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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천이설
한편, 강재혁이 재호 그룹에 도착했을 때 회의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회의실 안에는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밖에 없었다.

이무현은 강재혁이 돌아온 것을 보더니 게임을 끄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왜 이제야 와. 형이 갑자기 뛰쳐나가 버리는 바람에 내가 혼자 얼마나 진땀 뺐는지 알아? 하마터면 조 단위 거래가 날아갈 뻔했다고. 대체 뭣 때문에 회의도 내팽개치고 나간 거야?”

이무현은 강재혁이 일을 뒷전으로 미루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또 새롭기도 했다.

강재혁은 피곤한 듯 의자에 앉고는 미간을 주물렀다.

“문채아한테 일이 생겼어. 강지유가 문채아와 박도윤이 사귀고 있었다는 걸 알고 오늘 아침에 그 집으로 찾아갔어. 그리고 구두 하나로 사람들을 다 제 편으로 만들어서 문채아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강지유 편에는 문채아의 친엄마도 있었어. 문채아는 그 일로 정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고 박도윤과도 헤어졌대.”

만약 강재혁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문채아는 상당히 험한 꼴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무현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버렸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이무현도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 박씨 가문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도윤과 문채아가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강재혁과 친해진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채아가 십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줄곧 박도윤만 좋아했다는 사실도 말이다.

말 그대로 문채아는 해바라기 같은 여자였기에 이무현은 그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박도윤의 곁에 있으려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문채아는 그의 예상을 뒤엎고 박도윤에게 약혼녀가 생기자마자 바로 헤어짐을 요구했다.

조금 놀랍기는 하지만 이해를 못 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어야 하는 엄마는 박씨 부자만 바라보고 있고 남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다른 여자와 3개월 뒤에 약혼한다는 미친 소리를 해댔으니까. 마음이 지치고 식는 것도 당연했다.

이무현은 문채아가 그 집에서 나온 게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꼴을 겪고도 그 집에 계속 있었으면 아마 이무현이 직접 끌고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왜 회사로 왔어? 형 없으면 문채아가 울면서 속마음 토로할 사람이 없게 되잖아.”

“문채아는 내 앞에서 안 울어.”

강재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무르고 있던 손을 내렸다.

“주연우 번호 나한테 보내봐.”

문채아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무언가를 부탁할 여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강재혁은 그런 그녀를 대신해 자기가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무현은 주연우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휴대폰을 멀리 치워버리며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주연주 번호는 왜? 형과 나는 일심동체나 마찬가지라 형이 걔한테 연락하면 내가 걔한테 연락하는 꼴이 되잖아. 나는 그 여자한테 먼저 연락하고 싶은 생각 없어.”

주연우와 이무현은 법적으로 부부였다. 하지만 억지로 행해진 결혼이었기에 이무현은 주연우가 자신의 와이프라는 걸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강재혁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주연우 번호 하나 알아내지 못해서 너한테 이런 말 하는 것 같아? 우리 좀 쉽게 가지?”

“...”

강재혁이라면 이무현이 끝까지 안 알려줘도 어차피 다른 사람을 통해 5분 안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무현은 영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주연우의 번호를 강재혁에게 넘겼다.

강재혁은 번호를 받은 후 곧장 전화를 걸었고 몇 마디 대화 후 또 금방 끊었다.

이무현은 입을 삐죽인 채로 있다가 강재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문채아가 찾아준 그 목걸이가 대체 뭐길래 이래?”

강재혁은 바로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닌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1분 정도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유품.”

이무현은 생각보다 무거운 답변에 잠시 멈칫했다가 강재혁이 유괴된 후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강재혁의 어머니를 떠올리고는 천천히 표정을 바로 했다.

“형이 은인이라고 여길 만하네. 나였으면 문채아가 목걸이를 찾아주자마자 결혼하자고 했을 거야.”

강재혁은 별다른 대꾸 없이 다시금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 시각 문채아는 호텔 매니저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앉은 채 편히 호텔방에 도착했다.

강재혁이 사용하고 있는 스위트 룸은 일단 뷰가 너무 예뻤다. 통창이라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역시 비싼 호텔이라 그런지 뭐가 달라도 달랐다.

문채아는 입을 떡 벌린 채 뷰를 구경하다가 똑똑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의사였다.

“이쪽은 강 대표님의 주치의입니다. 대표님 부탁으로 채아 씨 상처를 치료해 주러 오셨습니다.”

매니저가 대신 소개해 주었다.

문채아는 지금 치료받아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일단 발목은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기에 신속하게 치료해야 했다.

그리고 얼굴은 부어오른 볼도 볼이지만 그보다 먼저 청력을 한번 검사해 봐야 했다. 이건 강재혁이 의사에게 특히 강조한 부분이었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 강재혁은 그녀의 몸에 난 상처에 관해 물었었다. 그때는 단순히 상처가 눈에 보여서 물어본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문채아는 강재혁이 의사를 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괜히 코가 찡해져 다리에 올린 손을 꼭 말아쥐었다. 그러고는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꾹 참으며 말했다.

“강재혁 씨는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제 청력까지 신경 쓰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대표님은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시는 분이세요.”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갑자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마 그간 안 아파본 곳이 없으셔서 더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게 무슨...”

‘강재혁이 안 아파본 곳이 없었다고?’

문채아가 조금 놀라며 물었다.

“채아 씨도 잘 아시다시피 강씨 가문의 현 안주인은 대표님의 새어머니세요. 그분 때문에 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몸에 크고 작은 상처와 흉터를 달고 살았어요.”

강씨 가문의 현 안주인, 즉 강지유의 친모는 강재혁의 엄마가 죽은 뒤에 강재혁의 아빠와 결혼해 강씨 가문으로 들어왔다.

듣기로 강재혁의 엄마와는 사이좋은 친구였다고 한다.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된 후 그녀는 바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다. 강재혁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자식들의 순위가 뒤로 밀려났음에도 그녀는 강재혁에게 매우 잘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 모두 그녀만큼 착한 사람이 또 없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모습은 허구한 날 강재혁을 처리하지 못해 안달이 난 무서운 여자였다.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문채아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매니저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재혁 씨가 대표 자리에 오른 뒤로는 그만두셨겠죠?”

“아니요. 대표님께서 대표 자리에 오르신 뒤에도 사모님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이제는 대표님 곁에 여자를 붙이려고까지 하고 있으세요.”

매니저가 한숨을 내뱉었다.

“결혼을 이용해 대표님을 컨트롤하려는 수작인 거죠. 대표님께서 이성을 가까이 두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 사모님의 수작을 막기 위해서는 대표님께서 하루빨리 마음이 맞는 여성분과 결혼하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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