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좋아해요?”소희는 멍해졌다. 한밤중에 그가 전화를 한 이유가 자신에게 이것을 묻기 위해서라고?그녀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약간 짜증이 났다."아니요.”“그래요.”남자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희는 영문을 몰라 하다 점차 화가 나며 핸드폰을 던지고 누워서 계속 잤다.그러나 아무리 해도 잠이 오지 않아서 그녀는 속으로 매우 화가 났고 구택이 왜 한밤중에 갑자기 전화를 했는지 몰랐다.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그녀는 날이 밝을 무렵에야 다시 잠이 들었다.그리고 소희는 또 전화 때문에 잠이 깼다. 그녀는 보지도 않고 핸드폰을 귓가에 댔다."누구?”“소희야!”소희는 눈을 떴다. 전화한 사람은 거의 한 달 정도 보지 못한 성연희 아가씨였다!“소희양, 나 노명성이랑 헤어졌어!"연희는 냉정하게 말했다.소희는 잠에서 바로 깨어나며 인차 일어나서 앉았다. "뭐?”“우리 헤어졌다고!”30분 뒤, 소희와 연희는 커피숍에 앉아 있었고, 연희는 여전히 요염하며 실연해서 초췌하지도 않았고 분노가 슬픔보다 더 많았다.연희는 이유를 간단히 말했다. 그녀는 이번 달에 한 해외 고객과 합작에 대해 얘기하며 자주 외국으로 떠났고 한 달 동안 쭉 바쁜 보람에 합작도 마침내 성사됐다.그녀는 명성의 회사로 달려가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일부러 비서더러 통보하지 말라고 했고 바로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글쎄 명성 대신 뒤의 휴게실에 한 여자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여자는 명성의 회사가 방금 계약한 연예인이었는데 자신의 잠옷을 입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애벌레 쿠션을 안고 옆에 놓은 "작은 천사"마저도 그녀가 좋아하는 브랜드였다.비록 그녀는 두 사람이 침대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연희는 바로 그 연예인의 뺨을 내리치며 자신의 잠옷을 찢어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그 여자한테 옷도 입히지 않고 그대로 내쫓았다.그녀는 명성과 헤어지자고 말하고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에서 이사를 나왔다.“정말 한 쌍의 천한 연놈들, 내가 없는 틈
두 사람은 잠시 명성 얘기를 하다 연희가 소희에게 물었다."너랑 임구택은?”소희는 커피에 설탕을 넣고 눈을 드리우며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과 비슷해.”“뭐?" 연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너희들도 헤어졌어?”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도 자신과 구택이 헤어진 셈인지 아닌지 몰랐다.연희와 명성은 헤어질 때 적어도 명확한 시그널이 있었지만, 그녀와 구택은?그들은 심지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더 비참했다!커피에 설탕을 넣어도 여전히 쓰다고 느낀 소희는 한 모금 마시자마자 눈살을 찌푸렸고 아예 종업원을 불러 복숭아 맛 유유를 하나 시켰다.연희는 답답해하며 그녀를 보았다."차라리 임구택 찾아가서 사실을 밝혀. 어차피 너도 그의 법률상의 아내잖아!”소희는 커피에 우유를 섞으며 천천히 저으며 무슨 맛일지 몰랐다.그녀와 구택의 만남은 처음부터 오해였고 천위 호텔의 그날 밤 이후, 그녀는 유림이 학우의 신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났으니 그녀는 또 어떻게 그에게 자신이 소정인의 딸이라고 설명할까?그 후 두 사람은 얼떨결에 연인으로 되었고, 지금까지 그를 속인 그녀는 점점 더 많은 것에 신경이 쓰이며 점점 더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되었다.만약 그가 자신이 소 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는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음모라고 생각하지 않을까?그리고 구택에게 있어 그와 소 씨네 아가씨는 이미 이혼했다. ......두 사람은 오후 내내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연희는 커피를 많이 마셨는지 매우 흥분했다."남자는 다 쓰레기야, 그들 다 꺼지라고 해! 오늘 밤 내가 너 데리고 재미있는 곳으로 가서 우리 솔로로 복귀한 것을 축하하자!”소희가 말했다."나 저녁에 출근해야 돼.”“출근은 무슨? 가지 마!” ......연희는 소희를 데리고 넘버 나인으로 갔다.옛날 식의 건축 풍경에 문 앞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아가씨들은 검은색 벨벳의 치파오를 입고 있었다. 등불은 또 어둡고 노래서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한 세기 전으로 돌아간
