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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화. 완벽한 승소와 마지막 서명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9 23:24:30

그로부터 7주 뒤.

서울가정법원 제3가사조정실 앞 복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양손에 굵은 포승줄과 은빛 수갑을 찬 진우가 교도관 두 명의 삼엄한 호송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7주 사이에 십 년은 늙어버린 듯 퀭하게 파인 볼과 핏발 선 눈동자, 잿빛 수의 차림. 한때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며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던 남자의 잔재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우는 조정실 문 앞에 서 있는 은수를 발견하자마자 핏발 선 눈으로 달려들 듯 발악했다.

"김은수! 너… 너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어? 당장 고소 취하하고 합의서 써! 안 그러면 나 진짜 너 가만 안 둬!"

교도관들이 진우의 어깨를 거칠게 짓누르며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당사자, 조용히 하세요. 한 번만 더 상대방을 위협하면 즉시 분리 조치합니다."

은수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진우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곁에는 다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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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한 장미 꽃향기와 그윽한 와인의 풍미가 은은한 거실 조명 아래 아늑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은수가 품에 안고 있던 화사한 꽃다발을 테이블 중앙 유리 화병에 정성스레 꽂아 넣자, 태건이 등 뒤로 소리 없이 다가왔다. 남자의 넓고 단단한 두 팔이 은수의 잘록한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자신의 품으로 다정히 끌어당겼다.고급 수트 원단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지는 태건의 두터운 흉근과 힘찬 심장 박동이 은수의 등줄기를 타고 포근한 온기로 스며들었다. 태건은 은수의 가녀린 목덜미에 턱을 가만히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집이 정말 좋습니다. 은수 씨를 닮아서 포근하고, 단단하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태건 씨가 조명 하나까지 수평을 맞춰주고, 현관 빗장도 튼튼하게 손봐준 덕분이에요. 제 인생에서 이렇게 온전하고 편안하게 숨 쉬어본 적이 없어요."은수는 몸을 돌려 남자의 단단한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짙은 눈썹과 날렵한 턱선, 그리고 은수만을 오롯이 담고 있는 남자의 짙은 눈동자 속에는 숨길 수 없는 격정적인 열정과 무한한 신뢰가 일렁이고 있었다. 태건의 거칠고 다부진 손바닥이 은수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처음 그 집에 들어섰던 날을 지금도 매일 밤 생생하게 기억합니다."남자의 나직한 목소리가 은수의 귓가를 촉촉하게 적셨다."물비린내 나는 주방에서 시퍼렇게 멍든 손목을 황급히 감추던 당신의 눈빛이… 도저히 잊히지 않았습니다.""태건 씨….""어떻게든 위태롭게 버티던 당신이 그 집에서 나올 때 곁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스패너로 일부러 나사를 풀어 나를 다시 불렀다는 걸 알아챘을 때, 내 심장이 얼마나 미친 듯이 요동쳤는지 모릅니다."태건의 묵직한 고백에 은수의 눈가에서 맑고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지나간 3년의 지옥 같았던 고통에 대한 슬픔이 아니었다. 자신의 처절했던 비명을 놓치지 않고 지옥의 문을 부수며 달려와 준 단 한 사람을 향한 벅찬 사랑과 감사의 눈물이었다.태건은 은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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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동! 하자보수하러 왔습니다   제 33화. 텅 빈 감옥과 마지막 짐

