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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자업자득

작가: 뚜리
모든 것을 해결하고, 강윤아는 아직도 은찬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권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권재민은 강윤아를 대하는 태도는 은찬을 대하는 태도보다 훨씬 냉담했지만 그래도 예의는 유지했다.

강윤아는 그런 그의 냉담함을 일찍이 예상했다.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으니 제가 밥 한 끼 사드릴까요?”

“죄송합니다.”

권재민은 은찬의 손을 풀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바라보았다.

“제가 낯선 사람과 밥을 같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요.”

강윤아는 비록 자신이 권재민 같은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권재민이 직접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난감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긴, 권씨 그룹 대표가 못 먹어본 음식은 없겠지. 감히 권재민 앞에서 밥을 사겠다고 하다니••••••, 어리석어도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었다.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권재민에게 굳이 밥을 사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딱 봐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은찬은 도대체 무슨 요령으로 권재민과 이렇게 친해진 걸까? 혹시 은찬에게 무슨 다른 매력이 있는 건 아닐까?

권재민은 말을 마친 후, 강윤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바로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 그가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강윤아는 은찬을 데리고 유치원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눈을 파는 사이, 은찬은 곧장 권재민의 차에 따라 올라탔다.

“은찬.”

강윤아는 당황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권재민은 은찬을 귀여워하고, 그를 어느정도 봐주긴 했지만, 그가 이렇게 함부로 권재민의 차에 올라타는 것은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만약 은찬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권재민의 화를 돋군다면 정말 큰일이었다.

은찬은 마치 강윤아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은찬은 다급히 차 문을 닫았다.그녀는 제자리에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급히 걸어가 은찬을 불러내려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몇 걸음 발을 내디뎠을 때, 권재민의 차에서 훤칠한 두 명의 경호원이 내렸다. 선글라스를 낀 두 경호원들은 말없이 그녀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멈춰섰다. 더 이상 권재민의 차에 다가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강윤아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차 안의 인기척은 전혀 들을 수 없었고, 그녀는 은찬이 권재민의 차에 올라타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강윤아는 초조한 마음으로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경호원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은찬아, 은찬아. 엄마 말이 들리면 빨리 차에서 나와.”

강윤아는 밖에서 그렇게 한참을 외쳤다. 그녀는 마침내 차창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고, 은찬이가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차창을 통해 강윤아는 권재민이 은찬의 옆에 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위치만 보일 뿐, 그들이 무얼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엄마, 전 게임을 하고 있어요. 시끄럽게 방해하지 마세요.”

은찬은 다급히 말하고는 다시 차창을 닫았다. 강윤아는 마음이 조급하고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고작 게임을 하기 위해 강윤아를 밖에 내팽개치다니••••••, 강윤아는 집으로 돌아가서 반드시 은찬을 호되게 혼낼 거라고 다짐했다.

강윤아는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밖에서 기다리다가 몇 번이나 차문을 열고 은찬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두 경호원은 너무 위압적인 탓에 감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은찬은 마침내 차 문을 열고, 고급 차에서 걸어나왔다.

“엄마,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방금 아저씨랑 같이 게임을 했는데 아저씨가 계속 제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은찬에게 조금의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자 강윤아는 버럭 화를 냈다.

“아직도 여기에 있냐니? 네가 지금 남의 차에 얻어 탔는데 내가 마음 놓고 편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강윤아의 노여움을 이제야 눈치챈 은찬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보니 일이 좀 심각해진 것 같았다.

“엄마, 아저씨가 나쁜 사람도 아닌데 뭘 그렇게 걱정해요?”

강윤아는 권재민을 쳐다보았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이렇게 믿다니••••••, 권재민이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건지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게임도 끝났으니 나랑 집에 가도 되겠지?"

강윤아는 은찬의 손을 잡고 그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내 강윤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던 은찬은 갑자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은찬아, 너••••••.”

“엄마, 전 아저씨랑 이따 밥 먹고 갈 테니까 먼저 들어가세요.”

은찬은 마치 권재민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는 듯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꽤 진지한 은찬의 표정에 강윤아는 순간, 권재민에게 아들을 빼앗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윤아는 아직도 권재민이 완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와 은찬은 친척도 친구도 아닌데, 굳이 은찬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은찬은 권재민을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심지어 그를 완전히 믿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강윤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일부러 은찬에게 겁주며 말했다.

“은찬, 넌 이렇게 쉽게 낯선 사람을 믿는 거야? 그 아저씨는 나쁜 사람일지도 몰라. 만약 너를 유괴해서 엄마가 너를 영원히 못 찾으면 어떡해?”

그녀의 말에 은찬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눈을 희번덕이며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옆에 있는 차를 가리켰다.

“저것 좀 보세요. 저 차는 2백 억이 넘어요. 저를 팔아도 그만큼한 돈이 나오지도 않겠는데 아저씨가 왜 저를 유괴하겠어요?”

“••••••.”

강윤아는 은찬이 이렇게 똑똑할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그녀의 말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럼에도 강윤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무슨 말을 할지 계속 생각했다.

걱정어린 강윤아의 모습에 은찬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엄마, 안심하세요. 아저씨는 믿을 만 해요. 같이 밥 먹는건데 다른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강윤아는 여전히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 괜찮아요.”

은찬은 강윤아를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으니,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얼른 병원에 다녀오세요. 저녁에 아저씨가 저를 데려다 줄 테니 걱정 마시고요.”

말을 마친 후, 은찬은 강윤아를 향해 윙크를 했다.

“제가 이렇게 똑똑한데도 엄마가 저를 믿지 않는다면, 제 체면이 너무 말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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