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이 살짝 놀라서 유강후를 부르기도 전에 머리 뒤쪽을 고정하던 비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먹물로 염색한 듯한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하얀 목을 덮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온다연도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겁먹은 눈빛으로 소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유강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실수로 비녀를 건드렸어요. 학생의 옷차림이 더 이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학생이 내 가이드가 되세요.”

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학교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죠?”

담당자는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흘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따라와요.”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비녀를 바라보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랐다.

수백만 평에 달하는 제약 기지를 돌아다니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하자 온다연은 목구멍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의식적으로 약초를 보고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덥지도 않나?

이렇게 더운 날, 모두가 너무 더워서 지쳐있는데 유강후만 큰 이동식 냉장고 같이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압까지 낮춰버렸다.

하지만 얼굴은 정말 잘생겼다.

간단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치 캣워크에 서 있는 것처럼 눈부셨고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유강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차가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쳐다봤다.

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뒤쪽 휴게실로 물러났다.

안에서 잠깐 낮잠을 자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고개를 들자 유강후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유강후는 위에서 아래로 온다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위압적인 기세에 온다연은 이유도 모른 채 비참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강후의 시선이 온다연의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에 멈췄고 목구멍이 뜨거워났다.

“깨어났어?”

그제야 온다연은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하며 고개를 숙이고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유강후의 큰 몸이 온다연을 거의 덮을 듯이 짓눌러 온다연은 벗어날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을 느꼈고 당황한 듯 외마디 외침을 내뱉었다.

“사, 삼촌...”

당황한 나머지 그녀는 일어나다가 바닥에 있는 분필을 밟고 발이 미끄러지면서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유강후의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고 입술이 따뜻한 무언가를 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촉감이 부드러웠고 은은한 솔향과 담배 향이 섞인 향기가 입술 전체를 물들였다.

온다연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러다 겁에 질린 짐승처럼 의자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곧 은은한 홍조가 귀부터 뺨, 심지어 목까지 빠르게 물들며 분홍빛을 띠었다.

입술이다. 그건 유강후의 입술이었고 조금 전에 온다연은 유강후와 뽀뽀했다.

온다연은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곧 터질 것 같았다.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죄송해요.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요...”

유강후는 어두운 눈빛으로 온다연의 부드러운 입술을 훑었고 또다시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이 맛은 기억 속의 맛과 똑같다.

게다가 뽀뽀했다고 얼굴이 이 정도로 붉어지는 사람이 어디 있나.

유강후는 정말로 온다연과 죽도록 키스하고 싶었다. 그녀가 울고 자비를 구할 때까지 말이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입술에 묻은 유강후의 향기를 지우고 싶어서 손으로 닦았다.

예상치 못한 이 행동에 유강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그의 목소리 톤은 극도로 차가웠고 온다연은 감히 그를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으로도 온다연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유강후의 억눌린 분노를 느꼈다.

온다연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설마 유강후는 자신이 일부러 뽀뽀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심각한 정신적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즉시 기억해 냈다.

몇 년 전 한 인기 여배우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음주 후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유강후에게 키스했는데 그 결과 며칠 만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온다연은 여전히 뉴스에 실린 여배우의 피투성이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온다연은 유강후가 나은별과만 가까이 지내는 것을 발견했다.

온다연은 손끝이 살짝 떨리면서 설명하려고 입을 열려던 참이었는데 유강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주일 전에 너 미드나잇 클럽에 갔었어?”

온다연은 가슴이 떨려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유강후가 자신을 의심하는 걸까? 하지만 그날 밤은 분명히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온다연은 애써 진정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지난주에는 석사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유강후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온다연의 거짓말을 들으며 인내심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표정은 여전히 극도로 차가웠다.

“너 미드나잇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해?”

온다연은 얼어붙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등 뒤로 움츠렸고 얼굴의 핏기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아, 아니요.”

유씨 가문은 경원시에서 최상층 가문인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요구 사항은 매우 엄격했다. 심지어 도우미조차도 유씨 가문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온다연은 유씨 가문의 일원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과 약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것을 남들이 알게 되어 웃음거리가 되면 유강후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

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미드나잇 클럽은 들어본 적도 없고 간 적도 없어요.”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짓말할 때 손을 등 뒤로 숨기는 온다연의 습관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런 형편없는 거짓말 기술로 자신 앞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니.