“그럼 나 따라와요!”“그래요!”두 사람은 맞장구치며 앞으로 걸어가다가 그제야 소희가 제자리에 서서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심명은 얼른 말했다."우리 소희 씨를 깜박했네요!”“분명히 우리 집 소희거든요!"연희는 흥얼거리며 소희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끌고 위층으로 갔다.위층도 완전히 옛날식의 장식과 배치였고 어두컴컴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두꺼운 카펫이 있었다. 가끔 치파오를 입은 웨이터가 지나가며 매혹적이게 심명과 인사를 하곤 했다.심명이 자주 이곳에 오는 것 같았다.끝에 있는 룸에 도착하자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안에는 이미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딱 봐도 상인이었고 양복을 입은 채 무척 점잖아 보였으며 마치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러 온 것 같았다.소희는 사색에 잠겼다. 심명은 왜 이런 자리에 자신을 불러왔을까?“도련님!" 짙은 남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일어나서 공손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반갑네요!”심명은 두 손을 여전히 바지 주머니에 넣고 무심하게 말했다."진 사장님, 오래 기다렸죠. 앉아요!”소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고 순간 그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남자는 겸연쩍게 손을 거두고 소희와 연희를 바라보았다."이 두 아가씨는 도련님의 친구죠? 어서 앉으세요!”“소희 씨, 이쪽으로 앉아요." 심명은 의자를 당기며 소희를 앉혔다.진건홍은 이 말을 듣고 즉시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는 의외를 느꼈지만 얼굴의 웃음은 더욱 깊어지며 웨이터를 불러 소희와 연희에게 주스를 시켜주었다.소희는 자리에 앉은 후 옆에 있는 심명을 보고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만약 그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눈앞의 이 중년 남자는 바로 진승우의 아버지이며 나성 미디어의 이사장 진건홍일 것이다.전의 일은 이미 끝난 거 아닌가?심명은 직접 소희에게 주스를 따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급하긴, 아이스크림 곧 올라올 거야!”소희, "......”‘내가
소희는 원래 자신과 심명이 이곳에서 만난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도 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다행히 그녀는 연희를 절대적으로 믿었기에 그렇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녀를 여기로 데리고 왔다면 그녀도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연희는 구택이 나타난 후부터 재밌다고 느낀 듯 자세를 취하고 이 “뮤지컬”이 시작하길 기다렸다.그녀는 이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했다.구택은 눈빛이 평소처럼 맑고 깨끗했고 태도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다만 눈빛이 소희와 심명을 스쳤을 때, 그의 눈 밑에는 싸늘한 기운이 더해졌다.건홍이 오늘 청한 손님은 주로 심명이었지만 또 구택을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 그는 구택더러 주인의 자리에 앉으라고 한 뒤, 직접 그들에게 술을 따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오늘 임 대표님, 심 대표님 그리고 장 감독님을 청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이네요. 제가 먼저 한잔 마실게요.”말을 마치자 그는 스스로 술 한 잔을 마셨다.술을 다 마신 후, 그는 또 직접 여러 사람들에게 술을 보탠 후, 잔을 들고 소희를 바라보았다."이 분이 바로 소희 아가씨죠? 제 아들이 술주정해서 아가씨한테 실례를 했으니 제가 벌로 또 한 잔 마실게요. 아가씨도 그와 상대하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또 한 잔 마셨다.다른 사람들은 안색이 제각각이어서 한동안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 싸늘했다.이연은 소희를 보며 또 구택과 심명 두 사람을 보았고 다소 어리둥절해졌다.지난번에 그녀가 이나한테 맞은 후, 그녀는 매니저더러 소희를 조사하라고 했고 그제야 그녀가 구택의 조카는 무슨 그냥 임가네 아가씨의 동창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자신이 어리석어서 화가 났고 소희가 그녀를 놀리는 것에 더욱 화가 났다!소희가 구택의 조카가 아닌 이상 그의 애인인 게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소희가 미워도 경거망동하지 못했지만 지금 소희가 심명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소희는 도대체 누구의 사람일까?이쪽의
