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Author: 천이설
한편, 강재혁이 재호 그룹에 도착했을 때 회의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회의실 안에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밖에 없었다.

이무현은 강재혁이 돌아온 것을 보더니 게임을 끄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왜 이제야 와. 형이 갑자기 뛰쳐나가 버리는 바람에 내가 혼자 얼마나 진땀 뺐는지 알아? 하마터면 조 단위 거래가 날아갈 뻔했다고. 대체 뭣 때문에 회의도 내팽개치고 나간 거야?”

이무현은 강재혁이 일을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또 새롭기도 했다.

강재혁은 피곤한 듯 의자에 앉고는 미간을 주물렀다.

“문채아한테 일이 생겼어. 강지유가 문채아와 박도윤이 사귀고 있었다는 걸 알고 오늘 아침에 그 집으로 찾아갔어. 그리고 구두 하나로 사람들을 다 제 편으로 만들어서 문채아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강지유 편에는 문채아의 친엄마도 있었어. 문채아는 그 일로 정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고 박도윤과도 헤어졌대.”

만약 강재혁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문채아는 상당히 험한 꼴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무현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이무현도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 박씨 가문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도윤과 문채아가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강재혁과 친해진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채아가 십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줄곧 박도윤만 좋아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말 그대로 문채아는 해바라기 같은 여자였기에 이무현은 그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박도윤의 곁에 있으려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채아는 그의 예상을 뒤엎고 박도윤에게 약혼녀가 생기자마자 바로 헤어짐을 요구했다.

조금 놀랍기는 하지만 이해를 못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어야 하는 엄마는 박씨 부자만 바라보고 있고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3개월 뒤에 약혼한다는 미친 소리를 해댔으니까. 마음이 지치고 식는 것도 당연했다.

이무현은 문채아가 그 집에서 나온 게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꼴을 겪고도 그 집에 계속 있었으면 아마 이무현이 직접 끌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왜 회사로 왔어? 형 없으면 문채아가 울면서 속마음 토로할 사람이 없게 되잖아.”

“문채아는 내 앞에서 안 울어.”

강재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무르고 있던 손을 내렸다.

“주연우 번호 나한테 보내봐.”

문채아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무언가를 부탁할 여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강재혁은 그런 그녀를 대신해 자기가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무현은 주연우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휴대폰을 멀리 치워버리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주연주 번호는 왜? 형과 나는 일심동체나 마찬가지라 형이 걔한테 연락하면 내가 걔한테 연락하는 꼴이 되잖아. 나는 그 여자한테 먼저 연락하고 싶은 생각 없어.”

주연우와 이무현은 법적으로 부부였다. 하지만 억지로 행해진 결혼이었기에 이무현은 주연우가 자신의 와이프라는 걸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강재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주연우 번호 하나 알아내지 못해서 너한테 이런 말 하는 것 같아? 우리 좀 쉽게 가지?”

“...”

강재혁이라면 이무현이 끝까지 안 알려줘도 어차피 다른 사람을 통해 5분 안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무현은 영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주연우의 번호를 강재혁에게 넘겼다.

강재혁은 번호를 받은 후 곧장 전화를 걸었고 몇 마디 대화 후 또 금방 끊었다.

이무현은 입을 삐죽인 채로 있다가 강재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문채아가 찾아준 그 목걸이가 대체 뭐길래 이래?”

강재혁은 바로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닌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1분 정도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유품.”

이무현은 생각보다 무거운 답변에 잠시 멈칫했다가 강재혁이 유괴된 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강재혁의 어머니를 떠올리고는 천천히 표정을 바로 했다.

“형이 은인이라고 여길 만하네. 나였으면 문채아가 목걸이를 찾아주자마자 결혼하자고 했을 거야.”

강재혁은 별다른 대꾸 없이 다시금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 시각 문채아는 호텔 매니저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편히 호텔방에 도착했다.

강재혁이 사용하고 있는 스위트 룸은 일단 뷰가 너무 예뻤다. 통창이라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비싼 호텔이라 그런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문채아는 입을 떡 벌린 채 뷰를 구경하다가 똑똑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의사였다.

“이쪽은 강 대표님의 주치의입니다. 대표님 부탁으로 채아 씨 상처를 치료해 주러 오셨습니다.”

매니저가 대신 소개해 주었다.

문채아는 지금 치료받아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일단 발목은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기에 신속하게 치료해야 했다.

그리고 얼굴은 부어오른 볼도 볼이지만 그보다 먼저 청력을 한번 검사해 봐야 했다. 이건 강재혁이 의사에게 특히 강조한 부분이었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 강재혁은 그녀의 몸에 난 상처에 관해 물었었다. 그때는 단순히 상처가 눈에 보여서 물어본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채아는 강재혁이 의사를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괜히 코가 찡해져 다리에 올린 손을 꼭 말아쥐었다. 그러고는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꾹 참으며 말했다.

