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복도에서 유리를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은우는 손을 뻗지 않고 기다렸다.
“확인하려면 다시 닿아야 합니다. 싫으시면 오늘은 문진만 하겠습니다.”
태주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쥐었다 놓았다. 은우는 그가 먼저 손을 돌려 내밀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걸리지?”
“먼저 반응을 보겠습니다. 불편하면 멈출게요.”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우는 손을 받치고 엄지를 손등에 얹었다.
압박이 들어가는 순간 태주의 허벅지가 꿈틀했다. 슬랙스 앞섬이 불룩하게 당겨지는 것이 휠체어 팔걸이 그림자에 걸렸다. 통증으로 조여 있던 골반저가, 혈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에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선다는 것 자체가 수치였다. 3년 만에 타인의 손에서 몸이 먼저 항복하는 감각은 더 지독한 수치였다.
태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우의 엄지가 합곡을 파고들 때마다 그의 복부가 미세하게 뛰었다. 숨이 길어졌다. 길어진 숨 끝에서, 낮고 참지 못한 신음이 이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하…….”
은우는 그 소리를 치료 반응으로 기록했다. 기록하면서도, 손바닥 아래에 뛰는 맥박이 자신의 손목까지 타고 오르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하아.”
태주의 입술 틈새로 3년 동안 짓눌려 있던 거친 날숨이 터져 나왔다. 은우의 단단하고 따뜻한 엄지손가락이 합곡혈을 깊숙이 파고든 순간, 목덜미부터 쇄골까지 굳어 있던 근막의 경련이 마법처럼 잦아들었다. 날카롭게 굳어 있던 흉곽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태주의 넓은 가슴이 오랜만에 온전한 호흡으로 부풀어 올랐다. 들이쉴 때마다 실크 셔츠 앞섬이 열리고, 땀에 젖은 흉골이 드러났다.
지옥 같은 통증 속에 갇혀 살던 태주에게는 거대한 충격이었다. 태주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가 사납게 일렁였다.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살인 충동을 느끼던 결벽증이, 이 여자의 손가락 하나에 허무하게 뚫려버린 탓이었다. 뚫린 자리로 열기가 역류했다. 슬랙스 안쪽, 반쯤 선 성기가 천에 걸려 욱신거렸다. 그는 허벅지를 모으려 했으나 휠체어가 허락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당장 치우지 않으면 분질러 버리겠다고 했을 텐데.”
태주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긁혔지만, 은우의 손을 거칠게 쳐내지는 못했다. 그가 손을 쳐내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은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태주의 손등에서 손을 천천히 뗐다. 떼는 궤적조차 그의 손목 안쪽, 맥이 뛰는 자리를 스쳤다.
체온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태주의 턱관절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떨어진 온기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아쉬운 것을 들킬까 봐.
“손은 뗐습니다, 도련님. 숨쉬기는 지금 어떠신지만 말씀해 주세요.”
은우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오직 냉철한 치료사의 권위만이 서려 있었다. 다만 시선이 한 번, 그의 허벅지 사이로 내려갔다가 곧바로 올라왔다. 시선만으로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은우는 그에게 물을 증상을 되짚었지만, 귀에 오른 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방금 숨을 길게 내쉬실 때는 어깨가 조금 내려왔습니다. 등이 계속 긴장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잠깐 편해졌다고 원인을 다 찾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른다는 말이 길군.”
“모르는 부분은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은우는 수첩에 시간을 적었다. 태주는 그 손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늘 듣던 장담을 기다렸는데, 그녀는 다음 질문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태주가 휠체어 팔걸이를 으스러져라 움켜쥐며 조소 어린 실소를 흘렸다.
“날 가르치려 드는군. 감히 이 성북동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하는 것입니다.”
은우는 뒤편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서 있던 박성민 실장을 향해 지시했다.
“박 실장님. 침실 안쪽의 온습포와 바디 타월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리고 조명을 2단계로 낮춰 주시길 바랍니다. 눈부심을 줄여야 편하게 상태를 살필 수 있습니다. 준비되시면 밖으로 나가 주십시오. 촉진 중에는 제삼자가 있으면 환자가 힘을 빼지 못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박 실장이 태주의 눈치를 보며 온습포와 타월을 가져왔다. 태주는 한 번도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조명을 낮춘 박 실장이 문을 닫고 물러나자 은우가 휠체어 옆으로 다가섰다.