서이연은 영화의 여주인공이라서 오늘 이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었다.건홍이 또 구택을 청한 것은 아마 LS엔터테인먼트도 영화의 투자자이고 이연은 또 그 밑의 연예인이었으니 그 중간에는 많은 이익관계가 있을 것이다. 건홍은 구택이 자신의 이익과 이연의 체면을 봐서라도 영화 제작 측을 도와 이 일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구택이 나선다면 그는 심명이 어쨌든 간에 구택의 체면을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희는 이 일의 발단이었지만 얼떨결에 심명에 의해 임시로 잡혀 왔다.이때 이연이 입을 열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소희 씨, 나는 심 대표님이 당신을 위해 이번 영화에 화풀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임 대표님이 전에 여러모로 소희 씨를 챙겨준 거라도 봐서 당신이 심 대표님을 잘 설득해서 이번 영화는 좀 봐달라고 했으면 해서요!”소희는 고개를 들어 이연의 무고하고 순진한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은 차가웠다.옆에 있던 심명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너무 한가해 보이나요? 그딴 영화 한 편에 내가 화풀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이연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인차 말했다."심 대표님, 오해예요. 난 이런 뜻이 아니었어요.”연희도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런 뜻이 아니라면? 지금 일부러 이간질하는 거예요?”이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성연희 씨,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내가 무슨 이간질을 했다는 거죠?”그녀는 조심스럽게 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 내가 무슨 말이라도 잘못했나요? 소희 씨는 대표님의 친구가 아니었나요? 전에도 대표님은 그녀를 아랫사람처럼 챙겨줬으니, 만약 소희 씨가 입을 연다면 심 대표님도 추궁하지 않을 거예요!”건홍은 즉시 말했다."임 대표님과 소희 아가씨도 아는 사이였군요. 그럼 우리는 정말 한 집안사람을 몰라봤네요!”심명은 콧방귀를 뀌었다."아는 사이는 그렇다 쳐도 한 집안은 됐어요!”구택은 줄곧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때서야 소희를 주시하며 담담한 말투로 천
그는 남들의 시선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소희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였는데, 보기에는 소희를 무척 총애하는 것 같았다.소희는 고개를 들지 않고도 맞은편 남자의 매서운 눈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명을 째려보고는 그의 손에 있는 숟가락을 가지고 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기 그만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요.”심명은 몸을 숙여 가볍게 웃었다."누가 연기한다는 거예요? 난 소희 씨가 좋아서 그래요. 임구택은 여기에 없어도 난 이렇게 했어요.”소희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고, 두 사람이 소곤소곤 속삭이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오히려 애정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이연은 소희를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소희는 대체 어떻게 구택을 떠난 후 또 심명과 사귀게 된 것일까?건홍은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심 대표님께서도 정말 소희 아가씨에게 친절하시네요. 아가씨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나 봐요? 내가 강성에서 가장 핫한 화전 디저트에 지분이 있는데, 그 디저트 가게를 아가씨에 드리는 건 어때요?"소희는 아이스크림을 먹다 멈칫했다. 진건홍이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아마 단지 장 감독의 영화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의 아들과 그 배우의 일이 터져 나온다면, 이는 절대적인 핫이슈로 될 것이다 그의 회사도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심명은 하찮다는 듯 싸늘하게 웃었다."우리 소희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다른 사람이 준 가게를 받을 필요가 있을 가요?”건홍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에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소희 아가씨의 화를 풀 수만 있다면, 저는 어떻게 해도 다 돼요!”심명은 냅킨으로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떻게 해도 된다고요? 좋아요, 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눈에 거슬리는데, 우리 소희로 바꾸면 내가 그 사진들을 없앨게요, 어때요?”그의 말이 떨어지자 앉아 있던 몇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특히 이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며 바로 구택을 바라보았다.구택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
