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거야, 아시겠지. 이렇게 대놓고 수상하게 공사하는 곳을 보면서도 그런 의심도 하지 않는 건 바보천치니까.
그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증거도 찾았겠다, 이제 와 무엇을 할 건지 궁금해졌다. 겉으로만 겁을 줄 뿐 순해 빠진 자기 아내는 아마도 할 줄 아는 게 없을 터.
“놀랍군. 꼭꼭 숨겨둔 장소를 찾아내다니. 그래 그럼, 이제 무엇을 할 거지? 날 신고라도 할 생각인가? 감옥은 무서운데.”
남편의 가볍기 짝이 없는 말투와 그와 상반되는 이성적인 얼굴은 그녀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그의 머리카락을 잠시 바라보다가 재이가 천천히 입을 뗐다.
“아뇨. 신고할 생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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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리모델링은 끝났나요?”며칠 전만 해도 바깥으로 나와 있던 부속 자재들이 멀끔하게 치워져 있는 모습을 보곤 재이가 보육교사에게 물었다. 교사는 아이와 블록 놀이를 하다 말고 그녀를 돌아봤다.“아뇨. 아직 마무리가 안 됐는데, 무슨 일인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그녀도 잘 모르는 일인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갸웃했다.“사모님께선 뭐 들으신 것 없으세요?”자신이 들은 바를 떠올리며 여잔 후원처의 아내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제가 알기로는 후원처에서 결정한 잠정 중단이었다.“네. 전 따로 들은 게 없어서요.”그들은 이제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적어졌다. 보통은 그 혼자서 떠들었고 재이는 그저 듣기만 했다. 딱히 대꾸할 말도 없었고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그래요? 공사가 커져서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어영부영 대화가 마무리되고 나선 두 사람 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재이가 봉사를 끝내고 나오니, 오늘도 역시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남자가 열어주는 차에 올라탔다.“오늘도 열심히 일했나 보네. 당신이 땀을 다 흘리는 걸 보니.”재이는 그제야 저가 땀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쪽 손을 올려 이마를 훔치자 물기
“당신을 찌르고 도망치던 날, 난 그제야 모든 것에서 해방된 안도감을 느껴서, 이건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기분이 들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남편을 찔렀는데, 당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먼저 드는 게 아니라, 안도감이 든다니.”그땐 그녀가 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남잔 온갖 이유를 붙여가며 나름의 타당성을 찾으려 노력했다.“내가 먼저 널 겁 줬으니, 그건 당연한 감정이야. 찔린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네가 왜 죄책감을 가져.”마침, 요리가 된 음식을 들고 직원이 다가오자 남잔 부리나케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아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하지. 일단 먹어.”“...당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단지 보육원 일 때문만은 아니에요. 당신이 이상한 종교를 믿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요. 난 단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나이프를 든 남자의 손등에 힘줄이 붉어졌다. 그는 마치 아무 말도 못 들은 사람처럼, 살뜰히 아내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사랑을 운운할 만큼 철이 없진 않잖아. 정신 차려. 네 남편은 나고. 넌 그저 부부싸움을 하고 토라져 있었던 것뿐이야. 그때 마침 멀끔한 대학생이 당신을 붙들고 사랑하네, 마네 달콤한 말을 속삭이니, 그것에 잠시 심취해 있었던 거지.”그렇게라도 얼버무리며 상황을 종결시키려 드는 남자를 여자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녀의 표정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연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거야, 아시겠지. 이렇게 대놓고 수상하게 공사하는 곳을 보면서도 그런 의심도 하지 않는 건 바보천치니까.그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증거도 찾았겠다, 이제 와 무엇을 할 건지 궁금해졌다. 겉으로만 겁을 줄 뿐 순해 빠진 자기 아내는 아마도 할 줄 아는 게 없을 터.“놀랍군. 꼭꼭 숨겨둔 장소를 찾아내다니. 그래 그럼, 이제 무엇을 할 거지? 날 신고라도 할 생각인가? 감옥은 무서운데.”남편의 가볍기 짝이 없는 말투와 그와 상반되는 이성적인 얼굴은 그녀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그의 머리카락을 잠시 바라보다가 재이가 천천히 입을 뗐다.“아뇨. 신고할 생각 없어요.”의외의 답이었다. 남자의 미간이 꿈틀 반응을 보이다, 곧 평소의 차가운 인상으로 돌아왔다.“뭐, 그건 지켜봐야지. 차에 타.”그 뒤 별다른 대화 없이 시간이 지나갔고, 어느새 차는 한적한 공원 앞에 세워졌다.“여긴 왜요?”대꾸 없이 먼저 차에서 내린 그가 손수 아내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상대가 내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한 배려의 행동이었다.“내려.”처음 기도원에 갔을 때가 생각나면서 좋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재이가 경계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저를 올려다보자, 그가 헛웃음을 지었다.