“침대로 옮겨서 등과 어깨를 확인하겠습니다. 자세가 불편하면 바꾸고요.”
“내가 네 말 한마디에 얌전히 엎드릴 것 같나? 내 등에 손을 대는 순간 목이 먼저 꺾일 거다.”
이른 아침 성북동 대저택 2층 서재. 통창 너머로 쏟아지는 푸른 아침 햇살 아래, 태성그룹 법무팀의 핵심 변호인단과 박성민 비서실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서재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다.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스위스와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국내로 유입되려던 복잡한 해외 외환 송금 거래 내역도가 붉은 점멸등과 함께 떠 있었다. 강승현 생모 명의로 추적 중인 비자금. 암살 대금으로 쪼개진 송금이었다.“확인된 계좌에 대해 몰수보전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미 지급된 돈과 아직 묶어 둘 수 있는 돈은 구분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박 실장의 보고에 태주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끄덕이는 동안 은우는 그의 의자 옆에서 요추 온습포를 갈았다. 변호사들 앞에서도 손길은 치료사의 각도였다. 다만 습포를 누르는 손끝이, 간밤의 자리를 기억하는 온도였다.“생모 측 국내 연락책 둘은 출국금지입니다. 블랙 드래곤 잔당 단말기도 통신 영장으로 넘어갔습니다.”은우는 자신에게 보내졌던 협박 메시지의 날짜가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계좌 추적 결과는 변호사가 설명했다. 태주가 그 옆얼굴을 보다가, 변호사들에게 손을 저었다.“오전 보고는 여기까지. 실행 문건은 특수부에 그대로 넘겨. 은우 선생 동선 경호는 3단계로 유지하고, 본인 동의 없이 동선 공개하지 마.”변호사단이 물러나자 서재가 조용해졌다. 태주가 은우의 손목을 당겨 무릎 옆에 세웠다.“돈은 끊겼어. 사람은 아직 남아 있지. 그래서 오늘 밤은 이 집이 아니야.”“치료가 필요하시면 치료실이 있습니다.”“치료실에는 인터폰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성북동이 아닌, 오직 너만을 위해 준비한 곳으로 간다. 내 곁에서 온전히 쉬어. 쉬다가, 네가 허락하면 넣게.”태주의 짙
다음 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노른자위 부지. 태성 글로벌 메디컬 웰니스 앤드 리햅 센터 착공식 현장은 수백 명의 취재진과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아시아 최대 프라이빗 메디컬 랜드마크. 단상 현수막에는 은우의 이름이 총괄 디렉터로 박혀 있었다. 보육원 출신, 5억 원 누명, 성북동의 계약 치료사. 그 이름들이 오늘 이 글자 아래로 접혀 있었다.착공식이 시작되기 전, 은우는 리허설 동선을 태주와 함께 걸었다. 그가 몸을 돌릴 때 오른발을 짚는 위치를 살피느라 대기실 앞을 지나칠 뻔했다. 태주가 커튼을 걷어 주며 웃었다.“내 발은 봤고, 네 원고는?”은우는 손에 쥔 종이를 내려다봤다. 첫 문장을 몇 번이나 고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태주가 뒤에서 허리를 감싸자 그녀는 그의 손을 배 위에 올려 두고 더 내려가지 못하게 손목을 잡았다. 맥박이 빨랐다. 어느 쪽이 더 긴장했느냐고 묻기 전에 그가 귓가에 말했다.“오늘은 네 이름만 들릴 거야.”커튼 밖에서 진행자가 대기 순서를 불렀다. 은우는 원고를 한 번 펴서 접고 태주의 손을 놓았다.은우는 네이비 테일러드 정장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어깨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게 만든 것은 어젯밤 태주가 안에서 맞춰 준 호흡이었다. 허벅지 안쪽의 여운은 정장 아래로 숨었다.“통증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분들도 이곳을 이용하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수익의 일부를 무상 재활에 배정하고, 치료를 받는 동안 머물 공간도 준비합니다. 진료와 재활이 끊기지 않도록 의료진과 함께 운영 기준을 세우겠습니다.”박수가 터졌다. 태주가 지팡이 없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걸음은 짧고 정확했다. 은우가 시선만으로 그의 골반을 읽었다. 틀어지지 않았다. 그가 은우의 옆에서 마이크를 받