그가 이 중에서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냐고?그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단지 그의 악랄한 취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일 뿐이었다!심명은 휴지를 들고 소희의 입가를 닦아주며 웃었다."소희 씨, 당신은 임 대표님이 어떻게 선택할 거 같아요? 당신, 아니면 그 서이연 씨를 선택할 거 같아요?”다른 사람들도 모두 문제를 알아차린 듯 침묵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연희는 심명을 힐끗 쳐다보니 그가 정말 여우란 것을 발견했다소희는 손을 들어 그의 손에 있는 휴지를 가로채며 고개를 들어 뭇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나와 차승우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나도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요. 심명 씨가 어떤 조건을 제기하든 그것은 그 자신의 선택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죠!”심명은 헤헤 웃었다."소희 씨, 난 소희 씨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나 아직 할 말 못다 했어요! 나는 연기를 할 줄 모르지만 아마 심명 씨가 배우로 되는 꿈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서, 난 그가 여주인공이 되는 것을 추천해요.”심명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웃는 듯 마는 듯 같았다."소희 씨, 난 당신을 위해 화풀이하고 있는데, 당신은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거예요?”소희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난 잠시 나갔다 올게요, 당신들은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죠!”말이 끝나자 소희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룸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구택도 인차 일어났다."소희 씨가 그녀와 관계가 없다고 한 이상, 이건 그냥 심 대표님과 진 사장님 두 사람의 일이겠네요. 당신들이 스스로 상의해요, 난 잠시 회피하도록 하죠.”말을 하고는 그 역시 밖으로 나갔다!연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좋지 않았다.연희는 천연덕스럽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밝게 웃었다."계속 말해봐요, 어디까지 말했죠?”건홍은 심명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심 대표님께서 만약 반드시 소희 아가씨가 배우로 되는 것을 체험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저희는 장 감독과 상의해서 이
구택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이연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조신하게 입을 열었다."난 단지 대표님한테 비록 우린 그 하룻밤밖에 자지 않았지만 난 이미 자신을 대표님의 사람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다른 남자와 관계가 없을 거라고 알려드리는 거예요.”구택의 표정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책임져 달라는 거예요?”이연은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난 지금까지 대표님께서 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대표님께서 이미 날 충분히 챙겨주셨으니 나도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그녀는 눈을 떨구고 나른한 목소리에 수줍음과 애교가 들어있었다."만약 대표님이 필요하시다면, 난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장 감독님의 여주인공을 위해서도 아니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오직 대표님에 대한 나의 마음일 뿐이에요.”구택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 쌍의 눈동자는 깊고 냉담했고 여자의 말에 조금의 느낌도 없었다.천위 호텔에서의 그날 밤, 그는 비록 정신이 들지 않았지만 여전히 약간의 기억이 있었고 그녀도 역시 그의 첫 번째 여자였다!”그러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는 이연을 다시 보고 있으면 설령 그녀가 일부러 몸을 앞으로 기울여 자신에게 몸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는 조금의 욕망도 없었고 오히 약간의 초조함과 혐오감을 느꼈다.이연은 그가 자신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묵인한 줄 알고 다시 앞으로 몸을 기울여 남자의 구부러진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맹렬하게 다리를 거두고 금방 입을 열려고 할 때, 이연은 몸을 흔들더니 황급히 고개를 들어 놀라운 소리로 말했다."소희 씨?”소희는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왔다."미안해요, 내가 방해했군요!”구택은 얼른 고개를 돌렸고 소희를 본 순간 그는 심지어 당황했다.”‘그녀가 줄곧 여기에 있었다고?’그녀는 자신과 이연이 한 말을 다 들
