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어느 해외 도시.남자는 손에 든 사진을 슬쩍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올렸다.사진 속 여자는 정제된 미인이라는 말보다 흔하지 않은 분위기의 청초함이 눈에 띄었다.도무지 ‘SNS 필터 미녀’들과는 차원이 다른 얼굴이었다.‘이러니 형이 빠질 수밖에 없었겠지.’‘이 정도면... 음, 곱게 생긴 게 아니라, 곤란하게 생긴 거야.’남자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며 중얼거렸다.“삼겹살보다 맛있는 게 형수님 미소라더니... 진짜 틀린 말 아니야.”장난스러운 말투였다.“형, 형수님은 내가 접수할까? 이제부턴...
“나는 BS그룹의 회장으로서, 무엇보다 BS그룹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는 거지, 그게 누구든 간에.”부 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에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목에 핏줄이 도드라질 만큼 감정이 솟구쳤다.“제 능력, 할아버지가 인정하셨잖아요. 제가 BS그룹 들어온 지 2년, 단 하루도 소홀히 한 적 없고, 결과로도 증명해왔습니다.”부 회장은 냉랭한 시선으로 손자를 내려다보았다.“그건... 예전 얘기지.”“강현아, 너 요즘 번화테크 건으로 한 짓들, 내가 몰랐을 것 같으냐?”“아무 기준도 없
[밖에 계신 ‘그 도련님’, 회장님께서 본사 근무를 허가하셨습니다. 그것도 정식으로, 본사 발령입니다.][이번 일은 대표님께 대한 경고이자 메시지입니다. 여태까지 오신 길이 헛되지 않게 하시길 바랍니다.]‘그분’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강현 아버지의 사생아, 명목상 강현의 ‘동생’이었다.그동안 할아버지, 부태기 회장은 ‘그 손자’를 철저히 외면했다. 족보에도 올리지 않고, 집안 모임조차 참석을 금했다.그런데 지금 와서 본사 입성이라니?“진짜예요? 할아버지가 직접 허락했다고요? 그게... 언제부터입니까?”강
[그냥 내가 너희 집으로 이사 갈까? 출퇴근 같이하자, 그게 훨씬 안전할 듯.]지나가 걱정스러운 메시지를 보내자, 윤슬은 바로 음성 메시지로 답했다.[괜찮아. 굳이 오지 마. 사람 많은 데선 부강현도 함부로 못 해. 대신 나도 좀 조심할게. 혹시 누가 따라붙는지 확인해 봐야지. 걸리면 바로 증거로 딱 넘겨야 하니까.]그런데도 지나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그녀는 윤슬에게 매일 정시에 퇴근하라고, 다신 야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아니면 자기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고, 최악의 경우엔 그냥 경안 선배에게 부탁하라고까지 했다.윤
‘소윤슬이 받은 투자금을 그냥 주경안한테 넘겨서 회사를 차리게 해줬다고?’도빈은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만큼 주경안을 믿었다는 뜻이었고, 그 신뢰는 보통 사이에선 나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그냥 오래된 친구라서 그런 건가? 주경안이 혼자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그때, 지나에게서 메시지 한 줄이 더 도착했다.[그리고 말이야, 그 투자 조건엔 윤슬이 부강현이랑 2년간 결혼해야 된다는 조건도 붙어 있었어.]그 문장을 본 순간, 도빈의 손이 멈췄다.눈동자에 잠깐의 놀람이 스쳤다.도빈은 이제서야 윤
“깨어나면 바로 감금 조치해. 지금처럼 감정에만 휘둘릴 거라면, 일도 할 필요 없다.”부 회장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강현이 아비가 전에 몇 번이나 그 사생아를 본사로 보내보자고 했었지? 허가해.”그 말에 박문강은 두 눈이 커졌다.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회장님, 너무 성급하신 말씀 아닙니까? 도련님도 잠시 실수하신 것뿐이고, 업무에 큰 차질이 있었던 건 아니잖습니까.”박문강은 급히 말했다.‘회장님이 원래 계획했던 후계자는 오로지 강현 도련님 한 명이었는데...’‘이제 와서, 그 ‘도련님’을 다시 불러들이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