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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변화(12)

Author: 유소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4 13:59:44

나갔다가 돌아온 태건의 손에는 죽 봉투가 담겨 있었다. 순간 어젯밤의 사건이 떠오른 채원이 기겁하며 그를 바라봤다.

“또 많이 사 온 거 아니죠?”

채원의 물음에 태건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나만 샀어.”

그의 말에 채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는 담당의를 통해 병원 사람들에게 죽을 나눠주면서 겨우 처리했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의 양을 사왔다면 그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도하는 채원을 보며 픽 웃던 태건은 식탁으로 걸어가 봉투를 내려놨다. 죽이 담긴 용기와 곁들일 반찬까지 내려놓고, 손을 대 온도를 확인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채원을 바라봤다.

“얼른 와서 먹어.”

태건의 말에 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다가갔다.

의자에 앉자, 태건은 그녀의 앞에 수저를 내려놓고 반찬들이 담긴 용기도 하나씩 뚜껑을 열었다.

채원은 태건을 흘깃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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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84화. 한밤의 꿈(12)

    입술을 잘근 물던 채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많이 피곤해 보이니까, 자신을 간호해 줬던 것도 있으니, 그 빚도 갚을 겸 조금만 기다리기로 했다.단지 그 이유였다. 깊이 잠들었으니 조금 있으면 팔에 힘도 풀릴 것이고, 그때 조용히 빠져나가면 됐다.그렇게 생각하며 채원은 불편하게 꺾여 있던 몸을 아주 조금 움직여 자세를 고쳐 잡았다.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태건이 채원의 허리를 더 끌어안았다.“…….”이 이상 밀착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태건의 몸이 너무 가까이 붙어 버렸다.채원은 다시 얼굴이 홧홧해지는 걸 느꼈다.“…… 진짜 자는 거 맞지?”혹시나 싶어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채원은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가슴께를 바라봤다.조금만 기다리자, 정말 조금만.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있으니, 규칙적인 숨소리와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고요한 거실에 울려 퍼지는 일정한 소음 때문일까, 아니면 피부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온기 때문일까.채원은 저도 모르게 몸에 들어갔던 힘을 조금씩 풀었다.어느새 조금만 기다리자던 생각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눈꺼풀도 조금씩 무거워졌다.그렇게 밤이 깊어지는 사이, 소파 위에는 서로를 끌어안은 두 사람의 고른 숨소리만이 나란히 이어졌다.* * *커튼 틈 사이로 아침 햇빛이 천천히 스며들었다.눈부신 느낌에 태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하던 시야가 선명해지면서 태건은 미간을 좁힌 채 주변을 둘러봤다.처음엔 자신이 어디에서 잠든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거실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태건은 저릿한 느낌에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순간 태건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저릿하던 팔의 감각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품 안에 채원이 잠들어 있었다.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잠이 든 그녀가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다.태건은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던 찰나, 어젯밤의 기억이 조금씩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83화. 한밤의 꿈(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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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81화. 한밤의 꿈(9)

    “…… ㅇ, 왜.”손을 잡고 살피던 채원이 고개를 들어 태건을 바라봤다. 아까까지 올라가있던 입꼬리가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왜긴요. 상처 봐야죠.”채원이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당연한 걸 묻고 있냐는 눈빛이었다.“장 비서가 알아서 잘했을 텐데.”태건의 말에 채원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응급처치라면서요. 제대로 소독하고, 상처도 어떤지 봐야 할 거 아니에요.”채원의 말에 태건은 입술을 꾹 닫았다. 아까까지 신나게 놀릴 땐 언제고, 갑자기 조용해진 모습에 채원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먼저 알아서 상처를 보여줄 생각은 없는 모습에, 채원은 잡았던 손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 있어요.”당부하듯 말하며 그녀가 몸을 돌렸다.태건은 채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내려 제 손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을 꽉 잡던 그녀의 손길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채원이 작은 구급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소파 앞 테이블에 상자를 내려놓은 그녀가 태건을 바라봤다.“여기 앉아요.”태건은 순순히 소파에 앉았다. 채원은 그의 옆에 앉아 구급상자를 열었다. 소독약과 거즈를 꺼내놓은 뒤, 태건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왔다.“풀게요.”“응.”채원은 조심스럽게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몇 겹이나 감겨 있던 붕대가 하나씩 풀리고, 이내 안쪽에 가려져 있던 상처가 모습을 드러냈다.상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었다. 다행히 지훈이 응급처치를 잘한 건지, 피는 멎은 상태였지만 안쪽의 붕대는 스며든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태건의 상처를 살핀 채원이 미간을 좁혔다.“이걸 병원도 안 가고…….”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제 손을 붙잡고 있는 채원을 내려다봤다.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상처를 바라보는 얼굴이 지나치게 진지했다.소독약을 묻힌 거즈를 집어 든 채원이 조심스럽게 상처 주변을 닦기 시작했다.“아프면 말해요.”“괜찮아.”“괜찮다고 하지 말고, 아프면 말해요.”채원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80화. 한밤의 꿈(8)

