가 돌아가기 전, 단 한 번의 어둠.그 어둠 속에서, 수연은 윤재를 품에 안은 채 멈춰 있었다.소년의 몸은 축 늘어져 있었고, 가슴 위로는 전극선이 느슨하게 흘러내렸다.숨결은 희미했고, 공기 속엔 소독약 냄새와 피의 금속향이 섞여 있었다.“교수님!”우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발전기가 멈췄습니다! 산소 공급이 끊겼어요!”그녀는 대답 대신 윤재의 입술 가까이 귀를 댔다.숨이… 없다.“휴대용 산소마스크!”“여기 있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113화. 기적이라는 이름의 위선

    밤이 깊었다.병원 유리창 밖엔 서늘한 비가 내리고 있었고,창가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반사된 불빛에 흩어졌다.그 빛이 연구실 벽에 번져, 마치 맥박처럼 느리게 뛰었다.수연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USB의 마지막 파일이 해제되는 중이었다.로딩 바가 천천히 차오를수록,그녀의 손끝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옆에 앉은 우혁은 아무 말 없이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눈엔 피곤이 묻어 있었지만, 결심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교수님.”“응.”“무슨 일이 있어도… 확인은 하셔야 합니다.”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112화. Heartline의 그림자

    새벽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각, 병원의 유리창은 희뿌연 안개에 덮여 있었다.응급실 쪽에선 간헐적인 기계음이 들렸고, 그 소리 사이로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잦아들었다.마치 병원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수연은 연구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USB를 노트북에 꽂은 채, 화면을 응시했다.그녀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Project Heartline.’파일을 클릭하자, 암호 해제 창이 떴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익숙한 날짜를 입력했다.‘0415.’그날 자

  • 대표님, 심장이 위험합니다.   111화. 너무 늦게 도착한 정의

    이른 아침의 병원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늘처럼 바삐 오가던 발소리도, 복도 가득한 카트 소리도 없었다.대신 공기엔 무언가 무거운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마치 폭풍이 오기 직전의 고요 같았다.수연은 흉부외과 회의실 안에서 환자 차트를 넘기고 있었다.손끝이 멈출 때마다 문서의 모서리가 미세하게 떨렸다.밤새 한숨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눈은 오히려 또렷했다.문이 열리고 우혁이 들어왔다.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단호함만큼은 잃지 않았다.“오늘 오전, 경찰이 들어옵니다.”그녀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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