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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엘의 피를 알아본 문

Auteur: 유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11 12:06:41

딸깍.

기록실 가장 안쪽.

수백 년 동안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것처럼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 철제 보관함의 문이 아주 천천히 벌어졌다.

세레나는 숨을 멈췄다.

누가 손을 댄 것도 아니었다.

라시엘은 그녀의 바로 옆에 있었고, 그의 손은 검 손잡이 위에 올라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보관함에서 적어도 다섯 걸음은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끼이익—

묵직한 철문이 조금 더 열렸다.

틈 사이로 은빛 빛이 흘러나왔다.

마력.

그런데 이상했다.

라시엘에게서 느껴지는 거칠고 차가운 마력과는 전혀 달랐다. 공격자의 검에서 흘러나오던 검고 탁한 마력과도 달랐다.

따뜻했다.

마력에 온도가 있을 리 없는데.

세레나는 이상하게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

왼쪽 손목이 뜨거워졌다.

세레나가 반사적으로 손목을 감쌌다.

“세레나?”

라시엘이 즉시 그녀를 돌아봤다.

“왜.”

“손목이…….”

세레나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상처도.

붉어진 흔적도.

그런데 피부 아래에서 뜨거운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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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그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내 이름이 아직도 리디아 브리엘로 기록되어 있습니까?」금속 상자의 뚜껑에 남은 문장을 읽은 뒤에도 세레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외할머니의 이름이라고 들었던 리디아 브리엘. 로웬은 이전 관찰자가 남긴 기록의 필체를 보고 세레나가 어릴 때 연구 노트 쓰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의 글씨라고 했다. 연구소 기초 표본실에서 발견된 상자에도 L. BRIEL이라는 표기가 남아 있었다.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단서가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오히려 조심해야 했다.“하인츠 소장님. 아직 상자 열지 마세요.”이미 관찰자 권한으로 개방을 선택했던 하인츠가 멈췄다.“왜?”“뚜껑이 열리는 것과 안쪽 기록을 재생하는 건 별개일 수 있습니다.”세레나는 화면을 확대했다.“렌, 상자 자체에 자기 인식 회로나 생체 기록이 있습니까?”『없어. 기록 장치만 있어.』“외부 제4회로 연결.”『0.』“BRIEL-01 접근.”잠시 뒤 렌이 대답했다.『차단돼 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상자가 자체적으로 차단한 겁니까?”『응. 오래전에 설정됐어.』“누가.”『OBSERVER.』하인츠가 자신의 관찰자 권한 표시를 내려다봤다.세레나는 바로 물었다.“현재 관찰자입니까?”『아니. 이전.』그렇다면 적어도 이 상자를 남긴 사람은 BRIEL-01이 기록을 덮어쓸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세레나는 관찰일지를 펼쳤다.「L. BRIEL 상자: 이전 OBSERVER 권한으로 봉인. BRIEL-01 접근 거부 설정.」그 아래에는 더 크게 적었다.「L. BRIEL = 리디아 브리엘이라고 아직 확정하지 않음.」로웬이 그 문장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글씨를 알아봤는데도?”“필체가 같다는 건 중요한 증거예요. 하지만 같은 필체를 사용한 기록이라는 것과 작성자의 신원이 완전히 같은 문제는 아니니까요.”“그래.”“외할머니가 직접 썼을 수도 있고, 외할머니의 필체를 복제한 기록일 수도 있고, 같은 기록법을 배운 사람이 비슷하게 썼을 수도 있습니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듣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