구은서의 말은 애절했고, 눈물 가득한 얼굴은 누가 보아도 가련했다. 구은태는 자신이 이십 년 넘게 아끼고 사랑해온 딸을 바라보며 격했던 감정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임유진과 구은정은 눈빛을 마주쳤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서선영 모녀를 끝장내야 한다는 예감이 동시에 스쳤다. 다시는 숨 쉴 틈을 줘선 안 된다.유진이 입을 열려던 찰나, 휴게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몇 명의 경찰이 들어왔다. 방 안 상황을 본 경찰들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차분히 물었다.“서선영 씨는 누구시죠?”서선영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던 참이라 얼굴에 눈물이 범벅된 채로 당황스럽게 대답했다.“저예요. 무슨 일이죠?”경찰은 단호하게 말했다.“현재 한 유괴 사건에 연루되셔서,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주셔야겠네요.”“유, 유괴 사건이요?”서선영은 얼이 빠진 듯 말을 더듬었고, 은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경찰이 왜 여길 찾아온 거지?’‘분명히 손기수를 시켜 장말숙 가족에게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위협했고, 따로 사람도 붙여 감시하게 했는데, 분명 신고는 없었어. 그런데 대체 어떻게 경찰이?’유진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때가 왔고,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서선영 모녀에게서 도망칠 구멍조차 허락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이에 구은태도 놀라 물었다.“유괴라니, 무슨 소리죠?”경찰은 구은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금 서선영 씨께서 유괴 사건에 관련된 정황이 있어 조사 차 동행을 요청드려요. 협조 부탁드릴게요.”은태는 다시 서선영을 바라보았다.“또 뭘 꾸민 거야, 이 악마 같은 여자가.”은태의 목소리는 얼어붙은 듯 차가웠다. 서선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입을 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은정이 나섰다.“같이 가죠. 조금 전까진 은서가 우리 가족이라며 감쌌잖아요? 가족이면 함께 있어야죠.”그 말에 구은서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언가 아주 불길한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원래 오늘 구씨 파티가 끝
서선영은 곧장 구은태에게 달려가 그를 붙잡았다.“여보!”구은태는 휘청였지만 몸을 간신히 지탱했고,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쉰 목소리로 고함쳤다.“꺼져, 이 악독한 년!”서선영은 힘없이 문 쪽으로 내동댕이쳐졌고, 그 순간 문이 열리며 구은서가 들어왔다. 방 안의 참혹한 광경을 본 은서는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구은태는 핏발 선 눈으로 서선영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엄마한테 물어봐. 대체 뭘 한 건지!”은서는 아버지의 분노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은정을 모함한 일이 들킨 건 아닌가 싶어 애써 표정을 감추고 서선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무슨 일이야?”서선영은 그저 얼굴을 감싸 쥐고 울고 있을 뿐이었다.그때, 구은태는 갑자기 은서를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서선영을 바라보고 물었다.“사실대로 말해. 은서, 이 애가 정말 내 딸이 맞아?”“맞아요!”서선영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은서는 당신 딸이에요. 그건 정말 확실해요!”“좋아. 지금 제대로 말 안 했다가 내가 친자 검사로 진실을 알게 되면, 그땐 죽여버릴 거야!”구은태는 분노로 이를 갈며 말하자, 서선영은 흐느끼며 소리쳤다.“정말이에요! 제 목숨 걸고 맹세해요. 제가 거짓말이면 천벌을 받아도 좋아요!”그제야 은서는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건 은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였다.은서는 구은정에게 맞아 쓰러져 있는 최이석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어떤 장면이 뇌리를 스쳐갔고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서선영은 엉금엉금 기어가며 구은태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여보, 제가 배신하고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은서는 정말 당신 딸이에요. 그렇게 똑똑하고 예쁜 아이잖아요.”“당신도 얼마나 예뻐했어요. 은서 봐서,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세요!”그제야 은서는 모든 걸 직감했다.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임유진은 이를 꽉 물고 단호하게
