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 정말 일이 있어서 그래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여기까지 달려왔겠어요?”하얗게 질린 뺨을 만지작거리던 백정연은 설명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옆에 있던 신수민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 백정연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듯 자신의 감정을 전혀 주체하지 못하고 신수연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자기 남자가 너무 훌륭해서 풍월종의 엘리트 제자는 이태호와 몇 번 만난 적이 없는데 이제 이태호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다.“쿨럭, 수연 씨, 장난치지 말아요!”이태호가 두어 번 기침하고 나서 물었다.“정연아, 무슨 일로 찾아왔어?”백정연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그제야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저기, 우리 따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이태호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힐끗 보더니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수민아, 지연이와 함께 두 사람을 잘 대접하고 차도 한 잔 끓여줘. 저녁에 두 사람이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을 거야. 정연아, 우리 나가자.”“가봐.”신수민은 빙긋 웃으며 이태호에게 윙크를 했는데, 그 모습은 은근 섹시하게 느껴졌다.“가자, 정연아,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백정연과 함께 나갔다.두 사람은 곧 화원에 도착했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이태호는 비로소 백정연에게 말했다.“정연아, 무슨 일이 있으면 지금 말해도 돼. 여기는 우리 둘뿐이야.”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좋은 소식을 하나 알려줄게요. 제가 우리 종주님께 태호 오빠 이야기를 하고 태호 오빠가 3품 저급 연단사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맞춰볼래요?”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대충 생각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정연아, 3품 저급 연단사가 종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나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어. 설령 나한테 장로를 하라고 해도 가지 않을 거야!”“설마!”백정연은 이태호가 거절하는 것을 보고 전혀 상의할 여지가 없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생각도 안 하
“쯧쯧, 너 이거 정말 큰 유혹인데?”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입가를 살짝 실룩인 후 말했다.“수민 그들의 내공으로 분명 너희 종문에 합류할 수 없을 거야. 이건 확실히 이례적이긴 해.”잠시 뜸을 들이던 이태호가 말을 이었다.“그래도 나는 너희들에게 합류할 수 없어. 네가 이해해줘, 난 사숙과 이미 약속을 했거든.”백정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다가 결국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휴, 그래요, 이미 다른 결정을 했다니 나도 강요할 수 없죠.”백정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참, 오빠가 준 단약도 고마웠어요. 나는 지금 이미 4급 무황을 돌파했어요. 그 단약이 아니었으면 아마 몇 달 더 걸렸을 거예요. 아마 1년 정도 더 걸렸을지도 몰라요.”이태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친구잖아. 까짓 단약 한 알일 뿐이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 다만 오늘은 헛걸음을 시켰구나.”백정연은 웃으며 대답했다.“헛걸음은 아니에요. 비록 내가 모시려는 신을 모시진 못했지만 그래도 밥 한 끼 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었잖아요?”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걱정하지 마, 충분해, 충분해!”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돌아갔다.백정연이 휴식을 취하러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신수연과 백지연, 신수민 세 사람은 마음속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백정연과 이태호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러 달려왔다.“형부에게 태상 장로 자리를 주고 심지어 언니와 은재도 같이 수련하러 갈 수도 있는데 이렇게 좋은 일도 허락하지 않는다니, 형부 바보예요?”신수연은 이 말을 듣고 살짝 흥분하며 말했다.“형부, 이렇게 좋은 기회를 거절해요? 태상 장로라잖아요. 장로보다 훨씬 대단한 존재라고요.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이건 정말 한 사람의 득세로 주변 사람이 다 이득을 볼 좋은 기회예요!”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더 좋은 계획이 있어서 그래요. 사숙과의 약속도 아직 못 지켰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게다가 사숙은
이태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약속하지 않고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 일은 지금 대답할 수 없어요. 지난번에 만난 게 사숙을 처음 본 거예요. 난 전에 그와 만난 적이 없어요. 아직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요.”“설마... 그럴 수도 있어요?”신수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직 7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수민이와 지연이, 그리고 은재의 내공이 더 업그레이드될 거예요. 그리고 그분은 내 사숙이니 이 세 사람 정도는 받아줄 수 있을 거예요.”옆에 있던 백지연과 신수민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을 마주치더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이태호가 계속 말을 이었다.“시후는 연단사예요. 지금은 이미 일품 고급 연단사인데, 아마 그때가 되면 2품 연단사가 될 것 같아요. 