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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작가: 천이설
문채아는 8살 때 강재혁을 처음 만났고 당시 강재혁은 15살이었다.

그때의 강재혁은 지금처럼 고압적이지 않았다.

그는 강씨 가문의 장남이기는 했지만 어릴 때 유괴가 되어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7년 만에 돌아온 것이었기에 강재혁에게는 모든 게 다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8살의 문채아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늘 가족들 몰래 강가로 가 물고기를 구경하며 놀았었다.

그날도 그녀는 강가로 향했고 그러다 강재혁이 괴롭힘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재혁을 괴롭힌 무리의 주동자는 다름 아닌 그의 배다른 남동생이었다.

강재혁의 남동생은 악마처럼 웃으며 강재혁의 목에 걸려 있던 옥 펜던트 목걸이를 확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그대로 강가에 휙 하고 던져버렸다.

심지어 던진 뒤에는 친구들과 합세해 강재혁을 미친 듯이 구타하기까지 했다.

남동생 무리가 떠난 후 강재혁은 몸을 휘청거리며 강가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물이 허리춤까지 오는 강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미친 듯이 목걸이를 찾아 헤맸다.

가을이라 수온이 겨울처럼 차가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추울 게 분명했다.

문채아는 당시 강재혁과 친한 사이도 뭣도 아니었기에 도와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오지랖 부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이미 강재혁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채아는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똑같이 허리를 숙여 목걸이를 찾았다.

강재혁은 갑자기 나타난 문채아를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어차피 몇 분 정도 어울려주다가 힘들면 금방 떠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문채아는 그와 함께 장장 3시간이나 함께 찾아주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물도 이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문채아의 입술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변해있었고 그녀의 팔과 다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정성이 통했던 것인지, 문채아는 몸을 덜덜 떨다 드디어 돌멩이 사이에 끼어있는 옥 펜던트 목걸이를 발견했다.

그러나 기뻐한 것도 잠시 너무 오랜 시간 추위에 노출되어 있어 눈이 스르르 감기며 다리가 풀렸다.

다행히도 마침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강재혁이 제때 달려가 준 덕에 익사는 면했다.

강재혁은 목걸이를 쥔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이 빚은 언젠가 반드시 갚겠다고 맹세하듯 말했다. 그 말을 하는 강재혁의 눈가는 남동생에게 괴롭힘당했을 때보다 더 빨개져 있었다.

문채아는 그때도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멋대로 도와준 것뿐이었으니까.

그래서 강재혁이 어느 순간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 자리까지 올랐을 때도 그녀는 빚 갚으라는 얘기를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의 도움을 받고야 말았지만 말이다.

“지금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몰라.”

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에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답했다.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박도윤과 다시 만날 생각 없어요. 두 사람의 약혼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박도윤이 내일 당장 약혼하든 3개월 뒤에 약혼하든 이제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그래? 그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해도 속상해하지 않을 자신 있어?”

문채아의 손이 살짝 움찔했다.

약혼과 결혼은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약혼은 어디까지나 약속 같은 거라 언제든지 쉽게 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은 법적으로 묶이게 된다는 뜻이었다.

즉, 강지유가 박도윤의 아내가 되면 그때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소리였다.

“네, 자신 있어요.”

문채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애초에 결혼을 목적으로 약혼하는 건데 다를 게 있나요?”

박도윤은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 강지유를 선택했다. 그 말인즉 강지유와 결혼까지 가겠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약혼한 뒤에 갑자기 결혼을 파기하거나 강지유와 헤어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문채아는 강지유가 하루라도 빨리 그 집의 작은 안주인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도 자기 기분 대로 주변이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여자인데 결혼한 뒤에는 아마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 하지 않을 테니까.

문채아는 강지유가 친딸을 버리고 예비 며느리 편을 든 문영란을 어떻게 대할지 벌써 기대가 됐다.

강재혁은 문채아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하다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짧고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문채아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잠깐.”

강재혁은 차에서 내리려는 문채아를 제지 하고는 묘하게 들뜬 말투로 얘기했다.

“그날 일이 너한테는 그저 작은 에피소드였을지 몰라도 나는 네가 내 목걸이를 찾아줬을 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마움을 느꼈어. 오늘 너를 그 집에서 데리고 나온 것으로 퉁 칠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나는 아직 너한테 빚을 완전히 다 갚지 못한 거고 너는 나한테 제대로 된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거야.”

빚을 완전히 다 갚지 못했다는 건 강재혁 찬스를 한 번 더 쓸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아니, 심지어 다음번에도 여전히 강재혁의 성에 차지 않으면 또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즉, 갚았다고 얘기할지 말지는 강재혁이 정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러면 나한테만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문채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그날 내 번호와 함께 나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너한테 줬어. 만약 내가 하루빨리 빚을 갚길 바란다면 다음번에는 오늘 같은 자잘한 부탁 말고 정말 큰 부탁을 해.”

일말의 장난기도 섞여 있지 않은 말이었다.

문채아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마지막 말이 조금 묘하게 들렸다.

그때 강재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문채아는 잡념을 거두어들인 후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바쁜 사람의 시간을 더 이상 뺏을 수는 없었으니까.

강재혁은 별다른 제지 없이 차 문이 닫히자마자 바로 시동을 걸었다.

문채아는 강재혁의 차량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다가 뒤늦게야 자신의 발목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하아,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그때 정장 차림의 웬 중년 남성이 접이식 휠체어를 들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남성은 눈을 반짝이며 문채아에게 말을 걸었다.

“문채아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글로리 호텔 매니저입니다. 방까지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문채아는 남자의 말에 그제야 강재혁이 내려준 곳이 글로리 호텔 앞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박도윤이 강지유에게 크리스탈 구두를 선물해 줬던 곳이었다.

문채아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 이곳 호텔방 예약한 적 없어요. 그리고 신분증도 없고요...”

“강 대표님께서 줄곧 사용하시던 스위트 룸이라 신분증 없이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호텔 매니저는 일단 문채아를 휠체어에 앉힌 후 다시 웃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실은 대표님께서 직접 문채아 씨에게 얘기해주려고 하셨지만 아침부터 시작된 중요한 회의 때문에 급히 가보셔야 해서 나머지는 전부 저한테 맡기셨습니다.”

“아침부터요...?”

‘그럼 중요한 회의도 내팽개치고 나한테 와줬다는 소리야? 그것도 15분 만에?’

문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강재혁이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으니까.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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