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서은채는 강태준 몰래, 그의 내연녀를 해외로 빼돌렸다. 그날 밤 강태준은 서은채의 부모를 납치했다. 두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내연녀의 행방을 캐내려는 속셈이었다. 강태준이 휴대전화 화면을 서은채 앞으로 들이밀었다. 화면 속, 서은채의 부모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가슴팍에는 시한폭탄이 매달려 있었고 카운트다운 숫자가 쉴 새 없이 줄어들고 있었다.
View More홀로 남겨진 이소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때마침 불어온 찬바람이 마치 우스운 꼴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이소희는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헤매다 분수대 앞을 지나쳤다.무심코 수면을 내려다본 순간, 물 위에 비친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악!”이소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물에 비친 끔찍한 몰골의 여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감옥에서 보낸 지난 몇 년 동안 외모를 가꿀 여유 따위는 없었다.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겼고,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상처는 곪고 덧나기를 반복했다.한때는 누구보다 외모를 가꾸는 데 열심이었던 이소희였다.그런데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이 지경까지 온 걸까.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고통받은 것은 이소희뿐만이 아니었다.이소희의 부모 역시 하루하루 끔찍한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감옥에 있을 때 누군가 이소희에게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두 사람은 나이가 들며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사랑하는 딸마저 곁에 없었다. 게다가 너무 자주 피를 뽑은 탓인지, 불과 몇 년 사이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일 만큼 초췌해져 있었다.이제 겨우 쉰을 넘겼을 뿐인데 머리는 희끗희끗했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가득했다.그런데 이제는 이소희마저 몰라볼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그제야 지난날의 선택들이 하나둘 떠올랐다.처음부터 돈에 욕심내지 않고 일부러 강태준의 차에 뛰어들지 않았다면.강태준의 내연녀가 되는 스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은채를 몇 번이고 모함하며 궁지로 몰아넣지 않았다면.어쩌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이제야 모든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더 우스운 건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몰골로 또 다른 남자를 유혹해 보겠다고 애썼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다른 방식으로 먹고살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아니야, 그런 뜻 아니었어. 나는 그냥 소희가 너한테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빌게 하려던 것뿐이야. 내가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면 나도 옥살이할 수 있어!”강태준은 다급하게 해명하며 서은채에게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겁에 질린 서은채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차마 한 발짝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차은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은채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걱정하지 말아요. 태준이가 손끝 하나 못 대게 할 테니까요.”그러나 강태준을 돌아보는 순간, 차은호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강태준, 방금 네가 한 말 진심이야? 정말 죗값을 치를 생각이었다면 은채 씨한테 허락부터 구했을까? 결국 네가 저지른 일들을 온전히 감당할 용기가 없었던 거잖아.”차은호는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네가 갈 마음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지금 당장 보내 줄 테니까 가서 제대로 죗값 치러.”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강태준의 몸을 끈으로 단단히 결박한 뒤 그대로 차까지 끌고 갔다.강태준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끌려가면서도 서은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은채야, 내가 지금까지 죗값을 치르러 가지 않았던 건... 하루라도 빨리 너를 찾고 싶어서였어. 직접 만나서 사과하고 네 곁에 있고 싶었어. 하지만 네가 원하는 게 이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일게.”강태준은 그대로 차에 올라탔고, 곧 문이 닫혔다.차가 출발해 멀어지자, 강태준의 모습도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서은채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차은호에게 물었다.“강태준을 어디로 보내는 거예요?”“여기 교도소. 이미 다 준비해 뒀어요. 태준이도 받아야 할 벌은 하나도 빠짐없이 받게 될 거예요.”차은호는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서은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강태준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되든 이제는 상관없었다.애초에 여자에 눈이 멀어 장인과 장모까지 죽이려 했으니, 이제라도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강태준이 사라지자 홀로
수없이 많은 사진이 악몽처럼 강태준의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눈을 감아도 조금 전까지 보았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났다.시간이 흐를수록 견디기 힘든 죄책감이 밀려들었다.강태준은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미안해, 은채야...”하지만 아무리 사과해도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강태준은 어두운 방 안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화면에서 벗어나려 했다.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화장실을 찾아 들어간 순간, 문득 자기 자신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더럽고 역겹게 느껴졌다.강태준은 뜨거운 물을 가장 세게 틀어 놓고 온몸을 씻기 시작했다.몇 번이고 살갗을 문질러 닦아 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치 피부가 벗겨질 때까지 씻어 내야만 하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몸을 문질렀다.“은채야, 내가 더럽게 느껴진다는 거 알아... 이제부터는 너 말고 다른 여자에게 절대 손대지 않을게. 정말이야... 제발 한 번만 봐줘.”강태준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어느 순간 마침내 끝이 났다.밖으로 풀려났을 때 강태준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와 힘없는 걸음에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행인들은 그런 강태준을 이상하다는 듯 힐끔거렸지만, 강태준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후 강태준은 며칠 동안 몸을 추스르며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장현호가 그동안 쌓인 업무를 계속 보내오는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서은채를 찾아갈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쌓여 있던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강태준은 곧바로 장현호에게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지시했다.“이소희를 감옥에서 꺼내 줘.”잠시 침묵한 뒤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장현호는 지시를 받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하루 뒤, 이소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딘 끝에 몰라볼 정도로 야윈 모습으로 강태준 앞에 나타났다.몸에는 셀 수 없이
“미안해, 은채야. 하지만 난 정말 너를 사랑해. 이소희와 있었던 일도 전부 설명할 수 있어. 내가 오해했던 거야. 이소희한테 속았던 거라고. 이소희는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어.”강태준은 자존심까지 모두 내려놓은 채 애원했다.“제발 이렇게까지 하지 마.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을게. 또 그런 짓을 하면 재산도 전부 포기할게. 아니, 지금 당장 내가 가진 전부를 네 앞으로 넘겨도 돼!”강태준은 바닥에 떨어져 깨진 도자기 조각 하나를 집어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그러고는 서은채의 한쪽 손을 붙잡아 도자기 조각을 쥔 손 위에 겹쳐 놓았다.마치 자신의 목숨을 서은채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듯한 행동이었다.강태준의 입가에 위태로운 웃음이 번졌다.“은채야, 내가 그렇게 미우면 차라리 죽여도 돼. 그러니까 제발 나를 밀어내지만 마. 네가 없는 미래를 견딜 자신이 없어.”강태준은 서은채의 손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다 없어져도 괜찮아. 돈도, 회사도, 내가 가진 것도 전부 필요 없어. 하지만 너만은 안 돼. 나한테 무슨 벌을 줘도 받아들일게. 지하실에 가둬도 되고 감옥에 처넣어도 돼. 때리고 욕해도 상관없어.”목소리가 갈라졌다.“그러니까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서은채는 그 말을 듣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붙잡힌 손을 거칠게 빼내자 날카로운 도자기 조각이 강태준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하지만 서은채는 개의치 않고 분을 참지 못한 채 다시 한번 강태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싫어. 난 이제 당신을 다시 보고 싶지도 않아. 난 네가 싫다고, 강태준!”서은채는 차갑게 강태준을 노려봤다.“내가 평생 너를 미워하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인생에서 사라져!”말을 마친 서은채는 곧바로 돌아섰다.강태준이 얼마나 다쳤는지는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서은채는 서동만과 윤정희, 차은호를 재촉하며 서둘러 음식점을 빠져나갔다.“빨리 가요. 더는 저 사람이랑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요.”서동만과 윤정희, 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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