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2화. 문은 잠그지 마요

ผู้เขียน: YuIm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04 13:16:33

“넘어졌어요.”

차태혁은 서율의 입가를 보다가 손을 거뒀다.

“결혼식 날?”

“구두가 불편해서요.”

시선이 발끝으로 내려갔다. 동생의 구두는 치수가 같아도 발볼이 맞지 않았다. 서율이 발가락에 힘을 주자 그는 소파 옆에 놓인 실내화를 발로 밀어주었다.

“벗어.”

명령하는 말투가 귀에 걸렸지만 서율은 이번만큼은 따르기로 했다. 뒤축에서 발을 빼는 순간 살갗이 쓰렸다. 두 발을 나란히 실내화에 넣고 나니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느껴졌다.

“낮엔 괜찮던데.”

“지금은 안 괜찮네요.”

차태혁의 입가가 조금 움직였다.

“한서우는 넘어지면 바닥부터 바꾸라고 한다던데.”

가운 끈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낮에 예식장에 섰던 진짜 신부를, 이 남자는 바로 몇 시간 전에 보았다.

“그런 얘기 듣고도 결혼하셨어요?”

“결혼할 이유가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돈과 지분. 서율은 아버지가 떠들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한서우가 조금 달라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 몰랐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내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

“아직 모르죠. 처음부터 다리를 다친 사람한테 서 있으라고 하시는 걸 보면 좋지는 않겠지만요.”

차태혁이 옆으로 비켜섰다. 앉으라는 뜻이었다. 서율은 소파 끝에 걸터앉았다. 불편한 구두를 벗었는데도 어깨는 풀리지 않았다.

그가 인터폰을 눌렀다.

“강 비서. 한 회장 내려가셨나?”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가시라고 해. 더 기다리실 일 없어.”

수화기를 놓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서율은 닫힌 문을 보았다.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안도감보다 혼자 남았다는 두려움이 늦게 밀려왔다.

차태혁은 코트를 받아주려다 서율이 물러나는 걸 보고 손을 내렸다.

“계속 입고 있을 건가?”

“추워요.”

거짓말이었다. 코트 아래 붉은 옷을 보여주는 게 싫었다. 그가 가방 옆을 흘끗 보더니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두꺼운 가운 하나가 소파 등받이에 걸렸다.

“그럼 이걸 입어. 젖은 코트보다 나으니까.”

빗방울이 묻은 어깨를 보고 한 말이었다. 서율이 가운을 집어 들자 차태혁은 창가로 걸어갔다. 등을 돌려준 걸 확인하고서야 코트를 벗을 수 있었다.

가운 소매가 손등을 덮었다. 동생의 옷은 끊임없이 몸을 드러내게 했는데, 낯선 남자의 옷은 이상하게 숨을 곳을 만들어주었다.

“낮에 식사했어?”

그가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조금요.”

대답이 끝나자마자 배에서 소리가 났다. 서율은 가운 앞섶을 눌렀다. 차태혁이 그제야 돌아봤다.

“조금도 안 했군.”

“지금 웃으신 거예요?”

“아직.”

서율이 눈을 흘기자 그는 인터폰으로 간단한 식사를 부탁했다. 격식을 갖춘 코스 대신 따뜻한 수프와 빵이었다. 음식이 오는 동안 차태혁은 넥타이를 풀고 손목시계를 탁자 위에 놓았다.

그 사소한 동작에도 서율은 자꾸 시선을 빼앗겼다. 넓은 어깨, 셔츠 깃 아래 드러나는 목. 결혼식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이 사람이 배고픈 신부에게 빵을 시키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다.

쟁반이 놓이자 서율은 빵부터 집었다. 첫입을 삼키는 동안 차태혁은 맞은편에 앉아 서류 한 장을 읽었다. 몇 줄 내려가지 못하고 전화가 울렸다.

“지금 보고 있습니다.”

낮과 달리 강 비서에게 존댓말이 돌아왔다. 상대를 봐가며 말투를 고르는 남자였다.

