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자 그는 문을 잠갔다.소율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문으로 달려들며 힘껏 두드렸다."임구택, 빨리 돌아오지 못해! 너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몰라? 난 한 씨네 집안의 큰 아가씨라고! 내 할아버지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구택, 못 들었어? 넌 날 이렇게 대할 권리가 없어!""임구택!"소율은 목이 쉬도록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강철로 만든 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뒤에 있는 그 건장하고 낭패한 남자들을 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누구도 감히 날 건드일 생각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난 반드시 너희들을 죽일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자 허둥지둥 자신의 핸드백 안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이곳은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그녀는 완전히 당황해지며 몸을 돌려 계속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한 씨네 가족은 일주일 만에 소율에 관한 단서를 찾았고, 그녀가 구택의 사람에 의해 끌려갔다는 것을 알아냈다.한가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았어도 직접 구택을 찾아갈 엄두가 없었다. 소율의 어머니 심선옥은 어쩔 수 없이 심명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만약 소율이 구택의 미움을 샀다면 그들 한가네는 그가 소율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어떤 조건도 승낙할 수 있다고 했다.심명은 구택과 케이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구택에게 합의서 하나를 건네주었다."이것은 대표님이 한소율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한 씨네 집안이 승낙할 수 있는 조건들이에요."구택은 나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어 탁자 위의 서류를 보지도 않고 비웃었다."우리 임 씨네 집안이 이런 물건들이 부족한가 보죠?"심명은 웃는 듯 마는 듯했다."나도 나의 그 사촌 여동생을 도와서 이런 일하고 싶지 않죠. 그녀는 한 씨네 집안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어리석고 미친 듯이 날뛰는 짓거리만 했으니까요. 그러나 내가 지금 와서 화해하자는 것도 다 임 대표님을 위해서예요. 한소율
심명은 직접 사람을 데리고 소율을 찾아갔다. 방문이 열리자 이리저리 누워있던 남자들은 즉시 일어나 당황한 눈빛을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심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한소율은?"이석권은 일어서서 두려움에 몸을 떨며 안방 문을 가리켰다."안에 있어요!"문을 열자 안에서 악취가 풍겨 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방안은 온갖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소율은 귀신처럼 침대에 누워 생사를 알 수 없었다.심명은 무척 시기해하며 뒤로 물러나 사람들더러 소율을 안고 바로 병원으로 보내라 했다.소율은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았다. 그날 구택이 떠난 후 그녀는 전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석권 그들이 정말 그녀를 어떻게 할까 봐 즉시 안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갔다.요 7일 동안 명일은 사람 시켜 그들에게 밥을 보내줬지만 소율은 감히 안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방안에는 음식과 물이 없었으니 그녀가 이 일주일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소율은 병원에서 막 깨어났을 때 정신이 좀 이상했다. 사흘이 지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어머니 심선옥을 안고 통곡했다.선옥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심명을 찾아와 증오해하는 말투로 말했다."반드시 우리 소율을 위해 복수할 거야!"심명은 냉소했다."복수요? 누구를 찾아 복수할 건데요?"선옥은 감히 구택을 찾아가지 못했지만 소희를 알아냈으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바로 그 여학생! "심명은 일어서서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그럼 고모가 건드리려는 사람은 임구택뿐만 아니라 나도 있어요!"선옥은 어리둥절해졌다. "너 그게 무슨 뜻이야?"심명은 비행기 표 한 장을 꺼내며 소율의 병상에 던졌다."복수는 생각하지도 마요. 이건 모레 떠나는 비행기에요. 한소율을 외국으로 보내요. 1~2년 동안 돌아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녀를 계속 병원에 있게 할 거예요!"말을 마치자 심명은 바로 떠났다.선옥은 충격적인 표정으로 문
연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었다."그럼, 접촉해도 다 우리 KING 디자이너한테 아부하는 사람들이잖아!"소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내가 너 그동안 좀 봐줬지?"연희는 인차 대답했다."제발 살려주십시오. 내가 매일 명성 씨한테 ‘얻어맞는’ 거 봐서라도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내 거기가 지금 멍이 파랗게 들었어. 믿지 못하겠으면 이따가 내가 보여 줄게!"소희는 어이없어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좀 얌전하게 있으면 안 되겠니?""얌전이 무슨 전인데?" 연희는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VIP 룸에 들어섰다. 그 안에는 7~8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연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차 그녀를 에워쌌다.연희는 그녀들에게 소희를 소개하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밝게 웃었다."내 친 여동생인데 앞으로 모두 나 대신해서 좀 보호해 줘. 내가 밥 살게!"그중 방은미라는 여자 한 명이 농담하며 웃었다."소희만 네 친여동생이야? 그럼 우리는 뭐야, 가짜 동생?"많은 사람들은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며 연희와 소희를 둘러싸고 안으로 들어갔다.