“강재혁 씨는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제 청력까지 신경 쓰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대표님은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시는 분이세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갑자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마 그간 안 아파본 곳이 없으셔서 더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게 무슨...”

‘강재혁이 안 아파본 곳이 없었다고?’

문채아가 조금 놀라며 물었다.

“채아 씨도 잘 아시다시피 강씨 가문의 현 안주인은 대표님의 새어머니세요. 그분 때문에 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몸에 크고 작은 상처와 흉터를 달고 살았어요.”

강씨 가문의 현 안주인, 즉 강지유의 친모는 강재혁의 엄마가 죽은 뒤에 강재혁의 아빠와 결혼해 강씨 가문으로 들어왔다.

듣기로 강재혁의 엄마와는 사이좋은 친구였다고 한다.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후 그녀는 바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다. 강재혁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자식들의 순위가 뒤로 밀려났음에도 그녀는 강재혁에게 매우 잘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 모두 그녀만큼 착한 사람이 또 없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모습은 허구한 날 강재혁을 처리하지 못해 안달이 난 무서운 여자였다.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문채아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재혁 씨가 대표 자리에 오른 뒤로는 그만두셨겠죠?”

“아니요. 대표님께서 대표 자리에 오르신 뒤에도 사모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이제는 대표님 곁에 여자를 붙이려고까지 하고 있으세요.”

매니저가 한숨을 내뱉었다.

“결혼을 이용해 대표님을 컨트롤하려는 수작인 거죠. 대표님께서 이성을 가까이 두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사모님의 수작을 막기 위해서는 대표님께서 하루빨리 마음이 맞는 여성분과 결혼하는 수밖에 없어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404화

    강재혁은 아주 익숙하게 손을 뻗어 문채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리고 문채아는 나른한 등이 뜨거운 남자의 가슴팍에 밀착된 순간, 바로 흉흉하기 그지없었던 조금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불과 반 시간 전에도 강재혁은 지금처럼 뒤에서 그녀를 세게 끌어안은 후 몸을 바짝 끌어당기며 마치 그녀의 숨을 다 빼앗아 가듯 입을 맞춘 채 몸을 움직여댔으니까.당시 문채아는 억지로 고개가 돌려진 탓에 숨이 모자라 하마터면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의식을 잃기 전에 강재혁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입술이라도 떼서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눈앞이 까매진 채 쓰러졌을 것이다.그래서 문채아는 지금 강재혁이 또다시 몸을 밀착해 오는 것이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안 돼요! 더는 못해요! 이 이상 하면 나 진짜 화낼 거예요!”문채아는 강재혁의 품에 완전히 안기기 전, 마치 사냥꾼에게 잡힌 토끼처럼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외쳤다.물론 문채아도 한때는 미친 듯이 강재혁을 원했던 적이 있었다.하지만 잠자리도 정도껏 해야지 매일 같이 기절할 때까지 해버리면 그건 더 이상 애정 행위가 아닌 고문이었다.실제로 얼굴이 하루가 다르게 반질반질해지고 있는 강재혁과 달리 문채아는 시달림으로 그새 몸무게가 2kg이나 빠져버렸다.강재혁은 잔뜩 겁에 질린 채 기겁하는 문채아를 보며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뒤늦게야 며칠을 참은 것 때문에 자신이 무섭게 해 버렸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약 발라주려고 그런 거야. 너 안는 데만 집중하느라 상처 치료해 주는 걸 깜빡했잖아.”사실 문채아를 안으면서 몇 번이고 빨개진 그녀의 목 상처를 봤지만 그만하려고 할 때마다 간드러진 소리를 내며 안겨 오는 문채아 때문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물론 전부 핑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강재혁은 문채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린 후 연고를 짜 아주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에 발라주었다.“제일 효과 좋은 거로 달라고 했으니까 바르고 나면 좀 편해질 거야. 다른 곳은 병원으로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403화