유강후는 눈빛이 조금씩 더 차가워지면서 말했다.

“온다연, 너 거짓말하면 나한테 다 들켜.”

온다연은 긴장해서 뒤에 있는 벽을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삼촌, 정말 아니에요.”

유강후의 얼굴은 점점 더 차가워졌고 얇은 입술은 천천히 일직선으로 다물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유강후가 강력하게 풍기는 압박감은 그가 말을 하지 않을수록 더욱 짙어졌다.

온다연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왠지 자꾸 유강후를 만나게 된다. 게다가 조금 전엔 실수로 그에게 뽀뽀까지 했다. 만약 유강후가 이 문제로 따진다면 순조롭게 졸업하긴 글렀다.

온다연은 침을 삼키고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삼촌, 방금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까 마음에 두지 마세요.”

유강후는 또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자꾸 신경 쓰이나 봐?

뭐? 그럼 유강후는 신경 쓰이지 않단 말인가?

온다연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의 입술에 시선이 향했다.

얇은 입술은 유강후의 성격만큼이나 차가워 보였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몸 전체가 온도가 없는 얼음장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방금 닿았던 그의 입술은 따뜻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방금 전에 의도치 않은 입맞춤을 생각하자 온다연의 귀가 갑자기 다시 빨개졌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5화

    분명히 자신이 큰 부상자 중 하나였는데 왜 유민재는 여전히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상이 덜한 사람에게 양보한 건지 송하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심지어 다치지도 않은 구연진조차 헬기에 올랐다.그녀가 아무리 강하고 용감하다 해도 죽고 싶진 않았다.바로 이 순간 그녀는 유민재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전우였고 그의 책임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아무리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 해도 그녀는 절대로 그의 마음속에서 첫 번째 자리에 있을 수 없다.그는 심지어 자신의 의무 때문에 원래 그녀에게 주어져야 했을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송하월은 그가 전우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행동을 이해했다.그러나 한 여자의 마음으로는 자신을 살릴 기회를 전우에게 내어준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까지 그녀가 해온 모든 일은 전부 그를 향해 달려온 것이었다.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는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이 점점 흐려지며 입술이 미약하게 떨리며 중얼거렸다.“유민재... 예전에 맹세했었잖아...”유민재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가 처음으로 눈가를 붉혔다.“그래. 예전에 널 꼭 지켜주겠다고 맹세했는데... 내가 지키지 못했어. 미안해, 하월아...”송하월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난 너를 원망하지 않아...”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식어버렸고 앞으로는 더 이상 그를 쫓아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유민재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자기 얼굴에 붙였다.“너는 절대 무사할 거야. 다른 구조 헬기가 곧 도착해. 조금만 버텨...”그러나 송하월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고 생명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걸 그녀 자신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두려웠고 무서웠지만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는 이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은 부모님께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향했다.그들에게 죄송할 뿐이었다.‘겨우 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4화

    유민재와 한 대원은 눈이 뒤집힌 듯 사투를 벌이며 마침내 대규모 살상 무기까지 사용할 기세였다.다른 한 대원은 상처를 입은 전우를 필사적으로 안전지대로 끌어내고 있었지만 적의 포격은 점점 거세졌고 더는 선택지가 없었다.그들의 화력을 막지 못하면 곧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유민재가 송하월을 향해 저음으로 외쳤다.“송하월, 나를 보호해 줘.”송하월은 곧장 약품 가방을 내던졌다. 그리고 전우의 총을 움켜쥐고 앞으로 뛰어들었다.두 사람의 첫 협력 전이었지만 놀랍게도 호흡은 완벽했고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 싸워온 전우처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 안쪽에서 땅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폭발 소리의 굉음이 터져 나왔다.곧이어 요란하던 총성이 뚝 그쳤고 두 사람은 지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유민재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잘 해냈어.”송하월의 얼굴은 흙투성이였고 옷은 찢겨 있었으며 손과 발은 상처투성이였다. 이토록 초라한 모습은 처음이었지만 그녀의 가슴은 달콤하게 벅찼다.수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그의 인정을 얻어낸 순간이었다.송하월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나한테 뽀뽀해 줘.”유민재의 눈가에 잠시 웃음기가 스쳤다.“지금은 안 돼. 아직 안에 살아 있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전우들도 전부 상처를 입었어. 긴장을 늦추면 안 돼.”그 순간 계곡 입구에서 불쑥 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송하월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유민재에게 몸을 던졌다.“탕, 탕.”연속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한 발은 송하월의 몸을 관통했고 다른 한 발은 그녀의 어깨를 꿰뚫었다.극심한 고통에 그녀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고 유민재는 분노에 찬 포효를 터뜨리며 눈이 붉게 충혈됐다.땅에 떨어진 기관단총을 움켜쥔 그는 그 사람을 향해 광폭한 사격을 퍼부었다.그 사람은 총탄 세례를 받아 온몸이 벌집처럼 뚫렸다.곧 다른 전우들이 달려왔다.방금의 사건에 분노로 이글거린 두 사람은 동시에 기관총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3화

