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늘 위에서 이태호는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아직 주용수를 격살한 사건이 성공 전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의 이름이 처음으로 각 성지, 종문, 최정상 세가의 천교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이태호는 별똥별처럼 빠르게 산산조각으로 깨진 전투 장소에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으로 날아갔다.수천 리를 빨리 날아가는 동안, 이태호는 주변의 별하늘에 있는 별들이 외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별하늘에 흩어져 있는 운석띠를 발견할 수 있었다.이런 운석띠에 있는 성신신철은 질이든 수량이든 모두 외곽보다 좋고 많았다.그는 여러 대형 운석띠에서 사람 머리만 한 신철을 긁어모은 후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졌다.주변에 별빛으로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고 조용히 상고시대의 기운을 풍기는 것을 느낀 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였다.“이 별하늘은 마치 상고시대의 우주와 같아. 주변은 모두 혼돈에 처해 있어. 역시 상고 진선이 남긴 유적답네.”예전에 이태호가 갔던 비경이나 유적 동부에 비하면 성공 전장은 최정상 수준이고 가장 방대한 곳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천남의 창망산맥에 있는 이화 성왕 유적은 온 천남 지역의 최정상 동부라고 불리웠고 생기가 넘친 작은 세계와 같았다.성왕급 강자는 육신으로 허공을 찢어서 횡단할 수 있고 허공 난류에 들어가도 길을 잃지 않는다. 실력이 높은 성왕급 수사는 천지에 대해 더 높은 경지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체내에 있는 천지의 힘이 보다 웅장하고 팽배하며 단전은 작은 세계로 변할 수 있다.이런 성왕급 수사가 죽은 후 이 작은 세계는 여전히 발전해서 마지막에 천지와 연결해서 소형의 동부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하지만 성공 전장에 비해 이런 작은 세계는 엄청나게 작았다.성공 전장이 너무나도 웅장하고 광활하여 이태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마 천남 지역보다 별로 작지 않았을 것이다.천남 지역은 십만 리나 되는데 성자급 수사가 쉬지 않고 천남 지역을 횡
그들의 상대는 방패를 들고 있고 온몸에 영광이 흐르며 아름다운 선악을 연주한 소녀였다. 흰색 긴 치마를 입었고 머리에 초록색 비녀를 꽂았으며 용모는 부용화처럼 수려하고 분을 바르지 않아도 아침노을처럼 발그레한 얼굴에 피부는 눈처럼 하얗다. 지금 소녀는 화가 나서 버들잎 같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고 호수 같은 눈에는 노기가 감돌았다.이태호가 소녀의 얼굴을 확인한 후 미간을 찌푸리면서 의아해했다.‘그녀이네!’ 소녀는 다름이 아닌 전에 이태호와 일면식이 있었던 묘음문의 성녀 채유정이었다.지금 채유정은 지극히 낭패한 모습이었다. 입가에 피가 흘렀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으며 온몸의 기운도 불안정해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채유정의 맞은편에 있는 두 수사의 상황은 그녀보다 훨씬 나았다. 두 사람의 몸에서 영광으로 번쩍였고 선기(仙氣)가 흐르면서 약간 신선과 같은 기질을 드러냈다.바로 이때 그중에서 체구가 우람하고 건장한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하하. 낭자, 지금 중상을 입었으니 그 보물 지도를 고분고분 내놓은 것이 좋을 거야!”이에 채유정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보물 지도가 없어. 허튼소리 그만하고 싸우려면 덤벼!”옆에 청색 장검을 들고 주변에 검의로 감돈 청년은 채유정의 말을 듣고 노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흥! 아직 고집을 부리고 있네. 우리 명씨 가문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명서현은 냉소를 머금 후 채유정을 향해 장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검빛이 허공을 가르고 온몸의 검의를 모아서 빠르게 날아갔다.채유정은 상대방의 맹렬한 공세에 천지의 힘을 미친 듯이 들고 있는 방패에 주입해서 자신을 보호했다.같은 시각에 허공에 몸을 숨긴 이태호는 양쪽의 대화를 들은 후 사색에 잠겼다.그는 복장을 통해 명서현 두 사람은 동황 8대 세가 중의 명씨 가문의 자제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다.동황 8대 세가, 이른바 동황 경내에서 가장 강한 8개 가문에 모두 신선으로 비승한 조상이 있었고 상고시대부터 그
