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예전에 다 함께 식사했을 때, 주아는 명빈의 옷에 새겨진 짙은 금빛 자수를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그때 주아는 석유에게 다른 사람이 입으면, 이 옷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해 자칫 나이 들어 보이거나 가벼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유독 명빈만은 타고난 분위기로 옷의 화려함을 완전히 눌러버려, 오히려 옷이 명빈을 더욱 세련되고 잘생겨 보이게 만든다고 농담했다.당시 석유도 이 옷은 한정판이라 강성 전체에 단 한 벌뿐인데, 직원이 옷이 명빈이라는 주인을 찾아갔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에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웃었다.‘그런데 지금 그 옷이 왜 희현 씨한테 있는 걸까?’명빈과 희현은 서로 아는 사이인 걸까, 아니면 두 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닌 걸까?주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쇼핑백을 다시 흘끗 바라봤다.그러다가 쇼핑백에 찍힌 어느 호텔의 로고와 그 옆에 붙은 날짜와 객실 번호가 적힌 라벨을 발견했다.주아는 곧바로 호텔에 묵을 때 드라이를 맡긴 옷이며, 호텔 측에서 손님이 돌아와 찾아갈 수 있도록 따로 표시해 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한 여자가 다른 남자의 옷을 들고 있는 데다 호텔과 드라이까지 얽혀 있으니, 누구라도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주아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고, 마치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 것만 같았다.‘이 일을 석유 씨에게 말해야 할까?’‘지금 직장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명빈 씨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주아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켜쥐었고, 긴장한 탓에 얼굴도 조금씩 창백해졌다.“찾았어요!”희현은 드디어 예전에 자신이 그렸던 그림 사진을 찾아 주아에게 보여주며 겸손하게 웃었다.“한번 봐주세요. 제 그림은 어느 정도 수준이에요?”주아는 휴대폰 속 사진을 바라보며 대충 몇 마디 칭찬을 건넸지만, 마음은 그림이 아니라 줄곧 그 옷과 석유, 그리고 배신에 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주아의
석유는 계속 정직 상태로 집에 머물렀고, 회사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도 석유가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주말 점심.주아와 김하운은 밖에서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이때, 주아는 일부러 석유 이야기를 꺼냈다.“어차피 석유 씨가 회사로 돌아올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해고하는 게 낫지 않아?”“결과가 빨리 나와야 석유도 계속 기다리면서 시간 낭비하지 않고 다른 일도 알아볼 수 있잖아.”그러나 김하운은 고개를 저었다.“너는 잘 몰라. 석유 씨가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고 결론이 나면, 내가 법적 책임은 묻지 않고 해고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야.”“그 기록이 석유 씨의 이력에 남는 순간, 앞으로 같은 업계에서 일하기가 어려워져. 커리어는 사실상 끝나는 거지.”주아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그렇구나, 미안해. 난 맨날 그림만 생각하다 보니까 회사 일은 잘 몰라서... 생각이 너무 짧았어.”그러자 김하운은 부드럽게 웃었다.“네가 석유 씨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거 알아. 시간 날 때 석유 씨 좀 자주 만나 줘. 작업실에도 데려가고, 바람도 좀 쐬게 해 주고.”주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 그래도 석유 씨는 워낙 강한 사람이잖아. 집도 그렇게 잘 사니까 일을 못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 않을까?”그 말은 석유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 자신에게 하는 위로에 가까웠다.주아는 늘 스스로를 설득했다.석유가 입찰 제안서를 유출한 일은 이미 거의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신이 아연에게 송금 내역을 보고하게 만든 것과는 상관없다고 말이다.설령 그 송금 기록이 없었더라도 석유는 결국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하운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석유 씨는 자기 일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 겉으로는 차갑고 무심해 보여도 일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이야.”김하운의 말에 주아는 멋쩍게 웃었다.“역시 네가 석유 씨를 더 잘 아네.”그 말에는 다른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김하운도 알아
