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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작가: 맑은 물결 한 자락

제1화

작가: 맑은 물결 한 자락
황후의 생신연을 맞아, 타나오윤은 이례적으로 나를 냉궁 밖으로 내보냈다.

나는 붉어진 눈으로 높은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앉은 여인의 머리에는 화려한 채익 봉관이 씌워져 있었다.

그것은 어마마마께서 남기신 유품이었다.

“무엄하구나! 폐하와 황후마마를 뵙고도 절을 올리지 않다니!”

그때 누군가 내 다리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무릎이 바닥에 세차게 부딪쳤고, 나는 그대로 이마를 땅에 대고 무표정한 얼굴로 예를 올렸다.

타나오윤은 나를 내려다볼 뿐, 일어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진하선. 오늘이 누구의 생신인지 모르지는 않을 터. 헌데도 이리 늦은 것은 혹 황후를 욕보리려는 뜻이냐?”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머리를 세게 조아렸다.

다리가 성치 않아 냉궁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려면 족히 두 시진은 걸린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타나오윤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이제는 제법 고분고분해졌구나.”

문득 지난번 타나오윤의 뜻을 거슬렀다가 당한 일이 떠올랐다.

그는 나를 맹수 우리에 던져 넣고 피를 절반 가까이 뽑아 짐승들에게 먹였다.

목숨이 경각에 달리고 나서야 진귀한 약재와 영약을 모조리 구해 오게 해,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숨만 붙여 놓았다.

“이보게, 어서 일어나시게. 그래도 한때는 귀한 공주마마가 아니더냐. 아무리 진나라가 망했다 한들, 어찌 스스로를 천한 몸종처럼 여기는가?”

그렇게 말하며 신은수는 몸소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말투는 더없이 다정했으나,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후벼 팠다.

그러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내 손목에 감긴 늑대 송곳니 팔찌에 멎었다. 눈빛에 순간 감탄이 어렸다.

그러고는 무척 마음에 든다며, 자신의 생신 선물로 달라고 했다.

나는 말없이 타나오윤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팔찌는 오래전 타나오윤이 내게 준 것이었다. 수인족 부족에서 대대로 전해 온 보물로, 꿰어 놓은 송곳니는 하나같이 귀한 약재였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옅어지지 않는 묘한 향이 배어 있었다.

오래 지니고 있으면 통증을 가라앉히고 수명을 늘리는 효험까지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내게 이것을 건네며, 타나오윤은 평생 무탈하고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마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니, 기꺼이 드려야지요.”

나는 손목에서 팔찌를 풀어 신은수의 손에 건넸다.

시선을 거두는 순간, 단상 쪽에서 술잔이 엎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신은수는 팔찌를 손안에서 이리저리 매만지다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네가 춤 한 번으로 도성을 들썩이게 했다지? 모처럼 자리도 마련되었으니, 오늘 모두에게 솜씨를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어떤가?”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려 있었다.

하나같이 비웃음과 악의가 서린 눈빛이었다.

그중에는 수인족 장수들도 있었고, 적과 내통해 성문을 활짝 열어젖힌 반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그때 놋솥에서 갓 떠낸 뜨거운 국물이 그대로 내 몸을 덮쳤다. 살갗이 익어 버릴 듯한 화끈한 통증이 순식간에 번졌다.

“뭘 꾸물거리는 것이냐? 망국의 핏줄 주제에 아직도 공주 행세를 하려 들어? 목숨 하나 붙여 둔 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이지. 분수도 모르고!”

나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조용히 발끝을 세웠다.

한때 공주였던 나는 그렇게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한낱 무희가 되었다.

초원의 풍속은 본래 분방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이번에는 겉옷까지 벗으라며 소리 높여 부추겼다.

멀찍이서 내게 닿은 타나오윤의 눈빛은 싸늘하고 깊었다.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곧 허락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문 채 천천히 허리끈을 풀었다.

뜨거운 국물에 덴 살과 옷자락이 엉겨 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억지로 옷을 잡아당기는 순간 살점까지 뜯겨 나가며 금세 피가 배어 나왔다.

참고 있던 눈물이 끝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연회가 끝난 뒤에야 타나오윤은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내게 다가왔다.

차가운 손끝이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자국을 스치더니, 뺨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나 입에서 나온 말은 한없이 매정했다.

“진하선, 지금 짐 앞에서 일부러 가련한 척이라도 하는 것이냐?”

“소인이 어찌 감히 그러겠사옵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래된 지병이 또다시 도졌다.

나는 타나오윤의 눈앞에서 피를 토하며 연신 기침을 쏟아 냈다.

기침이 터질 때마다 속이 뒤집히고 오장육부까지 쏟아질 듯했다.