    아무도 떠나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다.유민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위치에서 10분 휴식하고 장비를 재정비해. 적이 우리에게 주는 시간은 많지 않아. 그들은 최대한 빨리 우리를 전멸시키려 할 것이야.”팀원들은 장비를 다시 점검하며 얼굴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송하월과 다른 세 명의 의사도 가능한 한 빨리 부상자의 상태를 점검했다.유민재가 그녀 앞으로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를 보내지 않았는지 알겠어?”송하월은 고개를 저었다.“알아요. 하지만 이건 제 선택이에요. 제가 안 왔다면 나중에 후회했을 거예요.”유민재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이제 곧 내가 너를 보호하지 못할 수도 있어. 스스로 잘 지켜야 해.”송하월은 눈가가 붉어지며 그를 바라보았다.“유 소령님도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저는 무덤 앞에서 죽은 사람을 기리는 건 싫어요.”유민재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돌아섰다.“충분히 휴식했으면 지금 떠나자.”새로운 전쟁의 불꽃이 다시 터졌다.이번에는 적이 맹렬히 돌격했고 수적으로 다섯 배에 달하는 적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사격을 퍼부었다.수 킬로미터에 걸친 전선에서 총성이 끊이지 않았고 평화로운 시절에는 들어볼 수 없는 소리였다.비록 이번에 참가한 모두가 정예였고 장비도 우수했지만 적의 수적 우세 앞에서 유민재 쪽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계속해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의사 몇 명은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완전히 상대 화력을 제압하지는 못했지만 백랑과 독수리부대는 최정예 전투부대답게 전선을 안정시키며 적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따로 흩어져 싸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그러나 백랑과 독수리부대 팀원들의 피해는 참혹했다.현장에서 두 명이 사망했고 나머지 대부분은 상처를 입었다. 심지어 의사들도 두 명이 상처를 당했다.유민재 역시 상처를 입었다.모두의 상태는 처참했다.“지원군이 도착하려면 아직 반 시간이 걸린다. 우리도 반 시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2화

    유민재는 단순한 최고 지휘관이 아니었다. 이번 임무의 핵심이자 팀의 정신적 중심이었으며 그의 안전이 곧 팀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었다.하지만 송하월은 아직 마음속 화가 가시지 않았다. 진우남의 설명을 듣기보다는 그를 밀어내고 곧바로 자신의 장비를 착용했다.출발할 때 그녀는 처음으로 백랑특수전대 전체 모습을 목격했다.이십여 명의 완전 무장한 엘리트 요원들이 전장으로 향하는 모습은 장관이었고 위엄이 느껴졌다. 그 가운데 유민재는 단연 돋보였다.전투복을 입은 그는 언제든 돌격할 준비가 된 늑대왕 같았고 침착함 속에는 날카로운 위엄이 스며 있었다.마치 그가 있는 것만으로 팀 전체에 생명이 깃든 듯했다.독수리부대는 백랑부대보다 한 단계 낮았지만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엘리트였다. 두 부대가 합쳐진 덕분에 이번 임무의 성공 가능성은 높았다.헬리콥터에 탑승할 때 유민재는 송하월을 바라보았다.그녀는 팀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민첩하게 탑승했고 그의 눈빛 속 날카로움은 조금 누그러졌지만 대신 얕은 걱정이 비쳤다.곧 그는 다른 헬리콥터에 올라탔다.세 시간의 비행 후 헬리콥터는 고원에 착륙했고 주변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모두 고글을 착용한 채 임무 준비를 마쳤다.이번 작전은 국경을 넘어 밀수된 약품을 가로채는 것이었고 상대는 대규모 무장 세력을 보유한 약품 밀매 조직이었다.양측은 곧 교전을 시작했고 전선은 수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졌다.송하월에게는 처음으로 죽음과 전쟁을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그녀는 예전에 유민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너의 평화로운 하루하루는 누군가가 대신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국내의 평화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것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이 땅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더욱 단단해졌다.송씨 가문의 딸로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었지만 지금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전우들은 수시로 부상을 입었고 함께 온 네 명의 의사들은 전장 곳곳을 누비며 치료에 나섰다.그제야 그녀는 왜 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1화