전장 중심부.채유정은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명씨 가문의 사람에게 쫓기는 것을 생각하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뜨거운 감자와 같은 보물지도를 가지지 말았어야 했어...’그녀의 운은 꽤 좋았다. 문심로(問心路) 단계를 통과한 후 바로 성공 전장의 외곽에서 내부와 가까운 곳으로 전송되었다.아마도 운수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그녀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황량한 별에서 지난번에 성공 전장이 열릴 때 들어왔던 명씨 가문 제자의 유골을 발견했고 많은 보물도 얻었다.그리고 그자의 사물 반지에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과 관련된 보물지도를 발견했다.채유정이 정말 운이 터였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사물 반지에 설치된 금제가 자동으로 명씨 가문의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그래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그녀를 추격하게 된 것이었다.원래 묘음문의 성녀이고 내공을 완성한 3급 성자 경지인 채유정은 다른 천교보다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으나 이번에 자신을 추격한 사람은 동황 세가의 용맹한 제자들이었다.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그 유골에서 얻은 보물들을 모두 버리고 보물지도만 가지고 싸우고 도망치면서 이리저리 숨었다.하지만 여전히 명씨 가문 수사들을 따돌리지 못하고 여기까지 따라왔다.그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었으나 명씨 가문 제자의 옷차림을 보자 다들 악귀를 만난 것처럼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명씨 가문의 협공에서 여러 차례 벗어났지만 이번에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되었다.간신히 버티고 있는 채유정은 단전 내의 영기가 거의 바닥이 났고 육체에 중상을 입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흉악하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은 명씨 가문의 수사들을 다시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생각했다.‘그래도 같이 죽을 동반자 두 명이 있어서 다행이네...’사실 그녀는 이미 자폭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귓가에 울린 말소리에 멍해졌다.“이태호!”불쑥 나타난 이태호를 보자, 그녀는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처럼 기쁨
명서현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내뿜은 기운을 수렴하고 이태호에게 말했다.“도우, 오해이오, 난 동황 명씨 가문의 사람이오. 이 여인이 우리 명씨 가문의 중요한 물건을 훔쳤으니 참견하지 마시오!”우선 자기의 가문을 알린 명서현은 이태호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명씨 가문은 동황 8대 가문 중의 하나이고 창란 세계에서도 유명한 대가문이었다.일반 3급 성자급 수사는 명씨 가문의 이름만 들어도 후들후들 떨었다.방금 이태호가 보여준 비범한 전투력을 본 명서현은 귀찮은 일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자기의 가문을 말한 것이었다.이태호는 명서현이 스스로 출신 가문을 밝힌 것을 들었지만 표정이 무덤덤하고 추호의 변화도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장 꺼져.”이태호가 이런 태도로 말하는 것을 보자 명세정은 분노를 가누지 못했고 온몸의 근육이 갑자기 팽창해져서 원래 모습보다 많이 커졌다.“네 이놈! 감히 우리 명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어?!”명세정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서 노발대발하였다.그의 옆에 있는 명서현은 이태호의 말을 들은 후 안색이 어두워졌다. 곧 손에 들어오게 된 보물지도를 어찌 양보할 수 있겠는가?채유정이 가진 보물지도는 명씨 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보물이었다.그들이 채유정을 오랫동안 추격했고 이제 곧 임무를 완성하는데 중간에 이상한 놈이 나와서 포기하라고?명서현이 어찌 허락할 수 있겠는가?그는 장검을 꽉 쥐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참견하겠다면 죽는 길밖에 없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장검을 세게 휘둘렀다. 공포스러운 검기가 마치 예리한 칼날로 장막을 가르는 것처럼 별하늘을 뚫어서 여러 개의 허공 틈새가 나타났다.이를 본 이태호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3급 경지인 주제에 오만방자하게 굴다니! 대현황경금 검기, 참하라!”그의 말이 떨어지면서 손에서 영광이 번쩍이더니 적소검을 거세게 휘두르자, 초승달 같은 검기가 나타났고 무서운 기류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촤르륵!”이어서 높이가 만 장에 이르는
