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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Author: 라라
당시 그는 진한 그룹의 실력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망해버린 강씨 가문의 본가는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리며 먼지 섞인 공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티가 역력했다.

진수혁은 찡그린 얼굴로 안을 들여다보았고 눈빛에는 실망이 스쳤다.

‘역시 여기에는 없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돌아서는 대신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강시연이 어린 시절부터 자라온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거실 벽면 한쪽엔 상장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그 옆에는 크고 작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사진 속 소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을 본 진수혁은 문득 결혼 후의 강시연을 떠올렸다.

그는 결혼하고 나서 그녀가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난 웃음을 짓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두운 시선으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강시연이 살던 방으로 향했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었고 그녀가 언급했던 보물 역시 보이지 않았다.

창가 책상으로 걸어가 그 위에 놓인 일기장을 펼친 순간 그는 얼어붙었다.

[6월 12일, 맑음. 오늘 정말 잘생긴 오빠를 만났다. 도도한 사람인지 인사를 해도 무시하더라.]

[6월 18일, 맑음. 그 사람 이름은 진수혁이었다. 바로 옆집 진씨 가문의 아들이란다.]

[6월 30일, 흐림. 오늘 길거리에서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날 괴롭혔는데 진수혁이 그 사람을 때려서 쫓아주며 앞으로 날 지켜주겠다고 했다.]

...

진수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였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7월 15일, 이슬비. 진수혁 옆에 심하은이라는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 싫다.]

그 뒤로는 전부 그가 얼마나 심하은의 편을 들었는지 그리고 강시연을 얼마나 외면했는지에 대한 기록뿐이었다.

진수혁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마지막 페이지로 손을 넘겼다.

[3월 14일, 흐림. 드디어 진수혁과 결혼하게 됐다. 나를 조금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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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짜샤 1명만 해라. 한명만.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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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제485화

    호텔방 안에서 강시연은 작은 구급상자를 꺼내 황민수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그 두 대의 주먹질로 황민수의 광대뼈는 퍼렇게 멍이 들었고 입가엔 살짝 피가 맺혀 있었다.강시연은 미안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첫날 만난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황 변호사님, 죄송해요. 오늘 일은 정말 제 불찰이에요. 이런 오해가 생길 줄은 저도 전혀 몰랐어요.”진수혁이 그녀 뱃속의 아이가 황민수의 아이라고 생각했다니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착각을 한 건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황민수의 짙은 눈동자가 강시연을 향해 닿았다.그는 가볍게 농담조로 말했다.“미인 때문에 다친 거라면 그건 제 영광이죠. 그런데... 지금 임신 중이세요?”강시연은 몸이 워낙 가늘어서 임신 세 달이라 해도 배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기지 않았다.“이 아이는... 정말 때를 잘못 타고 온 아기예요. 그날 밤 그 사람이 술에 취해 기억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아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고 생각해요.”황민수의 눈이 커졌다.그는 원래 정말로 아이의 아버지가 다른 남자라고 생각했었다.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강시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밤 돌아가면 바로 이혼 합의서를 완성해서 보내드릴게요. 그러면 내일 아침 직접 건넬 수 있을 거예요.”“감사해요, 황 변호사님.”강시연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고마움을 전했다.약을 다 바르고 나서 황민수는 노트북을 챙겨 조용히 일어섰다.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네 사람이 마주쳤다.진수혁은 황민수가 강시연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무언가 캐묻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스크레라는 곧바로 나섰다.“강시연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랑 진 대표님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방금은 단지 협력 문제로 잠깐 이야기만 나눴을 뿐이에요.”강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말은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웠고 변명 같았다.황민수의 시선이 네 사람을 번갈아 훑었다.방금

  • 돌이킬 수 없는   제4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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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제483화

    스크레라의 비서는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래로 산책을 나왔다가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그것을 스크레라에게 전송했다.스크레라는 휴대폰 속 메시지를 보자마자 흥미가 생겼다.이때 진수혁도 막 수영장에서 올라왔다.그는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전신에는 아무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기운이 흘러나왔다.스크레라는 물 한 병을 들고 그의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웃었다.“생각지도 못했네요. 진 대표님의 수영 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요. 저처럼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도 감히 따라갈 수가 없겠어요.”“그런데 진 대표님, 제가 알기로 강시연 씨는 당신 부인이죠...”진수혁은 불만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며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았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스크레라는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이건 제 비서가 아래층에서 물건을 사다가 우연히 찍은 거예요. 강시연 씨 앞에 있는 이 남자 꽤 잘생겼더라고요. 혼혈인 것 같기도 하고요.”진수혁은 휴대폰을 받아서 사진을 보자 표정이 차갑게 굳으며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번졌다.그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더니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이번에는 스크레라도 그를 막지 않았다.부부 간의 갈등이 커질수록 자신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진수혁이 강시연을 찾아가 싸우게 두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 속 사진을 바라보며 점점 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강시연은 황민수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혼 문제를 이야기했다.자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괜찮지만 아이의 양육권만은 꼭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강시연 씨, 정말 그것뿐인가요? 제 생각엔 잘못한 쪽이 상대방이에요. 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겁니까? 여성으로서 이건 너무 손해예요. 최소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경제적 여건을 만들어야 하잖아요.”황민수가 진지하게 분석했다.결혼에서 여자가 잘못이 없는데도 빈손으로 나가는