“담보 목록에 없는 물건까지 가져갔으면 돌려놔요. 누가 시켰는지도 확인하고.”

통화는 짧았다. 서율은 빵을 내려놓았다. 어머니의 물건도 아버지가 빚을 갚는 데 쓰려고 했었다. 작고 낡은 벼루 하나를 지키려고 밤새 책상 밑에 숨겼던 기억이 났다.

“다른 사람 물건은 안 가져가세요?”

차태혁이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가져올 이유가 없으면.”

“빚진 사람이 가족 물건까지 자기 거라고 하면요?”

“누구 물건인데?”

서율은 수프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뜨거운 걸 급히 삼켰는지 목이 아팠다.

“그냥 물어본 거예요.”

그의 시선이 가방 위에 머물렀다. 지퍼 틈으로 낡은 천 파우치가 조금 나와 있었다. 서율은 손을 뻗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태혁은 더 묻지 않고 서류를 덮었다.

“당신 물건이면 직접 챙겨. 한 회장 말만 믿고 두지 말고.”

서율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미 늦었다고 말할 뻔했다. 자신의 삶에서 아버지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얼마나 되는지부터 세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 계약은 다 끝난 거죠?”

“어느 계약.”

“한양유통에 돈 들어가는 거요.”

그가 서율을 보았다. 방금 전보다 오래 보는 눈이었다.

“왜 그게 궁금하지?”

“아버지가 계속 물어보셔서요.”

차태혁은 잠시 생각하다 전화기를 집었다. 서율은 몸을 굳혔지만 이번에도 한진규에게 거는 전화는 아니었다.

“추가로 사인받을 서류 있으면 내일 법무팀 통해서 보내. 침실로는 들이지 말고.”

전화를 놓은 그가 서율 쪽으로 물잔을 밀었다.

“회사 일은 회사에서 끝내. 오늘 밤 여기서 확인할 일 아니야.”

서율은 그 말을 곧바로 믿지 못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보내며 요구한 것은 계약서의 서명이 아니었다. 차태혁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방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이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서율도 따라 일어났다. 가방을 붙잡고 있는 손목이 아플 만큼 굳어 있었다.

차태혁이 한 걸음 다가오다가 멈췄다.

“겁나?”

“안 무섭다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니.”

그러더니 그가 침실 문을 열었다. 밝은 복도가 보였다. 서율은 문과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옆방 비어 있어. 혼자 쉬고 싶으면 거기 쓰면 돼.”

“저를 내보내시는 거예요?”

“침실을 따로 쓰자는 말이 그렇게 들리나?”

“아버지가…….”

서율은 입을 다물었다. 차태혁의 표정이 굳는 걸 보고서였다. 그가 뭐라고 들었느냐고 묻기 전에 말을 골랐다.

“아침에 돌아가라고 하실까 봐요.”

“오늘 밤 어떻게 잤는지 가지고 내보내진 않아.”

서율은 복도로 발을 내딛지 못했다. 정말 한진규가 떠났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약속이 취소될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차태혁은 그녀를 끌어당기지 않았다. 열린 문에 한쪽 어깨를 기댄 채 기다렸다.

서율은 드레스룸과 소파, 탁자 위의 빈 수프 그릇을 차례로 보았다. 이곳에서 차태혁의 시선을 피하며 사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 당장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나았다.

“여기 있을게요.”

“잠은?”

“우선 씻고 생각할래요.”

차태혁이 비켜섰다. 서율은 욕실로 들어가기 전 문손잡이를 만졌다.

“문은 잠그지 마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욕실 거울 앞에 서자 비로소 숨이 길게 나왔다. 서율은 입가의 진한 화장을 지우고 따뜻한 물로 손을 씻었다. 손톱 끝에 남은 먹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너무 세게 문지르면 살이 벗겨질 것 같아 중간에 멈췄다.

수건에 얼굴을 묻고 한참 있었다. 울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차태혁은 창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서율을 보고 읽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게 낫네.”

“뭐가요?”

“화장.”

