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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집을 사다

결국 강윤아는 은찬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그가 권재민과 함께 떠나도록 내버려두었다.

저녁, 강윤아는 아무리 기다려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은찬 때문에 내내 불안해했다.

그녀가 소파에 한참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강윤아는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뛰어갔다. 문을 열어보니 은찬은 그녀를 향해 환히 웃고 있었다. 은찬의 뒤에 권재민이 서 있었다.

“엄마, 제가 꼭 제시간에 맞춰 집에 가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걱정하는 거예요?”

은찬이 중얼거렸다.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

강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냉담한 표정으로 권재민을 바라보았다.

“은찬이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권재민의 목소리도 한없이 냉랭했다.

강윤아에 의해 억지로 집 안으로 끌려들어온 은찬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권재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조심히 가세요.”

그러자 권재민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강윤아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이 남자••••••, 웃는 것도 참 예쁘네.’

“안녕.”

권재민은 은찬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권재민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강윤아는 은찬을 끌고 소파에 앉히며 물었다.

“너 무슨 사고라도 일으킨 건 아니지?”

그러자 은찬은 시치미를 뚝 뗐다.

“엄마, 저를 뭘로 보는 거예요? 제가 사고나 치고 다니는 아이로 보이세요?”

“아니, 그건 아니지.”

한편, 권재민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 동네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윤 실장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긴장한 듯 물었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이 동네 환경이 그닥 좋지 않아.”

권재민이 말했다.

윤 실장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는 순간,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떠날까요?”

“집 한 채를 장만해.”

권재민이 말했다.

“네? 집을요? 집을 사서 뭐하시려고요?”

“은찬에게 주려고.”

권재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권재민의 행동에 윤 실장은 깜짝 놀랐다. 그의 최근 행동에 대해 윤 실장은 물론이고, 다른 비서들도 의혹을 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권재민은 원래 어린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을 피하려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유독 은찬에게만큼은 달랐다. 그가 진심으로 은찬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윤 실장은 원래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 아이가 게임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권씨 그룹 계열사가 최근에 마침 게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어서 어쩌면 권재민이 그래서 더욱 그 아이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권재민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강윤아의 집 문을 두드렸다.

“아저씨가 다시 돌아온 거 아니예요?”

은찬이 물었다.

강윤아는 좀 이상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으니 누구도 그들이 여기에 사는 줄 모를 것이다.

문을 열자, 평생 만나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이 강윤아의 눈에 들어왔다.

박미란과 강수아였다.

“여긴 어떻게 왔어?”

강윤아의 안색이 한껏 굳어졌다.

“미안하지만, 여기는 두 사람을 환영하지 않아. 얼른 돌아가.”

말을 마친 강윤아는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강수아가 재빨리 막아섰다.

“언니, 우린 그냥 옛날 얘기를 하러 온 건데 그렇게 무정하게 굴지 마.”

그러자 강윤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난 너희같은 파렴치한 사람들과 할 얘기 없어.”

강수아도 그녀의 말에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이 생각나서 자세를 맞추고 말했다.

“언니, 이게 다 언니를 위하는 거야.”

그때, 박미란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강윤아, 너는 지금 네 어머니를 돌봐야 하지? 혼자서 그렇게 많은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네가 고생이 참 많아. 이렇게 하자, 네가 그 계약서에 싸인한다면 내가 너한테 1억 원을 보상해 줄게. 그 돈으로 우리를 방해하지 말고 평생 네 어머니랑 잘 지내는 거야. 어때?”

그녀의 말에 강윤아는 냉소했다. 두 모녀는 정말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뻔뻔했다.

“고작 1억원이요? 겨우 1억원 가지고 제가 그 계약서에 싸인 할 것 같아요? 제 어머니가 당신들한테 무차별하게 당하고 집에서 쫓겨났을 때, 엄마는 1억은 커녕 1원도 받지 못했어요. 전 절대 계약서에 싸인 못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여기에서 나가세요.”

강윤아의 말에 강수아와 박미란의 표정을 한껏 굳어졌다.

“뻔뻔하게 굴지 마.”

강수아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언니한테 1억원을 보상해 주겠다면 언니는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언니가 어떤 상황인지 봐봐. 저번에 저 사생아 아빠라고 거짓말한 남자가 누군지 내가 정말 모를거라고 생각해?”

강수아는 천천히 강윤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고작 언니 꼴로 부잣집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 언니는 거울도 안 보나봐? 언니 지금 모습을 봐. 정말 웃겨. 만약 언니가 우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니가 그깟 1억 원도 받지 못하게 할 수 있어.”

강윤아의 얼굴에 싸늘한 기색이 비쳤다.

“난 너희들과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어.”

“이 나쁜 놈들,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말고 썩 꺼져. 빨리 꺼지라고.”

그때, 줄곧 강윤아 뒤에 서 있던 은찬이 오히려 강윤아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너••••••.”

강수아는 아직 덜 큰 꼬마가 감히 자기 앞에서 위세를 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 했다.

그 모습에 강윤아는 바로 강수아에게 달려들어 은찬을 보호했다. 그 바람에 강윤아는 강수아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말았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진 강수아는 입가에 통증을 호소했다. 손으로 만져보니 빨간 핏자국이 묻어났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강수아는 버럭 화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박미란은 강수아가 다친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냈다. 두 사람은 화가 잔뜩 난 상태로 강윤아에게 다가갔다. 오늘, 두 모녀는 그들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강윤아는 은찬을 품에 꼭 안았다. 강윤아 혼자, 혼자라면 몰라도 두 사람은 무리였다. 그녀는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때, 문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두 번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누군가 한 번에 박미란과 강수아를 제압했다.

“누구야? 빨리 날 놔줘.”

강수아가 날카롭게 욕설을 퍼부었다.

강윤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리둥절해졌다.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니 두 사람은 바로 권재민의 경호원들이었다.

강수아의 외침에 경호원들은 더욱 힘껏 그녀를 제압했다.

“악, 아파. 아파. 이거 놔.”

“수아야.”

박미란은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경호원에게 덜미를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윤아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당장 여기에서 나가.”

그러자 경호원은 즉시 두 사람을 풀어주었다. 강수아는 그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빨리 꺼지지 못해?“

경호원이 엄하게 꾸짖었다.

그러자 강수아는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며 박미란과 함께 서로를 부축하며 허겁지겁 이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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