    「REMOVE ACCESS KEY : INITIATED」「CURRENT OBSERVER : HEINZ BELLOA」수정구 너머 하인츠의 얼굴이 굳었다.세레나 역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조금 전 머릿속을 스친 ‘없애려 한다’는 표현부터 곧바로 수정했다. REMOVE ACCESS KEY가 사람 자체를 제거한다는 뜻인지, 관찰자 권한만 회수한다는 뜻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고대 시스템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시대와 기능에 겹쳐 사용했고, 번역 과정에서도 의미가 달라졌다. 위험한 상황일수록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끔찍한 해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제 실행 대상을 분리하는 것이었다.“렌, 실행 대상부터 확인해 주세요. 하인츠 벨로아의 생체 회로입니까, 기억입니까, 아니면 OBSERVER 권한입니까?”렌의 빛이 빠르게 흔들렸다.『잠깐만. 깊어.』“직접 연결하지 말고 외부 명령층만 읽으세요.”『응.』라시엘은 세레나 옆에 선 채 수정구 너머 연구소 외곽을 살폈다. 황실 기사들이 하인츠를 중심으로 넓게 거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지금 상대가 고대 시스템이라면 검이나 방패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하인츠를 더 멀리 빼내는 건?”“아직요.”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물리적 위치가 실행 조건인지도 모릅니다. 괜히 움직였다가 관찰자 연결이 끊기면 오히려 시스템이 ‘응답 불능’으로 판단할 수도 있어요.”라시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또 응답 불능인가.”“그래서 먼저 묻는 겁니다.”세레나는 하인츠를 봤다.“소장님. 현재 몸에 이상 있습니까?”“없네.”“두통, 기억 혼란,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증상, 손발 감각 저하, 시야 변화는요?”하인츠는 잠시 자기 상태를 확인했다.“없어.”“벽에서 소리가 들립니까?”“지금은 안 들리네.”“관찰자라는 말을 보기 전과 후로 기억이 달라진 부분은요?”“없다.”좋다.현재까지는 직접적인 생체·기억 공격 반응이 없다.렌의 분석 결과가 올라왔다.『찾았어. RE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거부가 많으면 답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ERROR : TOO MANY VALID REFUSALS」열두 개 노드에 동시에 떠오른 문장은 분명 통쾌했다.적어도 카른에게는 그랬다. 그는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고대 시스템도 당황하는군요.”그러나 세레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조금 전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도 이미 사라졌다. BRIEL-01의 우회 명령이 실패했다는 건 좋은 결과였지만, ‘실패했다’와 ‘멈췄다’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더구나 상대는 수천 년 동안 당사자의 거부를 오류로 분류해 온 자동 시스템이다. 예상하지 못한 입력이 들어왔다고 해서 순순히 포기할 거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렌, BRIEL-01 실행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실패 문구만 보지 말고 다음 행동 대기열까지요.”『확인할게.』렌의 빛이 빠르게 깜빡였다. 라시엘은 검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세레나 곁을 지켰고, 카시안과 루시안은 각자 제2심장의 공명을 확인했다. 연구실 아래의 이름 없는 존재도 더는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잠시 뒤 렌이 결과를 띄웠다.「PRIMARY OVERRIDE : FAILED」「VALID REFUSALS : 11」「CONFLICT RESOLUTION : PENDING」「SYSTEM OBJECTIVE : ACTIVE」카른의 표정이 굳었다.“목적은 그대로군요.”“네.”세레나는 마지막 문장을 가리켰다.「RESTORE THE FIRST HEART」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돌린다. 제2심장을 분리 이전의 상태로 회수하고, 경계를 원래대로 복구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 존재의 거부는 오류로 처리한다. BRIEL-01이 실패했어도 목적 자체가 남아 있는 한 시스템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세레나의 시선은 다른 곳에서 멈췄다.“열한 명?”조금 전 거부 의사를 밝힌 존재를 다시 셌다. 세레나, 이름 없는 존재, 아르젠-1, 루시안, 렌, 아델, 세린, 루시, 에블린, 카시안, 라시엘.열한.숫자는 맞는다.문제는 시스템이 이들을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최초의 브리엘이 거부를 무시한 것은 아닙니다

    「APPROVAL AUTHORITY : BRIEL-01」복원된 문장을 본 사람들 중 누구도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세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충격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이미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승인 권한이 브리엘-01이라고 적혀 있다는 사실은 분명 중요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최초의 브리엘이 당사자의 거부를 무시하고 분할 실험을 승인했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빈칸이 너무 많았다.무엇보다 지금까지 확인한 브리엘의 원래 기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브리엘은 타인의 선택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문을 열어 주는 사람도 아니었다.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외부의 개입을 막고, 원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에 거부할 수 있도록 경계를 보관하는 역할이었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부터 그 역할이 정반대로 사용됐다는 건 설명이 필요했다.세레나는 화면을 확대했다.“렌. ‘APPROVAL AUTHORITY’가 승인한 사람의 이름을 뜻합니까, 아니면 사용된 권한을 뜻합니까?”『권한.』“확실합니까?”『응. ACTOR 항목이 따로 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그 항목은요?”렌이 오래된 기록의 구조를 다시 읽었다. 몇 초 뒤 화면 아래에 지금까지 접혀 있던 영역이 하나 더 나타났다.「ACTOR : DATA LOST」카른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누가 승인했는지는 모르는 겁니까?”“현재 기록만으로는 그렇습니다.”“하지만 브리엘 권한을 사용한 건 맞고.”“네. 그것도 아직 ‘브리엘 본인이 사용했다’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세레나는 곧바로 마티아스를 봤다.“마티아스. 권한 복제가 가능합니까?”“현재 기술로도 가능해. 어렵지만.”“고대에는요?”“더 쉬웠을 수도 있다.”“왜죠?”“역할과 사람을 지금보다 덜 구분했으니까.”마티아스가 연구실 아래의 검은 공간을 바라보며 설명했다.“오래된 시스템에서 권한은 개인에게 붙는 게 아니라 회로 형태에 붙어 있었어. 특정 경계 회로를 가진 사람이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원본이라고 주인이 되는 건 아닙니다

