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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مؤلف: 불가지

제1화

مؤلف: 불가지
“사모님, 금고에 보관해 두셨던 이혼 합의서입니다.”

결혼 5주년 기념일 레스토랑 안, 비서가 허윤미에게 이혼 합의서를 건넸다.

5년 전 태성운과 허윤미가 혼인신고를 하던 날 태성운은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겠다며 일부러 이혼 합의서를 작성하고 서명까지 마친 뒤 금고에 넣어두었다.

그가 바람을 피우면 허윤미가 언제든 서명해 이혼할 수 있었다.

허윤미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맞은편의 텅 빈 자리를 보는 허윤미의 두 눈이 쓸쓸하게 가라앉았다.

“이거 이정후 변호사님한테 전해주고 호텔을 예약해서 결혼식장을 미리 꾸미도록 해.”

비서가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랑과 신부 이름은 누구로 할까요?”

“태성운이랑 공설아.”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공설아는 태성운의 첫사랑이었다.

비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물었다.

“사모님, 결혼식 날짜는 며칠 뒤로 잡을까요?”

허윤미의 시선이 천천히 창밖으로 향했다.

한 시간 동안 밤하늘을 수놓던 푸른 불꽃놀이가 마침내 끝이 나고 허공에 마지막 문구 하나가 남았다.

[태성운, 허윤미, 결혼 5주년 축하.]

허윤미가 시선을 거두고 입술을 깨물었다.

“일주일 뒤로 잡아. 그리고 그날 노르웨이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도 한 장 예매하고.”

“노르웨이요?”

비서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다가 이내 만류했다.

“사모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실 5년 전 혼인신고를 하던 날 태성운이 서명한 이혼 합의서 외에 또 다른 계약이 있었다.

노르웨이에 사는 허윤미의 부모는 태성운에게 거액의 예단을 받지 않는 대신 혼전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다.

만약 허윤미가 결혼 후 태성운 때문에 마음을 다쳐 홀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태성운은 평생 노르웨이 땅을 밟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되면 태성운은 다시 시작하자고 붙잡을 기회조차 영영 잃게 된다.

“생각할 거 없어.”

허윤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의 생일이 마침 일주일 뒤였다. 태성운을 떠나 노르웨이로 갈 것이고 그와 공설아가 함께하도록 결혼식을 올려줄 생각이었다.

비서가 물러간 후 허윤미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면서 알림 메시지가 화면에 떴다.

태성운이 회사 공식 SNS 계정에 밤하늘을 수놓은 푸른 불꽃놀이 사진을 올렸다. 동시에 허윤미를 태그했다.

[여보, 결혼 5주년 축하해. 평생 사랑할게.]

게시물이 올라온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댓글 수가 수천 개에 달했다.

[너무 부러워요. 오늘 은산에 웬 푸른 불꽃놀이가 한 시간 동안이나 터지나 했더니 대표님이 사모님을 위해 준비한 거였네요.]

[결혼한 지 5년이나 됐는데도 대표님은 매년 이렇게 애정 표현을 하신다니까요.]

[듣기로는 작년에 대표님이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마취가 덜 깨서 몽롱한 상태로 사모님을 보자마자 위도 안 좋은데 점심은 제때 챙겨 먹었냐고 물었대요. 그때 간호사들도 감동해서 울었다잖아요.]

쏟아지는 댓글 속에서 태성운이 이 댓글에 대댓글을 남겼다.

[윤미는 저의 아내입니다. 남편이라면 당연히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고 평생 아무 일이 없도록 지켜줘야죠.]

그 댓글 밑에 순식간에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허윤미는 지금 맞은편의 빈자리를 무표정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사실 허윤미와 태성운에게도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를 사랑한 7년 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태성운은 돈과 지위, 그리고 사랑을 전부 허윤미에게 줬다.

그런데 한 달 전 태성운이 출장을 가던 그날 밤 허윤미는 태성운이 진작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 태성운에게서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

허윤미가 메시지를 재생하자 휴대폰 너머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귀국한 지 6개월 됐어요. 슬쩍 흔들었을 뿐인데 바로 넘어오더라고요.”