다음 날.명빈은 호텔 침대에서 눈을 떴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겨우 몸을 일으킨 명빈은 그제야 상의를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간밤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희현이였고 둘은 함께 술을 꽤 많이 마셨다.순간 명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방문이 열리자 명빈은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가렸다.희현이 컵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명빈의 모습을 본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남자가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명빈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희현을 바라봤다.“어젯밤 안 갔어요?”희현은 환하게 웃었다.“네. 저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운전 못 했거든요. 기사님이 저희 둘 다 호텔까지 데려다줬어요.”“그런데 남은 스위트룸이 딱 하나뿐이었고 침대도 하나뿐이더라고요. 저도 어쩔 수 없었죠. 사장님이랑 하룻밤 같이 잘 수밖에요.”명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자 희현은 컵을 내려놓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농담이에요. 전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어요. 사장님 옷도 기사님이 갈아입혀 드린 거고 전 손끝 하나 안 댔어요.”그제야 명빈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희현은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쇼핑백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어젯밤 입고 있던 옷은 술 냄새가 너무 심해서 호텔 직원한테 세탁 맡겼어요. 이건 방금 사람 시켜서 가져온 옷이고요.”“사이즈는 아마 맞을 거니까 먼저 갈아입고 나오세요. 그리고 꿀물도 꼭 마셔요. 그러면 머리도 덜 아플 거예요.”스윗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마친 희현은 그대로 방을 나갔다.명빈은 침대 옆에 놓인 옷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마를 문지른 뒤 그대로 다시 침대에 몸을 기댔다....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오자 희현은 소파에 앉아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몸이 들썩일 만큼 웃었고 소파 옆에는 이불 한 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정말 소파에서 잤던 모양이었다.명빈이 나오자 희현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물었다.“꿀물은 마셨어요? 머리는 좀 괜찮아요?”명빈은 옅게
희현의 눈빛이 은근히 흔들렸다.‘정말 잘생겼네.’희현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명빈 사장님 좀 부축해요.”...명우는 임씨그룹으로 복귀한 뒤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그날도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침실에 들어서자 희유는 이미 누워 있었고, 명우는 깨우지 않으려 조용히 옷을 갈아입으러 가려 했다.그때 희유가 몸을 일으켰다.“왔어요?”잠이 덜 깬 목소리가 들려오자 명우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앉더니 손을 뻗어 희유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내가 깨웠어?”희유는 고개를 젓고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다.“애초에 잠이 안 왔어요.”명우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석유 씨 일 때문에?”희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한 듯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에 명빈 씨 만났어요. 정말 화나는 말만 하더라고요. 생각할수록 너무 화가 나요.”희유는 명빈이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직접 본 것도 많지 않았고, 정말 오해였을 수도 있었으니까.무엇보다 그때는 자신도 너무 감정적이었다.조금 전 석유와 통화했을 때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명우는 희유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는 나긋하게 말했다.“화내지 마. 내일 내가 명빈이 혼낼게.”희유는 사슴 같은 눈으로 명우를 바라봤는데 노란 조명 아래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만약 명빈 씨가 정말로 언니를 좋아하지 않게 된 거라면, 때리고 혼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잖아요.”“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지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요?”윤정겸이 말했던 것처럼 명빈은 정말 믿을 사람이 아니었던 걸까?늘 능청스럽게 웃는 모습에 모두가 속았던 걸까?명우는 희유를 품에 꼭 안았다.“어쩌면 두 사람한테 주어진 시험일 수도 있어. 예전에 우리도 그랬잖아. 두 사람이 직접 이겨내야 할 문제야.”희유가 조용히 물었다.“만약 그 시험을 견디지 못하면요?”명우는 잠
명빈이 돌아보자 희현은 서둘러 고개를 숙였는데, 억울함과 서운함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명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미안해요. 괜찮아요?”희현은 가볍게 고개를 젓자 속눈썹 끝에 맺힌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흔들렸다.곧 희현은 목이 멘 목소리로 씁쓸하게 웃었다.“스스로 자초한 일이죠. 괜히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서 오해를 샀으니까요. 뺨 한 대 맞은 건 괜찮아요. 다만 사장님한테 피해만 안 갔으면 좋겠어요.”명빈은 희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말했다.“희현 씨 잘못이 아니에요. 형수님도 희현 씨를 때리려던 게 아니라 실수였어요.”희현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명빈을 흘겨봤지만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그럼 제가 누구 때문에 맞은 건데요?”명빈은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이번 일은 제가 빚진 걸로 하고 언젠가 꼭 갚도록 할게요.”