    “그나저나 장 비서가 알면 되게 실망하겠네. 윤채원이 평소에 자기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 줄 모르고 있을 텐데.”태건의 말에 채원이 다급하게 고개를 들었다.“이게 다 태건 씨 때문이잖아요!”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그녀에 태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내가 뭘?”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당당하다고 해야 할지. 채원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에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내가 뭘이라뇨? 태건 씨가 말을 똑바로 했으면 나도 오해를 안 했잖아요!”“글쎄. 오해라는 것도 평소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 나오던데.”태건의 말에 채원이 입을 꾹 다물며 그를 노려봤다. 나름 위협이라고 생각하며 한 행동이었지만, 태건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그래도 계속 놀리면 화내겠지.’위협이라기엔 가당치도 않았지만, 태건은 그녀의 심기를 맞춰줄 겸 미안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사과라기엔 입가에 희미하게 걸려있는 미소가 탐탁지 않았지만, 채원은 작게 숨을 내뱉으며 태건의 손을 바라봤다.“아무튼. 이건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데요?”채원의 물음에 태건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그냥. 오늘 현장 나갔다가 거기서 다쳐서 장 비서가 응급처치해 준 거야.”덤덤하게 말하는 태건과 달리 채원은 당황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현장에서 다쳤다고요? 무슨 현장?”“건설사 현장. 회장님이 한 번 갔다 오라고 해서…….”“근데 붕대로 끝낸 거예요?”채원의 언성이 높아졌다. 갑자기 또 화를 내는 모습에 태건은 두 눈을 깜빡거렸다. 대체 어느 지점에서 또 화가 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병원 갈 시간이 없으니까.”태건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당연함에 채원은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병원 갈 시간이 없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그게 말이 돼요? 다친 사람이 무슨 병원 갈 시간도 없어요!”“현장 갔다가 곧바로 미팅 갔어야 했거든.”“그러면 미팅 시간을 미루면 되잖아요!”“그거 끝나면 또 다른 미팅이 있어서.”“날짜를 바꾸든가!”“날짜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79화. 한밤의 꿈(7)

    한참을 말없이 바라만 바라보다, 태건이 먼저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그 모습에 조용하던 주변의 소음이 다시 귓가에 울리고, 채원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방금까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다시 곱씹으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들이었다.아무래도 뭐에 홀리거나, 이제 정말 미치기라도 한 건가 싶던 순간이었다.“윤채원한테는 지금 이것들이 다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겠지.”“…….”태건의 말에 채원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언제 다 먹은 건지, 태건은 빈 막대기를 손에 쥐고 공원에 나온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 혼자 노래를 듣는 모습,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태건을 따라 사람들을 바라보던 채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언제부터 보고 있던 건지,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그래도 나쁘지 않지?”채원을 보며 태건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채원은 그런 태건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뭐가 이상하고 뭐가 나쁘지 않다는 건지. 이 남자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기는 하는 걸까. 분명히 모를 텐데, 알 리가 없는데도 채원은 그가 꼭 제 마음을 다 알고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이상함에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채원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나쁘지 않기는요. 이상하기만 한데.”고개를 돌린 그녀가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태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작게 미소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옆에서 들리는 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채원은 괜히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물었다.조금 전까지는 별맛이 느껴지지 않던 아이스크림이, 이상하게 지금은 꽤 달게 느껴졌다.* * *야밤의 외식 사건 이후, 며칠동안 먹었던 죽도 일반식으로 변경되기 시작했다.가정부는 드디어 보양식을 챙겨줄 수 있겠다며 들떠했고, 태건은 별 반응은 없었지만 더 이상 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조금 안도감을 보이는 듯 했다.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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