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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مؤلف: 불가지
허윤미는 태성운이 온라인상에서 요란하게 늘어놓은 사랑 고백을 그냥 무시해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침실로 들어온 뒤 가사도우미에게 가위를 가져다 달라고 한 다음 그녀가 주문 제작했던 여성용 커플 셔츠를 꺼내 가위로 갈기갈기 잘라버렸다. 그리고 혼인신고서도 가차 없이 잘랐다.

찢어진 조각들을 전부 선물 상자에 담아 상자 위에 재혼 선물이라고 적었다.

허윤미가 막 정리를 마쳤을 무렵 마침 집으로 들어온 태성운과 마주쳤다. 태성운이 애정 가득한 얼굴로 허윤미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자기를 위해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 얼른 내려가서 봐봐.”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트럭 한 대가 있었는데 트럭에 거대한 핑크 선물 상자가 실려 있었다.

태성운이 손뼉을 치자 상자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풍선과 꽃가루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안에서 핑크빛 마이바흐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기하던 두 직원이 재빨리 현수막을 펼쳤다.

[윤미 공주님께 바칩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주변 사람들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성운이 마이바흐의 차 키를 허윤미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윤미야, 지난번에 차 바꾸고 싶다고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었어. 남편인데 자기가 갖고 싶어 하는 건 당연히 전부 사줘야지.”

허윤미가 차 키를 받으려고 손을 내민 순간 예리한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태성운의 왼쪽 손목에 여성의 속옷 끈으로 만든 팔찌가 감겨 있었던 것이었다.

구역질이 확 밀려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왜 그래? 마이바흐 별로야? 아니면 분홍색이 마음에 안 들어?”

그녀의 표정이 이상한 걸 눈치챈 태성운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허윤미가 고개를 젓더니 붉어진 눈으로 태성운을 응시했다.

“차는 아주 예뻐.”

그녀가 싫었던 건 차가 아니라 태성운이었다.

태성운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다시 침실로 돌아온 뒤 태성운이 화장대 위에 놓인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 다가가 살펴보려는데 허윤미가 한발 앞서 상자 위에 적힌 글자를 손으로 가렸다.

“윤미야, 이거 나 주려고 준비한 깜짝 선물이야?”

태성운의 눈에 기쁨이 서렸다.

허윤미가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웃는 둥 마는 둥 했다.

“응. 그런데 지금 열어보면 안 돼. 두 번째 선물을 준비 중이거든. 일주일 뒤에 두 개를 같이 줄게. 분명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일주일 뒤에 선물을 두 개나 주겠다고?”

태성운이 내심 기대하며 일주일 뒤가 대체 무슨 날인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침실을 나가 남자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깜빡할 뻔했어. 일주일 뒤에 윤미 생일이니까 성대한 생일 파티를 미리 준비하도록 해. 그래. 성대할수록 좋아. 윤미를 섭섭하게 해선 안 되지.”

통화 중인 태성운은 침실 앞에 서 있는 허윤미의 안색이 서늘하게 굳어 있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함께한 7년 동안 태성운이 허윤미의 생일을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공설아가 귀국하자마자 허윤미의 생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차라리 잘됐어. 네가 공들여 준비한 생일 파티에 정작 주인공인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하네.’

허윤미가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태성운이 내 생일 파티를 어느 호텔에 예약하는지 알아봐 줘. 그리고 결혼식장은 생일 파티장 바로 위층으로 해주고.]

[알겠습니다, 사모님.]

허윤미가 욕실로 들어가려던 그때 방으로 돌아오던 태성운이 남자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참, 대표님. 오늘 사모님 모시고 대학교 앞 디저트 가게에 케이크 드시러 가기로 한 거 잊지 않으셨죠? 못 드시면 사모님께서 오늘 밤 속상해하실 거예요.”

“맞다, 맞다.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네. 윤미가 좋아하는 맛으로 미리 주문해 둬. 지금 가야겠어.”

말을 마친 태성운이 급히 침실 문을 열었다. 이 두 마디를 허윤미도 똑똑히 들었다.