서율은 뺨을 만졌다. 혹시 동생과 다른 걸 알아챘나 싶어 발이 멈췄다.

“입술 아파 보였어.”

그가 작은 튜브를 내밀었다. 직원이 식사를 치우며 놓고 간 보습제였다. 서율은 받아 들고 뚜껑을 돌렸다. 힘을 잘못 줬는지 튜브가 손에서 미끄러졌다.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차태혁의 손등 위로 서율의 손바닥이 닿았다. 급히 빼려는데 그가 먼저 손을 거뒀다.

“서두를 것 없어.”

서율은 떨어진 물건을 주워 탁자 위에 놓았다. 소파에 앉을 생각이었는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가까이서 본 남자의 눈 밑에도 피로가 묻어 있었다.

“차태혁 씨도 오늘 많이 피곤했겠네요.”

“신부가 내 걱정도 하나?”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

“돼.”

짧은 대답 뒤 그가 웃었다. 사람을 떠보거나 비웃을 때와는 조금 다른 얼굴이었다. 서율은 시선을 돌리는 게 늦었다.

남자의 손이 뺨 가까이 왔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손끝이 닿은 곳은 멍든 쪽의 반대편이었다.

“이러는 건?”

서율은 말 대신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차태혁이 다가왔다가, 두 사람 사이에 숨이 닿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멈췄다. 먼저 그 간격을 좁힌 건 서율이었다.

입맞춤은 짧았다. 서율은 그의 셔츠 소매를 붙잡은 손을 늦게 알아차렸다.

차태혁이 이름을 부르려 했다.

“한서?”

“지금은 부르지 마세요.”

그가 서율을 내려다보았다. 서율은 소매를 놓지 못한 채 덧붙였다.

“그냥, 안 불러주시면 안 돼요?”

이유를 묻는 대신 차태혁이 조명을 낮췄다. 서율은 닫히지 않은 문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을 잡았다.

***

새벽빛이 커튼 가장자리를 따라 번졌다.

서율은 잠든 남자 곁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 벗어둔 가운을 찾아 입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내렸다. 아직 집 안은 조용했다.

문은 그대로 조금 열려 있었다.

그걸 보고 안도하는 사이 손목에 손이 닿았다. 돌아보니 차태혁이 눈을 뜬 채였다.

“씻으러 가요.”

묻기도 전에 대답이 나왔다. 그는 손목을 세게 잡지 않았다. 다만 서율이 주먹을 말아 쥐자 손가락을 살펴보았다.

“밤새 손을 숨기던데.”

서율은 손을 빼려 했다. 차태혁의 엄지가 검지 옆의 단단한 굳은살에 멈췄다.

어제 끝내 지우지 못한 먹이 손톱 틈에 남아 있었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8화. 그 이름으로 웃지 마

    냉장고 문을 연 서율은 고개부터 돌렸다.어젯밤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반찬 냄새가 유난히 강했다. 물병만 꺼내 문을 닫았는데도 속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싱크대에 손을 짚고 숨을 골랐다.갈라 검토 결과가 온 다음 날 아침이었다. 긴장이 풀려 그런가 싶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은 건 밤늦게 태혁과 마주 앉아 먹은 국수 정도였으니까.거실로 나온 태혁이 빈 컵을 보았다.“벌써 일어났어?”“아침 좀 해보려고요.”그가 주방 시계를 올려다봤다. 늘 준비해주는 사람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오늘 무슨 날인데.”“꼭 무슨 날이어야 해요? 저도 달걀 정도는 구워요.”“그 정도인 줄 알았으면 큰 기대 안 할 걸.”서율이 눈을 흘기자 그가 웃으며 소매를 걷었다. 달걀을 꺼내려는 손을 서율이 막았다.“주는 대로 먹을 사람은 앉아 있어요.”“물은 내가 끓여도 되지?”두 사람이 좁은 조리대 앞에서 한 번씩 몸을 비켰다. 넓은 주방인데도 같은 서랍을 열려다 손이 겹쳤다. 서율은 수저가 어디 있는지 아직 잘 몰랐고, 태혁은 접시를 찾느라 문을 두 개나 열었다.“여기 사는 분 맞죠?”“대체로 먹는 쪽이었어.”서율은 웃으며 작은 팬을 올렸다. 하지만 기름이 데워지는 냄새를 맡는 순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불을 끄고 뒤로 물러서자 태혁이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놨다.“데었어?”“아니요. 냄새가 좀…….”말을 끝내기 전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서율은 입을 가리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7화. 박수를 받은 손