그를 우리 사숙의 종문에 들어오게 하기는 쉬울 거고 분명 그 종문에서도 바라는 일일 거예요. 다만 수연 씨는 그때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고 수련에 소질도 없으니 아마 안 될 것 같아요.”잠시 뜸을 들이던 이태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숙은 종주지만 종주로서 종문에 있는 장로들의 느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수연 씨를 가입시키기엔 난도가 꽤 높은 것 같아요.”“정말요?”신수연은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안색이 매우 안 좋아졌다.“다들 떠나가고 시후 씨도 따라가면 나는 어떻게 해요? 시후 씨는 내 남자친구인데 따라갔다가 종문에 가서 다른 미녀를 만난다면 나는 버림받을 거예요. 그 사람은 점점 더 강해질 테지만 나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을 테니 그와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거예요. 망했어요. 이제야 알겠네요. 때가 되면 나는 그와 어울리지 않을 거예요.”옆에 있던 백지연이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무슨 헛소리예요? 수연 씨는 이렇게 예쁘니 분명 어울릴 거예요.”신수연은 백지연을 흘겨보며 말했다.“지연 씨,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농담을 하는 거예요.”이태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걱정
저녁때 이태호는 모두를 데리고 호텔로 가서 식사했고 함께 기뻐하며 군주부로 돌아왔다.백정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마음속은 오히려 약간 뒤틀렸다. 비록 오늘 밤 옆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미 이태호에게 할 말을 했기 때문에 더는 머물 핑계를 찾을 수 없었다.“어떡하지?”백정연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백지연과 달랐다. 백지연처럼 이태호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용기가 없었다. 연애도 해본 적이 없었고 낯가죽도 얇았던 그녀는 핑계를 찾지 못해 마음이 매우 초조했다.이때 이태호는 신수민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신수민은 이태호의 가슴에 나긋하게 기대어 속삭였다.“여보, 오늘 정연 씨 반응을 보니 분명 당신을 좋아할 거야. 수연이가 그렇게 말하자 얼굴이 다 빨갛게 달아오르더라고. 그녀가 단순한 여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어.”이태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여보, 허튼소리 하지 마, 이런 일은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전에 지연이도 한성연과 장청아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 내가 그들을 모두 내 여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겠어?”신수민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 뒤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자기만 좋다면 해볼 만할 것 같아 하하.”이태호는 신수민을 노려보며 말했다.“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우리 그냥 자자.”다음 날 아침, 백정연은 섭섭했지만, 이태호와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이민호와 칠공주의 감정도 급상승했고 며칠간 데이트를 한 후 칠공주는 사랑에 빠진 여자처럼 즐거워했다.때가 무르익는 것을 보고 이민호는 그제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칠공주에게 입을 열었다.“모연아, 너 정말 점점 더 귀엽고 예뻐지는 것 같아.”이 말을 들은 모연은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수줍게 말했다.“그래요? 민호 오빠, 농담하는 거죠?”이민호는 정색하며 말했다.“농담일 리가 있겠어? 난 진지해, 넌 정말 갈
모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민호가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몰랐다.이민호는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 내가 누군가의 미움을 샀어. 그래서 그 자식이 나를 폐인으로 만들었어. 모연아, 나, 나는 이제 정상적인 남자가 아니야. 나는 지금 폐인이야.”“폐인!”모연은 어리둥절해져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멍하니 그 자리에서 중얼거렸다.“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누가 이런 능력이 있어서 오빠를 폐인으로 만들어요? 오빠는 내공이 매우 높고 주변에 고수들도 따라다니지 않아요? 오빠는 통령의 아들이 아니에요? 오빠 같은 신분 앞에서 누가 감히 오빠에게 손을 댈 수 있단 말이에요?”“남군 군주, 이태호!”이민호는 이태호를 떠올리자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며 이태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이태호!”모연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그놈 이미 죽었죠? 오빠 아빠가 복수 안 했어요? 오빠의 아빠는 무황의 내공을 지닌 강자잖아요.”이민호는 고개를 저으며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아버지는 비록 2급 무황이지만 그 녀석의 상대는 아니야. 그 녀석은 3급이나 4급 무황의 내공일 거야. 휴, 내가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다가 실수로 여자 종업원 엉덩이에 부딪쳤거든. 난 정말 실수로 부딪친 건데 그 레스토랑이 바로 남군 군주부 아래 세력이래. 결국 그 녀석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개자식, 복수할 거야, 이 망나니, 내가 반드시...”모연은 미칠 듯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이민호는 이용조직의 일을 모른 척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 일은 이렇게 끝낼 수밖에 없어.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려고.”그러자 이민호는 잠시 정신이 나간 듯 다시 괴로워하며 말했다.“휴, 모연아, 예전에도 네가 내 곁에 있었는데 내가 소중히 여길 줄 몰랐어. 지금은 너를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이미 늦어 버렸어. 다 내 탓이야. 한때는 진실한 사랑이 내 앞에 놓여 있었는데 내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어.”“아!
