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림은 손에 든 샌드위치를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들어 유정을 바라보며 웃었다.“느낌이 묘하네. 마치 남편 출근길에 아내가 이것저것 챙겨주는 분위기인데?”유정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웃기지 마. 너한테 그렇게 살뜰한 아내가 있을 리 없잖아. 기대하지 마.”백림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지.”백림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말고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배웅은 필요 없어. 애 잘 보고 있어. 오늘 밤엔 들어올게!”뜬금없는 말에 유정은 현관 선반에 있던 작은 장식품을 집어 들어 그에게 던질 듯이 팔을 들었다.그러나 백림은 몸을 재빨리 틀어 피하고는, 순식간에 문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유정은 손에 든 장식품을 들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월요일 아침 회의에서, 회사는 정식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미 해외 TG그룹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양사는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고 핵심 기술도 상호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에 유정은 몹시 기뻤다.며칠 전 할머니와 유신희가 그녀에게 준 불쾌감 따위는, 이제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오후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유정은 자기 비서를 불러 지시했다.“오늘 내가 쏠 테니까, 개발팀 직원들 다 불러요. 고생 많았다고 한잔해야죠.”그러자 비서는 기쁜 얼굴로 전달하러 나갔다.유정은 컴퓨터를 켜고, 개인 이메일 계정을 열었다. 이 메일 계정은 아주 가까운 친구나 동창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인 용도의 계정이었다.‘신기하네, 누가 보냈지?’유정은 메일을 열었다.[칠성님, 안녕하세요? 저는 주준이라고 해요.]메일 서두를 본 유정의 표정은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학창 시절 그녀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고, 꿈도 만화가였다.4학년 때 고전 동화를 각색한 프로젝트에 삽화 담당으로 참여했는데, 독특한 상상력과 감성적인 그림체 덕분에 약간의 인기를 얻었다.그 후 잡지사와 협업으로 첫
유정은 눈을 반쯤 뜨고 조백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혹시 독심술 할 줄 알아?”그러자 백림은 유정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없어. 하지만 신경 쓰이는 사람의 감정은, 평소와 다르면 바로 느껴지지.”어둑한 밤빛 속, 유정의 눈동자에 희미한 물결이 일렁였다. 이 나쁜 백림이 또 은근슬쩍 들이대는 거였다.유정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술기운이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진짜 감동적이네.”백림은 싱긋 웃었는데, 그 미소는 눈꼬리까지 번지며 요염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뿜었다.그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더니, 잠시 후 물 한 병을 가지고 나와 뚜껑을 열고 유정 앞에 두었다.“집에 해장할 만한 게 없네. 물이라도 좀 마셔.”유정은 몸을 일으켜 앉더니 물을 들이켰다. 급하게 마신 탓에 물방울이 눈썹과 코끝에 튀었고, 그 모습이 더없이 청순해 보였다.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괜히 수고했네. 우리 할머니는 신희 핸드폰 도둑맞고 해킹당했다는 말을 믿어버렸어. 이미 다 용서했고, 오히려 내가 병문안도 안 갔다고 뭐라 하셨다니까.”말할수록 분이 치밀어 오르는 듯, 유정은 이를 악물었다.“내가 병문안 가서 산소호흡기를 뽑아버릴 거란 생각은 안하시나 봐!”유정의 말에 백림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난 네가 질투해서 화난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네?”유정은 그를 옆눈으로 쳐다보며 비웃듯 말했다.“역시나 정 많고 마음 넓은 남자네?”백림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하자, 유정이 놀란 듯 물었다.“야, 너 그냥 가? 뭐라도 한마디하고 가야지!”예를 들어, 신희 욕이라도 같이 좀 해준다든가 그런 걸 기대한 유정이었다. 백림은 멈춰 서서 돌아보며 말했다.“네 성격 보면 괴롭힘당할 사람은 네가 아니던데? 그리고...”백림은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나 있잖아.”유정은 순간 어질어질해지며 소파에 털썩 쓰러졌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중에 누가 날 어떻게 죽었냐고 묻거든, 벼락 맞은 너 옆에 끼어서 죽었다고 전해
