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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Penulis: 동그라미
‘폐암 말기?’

진승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사를 쳐다봤다.

“확실합니까?”

“네.”

의사는 잠깐 망설이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게다가 위 세척도 해야 합니다.”

“위 세척이요?”

진승윤은 또 한 번 당황했다.

“네. 식중독인 데다가 비누도 반 조각 먹었고 며칠 전에는 바닷물에도 빠졌었습니다.”

의사마저 안타까워했다.

“이러다가는 환자분이 6개월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진승윤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알겠어요. 일단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간호사한테 일단 피부터 뽑으라고 할게요.”

진승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간호사를 따라갔다.

임슬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아직 30살도 안 된 나이에 폐암 말기는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배정우의 행동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대체 요 며칠 무슨 일을 겪었기에 배고파서 비누까지 먹은 걸까?

...

임슬기가 깨어났을 땐 이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창밖에서 맑은 새소리가 들려왔고 악몽 같았던 3일이 모두 환상처럼 느껴졌다.

“깼어요?”

진승윤은 피를 뽑은 후 돌아가려 했지만 6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 남아 있었다.

임슬기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진승윤을 보고 의아해했다.

“진 변호사님?”

“엊저녁에 정우한테 일이 있어서 내가 대신 옆에 있었어요. 물 마실래요?”

진승윤은 배정우와 달랐다. 두 사람은 절친이었지만 한 명은 냉정했고 다른 한 명은 따뜻했다. 진승윤은 늘 상대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말도 다정하게 했다. 적어도 임슬기는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임슬기는 진승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어젯밤 어둠 속에서 들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다인이 자살 시도 했어요?”

진승윤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다. 임슬기가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변호사님, 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다인이한테 일이 생겼는데 당연히 다인이 옆에 있겠죠. 난 다 이해해요.”

꿈이 아니라 다 현실이었다. 배정우는 그녀와 연다인 중에서 연다인을 선택했다. 임슬기가 목숨이 질겨서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배정우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였나보다. 차라리 그녀의 살을 베어 연다인에게 먹여서 불로장생하게 할 거지. 임슬기가 현대판 삼장법사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임슬기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나 지금 웃었어? 진짜 미쳐버렸네.’

배정우와 임씨 가문을 잃은 후 완전히 미쳐버린 듯했다.

“변호사님, 정우가 혈액을 다인이한테 줬는데 내가 수혈한 피는 어디서 났어요?”

“다른 병원에서 가져온 겁니다.”

“네...”

임슬기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의심하지 않는 걸 보고서야 진승윤은 안도했다.

“슬기 씨가 아프다는 소리 들었어요.”

그 말에 임슬기는 깜짝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손에 꽂힌 주삿바늘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급히 진승윤의 소매를 붙잡았다.

“제발 부탁인데 정우한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임슬기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온몸이 야위어 있어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특히 지금은 몸이 너무나 힘든 상태인데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굴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진승윤은 마음이 아팠다.

“변호사님, 제발요. 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가 망설이는 사이 임슬기가 다시 부탁했다. 발버둥 친 바람에 주삿바늘이 혈관을 뚫어 피가 역류했는데 주사 호스가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깜짝 놀란 진승윤이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알았어요. 말하지 않을게요.”

확답을 듣고 나서야 임슬기는 손을 놓았다. 진승윤은 간호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도록 했다.

임슬기가 깨어났으니 진승윤도 더 머무르지 않았다. 간호사가 상처를 치료하는 걸 지켜본 후 병실을 나섰다.

그날 오후, 임슬기가 창밖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이 갑자기 열렸다. 배정우인 줄 알고 순간 기뻐했지만 고개를 돌려보니 연다인이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임슬기, 내가 말했지. 네가 자살해도 정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정우는 나만 걱정해. 어젯밤에 마지막 혈액 한 팩을 망설임 없이 나한테 줬어. 근데 넌? 정우는 네가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너 목숨이 진짜 질기더라? 또 살아날 줄은 몰랐어. 정우 말이 맞아. 넌 목숨이 질겨서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임슬기는 어리석지 않았다. 연다인의 말만 들어도 수혈 사건이 그녀가 연출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일부러 손목을 그은 게 분명했다.

“연다인,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뭐냐고?”

연다인이 차갑게 웃었다.

“네가 내 아이를 죽였으니까 당연히 네 목숨을 원하지.”

‘내 목숨?’

“연다인, 지금까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정우를 빼앗아갈 수 있어?”

임슬기는 집이 가난했던 연다인을 임씨 가문의 양녀로 들이고 상류 사회에 진출하게 했다. 그 덕에 배정우에게 접근할 기회도 있었다.

그녀는 연다인을 친자매처럼 여겼다. 그런데 연다인이 2년 전에 그녀의 남편을 빼앗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다인은 임슬기에게 다가가 주삿바늘을 꽉 눌렀다. 그러더니 임슬기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는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임슬기, 그거 알아?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난 제일 좋아.”

주삿바늘이 다시 혈관을 뚫어 붉은 피가 침대 시트에 뚝뚝 떨어졌지만 연다인은 손을 놓지 않고 더 세게 눌렀다.

“소리 질러 봐. 왜 안 질러?”

임슬기는 눈살을 찌푸리고 이를 악물면서 버텼다. 예전 같으면 아프다고 소리쳤겠지만 3일 동안 고통을 겪은 후에는 더 이상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소리치지 않자 연다인은 흥미를 잃은 듯 손을 놓았다.

“흥, 임슬기, 2년 전에 임씨 가문이 부도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지?”

임슬기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물었다.

“너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많지. 네가 뭘 듣고 싶냐에 달려있어.”

그러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거 알아?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정우가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나 사람을 망가뜨리는 거?”

‘뭐?’

임슬기는 임씨 가문의 부도, 아버지의 자살, 행방불명 된 남동생이 모두 연다인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삿바늘을 억지로 뽑자 피부가 찢어지고 순식간에 피가 흥건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연다인에게 달려가 어깨를 잡고 물었다.

“말해. 임씨 가문이 부도난 게 혹시 너랑 상관있어? 내 동생은 어디 있는 건데?”

연다인이 싸늘하게 웃었다.

“안 알려줄 거야.”

다급해진 임슬기가 소리를 질렀다.

“네가 배정우를 원하면 줄게. 이혼할 테니까 제발 내 동생을 돌려줘, 제발.”

연다인이 화를 내려던 그때 복도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슬기야, 이러지 마... 너한테서 정우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거 알아. 미안해...”

곧이어 연다인이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배정우가 뛰어 들어와 임슬기를 밀치고는 연다인을 안으며 다급하게 불렀다.

“다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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