  • 돌이킬 수 없는   제4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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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 수 없는   제481화

    진수혁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강시연을 쫓아가려 했지만 스크레라가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진 대표님, 우리 아직 점심도 안 먹었잖아요. 그렇게 급하게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 며칠 동안은 저랑 이 섬 구경하면서 잘 지내기로 약속하셨잖아요.”스크레라는 미소를 지으며 진수혁을 바라봤다.그 눈빛 속에는 은근한 우월감과 만족감이 번뜩였다.그 모습을 보고 한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주머니에 넣었다.“진 대표님, 사랑할 수 없을 때는 놓아주는 법도 알아야 해요. 그게 상대에 대한 존중이자 본인에게도 가장 좋은 마무리죠.”진수혁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제 일에 굳이 한 대표님이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나 걱정할 시간 있으면 한씨 가문이 강성에서의 사업부터 걱정하시는 게 어때요?”그의 시선엔 냉소와 경고가 섞여 있었다.강성엔 기업이 수도 없이 많고 경쟁은 피 튀기게 치열하다.한정훈이 강성에서 완전히 자리 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이익이 부딪히는 순간 다른 기업들이 먼저 나설 테니까 진수혁이 직접 손댈 필요도 없다.결국 누구도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한정훈은 그와 더 이상 말다툼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그는 이미 예상된 공격이었고 충분히 대비할 자신이 있었다.그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그에게는 그저 어설픈 장난처럼 보였다.조금만 손을 써도 해결할 수 있을 일들이었다.그때 한민주가 냉소를 내뱉으며 뒤따라 일어섰다.“흥. 누가 봐도 저 인간이 더 한심하네.”그녀는 한정훈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한정훈의 전화기가 울렸다.그는 통화를 받고 얼굴빛이 확 변했다.“조금만 버텨요. 오늘 바로 강성으로 들어갈 거니까 도착하면 다 같이 모여서 논의해요.”전화를 끊자 한민주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설마 진수혁 씨 말이 맞은 거야? 강성 쪽 회사에 진짜 문제가 생긴 거야?”한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꽤 심각한 일이라 바로 복귀해야 해. 회사 임원들이랑 대책 회의 열어야겠어.”그는

  • 돌이킬 수 없는   제480화

    이런 남자는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소용이 없으니 차라리 빨리 이혼하는 게 낫다.비록 진수혁이 강시연을 구하긴 했지만 그 은혜로 지난 7년간 받은 상처를 잊을 수는 없었다.“응, 나 진수혁 씨랑 이혼할 거야. 협의이혼은 안 하겠다고 해서 이후에 소송으로 진행하려고 해. 그래서 변호사가 필요해.”전화기 너머로 문희주가 웃으며 말했다.“시연아, 마침 나 아는 사람 중에 해외에서 막 돌아온 엘리트 변호사가 있어. 네가 받아야 할 몫 확실하게 챙겨줄 사람이야. 내가 바로 카톡 보내줄게.”“응, 고마워, 수빈아.”“우리 사이에 고맙긴, 너무 서운해. 대신 나중에 돌아올 때 만성시 특산품은 꼭 사 와야 돼.”그 말을 끝으로 문수빈은 전화를 끊었다.곧 강시연의 휴대폰에 카톡 알림이 떴고 문수빈이 보낸 명함을 확인한 강시연은 곧바로 추가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상대는 바로 수락하지 않았다.강시연도 조급해하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두고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다음 날,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정훈은 그녀의 얼굴빛이 좋지 않음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시연 씨, 정말 미안해요. 어제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지금 임신 중인데 배를 타면 입덧이 더 심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괜찮아요.”강시연은 그의 말을 끊으며 담담히 말했다.“저도 그냥 바람 쐬고 싶어서 간 거예요. 정훈 씨 탓 아니에요.”그때 한민주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웃었다.“시연 언니, 우리 오빠 얼마나 자상한데요? 진짜 남편으로 최고예요. 언니, 나쁜 남자 버리고 우리 오빠한테 와요. 절대 후회 안 해요.”“민주야!”한정훈이 이름을 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강시연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무엇을 선택하든 그녀의 뜻을 존중하고 싶었다.하지만 한민주가 하는 말은 강시연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될 수도 있었다.강시연은 개의치 않고 농담하듯 말했다.“그래. 한 번 진지하게 생각은 해봐야겠네. 정훈 씨를...”“생각은 무슨 생각을 해?”진수혁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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