“오늘 밤 날 위해 푸른 불꽃놀이를 준비했는데 난 푸른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까우니까 결혼기념일 선물로 줄게요.”

그때까지만 해도 허윤미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두 주일 전 한 모임에서 태성운이 그 여자와 함께 룸으로 들어오더니 허윤미에게 먼 친척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예쁘장한 얼굴의 공설아가 활짝 웃으면서 허윤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귀국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드디어 언니를 만나네요.”

애교 섞인 목소리가 무척이나 익숙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허윤미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결국 참다못한 허윤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태성운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귀가했다. 그리고 그때 허윤미가 낯선 번호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밤 루프탑에서 정말 짜릿했어요. 이성을 잃은 나머지 오빠 몸에 손톱자국을 잔뜩 내버렸네요.]

[오빠 힘 하나는 끝내줘요. 모터라도 단 것 같다니까요?]

허윤미가 술에 취해 침대에 쓰러진 태성운을 내려다보았다. 셔츠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었고 탄탄한 가슴에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흰색 셔츠는 작년 결혼기념일에 허윤미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커플 셔츠였다.

깃 부분에 허윤미가 손수 수놓은 ‘Husband’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그날 밤 셔츠를 선물 받은 태성운은 감격에 겨워 허윤미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약속했었다.

“윤미야, 앞으로 이 셔츠를 입을 때마다 다른 여자는 멀리하겠다고 다짐할게. 평생 너만 바라볼 거야.”

지금 이 글자 위에 붉은 립스틱 자국이 덧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허윤미와 태성운의 결혼 5주년 기념일이었다.

허윤미가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5분이 지나자 태성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태성운은 그녀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느라 저녁 식사를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며 혼자 먼저 불꽃놀이를 보고 있으라고 했다.

이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2분 뒤 그에게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열어봤더니 태성운이 공설아와 함께 오붓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레드와인과 화려한 꽃들로 가득한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렇다면 방금 SNS에 올라온 게시물은 태성운이 공설아의 품에 누운 채 올린 것임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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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3화

    저도 모르게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챈 공설아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태성운이 음산하고도 살벌한 눈빛으로 공설아를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네가 설민호한테 윤미를 죽이라고 시켰어?”공설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아니야. 난 그런 적...”퍽.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이 일격에 공설아의 턱이 돌아갔고 피를 왈칵 토해냈다.태성운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실성한 사람처럼 공설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주먹질했다.몇 분 뒤 공설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태성운은 주먹질을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광기에 휩싸인 태성운의 모습에 주변의 하객들은 겁에 질려 나서서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하고 나서야 태성운이 폭행을 멈췄다.공설아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그렇게 시끌벅적하고 즐거웠던 백일잔치 현장에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만 덩그러니 남았다.사흘 뒤 허윤미가 허새봄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허씨 가문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헤어스타일도 확 바꾸고 금테 안경을 썼는데 사람들 앞에서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마스크 위로 차가운 눈매만 드러냈다.허윤미가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임소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좋은 소식이 있는지 임소정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했다.“윤미야,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봐. 공설아가 태성운한테 맞아서 좌골 신경이 끊어진 바람에 마비돼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대.”마우스를 움직이던 허윤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태성운은? 감옥에 간대?”임소정이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태씨 가문 사람이 감옥에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태영철이 아니지. 변호사를 써서 공설아의 부모한테 6억 주고 합의했다고 하더라고.”그녀가 망설이다가 덧붙였다.“그저께 태영철이 태성운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2화