분위기는 내내 아주 좋았고, 유정은 진심으로 조백림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역시나 수많은 연애를 해온 바람둥이답게, 여자 다루는 데 있어선 손에 익은 솜씨였다.한 번에 여러 명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조율해 내는 모습이었다.전소은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게임에서 져서 유정이 대신 술을 마셨는데, 잔을 비우자, 유정은 머릿속이 멍해지고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백림은 유정을 한번 바라보더니, 직원에게 요구르트를 주문해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뒤,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제 늦었네. 아가씨들, 슬슬 집에 가야 할 시간 아닌가요?”강희와 소은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터라, 손목시계를 보고서야 늦은 밤이 된 걸 깨달았다. 그래도 아쉬운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헤어지기 전, 소은은 먼저 백림에게 연락처를 물었고, 백림은 공평하게 강희에게도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말했다.“시간 나면 또 같이 보자고요.”셋은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 유정은 문득 백림과 함께 있었던 여자 생각이 나서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술집 문을 나서자, 밤공기 속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맑게 했다.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상쾌한 공기를 느꼈다.백림은 강희와 소은에게 각각 차량을 불러 귀가시켰고, 소은이 물었다.“그럼 유정이는요?”이에 백림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데려다줘야죠.”그러자 소은은 바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유정에게 손을 흔들었다.“우린 먼저 갈게.”유정은 친구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과 백림의 관계는 처음부터 둘에게 비밀로 해왔기 때문이다.한편, 귀가 중인 강희는 소은에게 메시지를 받았다.[너 유정이랑 그 남자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냐?]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 술도 마셨겠다, 불이 붙을 만한 상황이었다. 이런 데서 뭔가 생기면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그러자 강희는 팝콘을 들고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나 잠깐 다녀올게. 편하게 있어.”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옆 테이블에서 유정을 놀리는 목소리가 들렸다.“야, 너 설마 연락처 하나도 못 받은 거야?”“유정아, 이렇게 소심한 건 너답지 않아!”유정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벌칙 받아들이면 되잖아. 마실 술, 너희가 정해. 딴말 안 할게!”그때 백림이 다가와, 그녀 옆에 털썩 앉았다. 손을 뻗어 유정의 손에 들린 술을 빼앗아 가며,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도 도드라지는 잘생긴 얼굴이 더욱 화려하고 도발적으로 빛났다.“아가씨, 내 연락처 필요해요?”유정은 술기운이 확 올라오며, 눈앞의 백림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소강희와 전소은도 순간 굳어버렸고, 눈을 반짝이며 그 잘생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옆모습만 봤을 땐 이미 최고였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실물은 차원이 달랐다. 특히 그 눈매. 적당한 눈썹 간격, 길게 빠진 눈꼬리, 깊은 동공에서 반짝이는 눈빛, 한 번만 봐도 빠져들 것 같았다.백림은 유정의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직접 자기 번호를 저장했다.“내 개인 번호예요. 24시간 켜져 있으니까, 언제든지 연락해도 돼요.”강희는 저도 모르게 낮게 탄성을 질렀고, 순간적으로 민망함을 느낀 듯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소은과 얼른 다른 얘기를 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백림은 휴대폰을 돌려주며 유정에게 몸을 기울였다.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유정의 귀에 속삭였다.“날 보자마자 도망가더라? 왜 그랬어?”유정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래, 왜 도망갔지? 숨길 일이 있어도 그건 나답지 않잖아.’백림은 맞은편 강희와 소은을 바라보며 흥미롭게 물었다.“진실게임 하고 있었어요? 나도 껴도 돼요?”강희는 갑작스럽게 끼어든 백림 때문에 긴장했다. 평소엔 아무 말도 잘하고 겁 없는 척했지만, 막상 실제로 잘생긴 남자가 다가오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소강희는 다리를 꼬고, 한 손엔 술병을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약혼자가 밖에서 자꾸 딴짓하고 다닌다며? 나라도 말 안 하고 싶겠어.”전소은도 말을 보탰다.“그래서 우리가 낫다니까. 그냥 평범한 사람이 더 좋아. 연애도 자유롭고. 유정이는 결혼 문제조차 자기 마음대로 못 하찮아!”강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난 벌써 유정이 결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 그려져. 진짜 안 됐어.”두 사람은 한참이나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유정이 돌아오고 나서, 셋은 다시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이 셋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비록 유정이 이후 북성에서 대학에 다녔지만,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만났기에 관계가 끈끈했다.