그가 허윤미의 손에 들린 샤워가운을 빼앗아 옆에 내려놓았다.

“윤미야, 우리 대학교 앞 디저트 가게에 가서 케이크 먹자. 사장님한테 만들어 달라고 미리 얘기해 뒀으니까 도착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

대학교 앞의 그 디저트 가게는 허윤미가 대학교 시절 가장 좋아하던 곳이었다.

당시 작은 해프닝 덕분에 허윤미와 태성운이 디저트 가게 앞에서 처음 만났다.

그렇게 연애 2년 만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태성운이 어김없이 허윤미를 데리고 그곳을 찾아 케이크를 먹었다.

예전의 태성운이라면 오래전부터 알아서 준비했을 텐데 이제는 비서가 귀띔해줘야 겨우 기억해냈다.

한 시간 뒤 블랙 벤틀리 한 대가 아담한 디저트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들에게 쏠렸다.

마침 근처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던 인플루언서가 태성운과 허윤미를 발견하고는 흥분한 얼굴로 휴대폰을 들고 다가갔다.

“대박. 소문난 아내 바보인 태성운 대표님을 봤어요. 시청자 여러분, 좀 보세요. 제가 응원하는 최애 커플인데 엄청 잘 어울리죠? 대표님이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사모님과 함께 이 가게로 온다는 소문이 진짜였네요.”

차에서 내린 태성운이 허윤미의 손을 잡고 디저트 가게로 향하다가 문득 허윤미의 오른쪽 신발 끈이 풀려 있는 걸 발견했다.

수많은 시선이 쏠린 가운데 태성운이 발걸음을 멈추고 경건하게 허리를 굽혀 앉더니 신발 끈을 묶어주었다.

그 다정한 모습에 주변에 있던 여대생들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학생이 용기를 내어 다가와 축복을 건넸다.

“몸값이 어마어마한 대기업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의 신발 끈을 묶어주시다니.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니에요? 두 분 꼭 평생 행복하셔야 해요.”

허윤미가 허리를 굽히고 쪼그려 앉은 태성운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다가 다가온 이에게 예의 바르면서도 거리를 두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태성운이 허윤미의 손을 잡고 디저트 가게 안으로 들어가 늘 앉던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가게 사장에게 말했다.

“케이크 다 준비됐나요? 안에는 망고를 넣고 크림은 딸기 맛으로 해 주세요. 우리 윤미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거든요. 문구는 결혼 5주년 축하로 부탁드립니다.”

“방금 다 만들었어요.”

가게 사장이 태성운과 허윤미 부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도 남편에게 밤 9시가 넘었어도 워낙 금실이 좋은 부부이니 결혼기념일인 오늘도 꼭 올 거라고 얘기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정말로 가게로 왔다.

사장이 갓 만든 케이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인자하게 웃었다.

“벌써 5년이나 되었는데 대표님이 사모님을 아끼시는 마음은 여전하시네요. 아이는 언제쯤 가지실 계획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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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3화

    저도 모르게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챈 공설아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태성운이 음산하고도 살벌한 눈빛으로 공설아를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설민호한테 윤미를 죽이라고 시켰어?”공설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아니야. 난 그런 적...”퍽.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이 일격에 공설아의 턱이 돌아갔고 피를 왈칵 토해냈다.태성운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공설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질했다.몇 분 뒤 공설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태성운은 주먹질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광기에 휩싸인 태성운의 모습에 주변의 하객들은 겁에 질려 나서서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태성운이 폭행을 멈췄다.공설아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그렇게 시끌벅적하고 즐거웠던 백일잔치 현장에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만 덩그러니 남았다.사흘 뒤 허윤미가 허새봄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허씨 가문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헤어스타일도 확 바꾸고 금테 안경을 썼는데 사람들 앞에서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마스크 위로 차가운 눈매만 드러냈다.허윤미가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임소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좋은 소식이 있는지 임소정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했다.“윤미야,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봐. 공설아가 태성운한테 맞아서 좌골 신경이 끊어진 바람에 마비돼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대.”마우스를 움직이던 허윤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태성운은? 감옥에 간대?”임소정이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태씨 가문 사람이 감옥에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태영철이 아니지. 변호사를 써서 공설아의 부모한테 6억 주고 합의했다고 하더라고.”그녀가 망설이다가 덧붙였다.“그저께 태영철이 태성운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2화