최이석도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있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곧장 도망치려는 듯 문을 열었는데, 그 문 너머에는, 구은정의 날렵하고도 위압적인 실루엣이 서 있었다.은정은 말없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발을 들어 최이석의 가슴팍을 걷어찼다.“컥!”이석은 뒤로 넘어지며 카펫 위에 엎어졌다.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지만, 그 울음은 진짜인지 연기인지 분간되지 않았다.그때, 숨을 거칠게 내쉬며 구은태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얼굴은 철저히 일그러져 있었고, 그 눈빛은 분노로 이글거렸다.그리고, 구은태는 서선영 앞에 멈춰서더니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서선영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뺨을 후려치는 소리와 함께 서선영은 그 충격에 그대로 몸이 비틀어졌고, 얼굴을 감싸 안으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이 더러운 년!”구은태는 서선영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고 또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반대쪽 뺨을 갈겼다.“제가 잘못했어요. 한순간, 제가 정신이 나갔었어요.”서선영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구은태의 손을 붙잡고 오열했다. 그녀의 두 볼은 이미 시퍼렇게 부어오르고 있었다.“대체 너희 둘, 언제부터 이런 짓을 벌인 거야!”구은태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그 순간, 최이석이 조롱 섞인 웃음을 흘리며 비틀비틀 일어섰다.“솔직히 말해줄까요? 서선영이 당신 만나기 전부터 벌써 나랑 자고 있었어요. 회사 들어간 이후로는 매주 만나서 몸 섞었고요.”“입 닥쳐!”서선영은 미쳐 날뛰듯 소리쳤지만, 최이석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구은태만을 노려봤다.“저 여자는 당신을 사랑한 적 없어요. 사랑한 건 당신 지갑뿐이고요. 30년 전, 당신이 술 마시고 덮쳤다고 생각했죠?”“웃기지 마요. 전부 미리 짜놓은 대본이었으니까. 그때 은서가 생겼고, 도망친 척하면서도 사실 계속 강성에 있었어요.”“당신 바로 곁에서, 우릴 속이고 있었던 거죠. 참, 당신 원래 부인 왜 갑자기 병세가 악화됐는 줄 알아요?”“서선영이 일부러 임신한 배를
구은서는 서선영보다 훨씬 더 잔인했기에, 임유진은 점점 불안해졌다.“혹시 그 애까지 다치게 되는 건 아닐까요?”이번 일은 유진이 먼저 제안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은서가 장말숙을 압박하기 위해 그 손자를 납치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럴 일 없어.”그러나 구은정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절대 다치지 않을 거야.”유진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고, 은정은 이어서 설명했다.“장말숙은 처음부터 독을 품은 호랑이와 손잡은 셈이지. 이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은서가 장말숙의 손자를 납치했다는 건 이미 그 집안을 완전히 조사해 놓았다는 뜻이야.”“내가 강성을 떠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아이를 이용해서 조종하려 했을 거야.”“그런데 네가 먼저 움직여준 덕분에 우린 미리 조치할 수 있었고, 결국 아이도 지켜냈지.”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봤다.“예전과 완전 딴사람이 된 것 같아요. 위로까지 이렇게 부드럽게 하다니?”은정은 애옹이를 옆으로 밀어내고 유진을 품에 끌어당겼다.“질문 하나 해도 돼? 너는 서인을 좋아해, 아니면 구은정을 좋아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웃었다.“둘 다 같은 사람 아닌가요?”은정은 묵직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잖아.”유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중얼거렸다.“사실 처음부터 한 사람이었어. 다른 건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차이였을 뿐이죠.”그리고 고개를 들며 은정의 눈을 마주 봤다.“내 말 맞죠?”이에 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예전의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촉촉히 빛나는 눈으로 미소 지었다.“아니요. 오히려 시언 사장님이 날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는 그게 정말 고맙거든요.”은정의 눈빛이 깊고 짙어졌다. 가슴이 저릿할 만큼 미안함과 애틋함이 가득 차올랐다. 은정은 고개를 숙여, 유진에게 입을 맞췄다.“유진아. 난 늘 널 사랑했어.”은정은 언제나 유진만을 마음에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