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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구세주의 도착

강윤아는 멍한 표정으로 은찬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감히 엄두도 못 낼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설마•••••• 은찬이가 감히 그 전설적인 권씨 그룹의 대표를 불렀기야 했겠어?’

유치원 선생님은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이 얼마나 믿음직한 구세주를 불러올 수 있을지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어서 여기를 떠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에 가서도 피해를 보는 건 두 분이예요. 은찬이 어머니께서 직접 말해보세요. 맞죠?”

유치원 선생님은 두 손을 가슴에 대고 강윤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강윤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이제야 권력과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혼자 이런 굴욕을 당한거라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은찬까지 연루되어 그녀와 함께 억울함을 당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은찬은 그녀의 팔을 흔들며 그녀에게 윙크를 했다.

“와.”

그때, 사무실 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아는 다소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렸다. 유치원 선생님은 현관으로 와서 밖을 내다보며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한 대의 고급차가 유치원 입구에 천천히 멈추었다. 그러다가 차 안에서 훤칠한 한 남자가 내렸다. 온몸에서 고귀한 기품이 줄줄 흘렀다. 그는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모종의 위협감을 주었다.

“엄마, 저기 보세요. 제 구세주가 도착했어요.”

은찬은 약간 흥분해서 권재민에게로 달려갔다.

조금 전 강윤아가 유치원으로 오기 전, 은찬은 몰래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의 부름에 권재민은 한번에 바로 오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비록 억울한 얼굴이었지만 은찬은 속으로 기세가 등등했다.

“무슨 일이야?"

권재민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은찬의 머리를 툭툭 치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

두 사람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강윤아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마치 원래 한 집안 식구처럼 말이다.

“저 아이가 제 휴대폰을 빼앗아가고 바닥에 내려치기까지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 저한테 먼저 싸움을 걸었어요.”

은찬은 입을 삐죽거리며 권재민에게 억울함을 털어놓았다.

그는 가엾은 표정을 지으며 권재민을 힐끗 쳐다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다 제 잘못이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권재민은 은찬의 말을 듣고 마치 그를 위로하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은찬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가자, 같이 가서 선생님께 제대로 잘 말해보자.”

잠시 후, 권재민은 은찬의 손을 잡고 선생님 쪽으로 걸어갔다.

권재민이 나타난 순간, 선생님은 이 남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이 남자가 은찬의 아버지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것을 보고, 선생님은 당연히 권재민이 은찬의 아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더욱 두려워졌다.

그녀는 처음에 강윤아와 은찬이 호락호락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

두 사람의 구세주인 권재민은 권력과 지위를 모두 갖춘 사람같아 보였다. 보아하니, 방금 자신이 보호해줬던 그 아이보다 가정 형편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권재민이 그녀 앞에 다가왔을 때, 그녀의 이마에는 이미 약간의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 이 일은 정말 아버님댁 아이가 먼저 사람을 때렸어요. 제가 이렇게 처벌하는 것도 규칙에 따라 행동한 것입니다.”

그 말에 권재민은 바로 정색했다.

“우리 아이는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건••••••, 아버님. 도리를 따져야죠. 아버님 집 아이가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모함해서는 안 됩니다. 보세요, 저도 증인이에요. 아니면 당사자끼리 합의해서 체벌을 피하는 건 어때요?”

선생님이 말했다.

권재민은 문득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여기 교실마다 CCTV가 있는 것 같던데 cctv를 확인하면 모든 일이 다 명확해지지 않나요?”

그러자 선생님의 얼굴에 잠시 당황스러움이 스쳐갔다.

“아이들끼리의 장난일 뿐인데, 일을 그렇게 심하게 키울 필요는 없죠.”

그 말에 권재민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불쾌한 뉘앙스로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미 분명히 말했습니다. 오늘 CCTV를 증거로 제시하지 않으면 제가 책임지고 이 유치원을 다신 운영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난폭한 해결방식에 강윤아는 어리둥절해 하며 새삼 감탄했다.

‘역시 권세 있는 사람은 일을 처리하는 게 참 다르다니까?’

그녀는 이전에 이런 일처리 방법에 대해 사실 반감을 가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권재민이 은찬을 대신해 싸워주는 모습에 그녀는 권재민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강윤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은찬은 권재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권재민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은찬의 귀에 몸을 가까이했다.

“이번에는 제가 아저씨한테 신세를 진 셈이니, 나중에 제가 반드시 아저씨를 게임에서 1등하게 만들어 줄게요.”

강윤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다가 은찬의 말을 듣고 순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은찬이 게임을 잘하는 건 맞지만, 권재민도 게임을 하긴 하는 것일까? 그는 전혀 게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선생님은 지금 완전히 당황해서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원장 선생님께서 오셨어요.”

그때, 선생님의 얼굴은 공포로 뒤덮였다.

“무슨 일이야?”

원장님은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고 얼굴빛이 어두워보였다.

그러자 소반 선생님은 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

“원장님,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여기 일은 저 혼자 처리하면 되는데요.”

원장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소반 선생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권재민을 향해 정중하게 일의 경위를 설명 받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원장은 손을 내저으며 두말없이 CCTV를 확인하게 했다.

“그렇다면 어서 CCTV를 확인해보세요.”

 CCTV를 확인하니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고, 은찬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소반 선생님은 구석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장님, 보아하니 원장님은 사리에 밝은 사람인 것 같은데 무책임한 선생님을 한 명 고용해서 어떻게 다른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권재민은 소반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며 원장에게 말했다.

그러자 원장의 표정도 매우 엄숙해졌다. 첫째는 눈앞의 이 남자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둘째는 이번일은 확실히 소반 선생님의 일처리에 문제가 있었으며, 셋째는 소반 선생님을 계속 유치원에 남겨두면 그들의 유치원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걱정 마세요. 지금 바로 해고하겠습니다.”

“원장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않겠습니다."

소반 선생님이 다급하게 원장을 찾아와서 사정했지만 원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권재민은 다시 원래의 '피해자'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 거짓말쟁이를 원장님은 또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일주일 동안 유치원 청소를 시키고, 은찬이가 그걸 감독하게 하는 건 어때요?”

권재민은 고개를 숙여 은찬을 한 번 슥 쳐다봤다. 은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원장의 말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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