    “영란아, 네 전화를 받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 뭐, 내가 이런 말을 안 해도 어차피 너는 문채아 때문에 조만간 나한테 전화할 겨를도 없이 감옥으로 옮겨질 테지만. 경찰한테 협조 잘하고 쥐 죽은 듯이 있어.”박진성은 말을 마친 후 천천히 휴대폰을 아래로 내렸다.애초에 문영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으니 이런 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도 그로서는 큰 선심을 쓴 것이었다.그런데 이만 끊으려던 찰나, 전화기 너머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칭을 부르며 애교를 떨던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였다.“그래서, 정말 나를 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박진성은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영란아, 우리 아름답게 헤어지자. 너 지금 이러는 거 되게 추해.”“당신 말이야. 내가 어떻게 당신이랑 결혼할 수 있었는지 혹시 잊었어?”문영란은 그렇게 말하며 무섭게 웃었다.“내가 강재혁한테 당신이랑 이수연 사이의 일을 다 얘기해버리면 어쩌려고 이래?”“아, 그거?”휴대폰을 쥔 박진성의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한발 늦었어. 며칠 전에 내가 직접 얘기해줬거든. 나랑 수연이 사이를.”즉, 문영란의 협박은 아무런 힘도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문영란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진성의 말을 듣고는 더 세게 웃어젖혔다.“강재혁한테 얘기해줬다고? 정말? 있는 그대로 다 얘기해준 거 맞아? 아니, 당신은 절대 그러지 못했을 거야. 얘기해줘봤자 당신이 이수연 그 여자의 약혼자였다는 사실밖에 얘기 안 했겠지. 진짜 충격인 건 그 뒷얘기인데 말이야.”“그러니까 다시 한번 대답해 봐. 당신, 정말 강재혁한테 싹 다 얘기한 거 맞아? 당신이 그 여자한테 얼마나 파렴치하고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지?”강재혁은 늘 의문스러웠다. 왜 박진성처럼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남자가 뭐 하나 내세울 곳 없는 문영란과 연애한 것도 모자라 결혼까지 했는지 말이다.‘내가 박진성과 결혼할 수 있었던 된 이유가 자기 어머니 덕이었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402화

    박진성은 낯선 번호를 봤을 때부터 이미 문영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무시하는 것이 아닌 전화를 받았다. 궁지에 몰린 문영란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일을 키워버리면 안 되니까.“왜?”박진성이 눈을 감으며 물었다.“왜라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문영란은 조금 퉁명스러운 그의 질문에 잔뜩 서러운 얼굴로 철창을 꽉 잡았다.“진성 씨도 들었을 거 아니에요. 강재혁과 문채아가 합심해서 날 어떤 꼴로 만들었는지. 물론... 채아 아빠랑 이혼하려고 그때 조금 성급하게 움직였다는 건 나도 인정해요. 하지만 다 진성 씨랑 결혼하기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문채아 그 못된 계집애가 자기 아빠 한 풀어준다고 나를 벼랑 끝으로 몰려고 하고 있어요. 강재혁을 이용해서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진성 씨가 나 좀 구해줘요. 우리는 아직 13년밖에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 흰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해야죠. 안 그래요?”문영란은 자기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박진성밖에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영란아,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네 전화를 받지 않았던 이유를 정말 모르겠어? 너는 나를 사랑했을지 몰라도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사랑해 본 적이 없어. 그런데 내가 널 왜 구해줘야 해?”박진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진성 씨...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진성 씨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을 때는 한 번도 이러지 않았잖아요.”박진성은 강재혁처럼 사랑에 올인하는 남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문영란이 보이는 사랑에 어느 정도 반응은 해주었다.문영란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모든 걸 다 쏟아부을 때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음을 녹여주기도 했고 문영란이 집안일로 바삐 돌아칠 때면 따뜻한 미소를 건네기도 했다.그래서 문영란도 계속 박진성의 곁에 붙어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아무리 그녀라도 박씨 가문에 모든 걸 다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딸이 박도윤에게 3년이나 농락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401화

    문채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어쩌면 바쁜 것일 수도 있고 발신자가 박도윤이라 받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연이은 세 통의 발신에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며 박도윤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러고는 직접 문채아를 만나러 가려는 듯 외투를 챙겼다.오늘만큼은 문채아의 곁에 있어 줘야 했다. 아버지가 타살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 문채아가 얼마나 큰 슬픔에 젖어있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되니까. 하물며 죽인 사람이 친어머니라 충격이 배로 클 게 분명했다.그런데 병실 문 손잡이에 손을 내려놓은 그때, 밖에서 누군가가 한 발 더 빨리 문을 열어젖혔다.박진성이었다.박도윤은 박진성의 얼굴을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은 다 나은 거니?”박진성이 시선을 내려 붕대로 감긴 박도윤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박도윤은 솜털이 다 삐쭉 섰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 답했다.“아니요. 입원해 있으면서 치료받고 있긴 한데 남들보다 회복이 더디대요. 사람들의 방해로 스트레스받은 게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보름 정도는 더 지켜보재요.”거짓말은 아니었다.입원해 있는 동안 강지유 때문에 모두가 다 박도윤의 상태를 알게 되어 허구한 날 사람들이 방문하는 데다 소문을 낸 강지유는 틈만 나면 박도윤에게 안기기 위해 거의 덮치듯 그에게 달려들었으니까.박진성은 박도윤의 대답에 피식 웃더니 이내 시선을 위로 올렸다.“도윤아, 너는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네가 정말 상처가 깊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면 애초에 강지유를 이 병실에 들이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건 상처가 깊어지는 걸 오히려 원하고 있었다는 소리겠지. 그래야 내가 너한테 아무런 명령도 하지 못할 테니까. 아니야?”박진성은 박도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마음을 독하게 먹는 면을 볼 때 박도윤은 아주 완벽하게 그의 유전자를 이어받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에게까지 상처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하지만 박도윤이 문채아를 이토록 깊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400화

