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은 요 며칠 동안 침대에 조용히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가 올 때 일어나서 안아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렇게 누워만 있었다. 건강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여왕의 주름진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저런 모습으로 어떻게 빨리 회복할 수 있겠어? 의사가 많이 걸어서 빨리 회복하라고 당부하지 않았어?”“네, 그래서 이 여자는 교활해요.”프레드는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며 험상궂게 말했다.“그럼 어떡해, 좀 더 기다릴 수밖에!”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나 프레드는 반대했다.“아니,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김서진이 벌써 우리를 찾았고 대사관까지 왔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변수가 많아져요. 한소은을 Y 국으로 데려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 것이 쉬워져요!”“하지만 여기서 실험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겠어? 콜록콜록...”기침하면서 여왕이 말했다. 여왕의 안색은 점점 나빠졌고, 사람도 전보다 더 허약해졌다. 사실 그녀 자신도 몸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나이가 드니 점점 약해졌다. 전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물러서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때 프레드가 그녀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다. 프레드는 이전에 한 그 연구 실험들이 마침내 성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주었다!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다시 젊은 몸으로 연속되어 계속 살 수 있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사업도 계속할 수 있다!이 소식을 듣고 그녀는 흥분하여 거의 뛸 뻔했지만, 프레드가 두 가지 조건을 제출했다. 하나는 실험이 가장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기에 왕실의 자금 지원이 필요했다. 여왕은 이의가 없이 조심스럽게 자금을 조달하였고 자신의 돈을 보태어 충분하게 마련하였다. 다른 하나는 번거로워도 반드시 직접 H 국에 오
“그런 방법은 어떻게 생각했어요? 그건... 안 될 것 같아요.”여왕은 고개를 젓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너무 오래 서 있는 걸 견디지 못해 바로 피곤함이 몰려와서였다.“안 될 거 없어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프레드는 두 손으로 여왕의 휠체어 양쪽을 잡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여왕 폐하, 저의 충성심을 믿어주세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여왕 폐하와 국가를 위한 겁니다. 이것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어요.”“하지만...”“고민하지 마세요. 지금 뭘 걱정하시는지 아는데, 제가 약속드리죠. 무조건 한소은이 무사히 갔다 무사히 돌아오게 할게요. 적어도 안전은 제가 보장할게요. 여왕 폐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건 한소은 씨의 영광입니다.”여왕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프레드는 계속 설득했다.“잠시 인자함을 내려놓으시고 본인을 위해 생각하세요. 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잖아요. 여왕님 지금 건강 상태가 아주 안 좋다고. 아시잖습니까.”“나도 알아요.”여왕은 수심에 젖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자기 몸이 나날이 나빠지고 나날이 힘에 부치는 걸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흔들렸을 거다.잠깐 생각한 여왕은 또다시 물었다.“하지만 한소은 씨 말도 일리는 있잖아요. 이 실험은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는데, 만약 실패하면...”“그럴 리 없어요!”프레드는 여왕의 말을 자르며 확신에 찬 듯 말했다.“저 믿어주세요. R10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지만 실험 데이터도 성공에 많이 가깝고, 실패 경험도 수없이 요약했으니 꼭 성공할 겁니다. 제가 절대 여왕 폐하께서 위험을 감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믿어 주세요.”프레드가 이렇게 맹세했지만 여왕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그도 그럴 게, 이 실험을 실패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여왕은 두 손을 겹쳐 잡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아니요. 그래도 우선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사람한테 실험해서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여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프레드 역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심스레 여왕의 눈치를 살폈다.말을 많이 하면 오히려 여왕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뿐, 프레드는 여왕 곁에 여러 해 동안 있었기에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존경하는 여왕 폐하, 저라고 이런 걸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평화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저도 무고한 사람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요.”여왕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프레드는 말을 이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H국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은습니까? 두 가지 모두 이익을 경우 이익이 큰 쪽을 선택해야 하고, 두 가지 모두 손해일 경우 손해가 더 적은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네. 한소은 씨가 억울한 건 맞아요. 하지만 여왕 폐하의 고귀한 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프레드는 한 손으로 휠체어를 짚으며 진지한 눈빛으로 여왕을 바라봤다. “저를 믿어 주세요. 이렇게 하는 게 우리 Y국에 가장 좋아요. 본인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을 생각하셔야죠.”그 말에 여왕은 흔들렸는지 눈을 반짝이더니 그제야 동요된 듯한 표정으로 프레드를 바라봤다.“우리 국민?”“네! 우리 국민은 여왕 폐하가 필요하고, 폐하의 통치가 필요해요. 게다가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이득을 보는 건 여왕 폐하뿐만 아니라 우리 Y국 국민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우리가 R10의 비법을 마스터하면, 생명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유일한 국가가 되는데, 그때가 되면 M국, F국 모두 우리 명령을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우리는 더 이상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이건 여왕 폐하뿐만 아니라 우리 나를 위하는 일이라고요!”“그렇네요, 우리나라를 위한 일!”여왕은 피가 끓어올랐다. 비록 이제는 나이가 많아 많은 일에 무뎌졌지만 유독 이 일에만 여전히 집념하고 있다.이 나라를 이어받아 통치하면서 수십 년 동안 여왕은 근면 성실하게 일해 왔으며, 나라를 강성하게