    본래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구해 친자 확인을 하는 게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그런데 평소 공설아가 집안의 도우미들에게 함부로 대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도우미들을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으며 못살게 굴기 일쑤였다.임소정이 도우미를 따로 만나 준비한 돈을 꺼내기도 전에 도우미는 공설아에게 그동안 당했던 걸 복수하겠다면서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흔쾌히 뽑아주겠다고 했다.위층, 다섯 명의 서빙 직원이 시간에 맞춰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그중 마스크를 쓴 한 여직원이 덮개가 씌워진 접시 하나를 들고 태성운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덮개를 열었다.접시 위에 요리 대신 서류 네 개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옆 테이블의 하객들까지 고개를 쭉 빼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저게 뭐야?”“글쎄. 또 대단한 구경거리가 터지려나 본데?”옆에 앉아 있던 공설아의 눈에 경계심이 서렸다. 복사본을 가져가려던 그때 태성운이 먼저 서류를 집어 들었는데 태성운의 검사 결과지였다.[성명: 태성운][성별: 남][진단: 남성 불임, 무정자증]태성운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검사 결과지를 꽉 움켜쥐었다.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진 채 떨리는 손으로 친자 검사 보고서 복사본을 꺼내 들었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태성운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세 번째 서류 역시 친자 검사 보고서였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설민호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마지막 네 번째 서류는 설민호와 공설아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서슬 퍼런 얼굴로 서류를 전부 확인한 태성운이 옆에 앉은 공설아를 서늘하게 응시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이 공설아를 산 채로 잡아먹을 듯했다.“용우 내 아들 아니야?”공설아가 사색이 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1화

    “이건 네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이다.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서로만을 바라봐야만 가정이 화목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집의 가훈이야.”태성운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5년 동안 경영 참여 금지 처벌이 내려졌다. 태영철에게 손자가 많았기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태성운을 짓밟고 올라설지 알 수 없었다.태성운이 후계자 자격을 영원히 잃게 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허윤미를 잃은 태성운에게 태씨 가문의 후계 자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알겠습니다, 할아버지.”태영철이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지팡이를 짚고 자리를 떠났다.그날 저녁 공설아가 태성운이 태영철로부터 5년간 경영 참여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얼마 전 공설아가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하는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었다.당시 설민호가 당장 귀국하겠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설민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설강찬이 급히 본가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그 통화를 끝으로 다시는 설민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태성운이 태씨 가문에서 밀려나게 된 이상 서둘러 설민호와의 관계를 회복해야만 했다.공설아가 다시 한번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음만 흘러나왔다.잠시 망설이다가 설민호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물었다. 상대방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모르고 있었어요? 민호 교통사고로 죽었어요.”“죽었다고요?”공설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민호가 허윤미의 장례식 당일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허윤미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위장했던 그날 집으로 돌아간 후 먼저 설강찬에게 연락을 취했다.그러고는 설민호가 그녀를 여러 차례 해치려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을 설강찬에게 전송했다.영상을 확인한 설강찬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손자를 대신해 허윤미에게 사과하며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0화