    커다란 갈색 이삿짐 상자들이 거실 한가운데에 탑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서랍마다 켜켜이 묵어 있던 3년간의 지옥 같았던 흔적들이 하나둘씩 분리수거 비닐과 종이 상자 속으로 미련 없이 던져졌다. 남편 진우가 매일같이 옷매무새와 주름 하나를 꼬투리 잡으며 폭언을 퍼붓던 안방 붙박이장도, 생활비 10만 원을 초과했다며 손목을 비틀던 대리석 식탁 위도 이제는 하얗게 먼지만이 내려앉아 있었다.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되어 있었지만, 햇빛 한 줌 제대로 들지 않아 마치 시체처럼 차갑고 습하게 가라앉아 있던 집. 은수는 텅 빈 거실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천천히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더 이상 코끝을 찌르며 목을 옥죄던 서늘한 곰팡이 냄새도, 진우의 역겨운 술 냄새와 상간녀의 독한 인공 향수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3년 동안 자신을 옥죄던 보이지 않는 쇠사슬이 마침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린 기분이었다."은수 씨. 무거운 가구랑 큰 짐들은 제가 다 트럭 적재함에 실어뒀습니다."등 뒤에서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정한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짙은 카고 바지 차림의 태건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소매로 훔치며 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남자의 탄탄한 가슴과 넓은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하고 뜨거운 열기, 그리고 언제나 은수의 얼어붙은 마음을 차분하게 어루만져 주는 쌉싸름하고 짙은 비누 향이 휑한 거실을 따스하게 채웠다.태건은 은수가 쥐고 있던 무거운 테이프 커터기를 자연스럽게 건네받으며, 그녀의 가녀린 손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이제 주방 쪽에 작은 상자 하나만 정리하면 끝납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챙기십시오.""고마워요, 태건 씨. 오늘 혼자였으면 이 무거운 짐들을 어쩌지 못하고 하루 종일 쩔쩔맸을 텐데…….""내가 은수 씨 곁에 있는데 왜 혼자 고생을 합니까. 당신 곁을 지키고 돕는 건 당연히 내 몫입니다."남자의 거친 엄지손가락이 은수의 부드러운 손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투박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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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동! 하자보수하러 왔습니다   제 31화. 성벽의 붕괴와 추락하는 제왕

    체포 이틀 뒤 새벽, 관할 경찰서 유치장의 차가운 쇠창살 너머로 습한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몇 시간 앞둔 진우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고 수억 원대 연봉과 외제차를 굴리며 아내를 발밑에 두고 짓밟던 제왕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땀과 눈물에 찌든 명품 와이셔츠는 단추가 뜯겨 나가 있었고, 손목에는 체포 과정에서 수갑이 눌렀던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강진우 씨, 변호인 접견입니다."유치장 담당 경찰관의 부름에 진우는 비틀거리며 접견실로 끌려갔다. 유리창 너머에 앉아 있는 선임 변호사의 얼굴은 흙빛으로 굳어 있었다."변호사님! 영장 기각시켜서 나가게 할 수 있는 거죠? 우리 집안이랑 회사 법무팀에 연락은 취했습니까?"진우가 유리창에 매달려 침을 튀기며 애원하자, 변호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상황이 최악입니다, 강 상무님. 아니, 강진우 씨."변호사가 서류 가방에서 꺼내든 온라인 기사 출력물과 회사 공문 사본이 차가운 유리창 앞에 맞닿았다.'대기업 임원, 12억 원대 법인카드 횡령 및 하청업체 리베이트 비자금 조성 혐의 구속영장 청구.''가정폭력 및 특수폭행 현행범 체포… 사측, 즉각 직위해제 및 징계·해임 절차 착수.'사내 인트라넷에는 실명으로 직위해제 공지가 떴고, 경제지에는 대기업 임원이라는 직함과 혐의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회… 회사에서 날 잘라요? 내가 회사를 위해 일한 게 몇 년인데!""본사 감사팀에 접수된 제보 파일이 너무 완벽합니다. 차명 계좌 흐름도, 페이퍼컴퍼니 계약서, 심지어 상간녀에게 사준 오피스텔 분양 대금 입금 내역까지 단 1원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횡령금 반환 청구와 관련 자산 가압류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진우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고 숨이 턱 막혀왔다."그럼 수연이는요? 수연이가 날 위해 증언해 주기로 했잖아요! 그 오피스텔도 지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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