채유정이 자기 의심에 빠진 듯한 표정을 본 이태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어때요? 상처가 괜찮아요?”그는 말하면서 사물 반지에서 상처 치료용 단약 두 알을 꺼내서 상대방에게 건넸다.다행히도 이 명씨 가문의 두 수사는 실력이 강하지 않아서 이태호가 눈 깜짝할 사이에 격살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 지체했다면 채유정이 살아서 그들의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사실 이태호는 채유정의 생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묘음문의 성녀이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미인이지만 신수민 등 여인들을 옆에 둔 이태호는 일찍이 미색에 대해 흥미가 없었다.지금 그는 오로지 명씨 가문 수사들이 그토록 뺏고 깊은 보물지도가 도대체 어떤 물건인지 알고 싶었다.이태호의 매력적인 다정한 목소리에 어안이 벙벙한 채유정은 비로소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푸른 호수처럼 일렁이는 눈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한줄기의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단약을 받은 후 그녀는 이태호를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 도우,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이번에 이태호가 제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명씨 가문 두 수사의 추격을 오랫동안 받으면서 이미 궁지에 몰렸다. 방금, 그녀는 자폭해서 두 사람과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태호가 갑자기 나타나서 절망에 빠졌던 채유정의 마음에 다시 희망을 심어주었다. 채유정의 감사 인사에 이태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왜 명씨 가문의 추격을 받았죠? 어떤 중요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이태호의 직설적인 질문에 채유정의 애처로운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그녀는 이태호가 자신을 도와주게 된 것은 같은 천남 지역의 수사이거나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영웅행세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설마 이태호도 보물 지도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이런 생각에 채유정은 크게 놀라웠다.그녀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특히 그녀가 중상을 입은 후 실력이 크게 떨어졌다. 단약을 먹더라도 최정상의 상태로 회복하려면 여러 시진의 시간이 필요했다.그리고 그동안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상처가 있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더욱 악화해질 것이고 심지어 내공의 기반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또한 다른 사람들이 추격하러 올 것이라는 생각에 채유정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중상을 입은 상태라 여기서 도망쳤더라도 곧 명씨 가문의 수사들에게 바로 따라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이태호와 동행하는 것이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됐어. 지금 이 보물지도는 기연이 아니라 화근일 수가 있어.’채유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맞아요,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저를 추격하는 것은 제가 얻은 보물지도 때문이죠...”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이 성공 전장에 들어온 후 뜻밖에 발견한 명씨 가문 제자의 유골에서 보물지도를 얻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채유정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태호는 다소 의아해했다. 채유정의 운수가 얼마나 좋길래 이런 보물지도를 주을 수 있다니!동시에 그는 또 의구심이 들었다. 이 보물지도에 있는 보물이 무엇이길래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계속 채유정을 추격했을까?일반적으로 보면, 7급 영약이나 성신신철과 같은 천재지보는 오랜 역사를 가진 명씨 가문의 제자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보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채유정을 추격했던 명서현과 명세정이 이 보물지도를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모습을 보면 이것은 명씨 가문에 아주 중요한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채유정은 이태호가 자신의 말을 들은 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태호의 마음이 흔들리기만 하면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다.전투력이 강한 이태호의 도움이 있다면 이제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따라와도 채유정은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여기까지 생각한 채유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도우, 저는 이 도우와 손잡