    “송하월, 너 지금 네가 하는 일이 뭔지 알아?”유민재가 물었다.송하월은 냉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너는 애초에 내가 팀에 있는 걸 원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이제 다른 팀에서 저를 원한다고 하니까 또 막으려 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유민재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이번 작전은 우리 백랑부대와 독수리부대 두 부대가 연합해야만 수행할 수 있어.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장을 수없이 겪은 베테랑이야. 너 같은 신병이 가면 오히려 발목만 잡을 거야.”송하월은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자신이 유민재 눈에 단지 능력 없는 뒤처지는 사람으로만 보인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잠시 자신이 왜 이토록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유를 잊었다.그녀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했다.유민재는 그녀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남자였고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시집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그를 따라잡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유민재는 여전히 그녀를 어리다고 쓸모없다고 온실 속 화초처럼 여겼다.“유민재, 아무도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 없어. 제가 신병이라는 건 인정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인정해. 하지만 신병부터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왜 계속 나를 얕보는 거야? 내가 송씨 가문 출신이라고 어려서부터 사랑받고 자랐다고 해서 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건가?”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마디씩 천천히 내뱉었다.“좋아. 나 같은 ‘쓸모없는 사람’을 얕보는 거라면 이제 제 일은 당신이 관여하지 마.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생각해도 돼.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게. 그럼 당신 체면도 안 구겨지겠지.”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걸어갔다.한순간이라도 더 머무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고 더 보여주면 더 무시당할까 봐 두려웠다.유민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 속 어두운 감정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꼈다.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얕본 적이 없었다. 단지 그녀가 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860화

    “게다가 이번 부상도 사실은 저를 구하다가 생긴 거잖아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맞죠.”유민재가 대답했다.“동료를 지키는 건 제 임무입니다. 다행히 이번엔 선생님이 있어서 우리 몇 명 부상자도 수월하게 치료받을 수 있었어요.”…두 사람은 간간이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에게 집중했고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유민재가 몸을 일으켜 손에 감은 붕대를 정리하던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송하월을 발견했다.그의 눈빛에 잠시 어둠이 스쳤으나 곧 감추고 곁에 있는 구연진을 향해 말했다.“고마워요, 구연진 선생님. 휴가 때 기회가 된다면 기지 밖에서 식사 대접할게요.”구연진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알다시피 ‘유 소령’은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기지 않았다.임무 수행 중에도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그런 그가 먼저 식사 약속을 꺼내다니.구연진의 가슴은 얼어붙어 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 듯 두근거렸다.“좋아요. 제가 아는 집이 있는데 미리 예약할게요.”유민재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송하월의 심장은 세차게 무너져 내렸다.눈물이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홱 돌려 기지 밖으로 달려 나갔다.숙소도 돼지우리도 아닌 운동장을 열 바퀴 넘게 달린 끝에 결국 지쳐 쓰러졌다.그러나 송하월은 그가 차가운 돌덩이라 해도 반드시 녹여내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었다.하지만 뜻밖에도 송하월은 돼지를 오래 관리하지 않았다.다음 날 실험실에서 그녀를 다른 부대로 긴급 전출시킨 것이다.유민재의 부대에서 홀대받는다는 소문을 들은 다른 부대가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그녀를 모셔간 것이었다.처음에는 그와 같은 부대에 남고 싶었지만 현실은 돼지만 키우고 있는 처지였다.차라리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 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자 그렇게 결심했다.그러나 첫 임무가 다름 아닌 S급 작전이라는 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