그는 박 실장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은우는 내일 행사 동선이 적힌 문서를 꺼냈다. 누가 이 자료를 받았는지 표시된 곳은 없었다. 태주도 옆으로 당겨 앉아 출입 명단을 함께 살폈다.태주의 턱이 굳었다. 은우의 사진을 본 손이 있다는 사실이, 요추보다 먼저 그를 잠갔다. 문이 닫히자 그는 은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다친 데 없어.”“없습니다. 도련님 종아리부터 볼게요. 서 있는 동안 힘이 들어갔어요.”은우는 그를 소파 깊숙이 앉히고 맨발 아래에 수건을 받쳤다. 아킬레스를 풀자 태주가 길게 숨을 내쉬며 은우를 무릎 위로 끌어올렸다. 서류가 바닥으로 흩어지고 그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쳤다.“사진이 있다는 말에, 넣고 싶어졌어. 네가 여기 있다는 걸 내 몸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은우가 그의 요추를 한 번 누르고, 경련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스스로 정장 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팬티를 옆으로 밀고 내려앉았다. 귀두가 젖은 입구를 벌렸다. 한 번에 깊었다. 서재의 냉기 속에서 안쪽만 뜨거웠다. 태주가 은우의 엉덩이를 벌어 더 앉혔다. 앉힐 때마다 젖은 소리가 방음벽 안에서만 울렸다.“하아…… 도련님. 각도는 이대로.”“알아. 네 말 안 들으면 내일 못 걷지.”그는 세게 받지 않고, 은우가 움직이는 만큼만 허리를 받쳤다. 다섯 번째 움직임에 은우는 그의 어깨를 문 채 갔다. 셔츠 너머로 뜨거운 입김이 전해지는 동안 안쪽의 조임이 그를 짜냈다. 태주는 은우의 이름을 부르다 안에서 터졌다. 정액이 넘쳐 소파 가죽에 떨어졌다. 그는 빠지지 않은 채 은우의 등을 쓸었다.태블릿 화면에 속보가 떴다. 내일 행사 안내가 다시 올라왔다. 은우는 초안에서 자기 이름 앞에 붙은 &ls
태주는 한 번 더 걸어 보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이 조건으로 회사를 넘겨야 하는지 배 이사에게 물었다. 답이 돌아오지 않자 매각 제안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객석에서 나왔다.매각안이 중단된 뒤 주주들은 이미 공지된 경영진 복귀 안건을 처리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까지 마쳐 태주의 대표 업무 복귀가 확인됐다. 배 이사에게 자료 보존과 조사 협조가 요구되는 동안 두 사람은 집무실로 이동했다. 뒤이어 박 실장이 주총장 밖에서 배 이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문이 닫히자 태주가 소파에 앉으며 이를 악물었다.“다리.”“알아요. 앉아 계세요.”은우가 무릎을 꿇고 종아리를 풀었다. 풀던 손이 허벅지 안쪽까지 올라가자 슬랙스 앞이 솟았다. 회의의 여열이었다. 태주가 은우의 턱을 들어 입술을 스치려 했다. 뜨거운 시선이 은우의 입술을 지나갔다. 그는 치마를 허벅지까지 올리고 팬티 위로만 성기를 눌렀다. 넣기 전에, 무전이 집무실을 갈랐다.- 도련님, 저택 주변에서 같은 차량이 반복해 확인됐습니다. 앞서 들어온 해외 조직 첩보와 대조 중입니다. 두 분은 확인된 출입구로만 이동해 주십시오.태주가 치마를 내렸다. 내린 손등에 은우의 애액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 손을 닦지 않고 은우의 손목을 잡았다.“성북동으로. 오늘은 네가 문 밖에 서지 마.”성북동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태주는 은우의 손만을 쥐었다. 주총의 박수가 귀에서 가시지 않았다. 은우는 그의 오른쪽 무릎 아래에 쿠션을 받치고, 흔들릴 때마다 각도를 고쳐 주었다. 고쳐 주는 손등이 슬랙스 옆선을 스칠 때마다 성기가 반쯤 고개를 들었다. 태주는 올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은우도 쥐지 않았다. 성북동에 가까워졌을 때 그는 은우의 손바닥에 입을 대고 낮게 말했다. 오늘 걸어 들어간 건 네 소견서 때문이라고. 은우는 소견서는