이 보물지도는 알 수 없는 짐승 가죽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세월이 너무 오래된 탓에 이미 누른 얼룩이 생겼다.이태호는 채유정이 던진 지도를 받고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정면에는 성공 전장 노선도라고 적혀 있고 빛을 발하는 별의 옆에 최종지점으로 표기했다.뒷면에는 ‘명이경’란 자가 남긴 글이 적혀 있다. 이자가 수백 년 전에 뜻밖에 선공 전장의 깊숙한 곳에서 유리선금(琉璃仙金)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유리선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온 성공 전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성공 전장에 들어온 모든 천교가 유리선금을 쟁탈하는 싸움에 참여했다.이 보물지도의 주인은 실력이 한 수 위라서 유리선금을 가지고 수많은 천교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너무 심한 상처를 입은 탓에 결국은 한 별에서 좌화하였다.좌화하기 전에 그는 유리선금이 있는 곳을 표기하였고 동시에 누가 지도를 건드리면 바로 성공 전장에 들어온 명씨 가문의 수사에게 알릴 수 있는 금제를 설치했다.잠깐 동안 이 보물지도 위의 내용을 다 본 후 이태호는 다시 고개를 들자 옆에서 아직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채유정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태호의 놀라운 표정을 본 채유정은 불쾌하게 콧방귀를 뀌면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화난 표정을 본 이태호는 속으로 웃고 싶었다.보물지도 위에 표기한 물건이 진정한 보물이 있는 곳이니 보물지도를 내놓기 싫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이 보물은 영약이 아니고 별하늘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성신신철이 아닌 유리선금이었다.유리선금은 10대 선금 중의 하나로서 호도신병을 제작할 수 있는 특별한 보물이었다.성왕급 수사일지라도 가지고 싶은 보물이었다.온 창란 세계에서 각 종문 성지, 동황 세가, 대리황조 등만 호도신병을 가질 수 있는 세력이었다.한 호도신병을 가지고 있다면, 종문이 멸문지화를 당할 때 위급한 국면을 만회할 수 있었다.그러니 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끝까지 채유정을 뒤쫓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 보물지도를 조심스레 접은 후, 이태호는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이태호와 채유정은 하늘로 솟아올라 흐르는 빛으로 되어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후에 허공 틈새가 남아 있는 전장에서 갑자기 명씨 가문의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다.10며 명의 수사들이었는데, 대체로 웅장한 산처럼 팽배한 기운을 내뿜은 3급이나 4급 성자급 수사였다.그중에서 앞장선 청년은 더욱 강한 기운을 내뿜었는데 내공을 완성한 5급 성자 경지의 위압은 전장 주변의 남아 있는 지수풍화를 한순간에 붕괴시켰다.이 청년은 화려한 검은 장포를 입었고 장포에 금색 실로 구름 모양의 문양을 수놓았으며 자금(紫金)색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평소에 보면 분명 기품 있는 귀공자로 착각할 수 있으나 지금은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명씨 가문의 수사들이 전장의 부근에 도착한 후, 시신 절반이 남아 있는 명세정과 명서현을 보자 청년 명해성의 얼굴이 굳어졌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도망쳤어?...”명해성의 말투는 마치 빙원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처럼 냉랭했고 사람의 피부와 뼈를 긁은 칼처럼 섬뜩했다.그의 뒤에 있는 명씨 가문의 제자들은 현장에 남아 있는 두 사람의 시신을 본 후 일제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어느 놈이야!”“감히 우리 명씨 가문의 제자를 참살하다니!”“대체 어느 놈인지 간덩이가 부었구나!”“우리 명씨 가문을 물로 본 거냐!”“...” 명씨 가문의 수사들은 명서현이 죽기 전에 보낸 구원 요청 신호를 받은 후 곧장 달려왔지만 명서현과 명세정의 시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시신 잔해를 보니 그들이 어찌 격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곧 손에 들어올 보물지도가 또 날아갔다.동문 제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했지만 그들은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몰랐다.격노에 찬 가문 사람들을 보면서 명해성의 눈에서 서늘한 빛을 내뿜었다.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채유정은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라 절대로 명서현과 명세정 두 사람의 상대가 아니었다.분명 다른 사람이 관여해서 명서현과 명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