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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레오가 안 아프게 해줄게

Author: Yu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19:01:00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흑백의 디지털 스캔 차트.

그 상단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세 글자, ‘한혜진’.

서우의 귓가에서 삐이—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며,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한 진공 상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우가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는 혼자 딸을 키웠다. 해림의과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겨울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뒤늦게 꺼냈다. 심장내과에 입원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사흘 뒤 서우는 병실 대신 영안실로 내려가야 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마지막으로 묻지 못한 통증의 시작이 함께 생각났다.

그때 주임교수였던 강태준은 급성 심근경색과 심인성 쇼크를 설명했다. 서우는 단어를 적었지만 무슨 일이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제대로 묻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전공의 강시혁이 서류를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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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53화. 함께 떠나기 전에

    “네 어머니 기록 말이다. 병리과에 남은 검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번호를 내가 가지고 있어. 당시 진료에 관해서도…… 내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서우의 손이 차 문을 붙들었다.오 교수는 말하다 숨을 골랐다. 평소 앓던 심장 문제 때문에 입원했다고 했지만, 지금 상태를 전화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서우는 곁에 의료진이 있는지 물었다. 노인은 곧 부르겠다고 했다.“의료진 먼저 불러주세요. 자료는 나중에 들어도 돼요.”그녀가 말했다. 노교수가 짧게 대답했다. 그 뒤 멀리서 누군가 전화기를 달라고 했다.연결된 목소리가 바뀌었다.강시혁이었다.“오 교수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해. 네 전화 때문에 흥분하시면 곤란하지.”서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담당 의료진에게 상태를 확인하겠습니다. 교수님이 원하시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상의할 거고요.”강시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우는 수화기에서 그의 숨만 들었다.“자료도 정식으로 요청하겠습니다. 없던 일로 안 끝냅니다.”그녀가 덧붙이자 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렇게까지 해야겠어?”전화가 끊겼다. 서우는 다시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단우가 차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통화 시각을 적었다.이번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채 멈춰 있을 수 없었다.전화가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52화. 문밖에서 들린 소리

    박민우가 물었다. 서우는 그 말이 단우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다. 설명할 수 있는 내용만 정확히 답하려고 종이를 펴놓았다.“현재의 보관 경위를 적어왔습니다. 필요한 권한과 절차가 확인되면 협조하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끝에서 조금 떨렸다. 요청 목록을 펴 보관처와 사본 인계일을 가리켰다. 박민우가 펜을 들자 그 번호도 함께 적어달라고 했다.***박민우가 재단의 처음 주장에 관해 질문했다.연구비를 관리한 사람인지, 연락을 끊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해외에 남아 있는지. 서우는 이미 제출한 의견서의 날짜를 읽었다. 납치에 대해서도 진술했고 그 이후 자발적으로 진료에 참여한 기간은 구분해서 설명했다.“피해를 주장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지냈다는 말입니까?”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서우는 문 밖에서 기다리는 단우를 떠올렸다. 지금 자신의 대답을 들으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생각났다.“처음 이동은 강제였습니다. 이후에는 연락과 출입을 제한하지 않는 조건을 확인하고 한시적으로 남았습니다. 그 결정이 처음 있었던 일을 없애지는 않습니다.”박민우는 메모를 했다. 장피에르는 초기 신고 때 확보한 운항 자료와 이동 시점, 단우 본인의 출석 진술을 대조했다. 서우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고도 확인할 줄이 있었다. 기록 담당자가 빠뜨린 부분을 서우가 바로잡았다.서우는 진술서의 이동 시각을 다시 읽었다. 단우의 이름 옆에서 잠깐 펜이 멈췄다. 담당자가 더 적을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눈을 가린 채 탔던 차의 소리를 떠올리고, 기억나는 방향을 덧붙였다.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51화. 그 자료를 가진 사람들