“지금 기회를 주는 거야. 나랑 말할 기회. 나중에 말하고 싶을 때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프레드는 소은을 바라보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 소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프레드를 봤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고 숨을 내쉬었다.“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지경이 됐는데도 현실을 못 받아들이는 거야? 아니면 순진하게 누가 구해주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프레드는 고개를 돌려 소은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사실, 상황만 아니면 나도 너 엄청 마음에 들어. 너 같은 인재 보기 드물다는 것도 인정하고.”낮은 한숨을 내쉰 소은은 벽을 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나도 궁금하네. 너의 여왕 폐하가 정말 네 진짜 모습을 모르고 너를 믿고 있는 건지, 아니면 네가 오히려 여왕의 그물 속에 잡혔으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프레드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굳어진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 채 소은을 바라봤다.“무슨 뜻이지?”“별 뜻 아니야. 너는 네가 아주 총명하다고 생각하지? 자기가 남들보다 한참 우위에 있고 모든 게 네 손에 있는 것 같지?”소은은 다시 고개를 돌려 프레드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프레드는 왠지 불쾌해졌다. 무덤덤하면서 경멸 섞인 소은의 눈은 마치 저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았으니까.프레드는 지금껏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왕 폐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저를 존경하고 무서워했으니.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조차 항상 그를 두려워해 왔다. ‘그런데 저 눈빛은 뭔데? 연민? 내가 누구 연민이나 받을 처지야?’분노를 마음속으로 삭이며 프레드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우리 사이 이간질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내가 언제 이간질했다고 그래?”소은이 되물었다.“나는 그저 네 속내를 들추어낸 것뿐인데.”“웃기고 있네. 내 속내라니!”프레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방금 전보다 풀이 많이 죽었다는 게 눈에 띌 정도로 선명했다.소은은 싱긋 웃으며 아
“오? 여왕 폐하를 헐뜯는 건 안 되지만 기만할 수는 있다는 건가?”소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실험을 진행하는 게 정말 여왕을 위한 거야? 본인을 위한 게 아니라?”프레드는 낯빛이 크게 변하고 눈빛마저 어두워지더니 버럭 화를 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헛소리인지, 아니면 네가 한 짓을 까발린 건지, 너도 잘 알잖아. 여왕 폐하도 너한테 속고 있는 거고.”소은이 손에 쥐고 있던 컵은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변형되었다.프레드도 소은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만의 하나를 위해 컵조차 플라스틱으로 된 걸 준비했다. 유리로 된 걸 주면 소은이 그 유리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소은은 비틀린 컵을 쥔 채 프레드를 빤히 바라보며 비웃었다.“참 아쉬워. 여왕 폐하는 아직도 너한테 속아 네 주장만 믿고 있다니.”분노하던 프레드는 말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한소은, 심리전에 강한가 봐. 이간질할 줄도 알고. 그런데 네가 잘못 계산했어. 너는 나와 여왕 폐하 사이의 믿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모르잖아. 여왕 폐하는 나를 믿어, 나도 여왕 폐하께 충성하고 있고.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소용없어.”한참 동안 얘기하던 프레드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됐어. 너랑 이런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너는 몰라. 너희는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피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르잖아.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장사꾼이 우리의 웅대한 포부를 어떻게 알겠어.”프레드는 고개를 저었다.“한소은, 네가 소극적인 태도로 나오든,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든, 제 몸을 어떻게 대하든 우리는 실험을 멈추지 않을 거야. 그리고...”이윽고 말을 하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우리나라 환경에 빨리 적응하게 도와주기 위해 몸부터 먼저 적응하게 하려고.”“?”소은은 흠칫 놀라더니 프레드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야?”프레드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잠깐 고민하던 소은은 곧바로 눈치챘다.“설마 지금 날 Y국으로