타나오윤은 더러운 것이라도 피하듯 옆으로 비켜섰다.

눈가에 어린 비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그 골골대는 꼴을 십 년이나 보아 왔다. 아직도 병든 시늉이 지겹지도 않으냐?”

나는 한때 그가 그저 진나라의 여인들을 못마땅해하는 줄 알았다.

나처럼 병약하고 유약한 여인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타나오윤은 신은수에게만큼은 더없이 세심하고 다정했다.

그녀가 미간을 조금만 찌푸려도 태의가 곧장 문밖에 무릎을 꿇고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몸속의 고충이 내 살과 장부를 갉아먹듯 날뛰기 시작했다.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타나오윤의 눈빛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어리는 듯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진하선, 너를 그리 쉽게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살아서 끝까지 네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남은 시간은 그 죗값을 다 치르기엔 너무 짧았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나는 반드시 죽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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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21화

    순간 온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하지만 타나오윤은 누구에게도 반대할 틈을 주지 않았다.사흘 만에 황위를 넘긴다는 교서를 작성하고 옥새까지 내놓았다.타나오윤이 왕으로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진하선의 장례를 황후의 예에 따라 성대히 치르는 것이었다.봉호는 영안이었다.진하선은 황릉 한가운데에 안장되었고, 바로 곁에는 ‘안청’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작은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모자는 그제야 다시 만났다.진하선을 입관하던 날, 타나오윤은 새로 만든 황후의 예관을 직접 관 안에 넣어 주었다.신은수가 썼던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순금과 동해의 진주로 밤새 새로 만들게 한 것이었다.진하선은 살아 있는 동안 황후의 예복을 입어 보지도, 책봉식을 치르지도 못했고, 후궁으로서의 명분조차 없었다.타나오윤은 살아생전 주지 못했던 모든 것을 죽은 뒤에야 내어 주었다.하지만 관 속의 진하선은 이제 다시 눈을 뜰 수 없었다.타나오윤은 관 옆에 서서 뚜껑에 채 마르지 않은 칠을 손끝으로 가만히 쓸었다.“영안아.”대답은 없었다.꺼지지 않는 촛불만 가볍게 흔들리며 흰 상복을 입은 타나오윤을 비추었다.하룻밤 사이에 타나오윤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황위를 넘기는 날, 타나오윤이 소년에게 옥새를 건네자 소년은 두 손으로 옥새를 받아 들고 눈앞의 수척한 사내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타나오윤은 한마디만 했다.“해마다 청명절이 되면 황릉에 갈 수 있게 해다오.”소년은 오랫동안 침묵했다.문득 죽음을 앞둔 고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백성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니 더는 싸우지 말라던 말이었다.소년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타나오윤이 몸을 돌려 높은 단상에서 내려오자, 신하들은 감히 그를 바라보지 못한 채 그저 양쪽으로 갈라설 뿐이었다.걸음은 느렸고, 이따금 비틀거리기까지 했다.소매가 흘러내리자 손목을 가득 메운 칼자국과 고독이 퍼뜨린 검은 무늬가 드러났다.그날을 끝으로 도성에서 타나오윤을 보았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어떤 이는 그가 서주의 옛터로 떠났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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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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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18화

    “진씨라고 했느냐?”나는 눈을 뜨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침상 곁에 앉아 전장에서 올라온 보고를 살피고 있던 타나오윤은 내 목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손에 든 종이를 내려놓았다.“깨어났구나.”타나오윤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끝에 사실을 털어놓았다.“네 태자 오라버니의 핏줄이다. 도성이 함락되던 날, 누군가 아이를 몰래 성 밖으로 빼돌렸다고 한다.”“살아 있었구나.”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이토록 감정이 격해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태자 오라버니에게 아직 후손이 남아 있었다.진나라 왕실의 핏줄은 끊기지 않았다.필사적으로 참았지만, 눈물은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타나오윤은 복잡한 얼굴로 내 눈물을 바라보았다.그동안 타나오윤은 어떻게든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하며, 아주 작은 반응이라도 끌어내려 애썼다.그러나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런데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소년이 너무도 쉽게 나를 울리고 말았다. “조정에서는 군사를 보내 진압해야 한다는 말이 빗발쳤다.”타나오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허나 짐은 허락하지 않았다.”나는 아무 말 없이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이불을 세게 움켜쥐었다.타나오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내게 등을 돌렸다.“영안아, 그 아이를 만나고 싶으냐?”창밖에서 불어온 바람에 촛불이 위태롭게 흔들렸다.입을 열었지만 목이 꽉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다.타나오윤은 뒤돌아 내 눈물 젖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어려운 결정을 내리려는 듯,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타나오윤은 이내 전각 밖으로 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명을 전하라. 성문을 열되 군사는 단 한 명도 세우지 말고, 의병(義兵)의 수장을 궁으로 들이라.”밖이 삽시간에 술렁였다.“폐하, 아니 되옵니다!”“저들은 반군이옵니다! 성안으로 들였다가는...”“물러가라.”타나오윤의 목소리에는 어떤 반박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그는 다시 안으로 들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17화