태주는 마지막에 표시한 쪽만 확인하겠다며 서류를 다시 달라고 했다. 은우는 질문을 적은 종이를 펼쳐 그 옆에 놓았다.서류를 다시 덮기 전, 은우는 브레이크 손상 부위의 재감정 사진을 한 장 더 넘겼다. 차가워진 손가락에 태주가 입술을 댔다. 손금에는 오일 냄새가 남아 있었다. 시계가 한 시를 가리킬 때까지 은우는 빠지지 않은 채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읽는 도중 은우의 안쪽이 조일 때마다 태주는 낮게 욕을 삼키며 허리를 움직이지 않으려 버텼다. 그러다 정액이 한 번 더 배어 나왔다. 은우는 휴지로 닦으며 아침에 걸어 들어갈 다리의 감각을 종아리에서 다시 확인했다. 태주가 귀를 깨물 듯 스치고 놓자 그녀는 잠깐 눈을 감았다.은우는 보고서 모서리를 맞추다 태주의 호흡을 살폈다. 통증 때문이 아니라 여운이 남은 숨이었다. 그녀가 옆구리를 쓸자 태주가 눈을 감았다.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서린 서늘한 독점욕에 은우의 온몸이 감전된 듯 떨려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닿으려던 그 순간, 서재의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삐익-! 박성민 실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찢고 터져 나왔다.- 도련님, 오전 9시 태성 바이오 임시 주총에서 배 이사가 매각안을 밀어붙일 예정입니다. 의결권 위임 자료에 확인할 부분이 있어 법무팀이 대조 중입니다.태주가 천천히 빠졌다. 빠진 자리가 정액으로 젖어 은우의 허벅지를 적셨다. 그는 타월을 건네며 눈빛을 거두었다.“닦고 나와. 걸어 들어갈 거니까. 네 손 잡고.”***오전 8시 50분, 여의도 태성 바이오 본사 15층 대회의실.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10분 앞둔 회의실 안은 수백 명의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단상 중앙에 선 배진혁 사내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탐욕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강승현 부사장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이번 음모의 실행 총책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성북동 대저택 지하 1층 비밀 서재.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실내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얼음처럼 감돌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박성민 비서실장이 수사기관에 요청해 법무팀을 통해 전달받은 두툼한 서류철이 펼쳐져 있었다.3년 전 차량 전복 사고의 재감정 보고서. 브레이크 라인의 인위적 손상, 사고 직후 투약된 신경 독성 약물의 반입 경로, 강승현 측근의 통화 기록. 은우는 페이지를 넘기며 태주의 요추 흉터를 떠올렸다. 그 흉터 아래로 자신이 어젯밤 앉아 있던 자리였다. 서류의 냉기와 몸의 기억이 겹쳐 속이 거슬렸다.“사고 당일 투약 시각이 확인됐네요. 제 치료 기록보다 앞의 일이에요. 이 부분은 감정인에게 설명을 들어야겠습니다.”“그날 저녁엔 병원에 있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 형이 다녀간 건 나중에 들었지.”은우는 보고서를 덮지 않고 그 페이지를 옆으로 돌렸다.“지금 계속 보실 수 있겠어요?”태주는 숫자가 적힌 줄을 한동안 바라봤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사진부터 봤는데, 이제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던 시간에서 시선이 멎었다.“오늘은 여기까지만.”은우는 읽다 만 곳에 표시를 남기고 파일을 닫았다. 태주가 먼저 그만 보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감정인의 설명을 들을 때 다시 펼칠 수 있도록, 질문을 적은 종이도 같은 곳에 끼웠다.태주가 휠체어를 밀지 않고 난간을 짚어 은우 곁으로 두 걸음 다가왔다. 두 걸음째에 종아리가 떨렸다. 앉으며 그가 은우의 손목을 잡아 서재 안쪽 전용 리커버리 베드로 이끌었다.“사고 보고서를 보느라 요추 신경이 또 곤두섰어. 서은우, 네 손으로 가라앉혀.”은우는 망설임 없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따스하게 데운 라벤더와 시더우드 아로마 오일을 손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