가연은 농담하듯 말했다.요즘 원철수와 지내면서 가연은 처음에 철수에게 거부감을 느끼던 데로부터 점점 받아들이고 믿고, 이제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철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맥 짚어줄게요.”가연은 그 말에 고분고분 손을 내밀어 손목을 내놓았고, 철수는 가연의 손목을 짚고 열심히 진맥했다.사실 매번 진맥할 때마다 철수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왔다. 그 덕에 지금은 예전처럼 이런 작은 병마저 자기가 직접 나서서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게 되었다. 이제는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모두 인내심 있게, 의사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지키면서 말이다.전에는 가연의 비만증마저 오진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자만하던 사람이었는데.지금은 한쪽 무릎을 땅에 꿇고 진지한 표정으로 진맥하는 모습은 예전과 와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의사다운 모습이다.게다가 가연의 병을 정말로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게 했다.‘소은 언니랑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뭐 사정이 있었겠지.’“맥은 이미 많이 평온해졌어요. 하지만 바이러스가 침투해 몸이 상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니 오랫동안 몸조리해야 해요. 하지만 전부터 한약을 먹고 있었으니 처방을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아마 입맛에 더 쓸 거예요. 그건 괜찮죠?”철수는 손을 뒤로 빼며 물었다.하지만 대답을 듣지 못해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보니 가연이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렇다기 보디는 넋을 잃은 채 허공을 보고 있었다.“진가연 씨? 가연 씨?”두 번 더 부르고 가연의 앞에 손을 흔들더니 철수는 목소리를 높였다.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린 가연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아. 네, 괜찮아요.”“그런데 뭐라고 하셨죠?”다음 순간 생각난 듯 내뱉은 말에서 방금 가연이 말을 듣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철수는 난감한 듯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일어나더니 고개를 들고 가연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약 처방을 조금만 조정하려고 했는데 가연 씨 상태를 보니 더 조정해야겠네요
제가 너무 오버했다는 걸 알아챈 가연은 철수를 꼭 잡은 손을 풀며 낮게 말했다.“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혹시 소은 언니 찾으러 가는 거예요?”철수는 가연이 소은을 걱정하는 줄 알고 싱긋 웃었다.“아니요. 소은 씨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소은 씨도 소은 씨 할 일이 있고, 저도 제 할 일이 있어요. 의술로 놓고 볼 때 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 더 많이 배워야 해요.”“그러면 어디 가는 거예요?”가연은 다시 물었다.“우선 둘째 할아버지 댁으로 가 정리 마치면 진해로 내려갈지도 몰라요.”철수는 앞을 바라보며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진해요? 그렇게나 멀리?”가연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철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멀긴 하죠. 하지만 출국할 때에 비하면 가깝죠. 그쪽에 약초랑 독충이 많아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독충’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연은 놀란 듯 숨을 들이켰다.“독충도 있어요? 그러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참, 그러고 뵌 진해 쪽에 확실히 독충과 독초가 많네요. 위험한 것 같은데 가지 않으면 안 대요?”가연은 걱정되는 듯 철수를 바라봤다.만약 예전이었다면 철수는 가연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짜증 냈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이미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남이 저를 생각해 주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건지 알게 되었으니까.”“괜찮아요.”철수는 다정하게 말했다.“제가 원래 그런 걸 접촉하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어떤 독충이든 독초든 이번에 겪은 바이러스보다 무섭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진해로 가는 건 배우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예요. 그래야 앞으로 남을 치료해 주죠.”철수는 감탄했다.“사실 독충이든 독초든 사람에 비할 수나 있나요? 가장 무서운 건 사람 마음이죠.”그 말을 들은 가연은 더 이상 말리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그럼 언제 가요?”“며칠 뒤요. 이번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아마 다음 주에 바로 떠날 것 같아요.”“그렇게 빨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지금 가연 씨는 자신감 넘치고 열정적이고 활발해요. 심지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도 꿋꿋하게 직면했잖아요. 그건 수많은 사람들보다 이미 훌륭해요.”철수는 진심을 담아 가연을 칭찬했다. 추켜세우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정말요?”처음 받아보는 칭찬에 가연은 손으로 제 얼굴을 문질렀다. “지금 철수 씨가 말한 거 정말 저 맞아요?”“당연하죠.”철수는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가연 씨 변화 정말 많아요. 지금의 가연 씨는 자신감이 넘쳐요.”“그런데 전 이쁘지 않잖아요.”여전히 살 많은 제 볼을 만지며 가연은 낙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아무리 다이어트하려고 노력하고, 소은 언니도 도와주고 있지만 아직 마르지 않잖아요. 이직도 못생겼잖아요.”“이게 어디가 못생긴 거예요?”철수는 가연의 말을 잘랐다.“이것 봐요, 방금 자신감 넘친다고 칭찬했더니 또 비관하는 거. 가연 씨 못생기지 않아요. 충분히 얘뻐요.”가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어 믿기지 않는 듯 가연을 바라봤다.“지금 저 위로하는 거예요?”“위로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외모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요.”잠깐 생각하던 철수는 두 손을 제 의사 가운 주머니 속으로 찔러 넣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물론, 세속적인 잣대로 놓고 볼 때 가연 씨가 비교적 뚱뚱한 축에 속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아까 맥을 짚어 보니 몸도 건강하고 이제 정신 상태도 좋던데, 이것만으로도 아주 대단한 거예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몸은 건장해도 정신이 병들었는데요. 게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굴은 예쁘지만 마음씨가 악독한데요.”흥분해서 말하던 철수의 뇌리에 주효영이 떠올랐다.그 여자는 예쁘고 총명하지만 한없이 악독한 마음을 가졌다.“지금 주효은 씨 말하는 거예요?”철수의 표정에 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솔직히 가연은 대충 짐작했다.“네.”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외모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가연 씨가 몸이 뚱뚱한 건 만성 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