    본래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구해 친자 확인을 하는 게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그런데 평소 공설아가 집안의 도우미들에게 함부로 대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도우미들을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으며 못살게 굴기 일쑤였다.임소정이 도우미를 따로 만나 준비한 돈을 꺼내기도 전에 도우미는 공설아에게 그동안 당했던 걸 복수하겠다면서 태용우의 머리카락을 흔쾌히 뽑아주겠다고 했다.위층, 다섯 명의 서빙 직원이 시간에 맞춰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그중 마스크를 쓴 한 여직원이 덮개가 씌워진 접시 하나를 들고 태성운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덮개를 열었다.접시 위에 요리 대신 서류 네 개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옆 테이블의 하객들까지 고개를 쭉 빼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저게 뭐야?”“글쎄. 또 대단한 구경거리가 터지려나 본데?”옆에 앉아 있던 공설아의 눈에 경계심이 서렸다. 복사본을 가져가려던 그때 태성운이 먼저 서류를 집어 들었는데 태성운의 검사 결과지였다.[성명: 태성운][성별: 남][진단: 남성 불임, 무정자증]태성운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더니 검사 결과지를 꽉 움켜쥐었다.안색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진 채 떨리는 손으로 친자 검사 보고서 복사본을 꺼내 들었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태성운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세 번째 서류 역시 친자 검사 보고서였다.[검사 결과: 제출된 자료와 DNA 분석 결과 설민호 님이 태용우 님의 생물학적 부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마지막 네 번째 서류는 설민호와 공설아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서슬 퍼런 얼굴로 서류를 전부 확인한 태성운이 옆에 앉은 공설아를 서늘하게 응시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기운이 공설아를 산 채로 잡아먹을 듯했다.“용우 내 아들 아니야?”공설아가 사색이 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1화

    “이건 네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이다. 부부간에 서로 존중하고 서로만을 바라봐야만 가정이 화목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집의 가훈이야.”태성운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5년 동안 경영 참여 금지 처벌이 내려졌다. 태영철에게 손자가 많았기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태성운을 짓밟고 올라설지 알 수 없었다.태성운이 후계자 자격을 영원히 잃게 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허윤미를 잃은 태성운에게 태씨 가문의 후계 자리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알겠습니다, 할아버지.”태영철이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지팡이를 짚고 자리를 떠났다.그날 저녁 공설아가 태성운이 태영철로부터 5년간 경영 참여 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얼마 전 공설아가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하는 그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었다.당시 설민호가 당장 귀국하겠다고 답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설민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설강찬이 급히 본가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그 통화를 끝으로 다시는 설민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태성운이 태씨 가문에서 밀려나게 된 이상 서둘러 설민호와의 관계를 회복해야만 했다.공설아가 다시 한번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너머로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기계음만 흘러나왔다.잠시 망설이다가 설민호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물었다. 상대방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모르고 있었어요? 민호 교통사고로 죽었어요.”“죽었다고요?”공설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민호가 허윤미의 장례식 당일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허윤미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위장했던 그날 집으로 돌아간 후 먼저 설강찬에게 연락을 취했다.그러고는 설민호가 그녀를 여러 차례 해치려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을 설강찬에게 전송했다.영상을 확인한 설강찬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손자를 대신해 허윤미에게 사과하며 어떻게 해결하기를 원하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20화

    “알겠습니다, 사모님.”일주일 뒤 이정후가 태성운의 별장을 찾았다.15kg 가까이 빠진 태성운의 모습을 본 순간 이정후의 두 눈에 언뜻 경악이 스쳤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찰나였을 뿐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대표님, 허윤미 씨 어머님께서 이 별장을 매각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오늘 매입자가 계약을 마쳤으니 이만 집을...”이정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쓸쓸하게 웃었다.“이 집에서 나가란 말이죠? 윤미는 죽었고 이 집에도 윤미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있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긴 해요.”태성운이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가자 그가 걱정됐던 비서가 뒤를 쫓았다.최근 들어 태성운은 매일같이 술로 밤을 지새웠다. 허윤미에 대한 그리움에 하루에 겨우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그리움이 극에 달했을 때는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결국 태성운이 정원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발을 헛디뎌 그대로 다시 쓰러져 버렸다.비서가 태성운을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더는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그 전화번호를 눌렀다.두 시간 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병원으로 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태성운의 할아버지 태영철이었다.병실 안으로 들어와 초췌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태성운을 본 순간 태영철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간호사가 태성운의 손등 혈관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었다.링거를 놓아주려는데 태성운이 가차 없이 바늘을 뽑아버렸다.간호사가 한숨을 길게 내쉰 뒤 다시 바늘을 꽂았지만 태성운이 또다시 뽑았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혈관을 스쳐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는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태영철이 지팡이를 들고 태성운을 마구 때렸다.“못난 놈, 당장 무릎 꿇어.”태성운이 구세주를 보듯 태영철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이미 삶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할아버지, 윤미 곁으로 가게 해주세요. 제발 보내주시면 안 돼요? 윤미 옆에 묻히고 싶어요. 윤미 부모님께 말씀 좀 잘 드려주세요.”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9화