    루시안의 말이 떨어진 뒤에도 세레나는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제2심장이 처음 잘려 나온 원본.’그 표현은 충분히 위험했고, 화면에 떠오른 「FIRST HEART : ACTIVE」라는 문구도 불길했다. 하지만 천이백 년 전 사람의 기억과 고대 시스템의 자동 번역만으로 눈앞의 존재를 모든 제2심장의 기원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세레나는 수정구 너머 연구실부터 확인했다.“황실 기사들은 건물 밖으로 완전히 철수했습니까?”클로드의 부단장이 답했다.“예. 연구소 정문 밖으로 이동했습니다.”“소장님도요?”“함께 있습니다.”“좋습니다. 이제 누구도 연구소에 접근하지 마세요. 마력 차단 결계도 건물에 직접 걸지 말고 외곽에서 설치해 주세요. 안쪽 신호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라시엘이 세레나의 옆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검은 공간 속 존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움직일 필요가 없어 보였다. 형체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얼굴과 몸의 경계가 흐렸고, 검은 밤하늘 같은 공간과 절반쯤 섞여 있었다.세레나는 렌에게 물었다.“생체 반응 있습니까?”『판정 불가.』“자기 인식은요?”『있다. 하지만 위치를 정할 수 없다.』“무슨 뜻이죠?”『저 사람 모양에만 있는 게 아니야. 방 전체에서 같은 신호가 나와.』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렇다면 사람 모양은 본체가 아닐 수도 있다. 의사소통을 위해 만들어 낸 투영일 가능성도 있다.“루시안.”세레나가 그를 돌아봤다.“‘원본’이라는 표현은 직접 확인한 사실입니까?”루시안은 아직 창백했다. 하지만 질문을 들은 뒤에는 천천히 호흡을 정리했다.“아니.”“누군가에게 들었습니까?”“기록에서.”“그 기록은 누가 작성했습니까?”루시안이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아르젠-1이 생기기 전 연구자들.”“그들이 FIRST HEART라고 불렀고요?”“당시에는 다른 말이었다. ‘처음 나뉜 심장’에 가까웠어.”세레나는 즉시 기록했다.「FIRST HEART = 현대 시스템 번역명. 원어 의미는 ‘처음 나뉜

  • 마물 연구원은 대공을 표본으로 삼았습니다   폐쇄된 연구실에서 문이 열렸습니다

    왕립 마물생태연구소.세레나는 화면에 떠오른 좌표를 세 번 확인했다.첫 번째는 위치 오차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는 아르젠-1에서 역추적한 신호가 정말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는 자신이 그 좌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기 위해서였다.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SOURCE LOCATION : ROYAL MONSTER ECOLOGY RESEARCH INSTITUTE」오차 범위는 반경 11미터.그 정도면 연구소 전체도 아니었다.세레나가 지난 6년 동안 사용했던 고대마물 생태연구실, 정확히는 가장 안쪽에 있는 표본 보관실과 겹쳤다.“제 연구실입니다.”라시엘의 표정이 굳었다.“정확히?”“네.”세레나는 손가락으로 좌표를 확대했다.“연구소 본관 서쪽 3층, 제 연구실 뒤에 붙은 표본 보관실입니다. 아르젠 관련 기록과 북부에서 수집한 토양, 털, 마력석 표본을 보관하던 곳이에요.”카른이 물었다.“그곳에 이런 장치를 두신 적은 없습니까?”“제가 모르게 제 연구실 바닥에 천이백 년 된 경계 장치를 설치했다면 그건 제가 둔 게 아닙니다.”“그건 그렇군요.”“그리고 제가 바닥을 뜯어 본 적도 있습니다.”라시엘이 세레나를 돌아봤다.“왜?”“배관이 이상해서요.”“연구원이 배관 때문에 바닥도 뜯나?”“연구비가 없으면 연구원이 다 합니다.”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슬픈데 설득력 있습니다.”세레나는 웃지 않았다.표본 보관실의 구조는 누구보다 잘 안다. 벽 두께도, 마력 배관 위치도, 바닥 아래 빈 공간이 없다는 것도 확인한 적이 있었다.그렇다면 신호원은 물리적인 방 아래가 아니다.다른 가능성이 있다.“공간 중첩.”루시안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천이백 년 만에 깨어난 사람의 목소리는 여전히 잠겨 있었지만, 조금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세레나는 곧바로 그를 봤다.“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옛 노드는 같은 장소에 있어도 같은 공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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