이 몇 사람들은 모두 연희와 평소에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었다. 그녀들은 소희한테 엄청 잘 해주었다. 그녀의 나이가 어린 것을 보고 줄곧 그녀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다주었다.연희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넌 그냥 여기서 먹고 마셔. 좀 있다 배불리 먹었으면 우린 가면 되니까."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사람들은 내가 얻어먹으러 온 줄 알겠다."연희는 미간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도 뭐라 못해!"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웃고 떠들며 한참 노는 사이 또 대여섯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각자 아는 사람을 찾아 함께 앉아 놀았다.나중에 이 몇 사람이 들어왔을 때 소희는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익숙한 한 사람을 보았다.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불빛이 룸 안의 모든 사람의 얼굴을 알록달록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연희는 잠시 생각하다 똑바로 앉아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널 불쾌하게 한다면 절대로 참지 마. 우리 여자는 남자가 없어도 살지만 우리의 머리 위로 올라타게 해서는 안 된다고!"소희는 가볍게 웃었다."이게 바로 네가 이 오랜 시간 동안 총결한 경험이니?"연희는 도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두 사람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룸 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며 네댓 사람이 들어왔다. 맨 앞의 여자는 키가 1미터 75센티미터이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혼혈아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룸 안의 많은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마지막에 이연을 보며 곧장 그녀에게로 걸어갔다.이연은 이미 일어섰다."이나야, 네가 어쩐 일로?""네가 이번에 장 감독의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며, 정말이야?"이나라는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옆에 이연의 매니저인 사람이 일어섰다."이건 이나 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이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왜 상관없는 건데? 원래 여주인공은 나였어! 너희들이 대체 무슨 악랄한 수단을 썼길래 장 감독의 마음을 바꾸게 했니?"매니저는 즉시 말했다."장 감독님께서 정한 것이에요. 분명 우리 이연이 그의 영화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셨겠죠.""개뿔 같은 소리!" 이나는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본데 너 남자랑 자서 기회를 얻은 주제에 정말 뻔뻔하다 뻔뻔해!"이연은 대중 앞에서 욕을 얻어먹었으니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나를 모욕하면 경고장 보낼 거야!""경고장? 내가 무서운 줄 알아!" 이나는 갑자기 이연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자신의 큰 키를 믿고 손을 들어 이연의 얼굴을 내리쳤다."내가 네 얼굴 망가뜨릴 거니까 앞으로 네가 어떻게 남자를 꼬시는지 한 번 보자!""아!" 이연은 얼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우리 이연 놓아줘요!" 매니저가 달려들었다.이나와 함께 온 몇 사람도 갑자기 달려들어 매니저를 한쪽으로 밀어
구택은 눈을 들며 물었다."지금 뭐라고?"......구택과 시원 등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룸 안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이나의 사람들은 문을 지키며 경비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명우는 발로 문을 걷어차고 들어갔을 때 한 여자가 막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에게 손목을 잡혀 땅에 넘어졌다.경비는 인차 들어와서 싸우는 사람들을 말렸다.구택은 재빨리 수많은 사람들을 눈으로 한 번 훑었다. 마침 그가 소희를 보았을 때 그녀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구택이 막 다가가려 하자 이나는 갑자기 경비의 손에서 벗어나 그의 앞으로 달려가 이를 갈며 말했다."당신이 바로 임구택, 서이연의 스폰서죠? 당신들은 자본으로 연예계를 조종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앞길을 망치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들은 꼭 천벌받을 거예요!"모두들 멍해졌다. 그들은 이나가 이렇게 대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녀와 함께 온 여자는 그만하라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하지만 이나는 이미 미쳐 날뛰고 있었다."너희들은 그를 무서워하지만 나는 안 무서워. 난 그가 나를 죽일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시원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수 있지만, 네가 죽는 것보다 못하게 할 수 있어요!"말을 마치며 그는 주변의 사람들한테 말했다."이 미친 여자 얼른 경찰서로 보내. 사람을 때리고, 행패를 부렸으니 모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통고 보내. 이렇게 성질이 악랄한 연예인은 앞으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이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당신이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죠?"시원은 악랄한 웃음으로 대답했다."그럼, 너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자격이 없는 줄 아는 거죠?"이나는 얼굴색이 점점 하얘졌다.결국 이나 일당들은 모두 끌려갔다. 이연은 옷깃을 잡고 걸어왔다. 그녀의 옷은 이나에게 찢겼고 메이크업도 엉망이 되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선명한 다섯 손가락 자국이 있었고 매우 연약하고 불쌍해 보였다."임 대표님!"