    “이 보증서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정 팀장이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발급처에서 보내온 원본 사진이 화면에 떠 있었다. 서율이 먼저 표시했던 먹선 옆의 작은 빈틈이었다. 실물에서는 그 자리가 검게 메워져 있었다.“발급 당시 확인한 작품과 현재 출품작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같은 작품이라고 입증할 자료가 올 때까지 거래를 중단하겠습니다.”민 여사는 손님들이 앉은 쪽을 먼저 돌아봤다. 조금 전까지 번호판을 만지던 노인이 수행원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얇아졌다.“보관하면서 수리했을 수도 있잖아요. 소장자에게 물어보면 될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시네요.”“요청한 기록에 그 수리가 없습니다.”서율이 파일을 펼쳤다. 민 여사는 그녀를 보지 않고 정 팀장에게 말을 이었다.“이사장인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박 선임이 서류 한 장을 받침 위에 놓았다. 갈라 전에 출품 담당자에게 보냈던 검토 의견이었다. 수신 확인 옆에는 이사장실로 전달했다는 회신이 붙어 있었다.민 여사의 시선이 그 종이에 닿았다.“제게 올라오는 문서를 제가 일일이 다 읽을 수는 없죠.”“그럼 담당자가 설명하면 되겠습니다.”태혁이 대답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민 여사가 서율에게로 돌리려던 화제를 다시 종이 위로 가져왔다.“오늘 실물을 무대로 바로 옮긴 이유도 같이 듣죠. 약속된 확인 시간을 없앤 사람이 누군지.”진행자가 마이크를 움켜쥐었다. 출품 담당자는 무대 옆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태혁은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해명하라고 몰아붙이는 대신, 거래 중단부터 손님들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6화. 단상 위의 가짜 신부

    “공개 감정을 하라는 말씀이세요?”서율이 묻자 민 여사는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감정까지 거창하게 말할 건 없고. 우리 새아가 안목이 어떤지 손님들도 궁금해하시잖니.”“작품을 아직 못 봤어요. 먼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해요.”“단상에 올라가면 보일 텐데.”민 여사는 서율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다정한 동작이었지만 놓아주는 시점은 자신이 정하려는 손이었다.태혁이 옆으로 다가왔다.“감정팀하고 약속한 확인 절차부터 진행하시죠.”“태혁아, 오늘은 손님들 모신 자리지 회의실이 아니야. 그 정도 인사도 못 해주겠다는 거니?”서율은 팔을 빼며 먼저 대답했다.“제가 아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거래를 진행해도 되는지는 감정팀에서 확인하셔야 하고요.”민 여사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웃음을 되찾았다.“그래.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으니 잘하겠지.”그녀가 다른 손님을 맞으러 가자 태혁이 서율을 봤다.“거절해도 돼.”“알아요. 그런데 자료하고 다른 물건이면 누군가는 말해야 하잖아요.”“네가 꼭 그 사람일 필요는 없고.”서율은 파일을 내려다봤다. 검토자 이름이 적힌 첫 장은 안쪽으로 넣어두었다. 밖에서 자기 이름을 바로 밝히지 않기로 한 일과, 본 것을 말하지 않는 일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다.“제가 발견해서 확인하자고 했어요. 마지막도 보고 싶어요.”태혁은 더 만류하지 않았다. 대신 강 비서에게 확인실의 두 사람을 무대 가까이 안내해달라고 했다.객석에 앉은 뒤에도 서율은 물을 많이 마시지 못했다. 컵을 들면 손이 떨리는 게 보일까 봐 한 모금씩만 넘겼다. 태혁이 조용히 속삭였다.“물잔하고 싸우지 말고.”“떨리는 걸 어떡해요.”“나도 조금 떨리는데.”서율이 돌아봤다. 그는 태연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었다.“거짓말.”“지금 저기 올라가라고 하면 나보다 네가 잘할 테니까.”서율은 그제야 조금 웃었다. 태혁은 웃는 얼굴을 확인하고 자기 물잔을 들었다.경매는 순서대로 진행됐다. 누군가 번호판을 들 때마다 객석의 시선이 움직였다. 서율은 사람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5화. 목걸이보다 먼저