    “알겠습니다, 사모님.”일주일 뒤 이정후가 태성운의 별장을 찾았다.15kg 가까이 빠진 태성운의 모습을 본 순간 이정후의 두 눈에 언뜻 경악이 스쳤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찰나였을 뿐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대표님, 허윤미 씨 어머님께서 이 별장을 매각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오늘 매입자가 계약을 마쳤으니 이만 집을...”이정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쓸쓸하게 웃었다.“이 집에서 나가란 말이죠? 윤미는 죽었고 이 집에도 윤미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있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긴 해요.”태성운이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가자 그가 걱정됐던 비서가 뒤를 쫓았다.최근 들어 태성운은 매일같이 술로 밤을 지새웠다. 허윤미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에 겨우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그리움이 극에 달했을 때는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결국 태성운이 정원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발을 헛디뎌 그대로 다시 쓰러져 버렸다.비서가 태성운을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더는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두 시간 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태성운의 할아버지 태영철이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와 초췌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태성운을 본 순간 태영철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간호사가 태성운의 손등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었다.링거를 놓아주려는데 태성운이 가차 없이 바늘을 뽑아버렸다.간호사가 한숨을 길게 내쉰 뒤 다시 바늘을 꽂았지만 태성운이 또다시 뽑았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혈관을 스쳐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태영철이 지팡이를 들고 태성운을 마구 때렸다.“못난 놈, 당장 무릎 꿇어.”태성운이 구세주를 보듯 태영철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이미 삶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할아버지, 윤미 곁으로 가게 해주세요. 제발 보내주시면 안 돼요? 윤미 옆에 묻히고 싶어요. 윤미 부모님께 말씀 좀 잘 드려주세요.”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9화

    공설아가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인 태성운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봤다.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긴 태성운은 자존심 따위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과거 공설아가 모질게 태성운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까지 무너진 적이 없었다.‘대체 허윤미가 뭐가 좋다고.’그녀는 태성운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억울함을 쏟아냈다.“노르웨이로 가겠다고? 허윤미는 이미 죽었어. 지금 가봤자 무슨 소용이야? 거기 가면 오빤 빈털터리가 된다고.”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공설아의 손을 확 뿌리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얼굴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의 음산한 눈빛에 겁을 먹은 공설아가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힌 그때 태성운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그때 네가 가지 말라고 막지만 않았어도 우린 진작 화해했을 거야. 윤미가 교통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네가 우리 윤미를 간접적으로 죽였어. 공설아, 애만 낳으면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독기가 서린 태성운의 목소리에 공설아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잠시 후 태성운이 손을 떼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겁에 질린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던 공설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눈에 당혹감과 원망이 가득했다.“끝났어. 다 끝났어.”천 번 만 번 머리를 굴렸지만 태성운이 가진 자산을 전부 잃을 것을 알면서도 노르웨이로 가겠다는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대론 안 돼. 태성운이 노르웨이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그럼 태성운이 무슨 쓸모가 있어? 하루빨리 설민호랑 다시 합쳐야 해.’설민호가 아무리 혼외자라 해도 빈털터리가 된 태성운보다는 나았다.한다면 하는 성격인 공설아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언제 돌아와?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이튿날 오후 허윤미의 장례식장.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고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다.허수환과 김인경이 허윤미의 영정 사진을 품에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8화

    “설민호가 다음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허윤미 씨의 차가 회사 주차장에 들어서면 그때 손을 쓰라고 했습니다.”중년 남자가 망설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덧붙였다.“설민호가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더군요. 단번에 허윤미 씨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라고. 성공하면 50만 달러를 더 주겠답니다.”펜을 돌리던 유준혁이 멈칫했다. 잘생긴 얼굴에 서슬 퍼런 한기가 서렸다.“허. 제법 통이 크군요.”유준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걸 알아챈 중년 남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평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유준혁이 감정을 표출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럼 저희는 그때 어떻게 움직이면 될까요?”유준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시를 내렸다.“차에 아주 미세하게만 손을 대도록 해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허윤미 대신 대역을 구해서 운전하게 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할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닷새 뒤 노르웨이에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그날 아침 허윤미는 평소처럼 차를 몰고 회사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설민호가 허윤미의 뒷모습을 빤히 노려보며 중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출근 시간이 지나면 바로 움직여요.”“알겠습니다.”점심에 사람이 적은 시간을 틈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차 보닛을 열어젖히고 한참 동안 만지작거린 다음 은밀하게 모습을 감췄다.지하 주차장을 벗어난 중년 남자가 곧바로 설민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다 끝났습니다.]설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잔금 방금 송금했어요. 허윤미를 한 번에 해결하면 약속한 50만 달러도 바로 계좌로 쏴줄게요.][감사합니다.]퇴근 시간이 되자 지하 주차장의 차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설민호가 차 안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허윤미’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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