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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화

Author: 동그라미
그 시절 그녀는 백지처럼 순수했다. 입맞춤조차도 그가 하나하나 가르쳐주어야 할 정도였다.

처음 입을 맞췄을 때, 그녀는 마치 조각상처럼 어색했다.

그런 그녀가 나중엔 점점 능숙해져서 어느새 자신이 주도권을 쥐는 작고도 귀여운 요물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서로가 다시 낯설어지기 시작한 건.

지금의 신분 때문일까?

눈앞에서 화가 나 얼굴을 붉히고 있는 임슬기를 바라보며 배정우는 이유 없이 가슴이 아려 왔다.

“배고파요.”

그 말에 임슬기는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배정우 씨, 요즘 보면 부끄러움이란 게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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