"그래도 넌 법적으로 그의 아내야."연희는 코웃음쳤다."방금 네가 직접 가서 물어봤어야 했어. 그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너무하잖아, 네 앞에서 다정하게 그게 무슨 짓이야."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나와 임구택의 관계를 잘 알잖아. 그가 얼마나 많은 애인을 찾든 나는 관여할 자격이 없어."연희는 화가 났다."그럼 너희들은 그렇게 많이 잤는데, 그는 도대체 너를 좋아하는 거야 아닌 거야?"소희는 조용히 그녀를 보며 한참 지나 몸을 돌려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연희는 쫓아와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소희야, 내가 왜 명성 씨의 곁에 늘 여자로 붐비지만 계속 참을 수 있었는지 알아?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럼 넌? 넌 임구택과 함께 있는 이유가 뭔데?"소희의 맑은 눈동자는 무척 담담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나보고 제때에 즐기라며?""......"그녀는 고개를 들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냉정해졌다."내가 너 대신해서 그를 시험해 볼 사람을 찾는 게 낫겠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뭘 시험해?""그가 어장관리하고 있는지 아닌지 한 번 보자고!"소희는 즉시 말했다."하지 마!""넌 뭐가 무서운 건데. 만약 그가 어장관리하고 있다면 너 가능한 한 빨리 그를 떠나. 내가 말한 제때에 즐기는 것은 서로가 감정이 있는 전제하에 그러라고 한 거야. 네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우롱당하는 것이 아니라고!"소희는 정색했다."나는 무서울 게 없어. 그러나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있어. 그는 나를 이렇게 떠본 적이 없으니 나도 그를 이렇게 대하지 않을 거야!""존중? 확실해?" 연희는 냉소했다."확실해!"소희는 진지하게 말했다.......소희가 어정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10시였다. 그녀는 샤워를 한 후 잠시 책을 보고는 침대로 돌아가 잠을 잤다.어렴풋이 잠들 때 그녀는 구택이 그녀의 얼굴을 들고 키스하는 것을 느꼈다.그는 이미 샤워를
그들은 그때 두 팀의 사람들과 함께 행동했다. 그녀는 항상 혼자 옆에 앉아 있었다. 임무를 분배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녀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단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몸에는 항상 초콜릿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다 초콜릿을 다 먹으면 그녀는 평소보다 무척 초조하고 불안해했다.처음에 그는 자신의 초콜릿을 그녀에게 주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고 경계해하며 그를 바라보다가 가버렸다.두 사람이 서로의 생명을 구한 다음에야 그녀는 그의 초콜릿을 받아들였고 쉰 목소리로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다.나중에 그는 그녀가 임무를 수행하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위의 사람한테 배신당해서 그녀는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버려진 창고 안에서 죽었다.그는 그 말을 들었을 때 한동안 안타까웠다. 심지어 지금 그녀의 눈을 생각하면 가슴이 살짝 아팠다.날은 이미 밝아왔다.구택은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6시에 떠났다.소희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녀는 8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계속 잤다. 문을 열고 나가자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금방 방으로 돌아가 세수를 하려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밖에는 자주 와서 아침을 배달하는 호텔 배달원이 서 있었다. 그는 공손하게 도시락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임 대표님께서 주문한 음식입니다. 즐거운 식사하시기 바랍니다!"소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도시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 놓았다.안방 문이 닫혀 있어서 그녀는 구택이 아직 자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녀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도 구택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구택 씨, 일어났어요?""구택 씨?""둘째 삼촌!"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구택은 역시나 방에 없었다.그는 언제 갔을까?소희는 예쁜 이마를 찌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혼자 밥 먹으러 갔다.임 씨 그룹 건물 안.오전에 회의를 마친 구택은 사무실로 돌아와 허진에게 전화를
약 30분이 지난 후 구택은 주방에 가서 물을 가져가러 갔다. 그후 거실의 불은 줄곧 켜져 있었다. 희미한 빛이 문틈 사이로 비쳤다.그는 또 잠이 안 오는 것일까?소희는 어둠 속에서 맑은 눈동자를 빙빙 굴리다 일어나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문을 열자 남자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야?"전화 다른 한쪽의 목소리는 초조했다."임 대표님, 저는 이연의 매니저에요. 오늘 장 감독이 이연을 데리고 몇몇 투자자를 만나러 가서 이연은 적지 않은 술을 마셨어요. 지금 이연은 화봉 그룹의 손 대표님에 의해 위층으로 끌려갔어요. 그의 사람은 밖에서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고요. 임 대표님, 제발 이연을 구해주세요!"구택은 이마를 찌푸렸다."장 감독은?""그들은 장 감독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지금 없어요!"구택은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허진을 찾으라고 하려 했지만 눈꼬리로 작은방의 문이 살짝 열린 것을 보고 거의 순간, 그는 생각을 바꾸어 소파에 놓인 양복을 들었다."지금 어디에 있지?""돌핀 호텔이요!""기다려, 금방 갈게!"그는 걸음을 들어 밖으로 나가며 보기에 매우 급한 것만 같았다.문이 닫히자 소희는 작은방의 문을 열었다. 거실에는 따뜻한 등불이 켜져 있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비치자 마치 서리가 내린 것처럼 차갑고 쓸쓸했다.소희의 맑은 눈동자는 밤의 호수처럼 평온하고 그윽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구택은 문을 나서자 차고의 서늘한 밤바람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그는 서이연으로 소희한테 무엇을 떠보려고 하는 것일까?차에 앉자 남자는 완전히 냉정해지며 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이연 지금 돌핀 호텔에 있어. 화봉 그룹의 손 대표한테 끌려갔으니 네가 가서 좀 봐봐."허진은 즉시 대답하고 직접 호텔로 찾아갔다.이런 일은 자주 발생했기에 허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구택은 차 안에 잠시 앉아 있었다. 마치 허진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