    공설아가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인 태성운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봤다.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긴 태성운은 자존심 따위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과거 공설아가 모질게 태성운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까지 무너진 적이 없었다.‘대체 허윤미가 뭐가 좋다고.’그녀는 태성운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소리를 지르며 억울함을 쏟아냈다.“노르웨이로 가겠다고? 허윤미는 이미 죽었어. 지금 가봤자 무슨 소용이야? 거기 가면 오빤 빈털터리가 된다고.”태성운이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공설아의 손을 확 뿌리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얼굴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그의 음산한 눈빛에 겁을 먹은 공설아가 뒷걸음질 치다 벽에 부딪힌 그때 태성운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그때 네가 가지 말라고 막지만 않았어도 우린 진작 화해했을 거야. 윤미가 교통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네가 우리 윤미를 간접적으로 죽였어. 공설아, 애만 낳으면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독기가 서린 태성운의 목소리에 공설아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잠시 후 태성운이 손을 떼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겁에 질린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보던 공설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눈에 당혹감과 원망이 가득했다.“끝났어. 다 끝났어.”천 번 만 번 머리를 굴렸지만 태성운이 가진 자산을 전부 잃을 것을 알면서도 노르웨이로 가겠다는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대론 안 돼. 태성운이 노르웨이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계약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그럼 태성운이 무슨 쓸모가 있어? 하루빨리 설민호랑 다시 합쳐야 해.’설민호가 아무리 혼외자라 해도 빈털터리가 된 태성운보다는 나았다.한다면 하는 성격인 공설아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설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언제 돌아와?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이튿날 오후 허윤미의 장례식장.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고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다.허수환과 김인경이 허윤미의 영정 사진을 품에

  • 마지막 서프라이즈: 재혼 선물   제18화

    “설민호가 다음 비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허윤미 씨의 차가 회사 주차장에 들어서면 그때 손을 쓰라고 했습니다.”중년 남자가 망설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덧붙였다.“설민호가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더군요. 단번에 허윤미 씨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쓰라고. 성공하면 50만 달러를 더 주겠답니다.”펜을 돌리던 유준혁이 멈칫했다. 잘생긴 얼굴에 서슬 퍼런 한기가 서렸다.“허. 제법 통이 크군요.”유준혁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걸 알아챈 중년 남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평소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유준혁이 감정을 표출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럼 저희는 그때 어떻게 움직이면 될까요?”유준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지시를 내렸다.“차에 아주 미세하게만 손을 대도록 해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허윤미 대신 대역을 구해서 운전하게 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처럼 위장할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닷새 뒤 노르웨이에 거센 폭우가 쏟아졌다.그날 아침 허윤미는 평소처럼 차를 몰고 회사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를 세우고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설민호가 허윤미의 뒷모습을 빤히 노려보며 중년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출근 시간이 지나면 바로 움직여요.”“알겠습니다.”점심에 사람이 적은 시간을 틈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차 보닛을 열어젖히고 한참 동안 만지작거린 다음 은밀하게 모습을 감췄다.지하 주차장을 벗어난 중년 남자가 곧바로 설민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다 끝났습니다.]설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잔금 방금 송금했어요. 허윤미를 한 번에 해결하면 약속한 50만 달러도 바로 계좌로 쏴줄게요.][감사합니다.]퇴근 시간이 되자 지하 주차장의 차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설민호가 차 안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봤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허윤미’가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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