    갈라를 사흘 앞둔 오후, 서율은 정 팀장에게 보냈던 비교 사진을 다시 열었다.처음 의문을 적어 보낸 뒤로 2주가 지났다. 출품자는 보수 전후의 차이일 뿐이라고 답했지만, 그 말에 필요한 작업 기록은 아직 다 오지 않았다. 보증서를 발급한 쪽에서 보낸 원본 사진은 오히려 다른 부분을 더 보이게 했다.서율은 두 사진의 같은 글자 옆에 표시했다. 태혁은 맞은편에서 그 자리를 봤다.“사진만 보고 다르다고 할 수 있어?”“그래서 실물을 봐야 해요. 사진 찍은 각도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그런데 왜 자꾸 답을 미루는데.”“그건 제가 모르죠.”서율은 받은 회신을 읽어주었다. 작품은 별도 장소에 보관 중이고, 행사장에 입고된 뒤 지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장자가 정한 일정이라고 했다.태혁의 표정이 굳었다.“거래 전에 확인부터 해야지. 사람 모아놓고 보여주겠다는 게 말이 되나.”“정 팀장님도 그 말 하셨어요. 확인 끝나기 전에는 낙찰 확정하지 말라고요.”그날 저녁 재단에서 전화가 왔다. 실물 확인은 갈라 당일로 잡혔고, 감정팀 검토가 끝나지 않으면 거래를 확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율은 확인 메일을 받아 폴더에 넣었다.당일 준비할 자료 목록이 늘었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고르기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었다.“발언하라고 하면 어디까지 할 거야?”태혁이 물었다.“제가 본 차이만요. 누가 가짜를 만들었다는 말은 못 하죠.”“민 여사가 그런 말만 하고 내려오게 둘 사람은 아니야.”서율은 초청장을 내려다봤다. 그 여자는 술 한 잔을 못 받는 것도 집안 예의의 문제로 바꿨다. 오늘은 어떤 말을 꺼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럼 안 나가는 게 나을까요?”“내가 싫은 건 네가 망신당하는 거지, 나가는 게 아니야.”태혁이 파일을 덮었다.“네 판단으로 말할 자리면 가. 한양유통 딸 노릇하러 가는 거면 가지 마.”서율은 그 말이 어렵게 느껴졌다. 같은 드레스를 입고 같은 사람들 앞에 서는데 두 가지가 나뉠 수 있을까.그녀가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4화. 고쳐진 자리와 위조된 자리

