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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Author: 금추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게으르지만 또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봄날 오후의 햇살처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딱 알맞게 편안하다.

소희는 고개를 돌리고 이해되지 않는 듯 이 낯선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앞으로 두 걸음 가서 눈을 드리웠고 소희를 보는 여우 같은 눈에는 빛이 반짝이는 듯 했다, “정혼하지 못한다 해도 밥을 사는건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요!”

그는 말을 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알고 지냅시다, 저는 심명이라고 합니다!”

소희는 뼈마디가 선명한 큰 손을 보고 악수를 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심명은 멈칫하다 바로 그녀를 따라갔다, “여보세요,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예요?”

소희는 멈춰 서서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며, “알아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사준 밥이 아니더라도 굶지 않을 테고 방금 전의 일도 심명 씨가 나서지 않았어도 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길다가 만난 사아에 굳이 알고 지낼 필요도 없을 거 같고요, 이만하시죠, 저는 수업을 봐야 해서요!”

말을 하고 소희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심명은 그곳에 서서 멀어져 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 멍하니 서있었다.

그가 작은 여자아이에게 까였다고?

그가 심 가네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해도 얼굴만으로 존재감이 상당한데 어디서 온 자신감이지, 그를 거절하다니!

심명은 풉 하고 웃었다, 두고 보자!

......

이튿날 화요일, 소희는 오후 수업이 하나밖에 없다, 교문을 나설 때 많은 여학생들이 함께 모여 의논하는 모습을 보며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데 옆에 있는 여학생이 격동적으로 소리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로 심명이라고?”

“그렇다니까, 내가 심명을 내 남자친구의 사진에서 본적있다니까, 확실해.”

소희는 무의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곳을 한 눈 보고 발걸음이 멈칫했다.

교문 앞에 지금 롤스 로이스 팬덤 오픈카가 세워져있고 차 뒷좌석에 빨간 장미꽃이 가득 놓여 있어 유독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더욱 사람의 시선을 끄는 건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자다, 하얀 셔츠에 슬림한 베스트에 금테 세태 안경, 그리고 그의 정교한 이목구비는 마침 만화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과 같았다.

심명은 최근 2년 동안 강성에서 점점 유명해지고 있었다, 심 가는 원래 유망한 호문인데다 심명은 심 가네 유일한 후계자다, 하지만 그가 유명한 이유는 사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유명한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이 끊기지 않기 때문이다.

잘생김, 바람둥이, 재벌,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다, 이건 모두 강성의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타이틀이다.

지금 만화 속의 왕자님이 긴 다리를 뻗고 차에서 내려 손에 한 송이의 붉은 장미를 들고 소희에게로 왔다.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질투 혹은 부러움의 시선은 모두 소희를 주목했다.

맞은켠 길가에 벤틀리 한 대가 세워졌다, 명우는 차창 밖을 보며 말을 했다, “저분 소 아가씨 아닙니까?”

임구택은 뒷좌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문서를 보다가 명우의 말을 듣고 한순간 어느 “소 아가씨” 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무심코 고개를 들어 소희를 보았고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놀란 표정의 소희에게 시선을 두었다.

임유림을 데리러 와야 하는 가사님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 임구택과 명우가 마침 강성대를 지나가는 참에 그녀를 픽업하러 왔고 지금 차를 세우고 임유린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소희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명우가 설명했다, “심명 씨는 심문석 씨의 아들이고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 사장님께서 출국하던 해에 돌아왔습니다, 최근 2년간 심 가네 정윤 그룹에 들어가서 아주 경영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금수교 아래에 있는 그 지역을 다투고 있는 사람이 심명 입니다.”

임구택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쌍의 먹물 같은 눈은 아무런 파란도 없이 심명이 한 걸음 한 걸음 소희의 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소희는 의아하긴 했다, 심명이 그가 강성대의 학생이라는 것을 아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오늘 준비를 하고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린 걸 보면 그녀가 어느 과 어느 수업인지 안다는 얘기다, 뭐 하려는 거지?

이런 사람이 두 번 만난 사이에 그녀를 좋아할 리 없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심명을 보고도 얼굴은 태연하고 두 눈은 한결같이 맑아 놀라운 기색도 일부러 보이는 서늘함도 없이 단지 눈 밑에 경계심을 담았다.

심명은 그녀의 앞에서 멈추었다, 주위에는 온통 야유하는 소리다.

그의 여우 눈이 휘어지면서 안에 물결이 일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낮게 입을 열었다, “아마도 믿기지 않겠지만 나 그쪽한테 첫눈에 반한 거 맞아요, 어제 저한테 밥 사주지 않겠다고 했으니 오늘은 제가 밥을 사주고 싶은데 어때요?”

소희는 여자아이들 속 누군가가 낮은 소리로 하는 말을 들었다, “내 심장이 멎은 것 같아, 빨리 119에 전화해!”

소희는 심명은 꽃을 자신의 앞으로 내민 모습을 보고 덤덤하게, “미안한데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라고 했다.

심명은 의외였지만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밥만 먹는거예요, 어젯밤에 그쪽 태도때문에 밤새 잠을 설친 위안으로 치죠.”

주위에 다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잘생겼지, 돈 많지, 게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비 진지하니 드라마에서나 보일법한 전개다, 주위의 여자아이들의 심장 박동 수가 박차를 가하고 있어고 주인공보다 더 격동되고 있었다.

누군가 사진을 찍는 낌새를 채고 소희는 짜증이 났다, 그녀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더욱 의연하게 말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녀가 발을 떼고 가려는데 심명이 한 발 먼저 그녀의 앞을 막고 차가운 눈빛과 올라간 입꼬리로 낮게 말했다, “이러지 마시죠,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제 체면 생각을 해서라도 밥만 먹고 나면 바로 집으로 바래다줄 거니까.”

소희는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다시 거절을 한 후 앞으로 걸어갔다.

심명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소희는 바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 심명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덤덤하지 않고 살벌해졌다.

심명이 멈칫했다, 여자아이의 눈빛은 경계심이 가득하고 언짢아하는 게 밀당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싫어하고 있다.

그의 붉은 입술이 여미어지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래요, 밥 먹기 싫다면 이거만 받아요.”

그는 자신의 뒤에 있는 차 뒷좌석에 가득 담긴 장미를 가리켰다.

소희는 서늘한 태도로, “싫어요!”

“그럼 계속 여기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거리가 될래요?” 심명은 눈빛에 다급함을 숨기고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소희가 사람들에게 구경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걸 눈치챘다.

소희가 심호흡을 하고, “꼭 받아야 하는 거예요?”하고 물었다.

심명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농담 섞인 말투로, “네, 받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을 거예요!”

벤틀리에서 명우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심명 씨가 소 아가씨를 난감하게 하는 거 같은데요.”

임구택도 안다, 그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이미 손을 손잡이에 두고 차에서 내려가는데 소희가 갑자기 등을 돌리고 심명의 스프츠 카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행보를 살폈다.

심명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소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많은 꽃을 소희 혼자서 가져가지 못한다, 그녀는 끝내 그의 차에 올라 그를 따라가야 할 것이다.

아직 사회물을 먹지 않은 여자아이다 보니 약간 도도하고 청승맞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계단을 찾아주면 된다.

그의 차에 오르기만 하면 밥 먹는 일에 대해 다시 논의할것이고 밥을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호텔로 가게 되어있다.

심리학에서 이것을 단계적 청구법이라고 한다.

그는 한소율에서 3일이면 된다고 했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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