강희가 진실게임을 제안했고, 첫 번째로 전소은이 걸렸다. 벌칙은 옆 테이블에 앉은 검은색 캐주얼 옷의 남자에게 가서 연락처를 따오는 것이었다.소은은 이름처럼 말간 인상이었고, 귀엽고 예쁜 얼굴을 가진 스윗걸이었다. 얼굴을 붉히며 망설이다가 결국 옆 테이블로 갔다.몇 분 후, 소은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돌아왔고, 눈빛엔 묘한 자신감이 비쳤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이밀며 말했다.“받았어!”강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걔가 데이트하자고는 안해?”“됐거든!” 소은이 강희의 다리를 발로 툭 찼는데, 소은에겐 남자친구가 있었다. 두 번째는 유정이 걸렸고, 유정은 진실을 선택했다.이에 강희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너랑 성준이 처음 잤을 때가 언제야?”유정은 술을 꽤 마신 상태였고, 눈이 약간 흐릿했고, 소파에 기대며 당당하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우리 그런 적 없어.”그 말에 강희와 소은은 동시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강희가 바로 말했다.“말도 안 돼! 너희 꽤 오래 만났잖아. 걔가 문제야? 아니면 네가 문제야?”유정은 성준 생각만 해도 울렁거렸는데, 아까 마신 술이 다 올라오는 기분이라, 시큰둥하게 말했다.“질문은 했고, 답은 했어. 더 묻고 싶으면 내가 또 걸릴 때 물어.”강희는 궁금증에
막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신화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정이 일이 그렇게 바빠? 주말에도 안 오고, 신희가 입원했는데 사촌 언니라는 애가 한번 보러오지도 않잖니!”그 말투엔 온통 원망이 묻어 있었다.이에 서은혜가 말했다.“신희가 이번에 한 일은 너무 심했어요. 유정이 마음에 큰 상처를 줬잖아요.”그 말에 신화선이 바로 받아쳤다.“그날 일은 이상한 점이 많았어. 네가 어른이면서도 신희의 부계정을 안다고 거짓말까지 했잖아.”“그날 신희가 입원해서 너희 시아버지랑 난 따로 추궁하지 않은 거야!”서은혜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거짓말하긴 했지만, 그건 정말로 신희가 꾸민 일이 맞잖아요.”신화선이 단호하게 말했다.“신희가 우리한테 다 설명했어. 그 번호는 예전에 잃어버린 거고, 누가 로그인해서 사칭한 거래. 그 계정으로 우리 가족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했던 거야.”유정은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화가 치밀었지만, 할머니가 신희의 그렇게 허술한 거짓말을 믿는 걸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편들고 싶은 마음이 너무 뻔했다. 무슨 말을 해봤자 다 소용없을 테니, 괜히 입만 아플 뿐이었다.유정은 거실로 가지 않고, 케이크를 들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옆에 놓은 케이크 상자를 열고는, 홧김에 덥석 집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서은혜가 올라왔을 땐, 유정이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입에 가득 밀어 넣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언제 왔어?”유정은 케이크에 목이 메어 말이 막혔고, 서은혜는 얼른 물을 건넸다. 물을 마신 유정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가 신희 편들면서 변명해줄 때요.”서은혜는 유정의 옆에 앉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할머니도 요즘은 조심하는 거야. 이 일 퍼지면 망신당하는 건 신희만이 아니라 우리 유씨 집안 전체가 우습게 되는 거니까.”유정은 먹지 않은 반쪽 케이크를 서은혜에게 건넸다.“이거, 엄마 주려고 산 거예요. 먹어요.”서은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생일도 아닌데
주윤숙과 조백림은 이미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고, 주윤숙은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수고 많았어요, 진문석 집사님, 2층 왼쪽 두 번째 방에 두세요.”진문석은 즉시 공손하게 답했다.“네. 그럼 제가 사람들 데리고 올라가도록 하죠. 사모님은 식사 먼저 하시죠.”진문석은 사람들을 이끌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주윤숙은 별다른 감정 없이 계속 천천히 밥을 먹었다.백림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 비웃는 듯 웃음을 흘렸다. 유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조변우는 늘 내연녀와 함께 지내고,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가족 식사 자리에서도 황급히 자리를 뜨곤 했다.그렇게 그 여자를 아끼는 사람이지만, 아내인 주윤숙에게까지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다니. 이건 대체 무슨 관계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씨 집안의 집안일은 자신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유정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계속했다.곧 진문석은 사람들과 함께 내려왔고, 여전히 허리를 약간 숙인 공손한 자세로 말했다.“사모님, 사장님께서 여사님의 생일을 축하드리며, 사모님이 끓이신 미역국을 드시고 싶다고 하세요. 괜찮으시겠어요?”그 말에 주윤숙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엌 가서 한 그릇 더 해와.”백림은 주윤숙을 많이 따랐기에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유정은 진문석이 안도의 숨을 쉬는 걸 똑똑히 보았다.미역국은 미리 끓여두었고, 조금 데우기만 하면 되었기에 백림은 금방 한 그릇을 내왔다.진문석은 매우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그릇을 받아, 미리 준비한 보온함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주윤숙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주윤숙은 잔잔한 눈빛으로 대답했다.“고마워요.”진문석은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 주윤숙은 유정의 국그릇이 거의 비워진 것을 보고, 백림더러 유정에게 더 퍼주어라 했으나, 유정은 급히 손사