    “수리한 적이 있네요.”서율이 족자 아래쪽을 가리켰다. 정 팀장은 대답하지 않고 그녀가 들고 있는 상태표를 봤다.“그럼 위작입니까?”“아직은 모르죠.”서율은 새로 보강된 부분과 그림이 그려진 부분을 나눠 표시했다. 뒤에 댄 종이가 새것이라는 이유로 앞의 글씨까지 가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자기 손을 거친 책들도 이전보다 새 종이가 붙어 돌아갔다.“여기 고친 건 맞지만, 언제 무슨 이유로 고쳤는지부터 보고 싶어요.”박 선임이 소장자가 보낸 이력표를 내밀었다. 보수 작업을 했다는 기록은 있었다. 다만 함께 붙어 있는 사진이 너무 작았다.서율은 돋보기를 내려놓고 청자 쪽으로 옮겨갔다. 입구의 작은 흠과 바닥 사진을 번갈아 봤다. 금동불상도 자료에 표시된 부분을 차례로 확인했다. 처음 보는 물건을 두고 자신의 솜씨를 과시하고 싶지는 않았다.모르는 것이 나오면 표에 물음표를 그렸다.“금속 쪽은 제가 판단할 범위가 아니에요. 여기 흔적이 수리인지 제작 때 생긴 건지 구분이 어렵네요.”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전문 담당자 의견을 받겠습니다. 서율 씨는 의심되는 부분만 남겨주세요.”서율은 다시 족자 앞에 섰다. 다른 두 점을 보는 동안에도 두 번째 줄의 먹선이 자꾸 눈에 밟혔다. 글씨가 서툴러서는 아니었다. 잘 쓰려고 멈춘 자리가 이상하게 같은 곳에 모여 있었다.그녀는 작가의 다른 서첩 자료를 부탁했다. 정 팀장이 화면을 열어주자 이번에는 앉아서 오래 봤다.원본 자료에서 빠르게 흘러간 획이 족자에서는 중간에 한 번씩 멎었다. 종이 탓일 수도, 붓 상태가 달랐을 수도 있었다. 서율은 한 글자만 골라 말하지 않고 비슷한 흔적을 세 군데 더 찾아 표시했다.“이건 손이 망설인 것 같아요.”박 선임이 가까이 왔다.“왜 그렇게 보시죠?”“앞의 획을 끝내고 다음으로 가는 방향이 여기서 꺾여요. 그런데 다른 글자에도 같은 식으로 멈춘 곳이 있어요. 원래 이런 글씨를 쓰는 분인지부터 확인해야겠지만요.”서율은 자기 손으로 허공에 한 번 획을 그었다

  • 도망친 동생 대신 보스의 신부가 되었다   제13화. 이름 없는 작업자

    도구를 돌려받고 일주일 뒤, 서율은 처음으로 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그녀를 이사장실로 데려가려 했다.“보존팀하고 약속했어요.”서율이 말하자 직원이 방문 명단을 다시 봤다.“사모님께서 오신다고 해서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옆에서 강 비서가 나서려는 걸 서율이 작은 손짓으로 막았다. 직원에게 잘못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쪽으로 접수되어 있었을 것이다.“정수현 팀장님한테 연락해주시면 돼요. 자료 보낸 사람이라고 해주세요.”서율은 손에 든 서류봉투를 가슴 아래로 내렸다. 며칠 동안 고른 작업 사진과 기록이 들어 있었다. 어젯밤에도 순서를 바꿔보다가 태혁에게 잠 좀 자라는 말을 들었다.지금은 그 봉투가 없었다면 여기 왜 왔는지부터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재단 건물은 한진규 집보다 밝았다. 그런데 복도 벽의 안내판에는 모르는 부서 이름이 가득했고, 직원들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자기 갈 곳으로 걸어갔다. 서율은 그들 뒤에 붙어 어느 문으로 들어가면 되는지 지켜봤다.잠시 뒤 정 팀장이 나왔다.“늦게 내려와서 죄송합니다. 이쪽입니다.”그는 강 비서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서율을 작업실로 안내했다. 보안문을 통과할 때 방문증을 받았다. 이름란에는 사전에 적어 보낸 한서율이라는 글자가 있었다.“보내주신 이름으로 준비했습니다. 외부 공개 범위는 아직 조정 중이라고 들었습니다.”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곳에는 제가 설명할게요.”강 비서는 오후에 데리러 오겠다며 문밖에서 돌아갔다. 서율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방문증을 옷깃에 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입으로 대답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됐다.작업실에는 정 팀장 외에 직원 두 사람이 있었다. 박 선임은 서율이 보낸 사진을 화면에 띄워놓고 있었다. 인사를 받은 뒤 곧바로 질문이 나왔다.“이 작업, 직접 하신 범위가 어디까지입니까?”서율은 화면 옆으로 갔다. 집에서 혼자 설명을 연습할 때는 잘 나오던 말이 사람들 앞에서는 목에 걸렸다.“여기 찢어진 부위하고, 하단부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