“강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모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모두 열 명으로 구성된 이용조직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어요. 그중에는 오빠 아버지보다 내공이 더 높은 사람이 적지 않아요. 가장 높은 강자는 8급 무황의 내공에 도달했어요. 심지어 우리 아버지가 그들을 찾아 일을 처리하는 것조차 공손하게 예의를 차려요. 그들에게 미움을 사면 안 되거든요.”“그렇게 대단해?”이민호는 먼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복수할 희망이 생겼네.”하지만 곧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모연아, 그만두는 게 좋겠어. 너도 말했잖아, 너의 아버지가 그들을 찾아가 일을 처리한다고 해도 공손하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너의 아버지를 찾아가 이런 일을 부탁하게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들은 나서주려 하지 않을 거야.”이 말을 들은 모연도 눈살을 찌푸렸다.“이용조직은 함부로 손을 쓰지 않긴 해요. 용성 연합국의 생사에 관련된 일이라야 나서죠.”여기까지 말하고 난 모연은 잠시 말을 아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아빠는 나를 가장 아껴요. 나를 위해서라면 아빠가 틀림없이 승낙하실 거예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빠는 이태호가 죽었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모연아, 고마워!”이민호는 감격에 겨워 모연의 손을 덥석 잡았는데 매우 애틋해 보였다. 그런 다음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괴로워하며 말했다.“아쉽다, 안타까워. 지금은 이미 정상적인 남자라고 할 수 없고 앞으로 너에게 행복을 줄 수도 없어.”그런데 뜻밖에도 모연이 입을 열었다.“민호 오빠, 두 사람의 마음만 있다면 그따위가 무슨 문제겠어요?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영원히 오빠가 있어요!”이민호는 이때 마음속으로 정말 감동하였다. 칠공주가 이렇게 그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칠공주를 품에 안았고 마음속에도 약간의 감동이 더해졌다.“빌어먹을, 그놈이 칠공주를 안았다니 괘씸하군!”한편, 칠공주의 안전을 책임지고
“그럼, 잘 들어가!”이민호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그제야 몸을 돌려 재빨리 차를 몰고 떠났다.“왕궁으로 가자!”모연은 이한수 등을 보고 말했다.곧 모연이 국주 모정천의 앞에 왔다.“아빠!”모연은 생글생글 웃더니 모정천을 향해 말했다.“아빠, 제가 어깨를 주물러 드릴게요!”모정천은 빙긋 웃더니 모연이 어깨를 주무르는 걸 즐기며 물었다.“허허, 네가 오늘 무슨 일이야? 내 어깨를 주물러 줄 기분이라니. 말해봐, 무슨 일인데?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거 아니야? 별일 없이 아첨할 리는 없을 거잖아. 때려죽여도 아무 일 없다는 말은 못 믿어.”“아빠, 정말 대단해요. 아빠한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네요.”여기까지 말하고 난 모연은 앞으로 나와 모정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리를 두드리며 말했다.“아빠, 민호 오빠가 괴롭힘을 당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이용조직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복수를 도와줬으면 좋겠어요.”“잠깐만!”모정천은 순간 멍해졌다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연이야, 농담이지? 이민호가 괴롭힘을 당해서 이용조직이 나서서 복수를 도와달라고? 허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는 이 통령의 아들이고, 이 통령 밑에도 강자가 적지 않아. 정말 안 되면 이민호의 아버지도 그를 도와 나서지 않겠어? 우리 이용조직의 사람을 동원해야 할 필요 있어? 게다가, 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이용조직의 보스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용성 연합국의 생사에 관련이 없는 일이라면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어.”모연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아빠, 어쩔 수 없잖아요. 민호 오빠가 괴롭힘을 당했으니 그의 아버지가 복수할 거예요. 하지만 그의 아버지도 상대가 안 된대요. 그래서 아빠한테 도움을 청한 거예요.”“뭐? 그의 아버지도 상대가 안 된다고?”모정천의 목소리가 갑자기 몇 옥타브 높아졌는데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너, 농담하는 거지? 그의 아버지는 2급 무황이 아니었어? 2급 무황도 복수를 못 해? 그럼 상대
“아무렴 이 통령도 통령인데 어찌 감히 그를 죽일 수 있겠어요?”모연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모정천은 그제야 웃으면서 말했다.“당연히 그렇겠지. 그 남군 군주가 분수를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줘. 비록 이겼지만, 이서준과 이민호를 죽이지 않았잖아. 그냥 따끔하게 경고만 하고 나대는 성격을 죽이려는 것뿐이니 우리가 그 이민호를 위해 복수나 뭐 그런 걸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잠시 뜸을 들이던 모정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모연아, 네가 이민호를 좋아하는 걸 알아. 하지만 이민호는 마음이 들떠있어. 이민호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네가 그냥 잊어버리는 게 좋겠어.”“아니에요, 아빠, 민호 오빠도 저를 좋아해요. 우리는 지금 매우 친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호 오빠는 이제 진짜 남자라고 할 수 없어요.”모연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서 눈이 빨개져서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다.“무슨 말이야? 진짜 남자라고 할 수 없다니?”모정천은 한동안 반응이 없다가 의심스러운 듯 모연을 바라보았다.모연은 그제야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이태호가 아래를 못 쓰게 만들었나 봐요.”“뭐, 이놈, 간이 크네!”모정천은 깜짝 놀랐지만 속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민호를 좋아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딸이 이 자식과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태호가 이민호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이민호는 평생 부마가 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모정천의 마음속은 은근히 기뻤다.“그러니까 말이에요. 아빠,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모연은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하지만, 그도 결국 인재야. 그리고 이 이용조직의 사람들에게 말을 하기 어려워. 게다가 내가 이런 일로 그들을 찾아갈 수도 없어.”모정천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모연은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아빠, 이태호가 정말 인재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도 그를 죽이지 않고 폐인으로 만들고 내시로 만들면 되잖아요? 이렇게 하면 그는 여전히 우리 용성 연합국의 인재일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