희현은 코끝을 살짝 찡긋했다.“빚으로 남겨두지 말고 지금 갚으세요.”이에 명빈이 웃으며 물었다.“그럼 뭘 해드리면 될까요?”명빈은 당연히 회사 계약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희현은 눈을 한번 굴리더니 환하게 웃었다.“술 한잔 사주세요. 그걸로 사과받을게요. 그러면 우리 빚도 그걸로 끝이에요.”명빈은 조금 의외라는 듯 웃더니 바텐더에게 술을 한 잔 더 주문했다.“좋아요. 오늘은 희현 씨밖에 같이 술 마셔줄 사람이 없네요.”희현이 웃으며 말했다.“겸손하시네요. 사장님이랑 술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은 줄을 섰을 텐데요? 그 기회가 저한테 오지도 못할걸요? 단지 관심이 없을 뿐이겠죠.”명빈은 잔을 들어 크게 한 모금 마시고는 희현을 바라봤다.“솔직히 말해봐요. 왜 자꾸 나한테 다가오는 거예요?”희현은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히 빼앗긴 계약을 되찾으려고요. 회사 들어오자마자 엄청난 사고를 쳤잖아요. 제 인생 최대 흑역사예요.”“그래서 아버지한테 꼭 잃은 거래처를 전부 되찾아오겠다고 약속했어요. 명빈 사장님 회사도 포함해서
희유는 차가운 얼굴로 명빈을 몰아붙였다.“언니를 혼자 두고 다른 여자랑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거예요?”그 말에 희현이 급히 손을 저었다.“아니에요.”희현은 명빈을 한번 바라본 뒤 서둘러 설명했다.“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회사 일 때문에 몇 마디 나눈 것뿐이에요.”하지만 명빈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한 분위기가 어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희유의 얼굴은 더욱 차갑게 굳었다.곧 희유는 감정을 억누른 채 말했다.“지금 그쪽한테 말한 거 아니에요.”그러자 명빈이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석유 씨와의 일은 지금 당장은 설명하기 어려워요. 형수님은 그냥 결혼 준비만 하시면 돼요.”그 말에 희유가 비웃듯 말했다.“언니랑 잘 해보려고 좀 도와달라고 나 찾아왔을 때는 그런 말 안 했잖아요. 이제 이런 문제 생기니까 끼어들지 말라고요?”술기운이 점점 올라온 명빈은 머리가 무겁고 몸도 휘청거렸다.그러자 명빈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힘없이 말했다.“저도 지금 석유 씨를 못 도와줘요. 석유 씨 쪽에 문제가 있으니까요.”희유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더니 추궁하듯 물었다.“언니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 똑바로 말해봐요.”명빈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제가 말 잘못했어요. 석유 씨가 아니라 석유 씨 집안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희유는 실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를 알게 된 게 하루이틀도 아니잖아요. 집안 사정도 예전부터 다 알고 있었고요. 그땐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는 거예요?”“지금은 언니가 가장 힘들 때잖아요. 그런데 언니한테 문제가 있다고 하고, 한밤중에는 다른 여자랑 술이나 마시고 있어요?”명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엔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거예요.”희유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은 뭐가 그렇게 복잡한데요? 언니를 향한 마음이 이 정도 시련도 못 버틸 만큼 가벼운 거였어요?”명빈은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형수님, 그냥 집에 가세요. 형이 많이 걱정할 거예요.”그러자 희유는
다음 날 아침, 유정이 눈을 떴을 때 조백림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여자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백림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어디 가?”유정은 조용히 말했다.“강희가 아침 뭐 먹을지 물어봤어. 벌써 일어났나 봐. 나 먼저 내려가 볼게. 넌 좀 더 자.”창밖은 이미 훤히 밝아 있었지만, 방 안은 커튼이 쳐져 있어 빛이 희미하게 들어올 뿐이었다.백림은 이마를 유정의 이마에 맞대고, 손끝으로 유정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낮게,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속삭였다.“유정아, 나 꿈꿨어. 우리가 결혼하는 꿈. 진짜 행복했어.”아침
강솔은 고개를 기울여 진석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그의 셔츠에 문지르며 훌쩍거렸다. “아무 말도 안 하고, 갑자기 나를 무시하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네가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정말로 많이 걱정했어, 진짜 알기나 해?” 강솔은 진석의 어깨에 엎드려 울면서 몸이 떨렸다. 진석의 마음은 마치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진석은 고개를 돌려 강솔의 얼굴에 키스했다. 진석은 그 사진을 보고 단순히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고, 강솔이 주예형을 만나 그
아파트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공기가 그대로 유정을 감싸자, 그녀는 현관에 서서 멍하니 섰다. 고작 한 달 남짓 머물렀던 곳인데, 이토록 마음이 놓이다니. 그렇게 넋이 나간 순간, 조백림이 뒤에서 안아왔다.백림의 턱이 유정의 어깨에 얹혔고, 부드러운 니트 너머로 전해지는 체온과 유정의 향이 남자에게는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다.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유정아, 정말 보고 싶었어. 네가 떠난 뒤에도 몇 번이나 여기 들렀어. 혹시나 네가 다시 돌아와 있을까 해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