비좁게 이어지는 복도를 지나 비상구 표시가 부착된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비상계단이 아니라 또 다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재이는 여기서 더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를 잠시 고민했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전등이 다 떼어진 어두운 곳으로 발을 디뎠다.쾅, 순간 굉음이 들려왔다.무거운 물건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소리였다. 흠칫 어깨를 움츠렸던 그녀가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닥에 무언가 깨져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걸음을 옮기니 다 시들어버린 난초와 흙이, 깨진 화분과 뒤엉켜 있었다.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었다. 아까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와 텁텁한 공기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재이는 창문조차 없이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잠시 우두커니 있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저도 모르게 점차 걸음이 빨라졌다.비상구 표시가 되어 있는 수상한 공간을 벗어나 바깥으로 빠르게 나오자, 바로 그 앞에 다정한 미소로 얼굴을 꾸며낸 남편이 서 있었다.“이런, 놀라게 할 마음은 없었는데.”거의 달리다시피 건물을 벗어나다, 앞을 버티고 서 있는 저와 자칫 부딪칠뻔한 아내의 몸을 그가 단단히 잡아주며 능청을 떨었다.“...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제 몸을 잡은 남편의 손을 밀어내며 재이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만 쫓아다니는 것 같은 그의 행보에 순간, 골이 났다.&nb
자신의 차에 기대 서 있던 남잔, 제 아내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수상한 점은 발견했나?”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람처럼 짓궂은 표정을 짓는 그를 재이가 물끄러미 응시했다. 자기 남편이 끔찍했다. 의미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가는 이유를 그도 모르지 않을 터였다. 이 남자는 지금 아내가 무엇을 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자처했는지 알면서도 놔두는 것이었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무능한 자신의 아내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치부하는 것이거나. 재이는 그라면 후자라고 생각했다.“매번 이렇게 오지 않아도 돼요.”“내 아내가 다시 또 도망을 가면 곤란하니까.”조수석 문을 열어 턱짓하는 그를 향해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말고 재이가 천천히 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곧장 문이 닫혔다.“약물 실험을 하는 장소를 알려줄까?”재이는 웃는 낯으로 자신의 의중을 떠보는 남편을 무덤덤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했다.“당신에게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그러면 곤란한데. 네가 바라는 거라면 다 해준다고 했잖아.”“그냥 평소처럼 해요.”“정말 평소처럼 해도 돼?”마치 들뜬 사람처럼 살짝 높아진 그 목소리에 여자는 다시 말문을 닫았다. 더는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날 당신 곁에 두고 싶은 거예요? 설마 나를 사랑하기라도 해요? 당신이?”당신은 절대 그럴 수가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남잔 그것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럼, 그동안의 제 애정을 대체 무엇으로 생각한 걸까. 자신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건 다시 말해 함께 사는 동안, 억지로 마지못해 시간을 보냈다는 뜻과도 같았다.그러니 표정이 점차 사라지고 목소리의 억양이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그는 점차 생각의 방향이 치졸해지는 자신의 꼴이 매우 우스웠다.“왜, 나라고 감정이 없을까. 그간 쌓인 게 많은 모양인데, 지금 다 말해. 풀자고.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순 없잖아.”“...일단, 자리를 옮겨요.”아내가 자리를 옮기자고 하는 이유는 오로지 주해이라는 녀석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남잔 못 이기는 척 그녀를 자신의 차에 태웠다. 옆자리에 탄 아내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매우 오랜만의 일이었다. 문득 그녀가 말하게 될 서운했던 부분들을 온전히 다 들어줄 의향이 생겼다.무엇이든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두 사람은 칼부림 사건 이후 처음으로 함께 집으로 향했다. 재이는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집을 잠시 응시하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그녀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휑한 거실을 둘러봤다.변한 것이 없는 적막한 집 한가운데 있는 소파에 조용히 몸을 앉히자, 그도 그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원하는 걸 말해. 모든 들어줄 테니. 단, 이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