    그래서 문채아는 모른 척하기로 했다. 강재혁이 그 여자를 숨긴 것도 문영란에 관한 일을 숨긴 것처럼 그녀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문채아가 당시 박도윤을 완전히 끊어냈던 건 박도윤의 곁을 떠나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강재혁의 곁을 떠나 잘 살 수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를 완전히 끊어낼 용기가 없었다.그래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강재혁이 먼저 그 여자의 얘기를 꺼내면서 왜 숨길 수밖에 없었는지 제대로 얘기해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문채아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문영란이 복수하고자 일부러 심기를 긁을 만한 얘기를 하면서 살도 보탰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즉, 문영란의 말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다 믿는 건 아니라는 소리였다.문채아는 강재혁이 숨기고 있는 여자가 바로 몇 번이고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왔던 오혜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재혁 씨는 오혜정처럼 히스테릭하고 집착기까지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그건 내가 알아.’문채아는 강재혁의 마음속에 자신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맑았던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오프라인 속 세상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온했지만 온라인 속 세상은 미친 듯이 들끓고 있었다.문채아가 사실은 M이었다는 것과 문영란이 13년 전에 자기 전남편을 죽였다는 사실이 한꺼번에 터져버렸으니까.문영란의 추문이 문채아의 얘기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싫었던 강재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안강훈에게 연락해 손을 쓰라고 했다.하지만 문영란이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버린 바람에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문영란과 문채아 얘기는 강씨 가문과 박씨 가문에도 흘러들었다.강의준은 강지유가 축하는 못 해줄망정 문채아가 주인공으로 있는 전시회장에서 난동이나 부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곧바로 양현주를 밀치고는 강지유에게 체벌을 가하려고 했다.그런데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곧바로 문영란의 얘기가 들려왔다.그간 많은 일을 겪어왔던 강의준이지만 문영란

  •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제399화

    “재혁 씨, 대체 언제부터 문영란을 조사하고 있었던 거예요?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해줬어요?”문채아는 강재혁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버지 얘기를 물었다.누구보다 변명을 잘하는 문영란이 강재혁의 말에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으니까.문영란의 말문이 막힐 정도면 적어도 두 달은 계속 조사해야 했다.강재혁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2달 전에, 문영란이 너희 아버지가 남긴 패물을 팔았을 때부터 조사하고 있었어. 주연우 씨한테 들어보니까 사건이 조금 이상하더라고. 그때 바로 너한테 얘기하지 않은 건 네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어서였어.”“그저 문영란이 의심된다는 생각 하나로 네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일단 조사해 본 거야. 증거까지 다 잡고 난 뒤에, 그리고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때 모든 걸 다 얘기하려고 했어.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사실 강재혁은 조금만 더 숨기려고 했었다. 그런데 문영란이 대뜸 대기실에 나타나 문채아의 목을 움켜쥐었고 하마터면 문채아를 죽일 뻔했다.그래서 더는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거는 확실하니 문영란이 꼭 벌을 받았으면 했다.문채아는 강재혁의 말을 듣고는 침묵했다. 강재혁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도 지금은 아래로 내려져 있었다.강재혁은 어쩐지 문채아에게서 아주 낯선 분위기가 풍기는 듯해 몸이 바짝 긴장되고 식은땀이 흘렀다.“채아야, 내가 말 안 한 것 때문에 화났어?”문영란 일은 강재혁이 얘기하지 않은 일 중에서 제일 정도가 가벼운 일이었다.원래는 전시회가 끝나자마자 오혜정의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만약 문채아가 이 정도의 일도 감당하지 못하면 오혜정의 얘기는 당분간 하지 않는 게 더 좋을지도 몰랐다.강재혁은 불안한 마음에 품에 안긴 여자의 얼굴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건넸다.“채아야, 목소리 좀 들려줄래?”문채아는 애원하듯 부탁하는 그의 목소리에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는 그대로 강재혁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그간의 실전 겸 연습으로 문채아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