    타나오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나를 다시 눕히고 이불을 여며 준 뒤돌아서 나갔다.전각 밖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꽃병인지, 다른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이내 사방이 다시 고요해졌다.그날 이후로 깨어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눈을 떴을 때는 대낮이었는데, 다시 눈을 뜨면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있곤 했다.하지만 깨어날 때마다 타나오윤은 늘 곁에 있었다.어느 때는 침상 옆 의자에 앉아 있었고, 어느 때는 침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는데, 잠든 채로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무어라 희미하게 중얼거렸다.“영안아... 가지 마라...”타나오윤은 전보다 더 수척해져 있었다. 턱선은 칼로 깎아 놓은 듯 날카로웠고, 눈 밑의 짙은 그늘은 눈두덩과 맞닿을 만큼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그때 전각 밖에서 다급한 신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변방에서 급보가 왔사옵니다. 북적(北狄)이 국경을 침범하였사오니 속히 명을 내려 주시옵소서!”“승상을 찾아가거라.”타나오윤은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허나 폐하께서는 벌써 이레째 조회에도 들지 않으셨사옵니다...”“꺼져라.”발소리가 황급히 멀어졌다.언젠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우연히 타나오윤의 손목을 보았다.그곳에는 새로 생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빼곡히 뒤엉켜 있었다. 이미 딱지가 앉은 것도 있었고, 아직 피가 배어 나오는 것도 있었다.하루 세 그릇씩 필요한 피.타나오윤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이제 그만하십시오. 더는 헛되이 피를 흘려서는 아니 되옵니다.”타나오윤은 내게 약을 먹이다가 잠시 손을 멈췄다.그러고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다시 숟가락을 내 입가로 가져왔다.나는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폐하, 폐하는 진나라 왕실을 증오하셨잖습니까. 이제 저 하나만 남았습니다.”나는 침상 휘장에 수놓인 봉황을 바라보며 남의 일이라도 말하듯 담담히 말을 이었다.“제가 죽으면 폐하의 복수도 끝나는 건데 잘된 일 아닙니까?”숟가락이 그릇에 떨어지며 작게 부딪치

  • 도성에 복사꽃이 지던 날   제16화

    타나오윤은 내가 머무는 침전을 예전 모습 그대로 꾸미게 했다.책장에는 내가 어릴 적 즐겨 읽던 시집이 꽂혀 있었고, 창가에는 한때 내가 기르던 난초 화분이 놓여 있었다. 피우는 향마저 기억 속 공주부에서 쓰던 것으로 바꾸었다.타나오윤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세상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창가에 앉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아무런 온기를 느끼지 못했다.“영안아, 배고프지 않으냐?”타나오윤이 계화떡을 담은 접시를 들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내 곁에 놓았다.떡은 모양도 빛깔도 기억 속 모습과 똑같이 정갈하게 빚어져 있었다.나는 한 조각을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혀끝에 단맛이 번졌지만, 한참을 씹다가 끝내 내려놓았다.“이 맛이 아닙니다.”타나오윤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어마마마께서 만드시던 계화떡에는 소금이 아주 조금 들어갔습니다.”나는 창밖의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단맛에 짠맛이 살짝 돌아야 물리지 않는다고 하셨지요.”“이제 다시는 먹을 수 없겠습니다.”창살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전각 안이 고요해졌다.타나오윤은 아무 말 없이 접시를 거두어 갔다.요 며칠 내내 그런 식이었다.어떻게든 지난 잘못을 만회하고, 내가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 애썼다.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오후 무렵, 고독이 또다시 도졌다.아무런 기미도 없이 검은 피가 목구멍으로 치밀었다.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어디서 나타났는지 타나오윤이 달려와 나를 와락 품에 안았다.“영안아! 영안아...”어쩔 줄 몰라 하며 내 피를 닦아 내는 타나오윤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바로 그 순간, 타나오윤의 몸도 갑자기 뻣뻣하게 굳었다.고독이 되받아친 것이다.무의는 내가 고통을 느낄 때 타나오윤도 똑같이 아플 것이라고 했다.타나오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리고 관자놀이에는 핏줄이 불거졌다. 그런데도 이를 악문 채 신음 한 번 흘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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