주윤숙은 두 선물을 받아 열어보더니, 놀란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둘 다 꺼내 보여주었는데, 두 팔찌가 똑같았다.유정도 순간 얼어붙었다. ‘이건 너무 우연 아닌가?’이에 조백림은 재빨리 반응하며 말했다.“유정이 양손용으로 한 쌍을 샀어요. 우리가 각각 하나씩 드리는 거고요!”주윤숙은 백림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듯 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예뻐, 고마워!”유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어머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이에요!”주윤숙은 팔찌를 정선숙 아주머니에게 건네주자, 정선숙은 공손히 받아 들며 말했다.“내 화장대에 올려줘요.”“네, 사모님.”이윽고 주윤숙은 다시 케이크를 바라보며 감탄했다.“정말 예쁜 케이크네!”전체적으로 베이지색 케이크는 둘레에 진주 장식이 둘러져 있었고, 중앙에는 하얀 장미 한 송이가 얹혀 있었다.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주윤숙의 기품과 아주 잘 어울렸다.그 말에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먹을 수 있겠어요?”유정은 백림이 흘겨보며 웃고는, 그가 써준 생일 축하 메시지 카드를 케이크에 꽂고 촛불을 켰다.“어머님, 소원 빌어주세요!”그러자 주윤숙은 손을 모아 정중하게 말했다.“앞으로 매년 유정이가 제 생일을 함께해 주기를 바라요!”유정은 순간 당황하자, 백림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소원은 말하면 안 이루어져요!”주윤숙은 눈을 깜빡이더니 곧장 눈을 감았다.“그럼 다시 빌게!”유정은 주윤숙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주윤숙이 이렇게 귀엽고 장난기 있는 면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주윤숙은 조용히 다시 소원을 빈 뒤, 눈을 뜨고 촛불을 껐다. 그리고 유정에게 직접 케이크를 잘라주었고, 세 사람은 케이크와 미역국을 함께 먹었다.유정은 백림이 만든 미역국이 생각 이상으로 맛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무슨 재료를 썼는지는 몰라도 시원하고 감칠맛 나며, 전체적으로 담백하지만 간이 잘 배어 있었다.유정은 감탄하며 백림
백림은 얼굴에 생크림이 묻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해 잠시 얼이 빠졌다. 하지만 곧장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혀끝으로 입술 가장자리를 살짝 핥으며 말했다.“달달하네.”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백림에 유정이는 정말 폭발 직전이었다.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그 고고한 학처럼 고상한 주윤숙 에게서 어째서 이렇게 화려하고 요염한 자식이 나올 수 있을까 정말로 의구심이 들었다.백림은 티슈를 뽑아 느긋하게 얼굴을 닦으며, 생크림에 대해 한 마디 더 보탰다.“달지만 질리지 않고, 입에 넣자마자 녹는 느낌이야. 생크림 배합 잘했네.”유정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그럼 원 없이 먹어보시지!”유정은 케이크용 주걱을 들어 백림의 얼굴에 생크림을 바르려 했다. 하지만 백림은 빠르게 손목을 낚아채더니 재빨리 손을 돌려 생크림을 유정이 쪽으로 향하게 했다.“자기가 만든 거, 자기도 맛 좀 봐야지?”유정은 당황해서 계속 뒤로 물러났고, 결국 싱크대에 등을 붙인 채 고개를 젖혀 피하려 했다.“조백림, 그만해!”유정이 머리를 홱 돌린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주윤숙이 주방 입구에 서 있었던 것이다.민낯에도 차분하고 우아한 그녀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장난치는 두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유정이 당황하자 주윤숙이 그제야 조용히 돌아서며 한마디 덧붙였다.“남자는 여자 괴롭히면 안 돼.”백림은 그제야 유정의 손목을 놓고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유정의 손에 묻은 생크림을 핥아 먹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은은하게 반짝이며 말했다.“괴롭히는 대신, 내가 먹어줄게.”유정은 대리석 조리대에 허리를 기대며 상체를 젖힌 채 발로 그를 툭 찼다.“아직도 장난칠래?”유정은 망신당한 게 억울했지만, 백림은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나며 태연히 웃었다.“우리 집인데, 뭐가 부끄럽다고?”능글맞은 백림에 유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긴 네 집이고, 난 손님이거든!”이에 백림은 미간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원하면 네 집이라고 해도 돼.”그러나 유정이는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