    아이는 자신이 아끼던 낡고 부드러운 순백의 털 담요를 작은 두 손으로 펼쳐 서우의 떨리는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그리고 작은 두 팔로 서우의 목을 있는 힘껏 꼭 끌어안았다.엄마.서우는 아이를 더 가까이 안았다. 엄마라는 소리가 자기에게 닿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은 오래전 어머니를 부르던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아이의 작은 심장이 제 흉곽 위에서 규칙적으로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서우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가 조금 풀었다. 너무 꽉 안으면 레오가 놀랄 것 같았다. 아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붙였다. 그 무게를 받치니 눈물이 다시 났다.단우가 다친 오른팔을 몸에 붙이고 왼손을 뻗었다. 서우는 그 팔 안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차트를 놓지는 못했다. 레오의 등이 종이에 닿지 않도록, 태블릿을 옆으로 돌려 쥐었다.아이를 재우러 보낸 뒤, 서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현지 수사 담당자 장피에르였다. 서하 쪽에서 온 추가 자료 요청에 관해 대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선 신고와 진술, 재단의 주장 사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따로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서우는 혼자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일정과 장소는 다시 조정하자는 답을 들었다. 그녀는 날짜를 적었다.곧 재단과 관련된 일을 맡아온 박민우 검사가 직접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왔다. 전해온 문서에는 이미 철회된 연구비 주장까지 남아 있었다. 서우는 그것을 읽고 재심 결과를 곁에 놓았다.“어머니 자료가 나온 뒤에 이런 연락이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50화. 레오가 안 아프게 해줄게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흑백의 디지털 스캔 차트.그 상단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세 글자, ‘한혜진’.서우의 귓가에서 삐이—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며,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한 진공 상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서우가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는 혼자 딸을 키웠다. 해림의과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겨울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뒤늦게 꺼냈다. 심장내과에 입원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사흘 뒤 서우는 병실 대신 영안실로 내려가야 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마지막으로 묻지 못한 통증의 시작이 함께 생각났다.그때 주임교수였던 강태준은 급성 심근경색과 심인성 쇼크를 설명했다. 서우는 단어를 적었지만 무슨 일이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제대로 묻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전공의 강시혁이 서류를 넘겨주었다.의학을 배우기 시작하기 전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도 자신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조금만 더 일찍 배웠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시간이 지나 의사가 된 뒤에는 그 생각이 사실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도 아이들의 작은 혈관을 들여다보며 수술을 배울 때마다, 설명을 기다리던 어린 자신이 떠올랐다. 소아심장 분야를 택한 이유를 누군가 물으면 늘 그중 일부만 답했다.지금 눈앞에 놓인 자료에는 듣지 못했던 약 이름이 있었다.[연구 코드: TX-902][입원 중 투여 기재 및 이상 반응 보고: 원 진료 기록 대조 필요]서우는 적힌 시각과 사망 날짜를 번갈아 봤다. 약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49화. 어머니의 이름

    저녁 무렵, 창문이 있는 단우의 방.서우는 방에 들어왔다가 창가에 앉았다. 단우는 잠들어 있었다. 가방에서 면담 때 받은 자료를 꺼내 읽었다. 자신이 빠진 증례 토의는 이미 끝나 있었다. 담당자의 이름 아래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한 줄을 더 읽으려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서우는 종이를 무릎에 내리고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침대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단우가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가 자료를 접자 그가 왼손을 내밀었다. 서우는 바로 잡지 않았다.“지금 보면 더 울 것 같아요.”그는 팔을 내려놓았다. 서우가 숨을 고른 뒤에야 가까이 앉았다. 단우는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담당자의 이름을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단우는 접힌 자료를 더 펼치지 않았다. 서우가 다시 손을 뻗자 그가 받치고 있던 쪽을 내주었다.단우가 함께 보던 자료를 내리자 서우는 다음 쪽을 넘겼다. 회의에서 나온 질문 하나를 읽다가 손을 멈췄다.“이건 나도 묻고 싶었는데.”“무슨 질문이지.”그녀는 치료가 끝난 뒤 어떤 경과까지 함께 봐야 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답에는 서우가 생각하지 못한 항목도 있었다. 그녀가 그 줄을 읽고 입술을 눌렀다.“잘했네요. 내가 하려던 것보다.”단우가 대답하려 하자 그녀는 종이를 내렸다.“그래서 더 얄미워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그는 무슨 말로 달래려 하지 않고 어느 부분이 더 좋았는지 물었다. 서우는 한참 설명하다가 자기도

  • 마피아 보스의 주치의가 되어버렸다   48화. 의자를 돌려 앉은 이유

    퇴원을 준비하던 날, 법률 담당자에게 자료 목록 하나가 더 왔다.빅토르 쪽 거래를 확인하면서 병원의 오래된 연구 정산 서류가 함께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환자 정보는 필요한 권한을 확인한 뒤 제공하겠다고 했다. 단우는 목록에서 낯선 서하어 이름 하나를 오래 보았다.한혜진.서우가 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부른 이름이었다. 흔한 동명이인일 수도 있었다. 그 아래 날짜는 10년 전이었다.그는 출처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할 항목을 물었다. 돌아온 설명을 읽다가 어머니 입원 기간이 적힌 줄을 찾아 표시했다.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서우가 들어왔다.“왜 그래요?”단우는 전화기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서우가 그 앞에 앉자 방금 도착한 메시지를 다시 열었다. 화면을 돌려주기 전에 이름이 적힌 부분을 짚었다. 그녀가 읽는 동안 그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어머니와 이름이 같은 기록이 나왔어. 같은 사람인지는 더 확인해야 해.”그는 그 말부터 했다.***퇴원한 단우가 섬에 돌아온 날, 서우는 배에서 내리는 그의 가방을 받았다.남자는 왼손으로 들 수 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손잡이를 잡은 뒤였다. 오른팔을 받친 자세가 눈에 익지 않았다. 부두에서 기다리던 경비들도 그쪽을 보다가 급히 시선을 돌렸다.“봐도 돼.”단우가 말했다. 경비가 고개를 들자 그는 마르코에게 자기 가방을 넘기고 레오가 있는 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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